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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28화 (228/1,404)
  • # 228

    #228화 오우거 로드 (1)

    네임드 9강.

    확실히 비싸다.

    아니, 지나치게 비싸다.

    강화하기 전에는 과연 이 많은 돈을 사용해서 강화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염려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결과는?

    대만족.

    이런 성능이라면 오히려 네임드를 독점해서라도 모두 내 손에 넣고 싶은 마음이다.

    “미쳤네요.”

    “흐음, 확실히 좀 좋긴 하네.”

    재중이 형이 저렇게 표현할 정도면 정말 많이 좋은 거다.

    “카스카라가…… 레서 크라켄한테서 나왔지?”

    저걸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카스카라를 손에 넣겠다는 마음을 비춘 셈이다.

    “경쟁이 심하지 않아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었다.

    “카스카라도 중요하지만, 레서 크라켄의 링도 값어치가 있으니까 뜨기만 해도 벌떼처럼 달려들지.”

    『 레서 크라켄의 링 / 근력+1, 민첩+1, 마력+1 』

    총 3스탯짜리 악세.

    네임드 무기에 달린 스킬을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우리 같은 경우 마력 +2 악세로 대체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여전히 가치가 높다.

    그래서 경쟁이 심하기도 하고.

    우리야 바다를 왕복하는 시간이 아까워 어느 순간부터 손을 놓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레서 크라켄은 인기 있는 네임드다.

    거기다 토벌을 하고 나면 하르 조각을 몇백 개씩 주기도 하니까.

    반면에 호수의 여왕은 사람들에게 버겁다.

    거대 지네는 이번에 딱 한 번 사냥에 성공했을 뿐이고.

    현재 거대 개구리와 해적선, 레서 크라켄 정도가 사람들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네임드다.

    거대 개구리 역시, 드랍되는 템이 좋아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이니까.

    “그냥 사는 편이 낫겠지.”

    재중이 형도 다시 바다를 횡단하면서 굳이 힘들게 잡느니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가 다 돌아다니기에는 로스트 스카이는 너무 넓다.

    “스칼렛에게 말해둘게요. 카스카라와 블러디아가 나오는 대로 구해달라고.”

    그 말에 우리 팀의 시선이 모두 내게 모였다.

    “블러디아도 하실 거예요?”

    챠밍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으음, 블러디아도 고강을 하면 쓸 만할 것 같아서.”

    “엄청 깨지겠어요.”

    돈에 신경을 쓰지 않던 챠밍조차 놀랄 정도로 이번에 큰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그걸 또 한다고 하니까 저런 표정을 짓는 게 무리는 아니다.

    나도 내가 미친 것 같아.

    그런데 모으고 싶다.

    고강 네임드를.

    한 번 맛을 봤더니 이 정도가 아니면 이제 성에 안 찰 것 같다.

    “이놈 완전히 빠졌네. 너 그러다 개털 된다?”

    “또 벌죠, 뭐.”

    재중이 형이 졌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뭐가?”

    챠밍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왔다.

    “마력만 채울 거라면 9강 하나보단 8강 두 개가 낫지 않아요? 이미 강화해서 늦긴 했지만.”

    “9강 하나가 나을걸? 길게 보면?”

    그때, 우릴 지켜보던 나르샤가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서 대답해줬다.

    그러고 보니 나르샤도 게임에 조예가 깊었지.

    “네? 그래요?”

    “으음,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넌 법사 쪽이라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예전에 쓰던 활들이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박히거든. 몹들은 점점 방어력이 좋아지는데 기존에 쓰던 무기로는 앞으로 힘들 거야. 당장 네임드를 상대한다고 해도 거의 안 박힐 거니까.”

    “아, 저도 그런 것이 있어요. 죽어야 할 몬스터가 파이어월 위를 버젓이 걸어 다니고 그랬거든요.”

    “응, 그런 거. 너도 답답하니까 무기 강화한 거잖아. 똑같은 거야. 박히고 안 박히고의 차이.”

    그 말에 챠밍이 바로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당장은 8강 두 자루가 더 나을 것이다.

    듀얼로 빨아들이는 마력 흡수량만 보자면.

    나르샤 말은 8강으로 힘들었던 몹도 9강이면 제대로 된 대미지를 박아 넣을 수 있다, 는 소리다.

    그래야 제대로 흡수도 가능하고.

    나도 사실 10강을 원했는데 10강은 진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거나 엄청 운이 좋으면 가능할 것 같다.

    10강이 필요한 상황이 안 오기를 바라야지.

    당장은.

    ***

    화련 연합은 일단 화련이 한 발을 빼면서 다소 소강에 접어들었다.

    화련 입장에서는 우리가 미친 듯 밉겠지만, 당장 부딪칠 때마다 깨져나가니까 연합을 구성하던 연합 자체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화련이 접속을 안 하는구나.”

    사장님이 어디에서 정보를 들으셨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생각 외로 쉽게 나가떨어지네요.”

    내가 상상도 힘든 금액의 스카우트를 거절했을 때 한 번은 더 치고 올 줄 알았더니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예 접속 자체를 끊어버렸다.

