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
#234화 오우거 로드 (7)
다른 팀원들이 멈춰 있는 동안 나와 오우거 로드의 전투가 시작됐다.
오우거 로드가 무릎을 펴는가 싶더니 그 탄력으로 강하게 몸을 일으켜 튕기듯 내게 쇄도했다.
아직 전격의 기운이 남아 있어 움직임이 다소 느렸지만, 최강의 힘에서 나오는 탄력으로 붙는 가속은 충분히 빨랐다.
그러곤 아직은 한 자루뿐인 던켈을 강하게 내려쳤다.
아마 내가 자리를 피하면 바로 다른 사람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나도 맞장구쳐주기로 했다.
【 헤이스트! 】
오우거 하트를 썼다고는 하지만 방패전사의 경우를 보면 힘에서 앞선다고 볼 수 없다.
정면에서 바로 부딪치는 것은 금물.
반면에 내가 앞서는 것은 속도다.
거의 전 스탯을 때려 박은 극 민첩에 헤이스트라면…….
모든 상황에서 대처가 가능하다.
던켈이 휘둘러지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카스카라를 휘둘러서 던켈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던켈과 카스카라의 날이 닿는 순간 팔과 손목의 스냅을 돌리면서 던켈을 쓸어내듯이 옆으로 밀어냈다.
몇백 분의 1초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찰나인가
단 하나의 궤적을 틀어내기 위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세워지며 오직 던켈과 카스카라의 접점에만 집중이 되었다.
그렇게 육중한 던켈의 날과 다르게 카스카라의 얇은 검신이 만나 거세게 휘어지면서 요동쳤지만, 쇠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며 던켈의 궤적을 완전히 틀어내는 것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렇게 던켈의 휘둘러지는 힘을 그대로 받아들여 카스카라의 검이 휘어지는 것으로 잔여 힘의 흐름을 모두 상쇄시켜 버렸다.
그러고는 완전 다른 곳으로 틀어져 버린 던켈의 궤적만 눈에 들어왔다.
휘두를 때와 달리 완전히 다른 코스로 엇나가 버린 던켈의 무게에 오우거 로드가 휘청이면서 자세가 빠르게 무너지고 달려오던 가속까지 더해져 오우거 로드의 다리가 엇갈리면서 그대로 바닥에 뒹굴어 버렸다.
단 한 번의 휘두름.
그것으로 오우거 로드를 바닥에 내팽개쳐 버렸다.
속도에서 압도할 수 있으면 다소 밀리는 힘으로도 얼마든지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광역 스킬만 없다면 내겐 오크 족장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오우거 로드를 내팽개쳐 ”
“던켈을 검 하나로 밀어냈어.”
“미친……! 저게 가능해 ”
“지금 이게 말이 되냐 ”
“버그 아냐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방패전사가 탱킹을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크게 올라갔다.
이해불가능의 영역.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극 난이도의 움직임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는 나조차도 말로 설명하라면 어떻게 할지 모르고 오직 몸의 반응만으로 하는 것이라 보고 따라 하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적어도 나와 비슷하게 RTP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있다.
어느새 경직이 풀린 방패전사가 내게 다가와서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쓰러진 오우거 로드에게 달려들었다.
【 징벌의 사슬! 】
내 딜이 정상이 아니니까 언제든지 어글이 튈 수 있고 그런 내게서 어글을 다시 뺏어가려면 어글 스킬은 필수다.
그걸 아는 방패전사도 어지간하면 어글 스킬을 쓰지 않고 아끼면서 버티려고 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다.
“땡큐. 고생했다.”
“뭘요. 다시 부탁해요.”
그렇게 다시 시작된 2차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
방패전사가 다시 정면에서 야금야금 오우거 로드의 영향력을 줄여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정면은 오우거 로드가 아닌 방패전사의 영역이다.
방패전사가 오우거 하트를 쓸 수 있다면 정말 일대일로 오우거 로드와 맞짱을 뜰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건 힘들 것 같다.
방패전사의 마력은 그렇게 높지 않으니까.
체력에 높은 포인트를 줘야 하는 방패전사의 스탯 구조상 심장 관련 기술은 아마 제대로 소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오우거 로드의 측면으로 들어갔다.
재중이 형은 여전히 간격 유지를 잘 하고 이쁜소녀도 요령을 터득했는지 오우거 로드가 휘두르는 던켈의 끝을 파고들면서 포이즌 해머를 내리꽂았다.
