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29화 (229/1,404)
  • # 229

    #229화 오우거 로드 (2)

    오우거 로드라면?

    사장님의 말에 깜짝 놀란 내가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바라봤더니 다들 똑같은 표정이다.

    “오우거 로드가 어떻게……?”

    심지어 재중이 형조차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어지간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는 사람이 저런 표정이라…….

    “일단 가죠.”

    이유와 과정이 어찌 되었든 페르타가 공격당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아직 잔여 세금이 남아 있으니까.

    혹시라도 페르타가 오우거 로드에게 당한다면 아직 남아 있는 세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비록, 며칠 남지 않았지만.

    귀환을 서두른 탓일까?

    모두 에띠앙에 도착해 있었다.

    다들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다시 텔레포터를 이용해 페르타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들리는 시스템음.

    《 페르타가 공격받고 있어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

    “텔레포트가 안 돼요.”

    “공격받고 있다고…….”

    챠밍과 이쁜소녀가 낭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런 경우도 있었나?

    곤란하네, 진짜.

    “……날아가죠.”

    텔레포트의 실패를 생각하지 못했기에 빠르게 귀환하여 텔레포터를 찾았는데, 이런 상황이었다면 바로 날아가는 편이 더 좋을 뻔했다.

    【 라이덴 소환! 】

    【 미스트 윙 소환! 】

    【 미스트 윙 소환! 】

    나와 재중이 형, 방패전사가 라이덴과 미스트 윙을 불러내자 텔레포터 근처에서 오가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우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텔레포트 타러 온 거 아냐?”

    “어? 저거 페르타 가는 모양이다.”

    “아, 지금 페르타 못 가지?”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들.

    페르타에 볼 일이 있었던 몇몇 사람이 있었는지 바로 알아보았다.

    “한 명씩 올라타, 시간 없다.”

    재중이 형이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를 보고 말을 하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챠밍이 망설임 없이 내 라이덴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이쁜소녀도 재중이 형의 미스트 윙에 올라타고, 나르샤도 방패전사의 미스트 윙에 올랐다.

    다들 오르자마자 그대로 하늘로 가빠르게 상승해 날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고도에 오르자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꽉 잡어!”

    【 뇌전의 가속! 】

    【 바람의 가속! 】

    라이덴의 날개 뒷부분과 꼬리 부분에서 푸른 뇌전이 흐르면서 마치 부스터를 쓴 스포츠카처럼 순간적으로 튀어나갔다.

    “꺅!”

    챠밍의 비명조차 바람에 묻혀 사라질 만큼 주변의 공기가 뺨을 매섭게 가르기 시작했다.

    가속을 사용해 한참을 날았음에도 불구하고 페르타는 보이지 않았다.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다. 이렇게 날아가 본 적이 없으니까.”

    라이덴의 속도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에띠앙과 페르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거기다 가속도 쿨타임이 있어 효율이 좋지 못했고.

    사실 탈것보다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를 애용하는 편이었다.

    텔레포트를 두고 미련하게 탈것으로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동하는 경우는 없다.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없는 게 이렇게 불편한 것이었나?

    우리 말고도 주변에 몇 팀이 탈것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일반 탈것이라 모두 추월하면서 날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갔을까?

    슬슬 목적지가 미니맵에서도 확인이 될 때쯤, 시스템음이 울렸다.

    《 페르타가 오우거 로드에게 점령당했습니다. 》

    《 페르타의 하르 보호막이 모두 소진됩니다. 》

    《 몬스터에게서 마을을 보호하던 하르 결계가 사라집니다. 》

    《 페르타에 있던 모든 유저가 페르타 외곽으로 이동됩니다. 》

    《 지금 시간 이후로 페르타의 모든 기능이 정지합니다. 》

    《 신화 길드의 페르타 점유권이 박탈당합니다. 》

    《 페르타에서 더 이상 세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

    《 잔여 세금은 신화 길드의 마스터 계정으로 모두 전달됩니다. 》

    《 대부분의 NPC가 페르타를 이탈합니다. 》

    《 페르타의 텔레포트 기능이 사라집니다. 》

    《 페르타의 가드 NPC의 성향이 바뀝니다. 》

    《 페르타 내에서 PK가 일어나도 가드 NPC가 관여하지 않습니다. 》

    《 일부 상점 NPC는 활동을 하지만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물품 가격이 달라집니다. 》

    《 페르타에서도 몬스터들이 마음껏 활동합니다. 》

    그런 시스템음과 함께 내 정보창에서 페르타의 주인이라는 명칭이 사라져 버렸다.

