# 237
#237 요동치는 서버 (2)
접속시간 제한으로 종료하고 VRS에서 빠져나와 샤워한 뒤 게시판을 살펴봤다.
-오우거 로드 결국 잡힘.
-탱이 진짜 쩔더라. 오우거 로드하고 일대일로 다이 뜰 줄 몰랐음.
-ㅇㅇ. 정면에서 한 발자국도 안 밀리던데 대체 아이템 세팅을 어떻게 한 거임
-방어구 최소 7, 8강. 무기 9강. 악세까지 전부 최고로 착용했겠지.
-그 정도 하는 탱들 많지 않음
-방어구 값만 최소 수억이다. 많기는. 서버에 그렇게 안 많을걸
진짜 비싸네. 그러니 버티는 건가
-적당히 즐기는 수준으로 하면 그렇게 안 비싼데 스펙이 하이엔드로 가면 가격이 진짜 하늘 돌파함.
-방패에 하얀빛 나던데 그건 어디서 구함
-라이트 쉴드 대회 때 써봤는데 어디서 구하는지는 모름.
-마법사 쪽이 더 하지 않음 처음 보는 스킬 막 나오던데 그…… 번개 다발이 뭉쳐서 정면 쓸고 가는 거 대박 아님
-그러게, 진짜 혼자 대마법사 놀이하더라. 우리가 쓰는 스킬은 아예 안 씀.
-너무 낮아서 안 쓰는 갑다. 부럽네. 정말.
-심지어 궁수도 막 하늘에 떠서 다니고 블링크로 공중에서 사라지고 난리 남.
-계속 전기 화살 쏘던데 난 그게 더 부러웠음. 마력이 대체 얼마냐. 쏘는 속도 보니까 민첩도 몰아 찍은 것 같았는데. 그 레벨에 그 스탯 나올 수는 있음
-템이 진짜 좋겠지.
-대박은 주호지.
-ㅇㅇ. 무슨 전기 스킬 몸에 ㅤㅊㅘㄱ, 감고 오우거로 로드한테 돌진하더니 휠 윈드 깨버렸잖아.
-느린 화면으로 돌려봐도 모르겠던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아는 사람
-3배 정도 느리게 하니까 겨우 보이던데 근데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님. 그 속도로 돌리면서 검이랑 배틀 액스랑 맞춰야 하는데 말이 쉽지……
-그거 분석한 영상 봤는데도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맞추는 것만 하면 쉽게 거기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면서도 안 튕겨 나가고 쳐내기까지 하더라. 여기까지가 딱 4배속이었음.
-주호 저놈 대체 민첩이 얼마냐
-느린 화면 배속으로 추정해 보면 대략 25에서 30쯤 되어 보임.
-와, 진짜 궁수 스탯보다 더 높네. 다른 것 포기하고 올인 해야 그 정도 스탯 나오지 않냐 그럼 힘하고 체력 완전 바닥일 텐데.
-플레이하는 것 보면 또 그건 아님. 스킬도 막 쓰는 것 봐서는 마력도 높고, 힘도 오우거 로드한테 안 밀리잖아.
-같은 게임 하고 있는 것 맞냐 차이 너무 나는데.
-핵 아님
-핵이 있기는 함 있음 나도 줘봐라 좀 쓰자.
-랭킹 1위가 쓰고 있었으면 벌써 제재했겠지. 운영자들이 가만히 있는 것 봐서는 그건 아닌데.
-진짜 네임드 템 둘둘 말고 하는 가 보다.
-돈으로도 못 사는데 완전 부럽다. 저 길드 들어가면 구경이라도 좀 할 수 있으려나
-신화 길드 어떻게 들어가는지 아시는 분
-소수 정예던데 아무나 안 넣어주는 듯.
-그 소수가 오우거 로드 잡았으니까 엄청 챙겼겠지
-못해도 수억 오우거 로드에 걸린 템만 수십억이더라. 매매 사이트 전부 난리 났잖아.
-나도 소장용으로 하나 찍어서 올림. 너무 많이 올라와서 묻히긴 했지만. 거기 있던 사람들 다 찍기만 해도 수천 개다.
-방송에서도 레이드 영상 뜨던데.
-오늘 뉴스에 나올 삘.
-실검은 1위다. 이미.
-하긴 템 하나에 수십억 하는 판에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내 주변에 일하는 사람들 전부 해본다고 하더라. 그 전까지는 일한다고 바빠서 못 한다고 하더니 액수 보고는 눈 뒤집힘.
-거기다 강화만 잘 해도 몇억 번다니까. 회사 형님들 돈 바리바리 싸 들고 강화하러 감.
-난 우리 마누라하고 같이 함. 재수 좋으면 몇백이라도 안 건지겠음 처음엔 안 한다고 하다가 마음을 바꾸더니 한 번 VRS에 들어가면 안 나온다.
