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11화 (211/1,404)

# 211

#211화 이것은 키잡? (1)

내가 아이템을 전부 회수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라는 표정과 의문이 가득했다.

심지어 우리 쪽 연합인 전설, 달, 소수정예, 치맥 길드조차도 똑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이쁜소녀나 챠밍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이 루팅을 시도할 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 내가 모두 회수하자 그제야 다들 안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밝게 웃으면서 내 옆에 와서 섰다.

대부분의 공격을 피한다고 꼴이 말이 아니다.

심지어 본인의 몸이 아닌 탈것을 컨트롤 하면서도 끝까지 완벽에 가깝게 몸빵을 해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모양이다.

“형, 탱도 잘하시네요?”

“너 날 뭘로 보냐. 경력이 몇 년인데 탱도 다 해봤지.”

아…….

이 형, 못 하는 것이 없었지.

그래도 설마 탱까지 잘할 줄은 진짜 몰랐다.

“형, 혹시 힐러 쪽도?”

“그것도 내 전문이지.”

…….

전부 다 전문이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하는 모양이다.

진짜 게임의 경험치가 다르네.

방패전사가 탱을 못해서 어쩌나 했는데 결국 아무 문제 없이 무난하게 끝나 버렸다.

“자, 이제 사람들 의문을 좀 풀어줘야 하나?”

재중이 형이 손을 살짝 들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그리고 재중이 형의 입에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궁금하기는 할 거다.

이때를 위해 일부러 드랍 템을 내버려 뒀으니까.

원하는 사람은 모두 루팅을 할 수 있도록.

재중이 형이 사방을 한 번 스윽 둘러본 다음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잘 들어, 일단 네임드 템은 전량 우리가 가져간다.”

그 말에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넘어 혼잡스럽게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말도 안 돼. 다 같이 잡았는데.”

“왜 너희가 다 가져가냐.”

“강하다고 막 나가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억지 부리지 마라.”

“옳소. 제대로 분배해라.”

마치 아이템을 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덤벼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단, 저번 일자 업데이트 꺼내서 한 번 봐라. 의문을 풀어줄 테니.”

재중이 형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마지못해 업데이트 내용을 꺼냈다.

서로 궁금하기야 할 테니까.

[ 공지사항 ]

▷ 몬스터 총 HP의 일정 수준 이상을 공격해야 아이템이 드랍 되도록 변경됩니다.

▷ 대미지를 일정 수준 이상 주지 못하면 루팅할 수 없도록 변경됩니다.

▷ 대미지 수준은 몬스터마다 다르게 설정됩니다.

이건 지난 업데이트 내용의 일부다.

몇몇 눈치 빠른 사람들이 먼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을 더듬었다.

“……설마 우리 모두 일정 수준 이상 공격을 못 했다는 소리?”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말을 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대부분 이해는 하지만 납득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어차피 다들 알게 될 내용이라 미리 푼다. 개체마다 다르겠지만 네임드는 최소 0.1%퍼 이상. 그 아래로 대미지를 주면 루팅조차 못 해. 운영자가 먹자를 방지하려고 패치한 내용이지.”

이건 재중이 형과 수호, 최종병기가 호수의 여왕을 잡으면서 따로 체크했던 부분이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최소한의 대미지를 주고 어느 수준까지 대미지를 줘야 토글이 가능한지를 실험했었다.

0.1%가 적어 보여도 네임드의 HP가 백만 이상이면 적어도 1천 이상의 대미지를 줘야 한다.

네임드의 방어도를 생각하면 유저가 한참을 쳐야지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고.

다른 말로 잠시 와서 깔짝거리며 때려봐야 절대 네임드의 템을 먹자할 수가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네임드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더욱.

“우리가 0.1%도 못 깎았다고?”

“그래, 여기 아까 루팅을 시도했던 모두가 그것도 못 깎았다는 소리다. 혹은 그것보다 훨씬 못 깎은 사람도 있었겠지.”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하나 더. 3% 이상 대미지를 줘야 네임드 아이템을 루팅할 권한이 생긴다.”

“3%?”

“네임드가 떨어뜨리는 아이템에 네임드 템만 있는 것은 아니지.”

재중이 형 말대로 네임드를 죽이고 나면 물약이라든지, 강화석, 귀환석 같은 각종 기본 템도 상당히 많이 떨어진다.

돈도 많이 드랍되는 편이고.

결론적으로 0.1% 이상 대미지를 줘야 잡템이라도 손에 쥘 수 있다는 소리다.

네임드 템은 최소 3%.

“0.1% 이상 때리고 네임드 아이템만 빼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거기까지 패치했겠지. 그리고 3% 이상 대미지를 줘도 하나 밖에 토글을 못 해. 그 이후로 퍼센트가 점점 늘어나니까. 개수만큼.”

그 말은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전부 시선을 돌려 순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잠깐, 아까 주호 혼자 전부 루팅하지 않았어?”

“……그럼 혼자 대체 몇 %를 깎은 거야?”

“하, 못해도 열대여섯 개는 넘어 보이던데.”

