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
#225화 폭죽놀이 (1)
내가 모두 지른다는 말에 사장님이 잘못 들었다는 듯 다시 물어보셨다.
“정말 한두 푼이 아니다.”
사장님의 우려 섞인 표현에 다시 한 번 맞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휴, 못 말리겠구나. 재…… 아니지. 불멸아, 이놈 좀 어떻게 해봐라.”
당황하셔서 그런지 재중이 형의 본명을 입에 올리셨다가 다른 길드 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바로 아이디로 바꾸셨다.
나와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어깨만 으쓱했다.
“필요하니까 하겠죠. 저도 마침 강화는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됐네요.”
“흐음, 그렇다면 말리지는 못하겠구나. 그게 얼만데…….”
강화를 좋아하시는 사장님조차 말릴 정도라…….
이번에 받는 액수가 크기는 큰 모양인데?
“이 정도로 배분받을 수 있는 것은 아마 다음에는 어렵다고 봐야겠죠.”
재중이 형이 그런 말을 하면서 재밌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뭐, 나도 저 말에는 동감한다.
“이번에는 좀 심했죠. 제가 생각해도.”
“원래라면 라이덴 하트는 지상용이 아니야. 공중전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녀석이지. 그걸 땅에서 사용해 버렸으니…….”
라이덴 하트와 라이덴의 시너지.
굳이 탑승하지 않고서 초강력 갈고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마치 배터리가 충전되듯 마력을 무한으로 뽑아내 버렸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다.
혼자서 수백 단위의 사람들을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눌러 버린 밸런스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무쌍.
기존 로스트 스카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아마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재중이 형이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더니 골치 아프다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무조건 패치될 거다. 이건 어쩔 수 없어.”
“각오하고 있어요.”
“이거 참, 너무 잘 써먹어도 문제네.”
“많이 해 먹었으니 됐죠.”
“운영자 애들 너 보면 잡아먹으려고 하겠다.”
“안 그래도 밤에 돌아다닐 때 뒤를 돌아보고 다녀요.”
“크크, 잘하고 있네.”
그냥 우스갯소리지만 정말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영자들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것 같다.
“라이덴 하트는 거의 봉인 수준에 가깝게 너프 될 거야. 지금 같은 상황을 다시 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재중이 형의 말에 그냥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저 정도로 너프 될 거라니 속은 좀 쓰리네.
“너 하나 살리자고 유저들 다 떠나가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지. 운영자도 바보는 아니니까.”
게임사의 사정을 봐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너무했다 싶으니 한 번 잘 써먹은 것으로 넘어가야겠지.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공성에서 써먹었다면 어땠을까 물어봤는데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아마, 패치 하고 공성 자체를 다시 했을 거다. 지금 밸런스에서 라이덴 풍차를 누가 막을 수 있겠냐. 이번에야 한 세력을 누른 정도로 끝냈으니 말이 덜 나오겠지만 공성은 아니야.”
“반발이 심했을 거라는 소리죠?”
“그래, 적당히 잘 해 먹었다는 소리다. 화련 상대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입을 털지는 않을 거야.”
화련이 날 잡는다고 지나칠 정도로 사람을 모아둔 덕에 정말 많이 해 먹었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네임드 강화로.
그동안 생각만 하고 차마 손을 대지 못했던 부분까지 넉넉하게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카스카라나 기존 네임드가 성능이 너무 처져서요.”
“우리 마력도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흡수를 해도 원하는 수준으로 못 따라올 거야.”
“네, 그래서 카스카라를 두 자루를 들고 하는데도…….”
임시방편으로 카스카라를 듀얼로 꺼내 쓰는데 이러면 다른 무기를 쓸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딜이 나오지 않으면 그만큼 흡수하는 양이 줄어든다.
블러디아는 물약으로 어떻게 한다고는 해도 카스카라는 이야기가 다르다.
“많이 부족하지?”
“솔직히 그렇죠. 자연회복으로는 심장을 제시간에 다 돌릴 수가 없어요.”
오우거 하트, 라이마 하트.
성능은 최고다.
다만 한 사람이 전부 돌리기에는 마력 공백이 너무 크다.
쓰면 마력이 바로 바닥을 드러내니까.
내 마력은 거의 마법사급이라 그걸 자연회복으로 다시 채우고 쓰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전장에 빨리 뛰어들지 못한 것도 마력 회복이 늦어서 심장을 다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라이덴 하트와 라이덴의 시너지를 위해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라이덴을 계속 타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도 하고.
결국, 돌고 돌아 강화를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답은 강화지.”
