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19화 (219/1,404)

# 219

#219화 통수와 통수 사이 (1)

<주호> 무슨 일이죠?

<스칼렛> 지금 밀리고 있어요. 지원이 필요해요. 나중에 곱절로 갚을게요.

<주호> 길드원들에게 이야기할게요. 늦지 않게 연락드리겠습니다.

<스칼렛> 네, 지금 귀환하기 힘든 상황이라 빨리 부탁해요. 뒤가 잡혀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주호> 우리가 간다고 해결될 상황인가요?

<스칼렛> 길만 좀 터주시면 바로 빠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이 급해서 더 연락 못 드려요.

그러면서 스칼렛과 연락이 끊어졌다.

……저쪽은 문제가 생긴 건가?

분명히 사전에 조율을 했다.

화련 연합 사람들이 사냥하는 자리를 확실하게 밀어낼 수 있는 인원으로 배치하라고.

길어질 수 있는 전쟁에서 이기려고 미리 정찰도 보내서 염탐도 했고.

덕분에 우리는 적절한 인원으로 충분히 효과를 봤다.

기습이 워낙 잘 먹힌 것도 있고 상대편이 제대로 대처를 못한 덕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칼렛 쪽도 우리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확실히 제압을 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해?

“형, 봤어요?”

“으음, 달 길드가 전력이 이렇게 약했나? 기습을 했는데도 밀렸어?”

재중이 형이 예상과 틀어진 상황에 인상을 썼다.

우리 길드라면 길드원들의 실력과 장비를 알기에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지만, 이건 달 길드의 문제다.

우리가 속속들이 다 알 수가 없는 그런 문제.

“문제가 생기면 치맥이나 소수정예 쪽 길드에서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네.”

그렇게 말하더니 재중이 형이 고민을 하는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형을 모두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이 된다.

“일단, 우리가 제일 가깝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어차피 안 가니만 못하겠지. 움직이자.”

그 말에 길드원들 전부 장비를 분배하던 것을 멈추고 사장님에게 물건을 인계했다.

“일단, 길드 창고에 전부 넣어두마. 들렀다 가면 좀 늦을 것 같으니까 먼저 움직여. 지금부터 지휘는 불멸이 한다.”

사장님이 전체 지휘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무적 길드를 털고 드랍된 많은 아이템을 믿고 맡길 사람이 사장님밖에 없다.

사장님이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원들도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럼, 출발한다.”

재중이 형이 미스트 윙에 타고 날아오르자 모두 일제히 탈것을 타고 날아올랐다.

나도 라이덴을 꺼내서 바로 올라탔고.

“형, 제가 먼저 가볼까요? 정말 급해 보였는데.”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괜히 혼자 갔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이쪽이 손해야. 상황을 살피고 안 된다 싶으면 끼어들지 마.”

가기는 가되 여의치 않으면 빠지라는 소린가.

“그 정도로 상황이 나쁠까요?”

“아마도? 내가 아는 달 길드는 저렇게 전력이 약하지 않아. 애초에 이길만 한 전력으로 분배를 했고.”

“아까 뒤를 잡혔다고 하던데.”

“역으로 포위를 당한 건가? 대체 어떻게 대처했기에…… 달 길드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하나?”

그런 말을 하면서 재중이 형이 앞서나갔다.

달 길드에는 아로하도 있을 건데 그런데도 길을 못 뚫는다니 좀 의외긴 하다.

내가 아는 선에서 재중이 형을 포함, 실력으로 개인이 다수를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까.

“여기서부터 정지. 전부 대기해.”

재중이 형이 사람들을 물리자 다들 탈것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날았다.

내 주변으로도 우리 팀 외에 수호나 최종 병기가 같이 날고 있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재중이 형 혼자 미스트 윙을 타고 앞으로 날아갔다.

【 미스트 윙 안개화! 】

【 안개화! 】

재중이 형과 미스트 윙이 동시에 안개화를 쓰자 흐릿한 잔상만 남기고 아주 옅은 안개처럼 주변으로 동화가 되었다.

완전히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고 유심히 바라보면 굴곡이 전부 보인다.

다만 모르고 있다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정찰에 최적화된 미스트 윙의 주요 기술.

안개화.

지상에서도 재중이 형이 안개화를 쓰고 움직이면 어지간해서는 모를 것이다.

“정찰 한 번 돌고 올 테니까. 신호하면 달려들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

흐릿한 안개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스르륵 바람 속으로 안개가 움직이더니 금세 사라져 버렸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사람이 사라지는 게.”