“혼자서 45% 이상을 깎았다고? 아니지, 네임드 재료템까지 치면 오히려 그것도 적겠네.”

“누구는 0.1%도 못 깎는데…….”

“미쳤네.”

“저게 사람 새끼냐.”

경악.

충격.

약 45%와 0.1%.

누가 봐도 답이 나온다.

아니, 이건 비교하고 말고 할 이야기조차 안 된다.

천 명이 넘는 사람이 나머지 50%를 깎았다고 치더라도 개인당 0.05%가 채 안 된다.

몇몇이 계산을 해봤는지 바로 안색이 굳어졌다.

이건 레이드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드랍템을 달라고 하기엔 너무 말도 안 되는 수치니까.

“자, 이래도 자신이 템을 가져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앞으로 나와. 내가 그놈 철판을 생각해서 뭐라도 하나 쥐여준다. 그 정도 철판이면 나도 인정하지.”

재중이 형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외치는데 아까의 그 기세등등함과 다르게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레이드는 모두가 녹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정도 사람이 모여서 레이드를 하는 첫 순간이기도 하니까 녹화만 해둬도 두고두고 소장가치가 있다.

다른 말로 여기서 나대면 서버에 이름 석 자가 확실히 박히게 된다.

0.05%도 못 깎고 아이템을 분배해 달라고 하는 것만큼 쪽팔리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

이건 우기면 우길수록 자신이 바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호> 운영자가 도움이 될 때가 있네요.

<불멸> 그러게 말이다. 패치 한 번 기가 막히게 해놨어.

사람들의 원성으로 먹자를 방지하고자 만든 시스템.

그 시스템을 우리가 역으로 제대로 써먹고 있었다.

운영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아마 또 말이 나오겠지만 이건 운영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기들이 그렇게 패치를 했으니까.

그때, 사장님이 앞으로 나서셨다.

정리할 타이밍인가?

“한 가지는 확실히 하지. 여기를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를 뚫은 것은 누구지?”

그 말에 한참 웅성거리던 대부분의 사람이 말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화련 연합을 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은 또 누구고? 거기다 PK 후 드랍 템의 배분도 전혀 손대지 않았지.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꽤 많이 챙겼을 거라고 보는데? 내 말이 틀렸나?”

사장님이 주변을 다시 둘러보면서 말을 이으셨다.

“그리고 화련 연합에게서 삼각 봉우리를 모두에게 돌려줬지. 거기다 만약, 미스트 윙을 처리하지 못하고 미스트 윙이 계속 여기서 머물렀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건 답이 이미 나와 있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수가 아무리 많아도 지금은 미스트 윙을 처리할 수가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여기가 완전히 버려진 사냥터가 됐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누가 죽을 것이 뻔한 사냥터에 와서 사냥을 할까.

“앞으로 삼각 봉우리에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그 말이 끝나자 그나마 할 말이 있어 보이던 사람들까지 입을 꾹 다물었다.

깔끔한 정리네.

앞으로도 역대급으로 남을 공중 레이드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우리가 최대의 수혜자가 된 채.

***

삼각 봉우리는 화련 연합에게서 완전히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화련이 다시 돌아와서 깽판을 친다?

이건 아마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보이는 부분만 해도 손해가 엄청나다.

만약, 그걸 전부 물어주고 다시 사람을 모은다면 또 모를까.

아무리 화련이라고 해도 그 정도로 자금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모아왔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적어도 우리가 있는 한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전설, 달, 소수정예, 치맥 길드 사람들은 각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사장님 연설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바로 빠져나가 먼저 자리부터 잡았다.

“챙길 건 알아서 챙기는군.”

재중이 형이 졌다는 식으로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고 우리는 페르타의 길드 건물로 돌아왔다.

템 정리도 해야 하니까.

이번에 얻은 템이 적지 않다.

“스칼렛이나 전설이 바로 지시를 내리던데요? 눈치 하나는 정말 빠릅니다.”

방패전사 역시 비슷한 표정이다.

“늦으면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가 날 테니까. 혼란스럽기 전에 잘 빠져나갔지.”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고 사장님과 몇 마디를 나누더니 화련 연합에게서 뺏은 아이템을 수아에게서 건네받았다.

“여기요. 너무 많아서 나눠서 운반했어요.”

그러더니 수아 옆에 있던 다른 여자 길원들이 동시에 아이템을 테이블에 쏟아냈다.

7 이상인 고 강화 무기며 예전 네임드 템까지 간간이 섞여 있었다.

너무 많네…….

이건 전 길드원들에게 넉넉하게 분배해 주고도 넘치는 수준이다.

미스트 윙이 입구에서 잡은 사람이 적지 않으니까.

일단, 그 템들을 전부 시장 가격과 비교하면서 나눌 것은 나누고 경매할 것은 그 자리에서 경매를 했다.

템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공평하게 나눌 수 없으니까.

한참 동안의 작업으로 워낙 많은 템이 돌아가자 전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 단시간 내 얻은 수익으로는 최고치가 아닐까?