    “늦었네.”

    ***

    겨우 페르타의 외곽에 도착하자 페르타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페르타에 길드 건물을 가지고 있거나 물품을 사고팔던 사람들, 혹은 장사를 하던 모든 사람이 한 번에 튕겨 나온 모양이다.

    사냥을 나간 사람이 대부분이긴 해도 마을에 머물고 있던 사람도 많다.

    못해도 기천은 넘어가는 숫자.

    마을 여기저기 펴져 있을 땐 몰랐는데, 한곳에 모이니 정말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서로 자리를 잡고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느냐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은 저들도 전혀 예측을 못 했을 테니까 서로 패닉일 수밖에.

    공중에도 사방에서 날아든 공중 탈것으로 인해 너무 혼잡해졌다.

    흡사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재난에 피난 나온 난민 같은 느낌이 든다.

    “내리죠.”

    조금 비행을 하다 최강 길드를 찾아서 바로 내려왔다.

    사장님을 비롯해 살아남은 최강 길드 사람들이 지친 표정으로 우리를 발견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몇몇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시간대가 달라서 접속을 못 했거나 방어하는 도중에 죽은 모양이다.

    “미안하구나. 올 때까지 시간도 못 벌어서…….”

    사장님의 표정에 미안함이 가득했다.

    “아뇨, 어쩔 수 없죠.”

    정말 이건 어쩔 수 없다.

    오우거 로드가 나타난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거기에 페르타를 공격한다는 것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하필 우리가 다른 네임드를 사냥한다고 멀리 떨어져 있던 것도, 텔레포트가 안 되는 것도 한몫했다.

    “몬스터 순환 진짜 골 때리네.”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폐허가 된 페르타를 바라봤다.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 나르샤 할 것 없이 모두 페르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미 예전의 페르타 전경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곳과 똑같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녹색 건물도 거의 다 부서지거나 시들어 버린 상태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마을 곳곳에 피 묻은 흔적들로 가득했다.

    예전에 섬에서 봤던 핏빛으로 가득한 폐허가 된 마을 같은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같은 도시라고는 상상도 힘든 풍경에 나도 신음을 흘렸다.

    “가드 NPC에 앞으로 돈을 더 들여야겠네요.”

    “그러게, 세금을 괜히 많이 주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내 말에 사장님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마 가드 NPC에 돈을 더 들였으면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안 했던 이유는 지금까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굳이 가드 NPC에 돈을 들여야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하르페의 경우는 네임드 몬스터가 없었고, 에띠앙은 우리가 주기적으로 네임드를 잡았으니 날뛸 수가 없었다.

    페르타도 마찬가지고.

    다른 서버에서 거대 개구리의 난동으로 날아간 경우는 있었지만 우리 서버는 미리 막아버렸으니까.

    그 이후로 패치를 해서 더 이상 던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사 형, 혹시 다른 서버 상황도 알 수 있을까요?”

    갑자기 머리에 스치는 생각.

    이것이 우리 서버에만 있는 일인지 다른 서버에도 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알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만. 조금 기다려.”

    아마 방패전사라면 빠르게 알아봐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이런 쪽으로는 정말 정보가 빨랐으니.

    “저 오우거 로드는 어떻게 해요?”

    챠밍이 페르타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커다란 오우거 로드를 가리켰다.

    우리가 날아온 그 짧은 시간에 가드 NPC는 물론 길드 사람들까지 모두 밀어내며 페르타를 점거하다니.

    거기다 오우거 로드가 보이면 공격할 사람이 많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지경이라…….

    확실히 오우거 로드가 강하긴 강한 모양이다.

    전에 베네아 방어전에서 마법사 NPC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번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나서진 않더구나.”

    사장님의 한숨이 다시 시작됐다.

    “그런가요?”

    내 되물음에 옆에 있던 최종병기가 대신 대답했다.

    “그래, 강 건너 불구경하는 그런 느낌이었지. 아마?”

    “굳이 힘들게 대신 싸워주지는 않겠다, 이건가요?”

    “뭐, 그렇지 않겠냐? 처음엔 잡아보겠다고 단체로 좀 설치던데 오우거가 단체 경직을 걸고 수십 명을 한 번에 몰살시키는 것을 보고는 알아서 빠지더라. 절대 안 되겠다 싶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역시 강하네요.”