“네, 먹은 만큼 투자를 해야 앞서나가죠. 이제 와서 뒤처지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요 녀석 다 컸는데?”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듯 미소 지었다.
“하긴 우리가 가성비를 따지기에는 좀 멀리 와 있지.”
가격 대비 최고 성능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최고 성능만을 원한다.
그 가격이 얼마가 들더라도.
그때, 방패전사가 다가와 누가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쁘락치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 그 문제가 있었지. 안 그래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스파이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재중이 형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스칼렛이 길드 내에 있다고 알려주긴 했지만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사장님하고 행적을 몇 번 대조를 해보면 후보는 줄일 수 있어. 아님 간단한 방법도 있고.”
“간단한 방법요?”
방패전사가 의외의 소리를 들었는지 귀를 기울였다.
뭐지?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재중이 형이 우리 모습을 보고는 재밌다는 표정 가득 담은 얼굴로 말을 꺼냈다.
“화련에게 직접 물어보면 돼.”
“에……? 그게 됩니까?”
“안되면 말고.”
방패전사가 허탈한 표정을 짓는데 사실 이 방법이 제일 쉽기는 하다.
“이 녀석이 물어보면 답해줄걸?”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내 어깨에 손을 턱 하고 올려놓았다.
“하하, 자기 밑에 온다는 조건이 있겠지만요.”
“뭐, 듣고 난 뒤에 나 몰라라 해도 되고.”
“화련이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닐 거예요. 이건 나중에 정말 못 잡으면 한 번 시도해 볼게요.”
선택지에서 아주 빼놓지는 못할 정도로 쉽고 편한 방법이다 보니 배재는 못하겠네.
정말 안 되면 써먹어 봐야겠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사장님을 비롯한 각 길드의 분배가 끝났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분배 문제로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식으로 빠르게 처리한 모양이다.
드랍 템이 수만 개가 넘어가면 또 모르겠는데 나올 아이템의 수가 한정되어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사장님과 스칼렛이 따로 빠져서 뭔가 의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내가 부탁한 내용인가 보네.
스칼렛이 놀란 얼굴로 흘깃 나를 바라보는 것을 보면.
돈도 많은 사람이 뭐 이런 것을 가지고 놀라나.
화련에게 꿀리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여자가 이 정도에 놀라면 안 되지.
스칼렛이 사장님과 이야기를 끝내고 내게 다가와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원하시는 물건 바로 구해다 드릴게요. 아마, 그렇게 길게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바로 되나요?”
생각 외네?
네임드면 이미 주인이 있거나 아주 구하기 힘들거나 그럴 텐데…….
그렇다고 카스카라가 나오는 네임드만 잡고 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경쟁이 빡세기도 하고.
요즘은 물량이 많이 풀려 찾으려면 아예 못 찾진 않겠지만.
“사실, 저희 쪽에서 물량을 좀 받아둔 것이 있기는 해요. 으음,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들리실지 몰라도 카스카라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못하는 편이라서요.”
“어떤?”
“어머? 모르셨어요? 아이템 비교 점수에서 최악인 템인데. 가격에 비해서 효율이 너무 안 나오거든요. 몇 번 써보다가도 대부분 팔아요.”
“으음…….”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그 좋은 것을 판다고?
“그 돈이면 차라리 다른 템을 쓰겠다는 거죠 뭐. 마력 흡수는 크리가 터질 때 잠깐씩 차는 정도라 같은 돈이면 요즘 유행하는 계곡 7강이나 8강 노멀 무기가 훨씬 대미지가 잘 나오거든요.”
“그 이야긴 들은 적이 있어요.”
재중이 형이 이야기해줬었다.
일반 사냥 쪽에서는 더 나을 수가 있다고.
“사실, 네임드가 PVP에 강한 유틸성이 있어서 쓰는 템이라……. 근데 카스카라 같은 경우는 그 유틸성도 굉장히 안 좋은 편이라서요. 마력이 떨어지기 전에 보통은 승부가 끝나죠. 그리고 패턴이 일정한 몬스터에 비해 사람에게서 마력을 빼앗기는 정말 힘들어요.”
흐음, 난 사람이 더 좋을 때가 많은데 의외네.
몬스터는 단단한 녀석들이 많아서 고전할 때가 있는데 사람들은 노릴 곳이 너무나 많다.
“네임드라 고강을 못하는 이유도 한몫하고요. 가성비라고 해야 하나요? 가격에 비해서 대미지가 너무 안 나오니까 그래서 원래 네임드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갈아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어요. 대부분은 갈아타고 있고요.”