일단, 우리는 여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가질 템은 따로 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길드원들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 덕분에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다들 알고 있으니.

그렇게 충분한 양의 아이템을 분배하고 난 뒤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우리끼리의 시간을 가졌다.

“전과 동일하네요.”

내 인벤에 있던 템을 전부 테이블에 쏟아내 목록을 쭉 확인했다.

“오버 패치가 되고는 처음 잡는 네임드라 변경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이구나.”

사장님도 흡족한 모습이다.

이번 레이드의 일등 공신은 누가 봐도 나다.

미스트 윙을 삼각 봉우리 입구에 처박질 않나, 전격화로 미스트 윙에게 대미지를 엄청나게 줬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오히려 루팅이 대미지 미터기 역할을 대신했다고 해야 하나?

“너 가지고 싶은 대로 가져가.”

“그래도 돼요?”

“아, 다는 말고 반만. 우리도 좀 먹고살자.”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

“반이면 충분하죠.”

이번 공중 레이드의 지분을 따지면 내가 반 이상, 재중이 형이 1/4 정도이려나?

그만큼 둘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고생을 똑같이 하긴 했지만, 일등 주역들은 나와 재중이 형이다.

으음…….

상상 이상으로 전격화가 사기였네.

일단, 제일 원했던 윙 블레이드를 한 자루 더 챙겼다.

듀얼로 윙 블레이드를 쓰면 순간적으로 두 개의 검이 모두 사라지는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미스트 윙의 심장.

전에는 재중이 형에게 양보했지만, 이번에는 가져오기로 했다.

미스트 망토는 챙기려다가 그냥 뒀다.

등 부분의 방어가 좀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내가 움직임이 워낙 격해서 오히려 휘날리면서 방해를 할 확률이 더 높다.

망토에 내장된 안개화는 심장과 겹치기도 하고.

미스트 윙의 링은 쓸만해서 바로 챙겼다.

막상 이것들을 가지고 오니 더 가져올 것이 없네.

윙 배틀 액스는 헤이스트라서 쓸 일이 없고, 방패는 아예 안 쓰니 더 그렇다.

민첩이 붙은 윙 벨트도 내게 그렇게 의미가 없지.

오히려 힘 벨트나 마력 벨트가 내겐 더 좋다.

윙 부츠의 플라이는 그렇게까지 필요한 템은 아니라 그대로 뒀다.

그리고 미스트 윙 탈것은 다른 사람이 쓰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

“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그동안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거의 다 채웠다.

“너무 쓸어가는 거 아냐?”

“더 가져가요?”

“아이고, 살려줍쇼.”

재중이 형이 엄살을 떨자 사람들이 모두 웃어버렸다.

윙 배틀 액스는 재중이 형이 가지고 갔다.

재중이 형은 헤이스트를 쓸 수 없어서 꼭 필요하다나.

윙 벨트는 이쁜소녀가 챙겼다.

중병기를 들어서 모자란 민첩을 채워야 하니까.

미스트 망토는 챠밍이 위험할 때 회피기로 쓰기 위해서 가졌고.

윙 부츠는 나르샤에게 넘겼다.

탈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플라이로 공중에서 공격하면 상당히 이득이 되겠지.

혹은 탈출기로 쓸 수도 있을 테고.

방패전사는 탈것이 너무 부실해 미스트 윙을 받기로 했다.

미스트 윙 정도 되어야 공중에서 네임드와 격돌할 때 몸빵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재중이 형이 탱을 하는 것보단 방패전사가 하는 편이 내게는 훨씬 좋다.

어글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미스트 쉴드는 수호에게 비싸게 팔기로 했고, 미스트 토네이도, 헤이스트, 에어 붐, 에어 블레이즈도 챠밍은 이미 소유 중이라 아이꿍이나 다른 마법사 길드원에게 팔기로 했다.

“전체 경매를 부치면 값이야 더 나오겠지만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무기를 쥐여줄 필요는 없겠지.”

사장님의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 조각은…… 아직은 무리겠구나.”

테이밍이 가능한 눈물 조각이 두 개나 있는데도 써먹을 수가 없다.

미스트 윙이 두 마리 더 있으면 진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당장은 무리겠지.

그리고 이번에 미스트 윙을 잡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초강력 갈고리가 있으면 해봄 직한.

거기다 챠밍과 약속을 하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한 번 해볼까?

내가 챠밍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자 미스트 망토를 몸에 걸치던 챠밍이 내 시선을 느끼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으음, 부끄러워할 타이밍은 아닌데…….

“챠밍 너, 내가 약속 한 거 기억나?”

“네? 어떤?”

“전에 호수의 여왕. 심장 얻어준다고 했잖아.”

“아…… 으음, 그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거 내가 얻어줄게.”

“정말요?”

챠밍에게는 호수의 여왕의 심장이 더없이 필요하다.

무려 마력 대비로 지력을 올려주니까.

소녀 라미아까지 소환하면 지금 상황에선 정말 행성 파괴급 일인군단이 된다.

“그래, 호수의 여왕을 좀 키워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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