-부럽네. 부인하고 같이 게임하는 거 로망 아니냐
게시판은 이미 폭발 직전이다.
글 리젠만 봐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서버 초창기에 서버 점검하면 나오던 그런 화력을 지금 보게 되다니.
그만큼 충격이었나
솔직히 어떻게 보면 거품일 수도 있다.
실제로 거래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거기다 매매 글을 올릴 당시에 내 마음대로 책정해서 올리기도 했고.
다만, 그 가격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쳐 버리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한두 사람이라면 조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십이 넘는 사람이 가격을 올리면 그때부턴 그게 그냥 올바른 가격이 된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그 가격이 뻥튀기되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와전이 되어 소문이 확 퍼졌다.
실검 1위를 찍을 만큼이나.
난감하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닌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뭐,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TV를 트는데 유혜선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혜선> 나오셨네요
<승호> 네, 좀 전에 나와서 TV 좀 보려고 했어요.
<혜선> 난리 난 것은 아시죠
<승호> 게시판은 확실히 좀 시끄럽던데요.
<혜선> 으음 그 정도가 아닌데. 승호 씨 덕분에 제가 지금 야근하게 생겼어요.
<승호> 네 그게 무슨...
<혜선> 단 몇 시간 만에 VRS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지금 예약 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요. 회사 회선도 다 막히고. 생산량이 모자라서 해외로 나갈 VRS를 전량 국내로 돌려야 할 판이에요.
나비 효과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
<승호> 대체 어느 정도길래
<혜선> 일단 1, 2, 3 공장을 풀로 돌려보고 안 되면 포기해야 할 정도에요. 아마, PV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우리 쪽 물량이 없으면 PV도 사정이 비슷할 거니까. 덕분에 T전자에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래요.
<승호> 거긴 왜
<혜선> 우리가 예약 판매를 다 못 받아서 T전자 쪽으로 많이 넘어간 모양이에요. 판매량이 늘어서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승호> 좋게 생각하죠…….
<혜선> 제 피부가 또 퍼석해지겠어요. 겨우 살려놨는데.
<승호> ……나중에 좋은 화장품 하나 선물로 드릴게요.
<혜선> 헤, 그럼 잘 받을게요. 참고로 저 비싼 거 써요
<승호> 아무렴요.
<혜선> 아, 회장님도 감사 인사 좀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아라 할아버지 말인가.
오늘 여러 곳에서 감사 인사를 받는군.
하긴 예약이 공장이 막힐 정도로 밀렸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물어볼 것이 있다.
<승호> 오버 히트라고 알죠
<혜선> 네 그걸 어떻게
<승호> 재중이 형이 제가 오버 히트라고 하던데요
<혜선> 설마, 게임 환경 안에서 그걸 일으켰어요 정말요 아닐 텐데……. 그게 될 리가.
저쪽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혜선> 사실 실험실 환경 안에서는 오버 히트가 날 수는 있어요. 특히 승호씨는요. 애초에 이런저런 제약이 많이 걸리는 게임에서는 발생할 수가 없을 텐데……. RTP가 순간적으로 500 이상으로 치솟았겠네요.
그러면서 전화로 한참을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횡설수설에 가깝나
<혜선> 아……! 죄송해요. 저도 당황해서. 으음, 제가 커스텀 VRS 수치를 미세 조정 해야겠어요. 지금 찾아가도 되나요
<승호> 며칠 밤 새우셔야 한다고 안 했어요
<혜선> 조금 바쁘긴 하죠. 그래도 이쪽이 먼저니까.
<승호> 플레이를 좀 느슨하게 하면 괜찮죠
<혜선> 으음, 이번 같은 경우가 없다면요. 하지만 필요할 것 같네요.
<승호> 그럼, 제가 좀 조절해볼게요. 당분간 오우거 로드 같은 녀석을 잡을 일은 없을 거니까.
<혜선>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사실 진짜 바쁘거든요. 저 죽을 것 같아요……. 인원 보충 좀 더 해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걸려서…….
안 들어봐도 알겠네.
저렇게 바쁜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상하다니까 바로 온다고 하다니.
<혜선> 여기가 정리되는 대로 바로 손봐드릴게요. 아마 일주일 안으로는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때까지 절대 무리하시면 안 돼요.
<승호> 네, 조심할게요.
공성전이 있기는 한데 어떻게든 되려나
그렇게 유혜선 팀장과의 통화를 마쳤더니 재중이 형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다.
<재중> 너 통화 엄청 길게 한다
<승호> 그렇게 됐네요.
<재중> 누구랑 연애해
<승호> 제가 연애할 시간이 있어 보여요
<재중> 그냥 해본 소리지. 게임만 하는데 누가 연애해주겠냐.