사실, 후방이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우발적인 후방 공격이라든지 패턴, 혹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던켈의 궤적을 파악하기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인 경험치가 이쁜소녀가 최적의 움직임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후방만 제대로 잡으면 누구보다 높은 딜을 낼 수 있다.
거의 프리딜과 마찬가지라.
이쁜소녀에게 후방을 맡긴 이유다.
그리고 내가 후방에 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
공격을 카운터 치면서 빈 곳을 파고드는 내게 후방은 조금은 아쉬운 포지션이다.
챠밍은 여전히 필요한 힐만 넣고 빠지는 것을 반복했다.
전에 막내별이 한 것과 거의 동일한 움직임으로.
그 짧은 시간에 막내별이 해냈던 것을 완벽하게 카피해 버렸다.
막내별보다 더 나은 것은 케르베로스를 타고 있다는 것.
거기다 여차하면 쓸 수 있는 마법의 개수 자체도 다르다.
그렇게 레이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려는데 오우거 로드의 입가가 붉게 변했다.
그런데 보는 위치가 다르다.
방패전사가 아닌 챠밍과 나르샤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몸의 방향을 돌려 버렸다.
그걸 동시에 눈치챈 나와 방패전사, 재중이 형이 크게 외쳤다.
“브레스!”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화염 브레스의 직격 거리에 있는 챠밍과 나르샤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칫!”
방패전사가 단말마를 내더니 곧장 빠르게 달려 오우거 로드의 앞을 막아서면서 방패를 교체했다.
그리고 뻗어 나오는 화염 브레스의 강력한 공격에 주변 공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 리플렉션! 】
물의 방패를 정면으로 든 방패전사가 정면으로 뛰어들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그리고 화염 브레스가 물의 방패를 밀치고 쏘아지는가 싶더니 역으로 튕겨 나가면서 전부 오우거 로드에게 반사되어 오우거 로드의 전신을 불태워 버렸다.
크어어!
오우거 로드가 자신의 화염 브레스에 그대로 당해 무릎을 꿇고 다운이 되자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지금만큼 딜을 넣기 좋은 구간이 없으니까 여기서 최대한 깎아놓아야 했다.
반면, 리플렉션으로 막았음에도 예전처럼 완전 방어가 아니다 보니 방패전사 역시 경직이 되어서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물의 방패의 모서리 끝으로 바닥을 찍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HP 역시 절반이 넘게 떨어진 상태고.
【 와이드 힐! 】
그 위로 챠밍의 와이드 힐이 바로 떨어져 내려서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소녀 라미아도 불러냈다.
【 라미아 하트! 】
【 소녀 라미아 소환! 】
챠밍의 옆으로 소환된 소녀 라미아가 나오자마자 고개를 앙증맞게 갸웃하더니 챠밍에게 지력 상승과 마력 회복 버프를 걸어주었다.
【 마나 리커버리! 】
마력 회복 버프 두 종류가 동시에 걸리니 마력이 더욱 빠르게 차올랐다.
【 라이트 웨폰! 】
【 와이드 힐! 】
【 와이드 힐! 】
한껏 높아진 지력에 라이트 웨폰까지 해서 몇 배로 증폭된 와이드 힐이 연속으로 방패전사를 감싸자 물약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던 대미지가 순식간에 복구가 되었다.
“역시 챠밍이 최고다!”
“가서 오빠들 도와줘요.”
방패전사의 체력이 원래대로 되는데 몇 초도 안 걸렸다.
거의 필살기급 회복기라고 해야 하나.
방패전사가 회복되는 동안 우리도 쉬고 있지는 않았다.
이런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라서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로 풀 차징을 했다.
근접 광역 기술을 네임드에게 적중시킬 기회는 지금뿐이다.
먼저 이쁜소녀가 던켈로 내려찍었다.
【 어스 퀘이크! 】
풀 차징된 어스 퀘이크가 오우거 로드의 등짝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난 아쿠아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검은 물의 파도가 오우거 로드를 덮치자 오우거 로드가 큰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리 오우거 로드라고 해도 이건 확실히 통한다.
그리고 재중이 형은 최강 대인 기술은 뇌격을.