최종병기가 표정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재중이 형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가상에서만 가능한 거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수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장비를 점검했다.

재중이 형도 스칼렛의 말만 듣지 않고 본인이 나섰다.

찝찝하다고 하던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지. 무턱대고 스칼렛의 말만 듣고 덤볐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최종병기도 장비를 점검하면서 흘려보내듯 말을 꺼냈다.

“이 정도 인원을 움직이려면 확실히 해야지.”

수호도 재중이 형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앞으로 있을 일을 예상하면서.

저 두 사람은 전투를 앞두고 전혀 긴장한 모습은 아니다.

역시 베테랑인가.

“흐음, 난 다른 쪽으로 좀 알아봐야겠다. 역시 뭔가 이상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패전사는 바로 몇 가지 사이트를 띄워서 지금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살피더니 뭔가가 이상한지 눈을 찌푸렸다.

“이거, 상황이 묘한데.”

“왜 그래요?”

“호수 지역이랑 숲 지역 모두 접전이 있긴 했어. 사람들이 게시판에 써놓은 것을 보니까.”

“네, 접전이 생기라고 보냈잖아요.”

음…… 치맥 길드와 소수정예 길드를 에띠앙과 하르페로 따로 병력을 나눠서 보냈었다.

“이거 연락을 해봐야겠는데? 잠시만.”

방패전사가 잠시 사장님과 귓말을 주고받더니 뭔가를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패전사가 다시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한참 연락을 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지금 치맥 길드랑 소수 정예 쪽에서 화련 연합 애들을 찾아다니면서 들쑤시는데 생각한 숫자만큼 자리에 없어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일단, 시간이 지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냥터에 화련 연합이 없어요?”

“있기는 있는데 정찰했던 대로 사냥터에 다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네.”

“흠, 접속 시간 같은 문제가 있지 않아요? 몇 명 차이 나지 않는 경우라면…….”

“그것도 있겠지만, 일단 좀 더 확인하고 연락 준다고 하니까 기다려보자.”

방패전사가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화면을 여러 개 띄우면서 계속 확인을 했다.

“형이 돌아오면 확실히 알겠네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재중이 형이 정찰을 하고 시계를 확인하니 슬슬 안개화가 풀릴 시간이었다.

형도 무리해서 정찰하진 않을 테니 곧 돌아오겠지.

일단, 지금은 다른 사람의 비행시간을 고려해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우리 움직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날아오르긴 했는데 어차피 계속 날고 있을 수 없으니까.

우리가 내려앉자 주변 사냥터에서 사냥하던 사람들이 잠시 흘깃거리다 곧 관심을 접고 사냥을 계속했다.

이 근처는 꽤 유명한 사냥터인지 모든 자리가 사람으로 가득하고 몹이 나오자마자 녹아서 그런지 전보다는 훨씬 쾌적했다.

아니었다면 또 거미들을 잡는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을 테니.

그렇게 점검을 하면서 기다리던 중에 한쪽 하늘의 안개가 짙어지다가 새와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오빠, 왔어요.”

그쪽을 바라보던 이쁜소녀가 제일 먼저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곧장 원래 모습으로 변한 뒤 지상으로 뛰어내려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찰 잘 됐어요?”

“흐음, 좀 찝찝한 부분이 있어서 쭉 돌고 오기는 했는데 일단 지원을 가야겠다. 우리처럼 구덩이는 아니지만 뒤가 막힌 절벽 쪽으로 완전히 몰렸어. 조금 더 시간을 끌면 전멸이다.”

그 정도라면 상황이 정말 급하네.

스칼렛의 연락이 끊긴 것도 이해가 간다.

그때, 방패전사가 다가가 아까 모았던 정보들을 바로 재중이 형에게 전달했다.

그걸 듣던 재중이 형이 계속 고개만 끄덕이면서 듣기만 하다가 뭔가가 이상한지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병력이 이쪽으로 빠진 모양이다. 어쩐지 너무 달 길드가 너무 쉽게 밀린다 했어. 날면서 둘러보니 생각 이상으로 병력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네.”

그 말을 듣고 있던 챠밍이 슬쩍 손을 들자 모두 고개를 돌려서 챠밍을 봤다.

“그럼 왜 저희 쪽으로는 아무도 안 왔을까요? 습격을 미리 알았다고 생각하면 지원이 왔어야 할 것 같은데…….”

챠밍 말처럼 나도 이게 묘하게 거슬리던 부분이었다.