    “그래, 붙어 보니까 정말 강하던데? 이빨도 안 들어가. 너 예전에 저거 잡았다면서? 대체 어떻게 잡았냐?”

    최종병기가 눈짓으로 오우거 로드를 가리키는데 그저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석적인 방법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오우거 로드와 동급이라 추정되는 라이덴 사냥도 미스트 윙과 다수의 엘리트 쫄들을 더 붙게 해 서로 상잔해서 만든 결과라 제대로 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제대로 붙어서 잡을 수 있을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자신감의 문제보다 스펙이 따라줄지 그게 더 걱정이다.

    “그나마 공성전이 며칠 뒤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페르타를 경매해서 쓴 25억은 벌써 회수를 했다.

    솔직히 우리도 며칠 만에 그 돈을 전부 회수할진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페르타의 세금이 훨씬 더 높았다고 해야 하나?

    단지 며칠을 소유했을 뿐인데도 안개 협곡을 진입하기 전의 마을이라 소모품을 전부 이곳에서 사가는 데다가 지상의 최종 사냥터라는 위치 때문인지 사람들이 몰려서 수익이 엄청나게 증대해 버렸다.

    세금 비율이 고정인 하르페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리고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전 서버에서 오직 우리뿐이다.

    <불멸> 에띠앙을 버리더라도 페르타는 잡아야지.

    지난 며칠간의 세금 때문에 어디를 1순위로 삼아야 할지는 명확해졌다.

    <불멸> 그러려면 저놈을 잡아야지.

    재중이 형이 무심하게 오우거 로드가 있는 페르타를 바라봤다.

    “흐음, 이거 미묘한데?”

    방패전사가 뭔가 정보를 얻었는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오우거 로드가 나온 곳이 우리 서버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생각 외네요. 솔직히 운영자가 우리를 엿 먹이려고 일부러 오우거 로드를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과민 반응한 것 같네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만은…….”

    그러면서 보던 방패전사가 피식 웃어버렸다.

    “야근시킨 일이 워낙 많아 홧김에 그럴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형평성을 못 맞추면 저 일 못 한다.”

    “그냥 해본 소리예요.”

    정말 그랬다면 찾아가야지 뭐.

    “다른 서버에도 오우거 로드가 나타나긴 했다. 다만, 베네아 방어전 형식인데 이동 경로에 페르타가 들어가서 거길 휩쓸고 지나왔다네.”

    “아, 방어전…… 날짜가 랜덤이라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그래, 서버마다 날짜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네가 잡는 바람에 날짜가 다른 서버하고 미묘하게 달라진 것도 있고.”

    방어전을 위해 이동하던 중, 페르타를 지나치는데 우리 서버는 유독 사람들이 이쪽에 많으니까 시간이 지체된 모양이다.

    “거기다 예전에 하르가 오염되면 타르가 된다고 했던가? 그거 네임드의 성장 동력이라고.”

    “아, 그럼 저기서 죽치고 있는 것도?”

    아마도 타르라는 것을 흡수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방패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굳이 잡지는 않더라도 다음번 공성전에 페르타는 먹을 수는 있겠네요.”

    “그렇기는 하겠지만. 되돌아오거나 근처에서 돌아다니면…….”

    “……잡아야죠.”

    재중이 형도 방패전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정리를 했다.

    “우리는 그냥 필드에서 사냥만 하는 길드가 아냐. 공성전을 노리는 길드지. 그렇다면 결국 저 오우거 로드는 어떻게든 우리에게 방해가 돼. 가깝든 멀든 간에.”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전이 끝나고 어디로 돌아갈지 감도 안 잡힌다.

    그러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 로 이야기가 바뀌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잡느냐인데…….

    잠깐의 고민으로 몇 가지 선택지가 떠올라 말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끼어드셨다.

    “……거대 지네를 잡았던 상위 길드들이 오우거 로드를 잡기 위해 모인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걔네들이요?”

    현재 우리 외에 네임드를 잡을 힘이 있는 유일한 팀이다.

    물론, 가능성이.

    “거기다 여러 길드를 더 모으고 있다는군.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스펙이 높으니까 수만 충분하다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쳤네.

    오우거 로드는 그런 식으로 어설프게 모인다고 잡을 수 있는 네임드가 아닌데…….

    “잘 됐네요. 알아서 오우거 밥이 되어 준다는데.”

    내 말을 들은 우리 팀의 긴장이 풀리면서 모두 재밌다는 듯 웃어버렸다.

    “구경이나 가죠. 대학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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