<승호> 그게 형인 건 아세요
<재중> 나야 워낙 잘 났으니까.
<승호> 수정이 누나가 보살이죠.
<재중> 그건 인정.
아니라는 소리는 못 하네.
<재중> 아, 일단 감사 인사부터.
형도
왜 이렇게 감사하는 사람이 많지
<승호> 형은 또 왜요
<재중> 응 나 말고 또 누가 있어
그 말에 아까 유혜선 팀장하고 했던 이야기를 해주니까 막 웃어댔다.
<재중> 아, 바쁠 만하네. 그쪽은 나도 신경을 안 썼더니.
<승호> 일단 한턱 쏘시죠
<재중> 내가 왜
<승호> 감사하다면서요.
<재중> 듣지도 않고 쏘라네 너도 능구렁이가 다 되어간다.
<승호> 누구한테 잘 배워서요.
<재중> 크,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아무튼 네 덕에 주식 좀 올랐다.
<승호> 네 무슨 주식요
<재중> 로스트 스카이. 주식 좀 사놨거든. 지금 미친 듯이 오르고 있는데 몰랐냐 나 이번에 부자 됨.
어쩐지 돈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저런 곳에다가 다 넣어놨었군.
망했으면 어쩌려고.
<승호> ……집 한 채는 해주셔야겠네요.
<재중> 그건 오버고. 이따 고기나 좀 굽자.
<승호> 사장님은요
<재중> 아마, 바빠서 안 될걸
올해 들은 소리 중에 가장 믿기 어려운 소리네.
누가 바빠
<승호> 농담이시죠
<재중> 아니, 진짜 바쁠 거다. VRS 없는 사람들 지금 죄다 PC방 몰려갔잖아. 뉴스에 안 나오든 아, 너 TV 잘 안 보지. 네 덕에 지금 열풍이다. 열풍.
<승호> 유혜선 팀장에게 들어서 예약이 늘었다고는 들었는데 그 정도인가요
<재중> 돈 단위가 다르니까. 일단 ‘억’이잖아.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끔 만드는 마법의 단어지. 게임에 특별한 진입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뭐,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지만.
<승호> 사람들이 엄청 늘어나겠네요.
<재중> 아마, 초보존은 미어터지겠지. 특히 우리 서버는. 누구 덕에 홍보가 잘 됐으니까. 돈이 줄줄 흐르는 서버로. 다른 서버에서도 넘어오려고 할 테고.
낚싯줄을 한 번 던져놨더니 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딸려오는지 이젠 생각하기도 힘들다.
여기까지 생각해서 던진 것이 아닌데.
<재중> 로스트 스카이 운영진도 지금 멘붕 일걸
<승호> 거긴 또 왜요
<재중> 네 덕을 엄청나게 봤으니까. 돈을 그렇게 처발라서 광고를 하고 이벤트를 해도 제자리를 유지하던 것들이 지금 말도 못 하게 올랐잖아. 안 그래도 경쟁작들 나온다고 떨어지니 어쩌니 하고 있었는데.
그런 주식을 들고 계셨습니까
이 형도 간이 부었었구나.
<재중> 너 때문에 지금 미칠 지경일 거다. 인게임에서는 있는 사고 없는 사고 다 치고, 매번 게임을 뒤집어 놓는데 결과가 이러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
<재중> 그동안 점검한 횟수의 절반은 아마 너 때문일걸 나중에 한 번 살펴봐야 하나
<승호> 설마요.
이것도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다.
사고를 워낙 많이 쳐서 다 기억도 안 날 지경이라.
<재중> 쟤들 이번에 얌전한 거 봐라. 오우거 로드를 해 먹었는데도 터치 안 하잖아. 분명히 위에서 한소리 했겠지.
<승호> 운영진 위요
<재중> 실질적으로 회사에 돈을 대는 사람들이지. 운영진 입장에서는 네가 잡아 죽일 놈인데, 그 위쪽에서는 네가 복덩이니까.
나비효과 한 번 확실하네.
매번 점검을 밥 먹듯이 하더니 정말 이번엔 아무 일도 없다.
재중이 형 말대로 이상한 역학관계가 성립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자마자 그 나비효과를 하나 더 경험하게 되었다.
<지운> 오랜만에 뵙습니다. 로스트 스카이 안지운 운영 총괄팀장입니다.
로스트 스카이 운영자 권한 직통 앱으로 날아온 것이라 모르는 번호를 차단함에도 이건 바로 수신이 되었다.
설마 직접 연락을 해올 줄은 몰랐는데.
<승호> 무슨 일이시죠
이 사람하고는 오래 대화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밖에서 보면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울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왠지 목소리에 이빨 갈리는 소리가 같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지운>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엔 로스트 스카이 메인 모델을 권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뭐 메인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