똑같은 늪지대인데 한쪽은 지원이 가고, 한쪽은 지원이 아예 없다고 하면 너무 이상한 그림이 나오니까.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곳부터 치려고 한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재중이 형 말대로 아마 지원군이 더 왔더라도 우리가 다 잡아먹었을 확률이 많다.

아주 연합을 다 몰고 오지 않는 이상은 우리를 어쩌지는 못할 정도니까.

일단 상황 파악부터.

“지원군이 많아요?”

“흐음,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는 않아. 길드 세 개 수준이니까. 달 길드 단독이라면 꽤 힘들겠지. 지원을 요청한 것도 틀린 판단은 아니야.”

공중에서 싹 돌면서 확인했구나.

“결정이 난 건가?”

수호가 미스트 쉴드를 들고 일어났다.

저 미스트 쉴드는 어차피 방패전사가 두 개나 쓸 수 없으니 수호가 사장님을 통해 사 갔었다.

아주 비싸게.

저런 식으로 우리가 건네준 템이 적지 않다.

우리 덕분에 길드원 중 돈 좀 쓰고 실력이 된다 싶은 사람들은 네임드 템을 하나둘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 길드가 세 개나 된다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망설이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한탕 제대로 해 먹을까 하는 그런 표정들이다.

“그럼, 출발.”

재중이 형의 신호에 따라 모두 탈것을 타고 다시 날아올랐다.

라이덴, 미스트 윙, 썬더 와이번이 앞장서고 다른 길드원들이 쭉 뒤를 따라왔다.

“보이네요.”

날아올라 늪지대를 가로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에 몰린 달 길드와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세 개의 길드가 보였다.

지배자 길드.

배반 길드.

트러블 길드.

배반에 트러블이라.

화련 이 여자는 왠지 딱 어울리는 길드만 데리고 다니는 것 같네.

분명 전에 삼각 봉우리에서는 안 보이던 길드들이다.

“새로 포섭했나 보네요.”

“전에 있던 길드들은 많이 이탈했겠지. 그대로 쓸 수 없었을 거야.”

정말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것을 보면 대단하긴 했다.

“몇 번이고 털어주죠 뭐.”

“그래, 호갱님 한번 상대하러 가자.”

공중에서 지상으로 공격이 안 되니까 공중전이 아닌 이상은 타고 다녀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한 번 전투 상태가 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지 않는 이상 탈것으로 날아오를 수도 없기도 하고.

지금 달 길드가 절벽까지 몰리면서 도망을 못 가고 있는 이유다.

날아오를 수 있었다면 진작 탈것을 타고 다 날라 버렸을 테니까.

그 이유 때문에 혈검의 무적 길드도 날아오르지 못해 아이템만 헌납하고 죽었다.

“어느 쪽에서 내려요?”

“그냥 합류하는 편이 낫겠지. 외곽에서 치고 들어가는 것도 좋긴 한데 합류하기 전에 달 길드가 다 죽을지도 몰라. 좋은 일 하고 생색내려면 일단 살려줘야겠지.”

“그럼 내려가죠.”

내 라이덴이 달 길드 근처로 바로 하강하자 길드원 전체가 날 따라서 하강했다.

그렇게 수십의 탈것이 지상에 내려서자 스칼렛과 아로하를 비롯해 달 길드 전원이 우리를 바라봤다.

그런데 우리를 바라보는 스칼렛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보통은 안도하는 얼굴이어야 하지 않나?

착 가라앉은 표정이라…….

뭔가 복잡한데?

오히려 옆에 있는 아로하가 평소 표정이 없던 것과 다르게 날 봤다가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왜 우리가 왔는데 이런 분위기지?

“형,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아요?”

“……이거 당한 것 같은데. 거참, 나도 이런 실수를 하나.”

스칼렛의 표정을 보자마자 뭔가 눈치챘는지 재중이 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 길드 사람들도 눈치를 챘는지 전부 달 길드와 거리를 두고 원을 그리면서 한자리에 모였다.

위치가 좋지 않아.

화련 연합과 달 길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포위된 형국이다.

“다 연기였냐? 절벽까지 몰려서 도망가던 것이?”

재중이 형의 차가운 말투에 주변이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다.

“연기가 나쁘진 않았죠?”

스칼렛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배신이라…… 재미있는 짓을 했네.”

“이쪽이 꽤 좋은 제안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스칼렛이 연합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화련을 가리켰다.

그런 모습과 다르게 내게만 따로 귓말이 들어왔다.

<스칼렛> 제 귓말에 대답하지 말고 반응도 하지 마세요. 어색하게 연기하면 정말 저 울어버릴 거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스칼렛> 그쪽에 화련 끄나풀이 있어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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