    그 돈에 자존심이면 이대로 넘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

    “화련에 붙었던 길드 대부분이 손을 들고 나왔으니까 더 이상 찍어누르기엔 우리도 무리가 있지.”

    “그렇게 일단락되는 거네요.”

    “일단은 그렇다고 생각해두자꾸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상황을 보기로 하고.”

    처음부터 그랬지만 화련에게 마냥 붙어 있을 수만은 없다.

    애초에 화련하고 붙는 일 자체도 예상에 없었던 일이니까.

    삼각 봉우리가 아니었으면 서로 각자 할 일만 하면서 간섭조차 안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새 지역하고 공성전이 문제네요.”

    “그렇지. 공성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슬슬 준비해야겠지. 마침 이번에 이득을 많이 봐서 길드원들 스펙이 많이 올라갈 거다.”

    “……다 지키지는 못하겠죠?”

    그 한 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하르페, 에띠앙, 페르타 세 곳을 공성전 시간 동안 모두 지켜야 하는데 일단 가장 큰 문제가……

    “절대 무리지.”

    사장님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셨다.

    절대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완곡한 부정.

    방패전사도 한 마디 덧붙였다.

    “안 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역시 그런가요?”

    세 곳에서 나오는 세금은 적지 않다.

    특히 에띠앙과 페르타는 순수하게 우리 길드끼리 해 먹는 곳이라 매주 각자의 통장으로 무시 못 할 돈이 들어오는 중이다.

    나보다 배분이 낮은 우리 팀 개인이 다 억대의 돈을 챙기고 있으니 다 합쳐보면 아마 어마어마한 돈일 것이다.

    “하르페는…… 포기하자.”

    재중이 형이 듣고 있다가 확정하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에 아무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거리상의 문제도 있고, 인원의 문제도 있어. 한 곳 정도는 자력으로 막아낼 수 있겠지만……. 연합 쪽에서 이번에도 우리와 함께한다는 보장도 없고. 걸린 돈이 크니까 아마 다 딴생각 중일 거다.”

    이번 공성전은 정말 개판이 되겠네.

    딱 한 곳에서만 치고받던 것이 아니라 세 곳으로 사람들이 나뉘니까.

    “아, 저기?”

    “응? 왜?”

    이쁜소녀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손을 들자 재중이 형이 말해보라는 듯 대답했다.

    “페르타요. 전엔 공성전에 안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들어가. 룰이 좀 변한 것 같더라. 업데이트 소식 보니까. 2주간 유예를 주기로 했는데 중간에 주인이 바뀐 것도 있고. 세금이 워낙 커서 앞으로는 그냥 다 포함될 모양이다. 다른 서버와 형평성도 맞춰야 한다나…….”

    “으음, 그러면 공성전하고 난 뒤에 새 유적지를 차지하는 것이 좋겠네요?”

    “소녀 머리 잘 돌아가네. 그래, 그게 제일 좋지.”

    “헤헷, 제가 공부를 좀 잘 했어요.”

    칭찬을 들어서 기쁜지 한껏 밝은 표정이다.

    “우리 그럼 이번엔 어디를 지켜요?”

    이쁜소녀가 핵심을 딱 집어서 물어봤다.

    에띠앙이나 페르타 중 양자택일인가.

    어느 쪽이든 수익이 반 토막 나겠네.

    지금이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알지만 더 먹고 싶다.

    안개 협곡 쪽에 유적지가 있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겠지만 위치를 아예 모르니…….

    “그건 앞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형, 여왕 잡으러 가요.”

    “지금?”

    “네, 써보고 싶어서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꽤 재밌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 * * * *

    【 하울링! 】

    방패전사가 하울링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호수의 여왕 시선을 붙들었다.

    그러자 블링크로 사라진 여왕이 방패전사의 뒤에 나타나 검은 날로 변한 두 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호수의 여왕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뒤로 돌면서 바로 물의 방패를 휘둘려 스킬을 외쳤다.

    【 리플렉션! 】

    그와 함께 물빛의 이펙트가 터지면서 호수의 여왕이 덜컥하고 멈춰 버렸다.

    무방비 상태로 자신이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으니 직격에 경직이 일어났을 것이다.

    “주호 들어와.”

    “갑니다.”

    그리고 내가 여왕에게 붙자마자 난도질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쭉쭉 차오르는 마력.

    정말 무서울 정도로 마력이 빠르게 차올랐다.

    굳이 듀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순식간에!

    내 상태 창을 흘깃 살피던 방패전사가 혀를 내둘렀다.

    “9강 카스카라 쩌네. 바닥난 마력이 풀로 차는데 몇 초도 안 걸리는구만.”

    그 말대로 현재 돈값을 제대로 하는 중이다.

    4강 카스카라와는 손에 감기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마력이 차면 바로 심장을 종류별로 돌렸다.

    【 오우거 하트! 】

    힘을 증폭시킨 뒤, 방패전사가 어글을 잡고 있는 동안 딜을 강하게 넣으면서 마력을 채우고.