【 뇌격! 】
나르샤도 어느새 아쿠아 슈터로 바꿔서 풀 차징한 스킬을 날렸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내장된 블랙 아쿠아 캐논의 한 방 대미지 말고는 모든 것이 라이덴 석궁에 밀려서 넣어두었던 무기인데 이럴 때는 정말 요긴했다.
방패전사가 벌어준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오우거 로드를 상대로 제대로 된 유효타를 급소에 전부 박아 넣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챠밍까지 마법을 시전했다.
【 라이트닝 플레어! 】
뇌격이 대인 최강이라면 직선거리 최강은 이 기술이다.
현 로스트 스카이 최강의 마법.
챠밍의 앞에 푸른빛으로 돌아가는 마법진과 뇌전의 다발이 치직, 거리며 압축되더니 이내 마법진을 깨트리며 성난 사자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오우거 로드에 닿자마자 압축된 뇌전의 다발이 수백 아니, 수천 발의 뇌전이 터지고 감기는 것을 반복하면서 오우거 로드를 근육 채로 비틀면서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압도적인 이펙트에 보고 있던 사람들이 넋을 잃었다.
수백 명의 공격보다 지금 이 한순간의 폭딜이 훨씬 많은 대미지를 줬을 것이다.
“스킬이…… 아예 달라.”
“신화 길드 장난 아니네.”
“저러니 오우거 로드를 상대로 싸우고 있지.”
“어중이떠중이 연합보다 훨씬 낫다.”
틀린 말이 아닌 것이 그 많은 연합이 때렸음에도 한 번도 다운을 못 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다운만 벌써 두 번째다.
격의 차이.
그걸 지금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각인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린 보여주지 못한 스킬이 많다.
특히 오우거 로드의 공격을 카운터 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괜히 우리끼리 나선 것이 아니다.
휠 윈드만 아니면 다른 공격은 거의 다 파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어나네요.”
오우거 로드가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겨우 회복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굴 볼까
다들 정말 강력한 기술을 쏟아부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가장 딜이 강한 사람을 보는 편이다.
【 하울링! 】
그래서 방패전사도 일어나는 오우거 로드를 보자마자 하울링을 걸었다.
그런데 하울링은 광역이다 보니 징벌의 사슬보다 어글을 잡아주는 힘이 약하다.
오우거 로드가 일어나자마자 챠밍 쪽을 돌아봤다.
챠밍 쪽이 대미지가 훨씬 강했다는 말이네.
그리고 마치 대쉬를 사용한 것처럼 별다른 모션 없이 챠밍에게 튀어나갔다.
“젠장.”
방패전사는 다 좋지만, 기동력이 밀린다.
그리고 하울링이 먹히지 않는 이상 방패전사 선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
【 백스탭! 】
【 대쉬! 】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백스탭과 대쉬를 이어 쓰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오우거 로드가 튀어나간 만큼이나 빠르게 뒤를 잡고 카스카라와 라이덴 블레이드로 등을 갈랐다.
재중이 형도 라이덴 미늘창으로 계속 급소를 찔러댔지만 한 번 정해진 상대를 향해 끝까지 밀고 나갔다.
나르샤가 뇌전 화살을 쓰면서 저지를 시키는 대도 불구하고 맞으면서 계속 챠밍에게 달려들었다.
“피해! 못 잡아!”
큰 기술을 연달아 썼더니 오우거 로드를 세울만한 기술을 쓸 수가 없었다.
내 외침에 챠밍이 표정을 굳히더니 연달아 마법을 시전했다.
【 물의 가시! 】
바닥에서 올라온 물의 가시가 잠시 오우거 로드를 잡아두는 듯하더니 이펙트가 깨지면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걸 지켜본 챠밍이 침착하게 다시 마법을 이어갔다.
【 에어 붐! 】
미스트 윙이 쓰던 전방을 공기압으로 밀어내는 기술.
대미지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저지용으로 쓰기엔 좋은 마법이다.
그런데 에어 붐을 힘으로 쳐내면서 오우거 로드의 속도가 좀 줄어들 뿐 계속 챠밍에게 달려나갔다.
저걸 힘으로 깨
진짜 괴물이네.
챠밍이 오우거 로드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 안개화! 】
오우거 로드가 던켈을 크게 휘두르는데 챠밍인 이미 안개로 사라져 버렸다.
흐릿한 잔상만 남기고.
이미 사라지고 없는 챠밍을 찾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오우거 로드를 보니까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저거 힘만 좋지 완전히 돌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