확실히 네임드가 가성비로 쓸 만한 아이템은 아니다.
“요즘 랭킹이 수직 상승하는 사람들 많죠? 노멀 고강으로 갈아탄 사람들의 사냥 속도가 올라서 그래요. 요즘 유행이 변하고 있어요. 그리고 몇몇 네임드는 아예 버려지기 일쑤구요.”
우리 길드에도 그런 사람이 제법 있다.
이건 뭐 강화를 하라고 하늘에서 밀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딱 필요할 때 사람들이 안 쓰는 무기가 되어 돌아다닌다니.
재중이 형이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더니 피식 웃어버렸다.
“이거 참, 될 놈은 뭔 짓을 해도 다 되네.”
“그러게요.”
난 일단 될 놈인가 보다.
***
《 모든 유저분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5분 뒤 임시 서버 점검이 시작됩니다. 》
역시 점검인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다.
접속을 끊고 VRS를 나와 게시판을 확인하니 역시나 우리 이야기뿐이다.
–미쳤네, 1서버 또 점검해?
–이번엔 점검할만함. 페르타에 최강 연합하고 화련 연합 쟁 본 사람들은 다 이해할걸? 본 사람 손?
–여기 손. 영상 보고 지렸네. 역대급임.
–사실 연합 대 연합은 아니지 않나? 주호 혼자 다 쓸어버리드만.
–그러게, 주호 혼자 무쌍 찍던데? 진짜 주호밖에 안 보이더라.
–랭킹 1위는 1위더라. 포스가……
–1위고 뭐고 밸런스 완전 밥 말아 먹었지. 개인이 그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현질로 되는 수준이 아니더라. 아는 형 지금 억대로 꽂아 넣었는데 전기 풍차에 바로 갈렸음.
–화련 찌끄레기는 그냥 빠지시고.
–화련 쪽에 섰다가 패망했나 보네 ㅋㅋㅋㅋ 꼬시다.
–아무리 그래도 심했음. 게임사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냐? 혼자서 저렇게 다 죽일 수 있으면 앞으로 누가 하냐.
–ㅇㅇ. 맞음. 화련이 아니라 누가 와도 못 막을 수준이더라. 그렇다고 컨을 미친 듯이 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풍차만 돌리니까 끝.
–그 풍차를 아무도 못 막았지. 스킬 하나로 다 쌈 싸 먹음. 근처 가기만 해도 통닭 되어버리니까.
–심지어 범위도 더럽게 넓음. 갈고리 줄 길이가 넘사벽. 화살은 다 피해 버리고, 마법은 거리가 안 닿고.
–문제는 그걸 무한으로 돌린다는 거지. 좀 하다 끝날 것 같으면 어쩔 수 없겠다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거 패치 안 하면 앞으로 안 함. 게임이 좀 되어야 해보지 지금은 아님.
–나도.
–난 할 건데? 어차피 그거 없었어도 니들 주호 못 잡아.
–이 새끼 배신 때리네.
–화련만 진짜 엿 됐는데? 주호하고 계속 부딪힐 것 아냐.
–화련은 좀 당해도 됨.
–그건 인정. 정의구현 제대로 함. 사냥터 와서 맨날 드잡이하던 화련 애들 없어지니 속이 다 시원하드만.
예상했듯 게시판이 한 번 뒤집어져 있었다.
반응을 보면 대부분 밸런스 이야기 뿐.
그나마 사람들에게 밉상인 화련을 쳐서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이미 들고 일어났을지도 모를 정도의 반응이다.
재중이 형 말이 틀린 것이 없네.
그리고 이미 이쪽은 내 손을 떠난 문제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써먹을 것이 남아 있기도 하고.
이제 스칼렛에게서 연락만 오면 되는 건가?
샤워를 하고 식사를 마친 뒤 잠시 기다리니 스칼렛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칼렛> 제가 좀 늦었죠?
<주호> 아뇨, 뭐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하는데요.
<스칼렛> 원하는 물품 대부분 구해놓았어요.
확실하네.
상당히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총알 택배 수준이다.
<주호> 그럼, 들어가서 뵙죠.
<스칼렛> ……이번에 있던 일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건가요?
흐음, 무슨 말을 해야 하려나.
<주호> 이미 끝난 일이니까요. 충분히 이득도 봤고, 뭐 전 그냥 넘어가는데 불멸 형은 너무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그럼, 게임 속에서 지워질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은 따로 하지 않았다.
충분히 알아들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