    【 라미아 하트! 】

    높아진 지력으로는 쿨이 되는 기술을 무리 없이 쏟아 넣었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 어스 퀘이크! 】

    【 비월참! 】

    호수의 여왕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 연이어서 터져나가자 그 자리에 바로 경직이 되어 멈춰 버렸다.

    그 사이 다시 마력을 채워 넣었다.

    【 라이덴 하트! 】

    라이덴 하트로 모든 공격을 전격화로 만들고.

    【 라이트닝 웨폰! 】

    그 위에 라이트닝 웨폰으로 공격력을 세 배는 더 강화했다.

    마지막엔 이걸 바탕으로.

    【 뇌격! 】

    라이덴 블레이드에 내장된 최강의 대인 기술을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차징해서 호수의 여왕에게 시전했다.

    세상이 떠나갈 것 같은 우렛소리와 함께 호수의 여왕 주변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백색 뇌전이 하늘에서 꽂혀 주변 일대를 통째로 녹여 버렸다.

    “으아. 눈부셔.”

    방패전사가 충격파에 뒤로 물러나오면서 인상을 확 썼다.

    높은 지력과 근력, 마력을 풀로 쓴 차징, 뇌전 관련 스킬로 증폭에 증폭을 거듭해서 그런지 뇌격 자체가 초필살기 수준으로 변해 버렸다.

    호수의 여왕 HP 게이지가 보였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쭉 깎여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넓게 푹 파인 대지에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면서 완전히 다른 장소로 바뀌었다.

    그 중앙에 호수의 여왕이 뻗어 있자 챠밍의 각 속성 마법이 차례대로 캐스팅되어 떨어져 내렸다.

    8강까지 무기를 끌어 올려서 그런지 스킬 한 방, 한 방에 호수의 여왕이 이리저리 튕겨 올라갔다.

    “너무 쉽네.”

    “저도 가요!”

    내 말에 이쁜소녀가 바로 뛰쳐나가 7강 포이즌 해머로 호수의 여왕의 몸을 통째로 쳐내서 옆으로 날려 버렸다.

    거기다 해머의 묵직한 단면에 일그러지듯 튕겨 나간 호수의 여왕의 피부가 녹색으로 빠르게 물들어갔다.

    전엔 독성 전이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7강이 되면서 가능한 모양이다.

    고강이 이래서 좋구나.

    공격 자체가 너무 잘 들어간다.

    나르샤는 어글이 넘어가지 않게 꾸준히 뇌전 화살로 딜을 쌓고, 재중이 형은 무기를 전부 스위칭해가면서 연습하듯 호수의 여왕을 두들겨 팼다.

    그렇게 한참을 두들겨 맞던 호수의 여왕이 일어나자 방패전사가 무기에서 뻗어 나오는 한 가닥의 회색 사슬로 여왕을 묶었다.

    【 징벌의 사슬! 】

    어김없이 여왕의 시선이 방패전사에게 고정되자, 우리를 무시하고 방패전사에게 달려들었다.

    강화 수치가 높아지니까 징벌의 사슬도 더 잘 먹히는 모양이다.

    어지간해서는 무조건 방패전사를 바라봤다.

    그렇게 2페이즈가 넘어가고 3페이즈가 됐는데 이때부터 재밌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 여왕이 공격을 안 해요.”

    “정말…… 가만있어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듯 깜빡거리면서 쳐다봤다.

    “왜 공격을 안 하지?”

    방패전사도 의아한 듯 잠시 바라보다 자세를 풀고 여왕 앞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재밌는 장면이 저거냐?”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날 바라보자 내가 카스카라를 슬쩍 들자 바로 눈치채고는 말을 했다.

    “설마, 저거 마력이 다 된 거냐?”

    “네, 그런 것 같죠?”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형이 그냥 웃어버렸다.

    “나 참, 여왕의 마력을 다 빨아먹다니.”

    3페이즈는 보통 마법을 사방으로 쏘면서 진행된다.

    그런데 마법을 쓸 마력이 없으면?

    개털이지 뭐.

    “앞으로 마법사들은 네 앞에서 마법도 못 쓰겠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급소를 노려서 크리를 최대한 만들어낼 수 있는 내겐 마력을 뽑아먹기란 너무 쉬운 일이다.

    이번 공성전.

    이걸로 준비는 충분한 것 같네.

    예비 훈련은 제대로 했다.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하는 호수의 여왕을 마무리하고 아이템을 모두 챙겼다.

    “이대로 거대 지네랑 미스트 윙까지 가죠.”

    네임드 순회.

    이쁜소녀의 무기와 우리 무기들을 더 강화하려면 앞으로 꾸준히 네임드들을 털어야 한다.

    그때 갑자기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카이저> 모두 빨리 돌아와라. 페르타 쪽 난리 났다.

    무슨 일이지?

    페르타에 일이 생길 것이 있던가?

    의아한 눈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봤지만 형도 모르는지 고개를 저었다.

    <카이저> 오우거 로드가 페르타를 공격 중이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도록.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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