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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07화 (207/1,404)

# 207

#207화 하늘에서 춤을 (3)

미스트 윙이 광풍을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하자 삼각 봉우리를 막고 있던 방어 병력들이 추풍낙엽처럼 휩쓸렸다.

누구는 돌풍 공격에 휩쓸려 미스트 윙에게 끌려가 물려 죽고 누구는 탈것이 죽으며 떨어져 죽고, 누구는 탈것과 통째로 휘말려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그대로 떨어지기까지.

맹수가 자리를 찾아오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먹이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전력차.

애초에 일반 안개 새를 타고 미스트 윙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기본적인 비행조차 유지할 수 없는데 아무리 본신의 레벨이 높아 봐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삼각 봉우리를 지키고 있던 수많은 궁수와 마법사의 죽음은 또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

키에엑!!

마치 사람들이 레벨업을 하듯 몸에서 광채가 빛나며 미스트 윙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입힌 상처가 모두 회복되기 시작했다.

“몹이 레벨업 하는 걸 눈앞에서는 처음 보네요.”

“아아, 나도 처음 보네.”

애초에 눈앞에 보이는 몹은 죄다 잡다 보니 우리 앞에 선 몬스터가 살아 돌아간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런 기회 자체가 없었다.

“아주 팔팔하게 돌아왔구만.”

레벨업을 한 미스트 윙이 다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사방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광풍 스킬을 주변으로 뻗어냈다.

“심지어 레벨업 하면서 MP도 다 회복됐나 보네. 스킬을 막 남발하는 것을 보면.”

재중이 형의 얼굴은 전혀 놀란 표정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그런 표정이다.

이런 거 좋아했구나.

남이 완전 바보 되는 그런 광경을.

“체력도 다 찼겠네요?”

“아무렴. 백날 때려봐라. 또 레벨 업 하면 끝인데.”

미스트 윙이 날뛰고 단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삼각 봉우리의 방어벽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초토화.

그나마 초반 돌격에서 살아남은 마법사와 궁수들이 좌우로 흩어지며 미스트 윙을 공격했는데 지금 여기에 온 것은 미스트 윙만이 아니다.

키엑!

네임드에 링크된 수십 마리의 엘리트 안개 새.

미스트 윙이 공격하는 방향 쪽으로 엘리트 안개 새들이 동시에 날아들어서 바로 초토화를 했다.

저 사람들 수준에서는 한 마리도 버거운데 그게 수십 마리가 몰렸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거의 분쇄기로 갈리는 수준이라 처참하기까지 하다.

“화련이 엘리트 한 마리 내려오면 극진히 모신다고 했었지?”

“네, 전 그렇게 들었었어요.”

“많이 데려왔으니 더 극진하게 모시라고 해. 크크.”

정말 즐거운 표정이네.

아무래도 내 주변엔 정상적인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심지어 방패전사까지 재밌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니 할 말 다 했지.

“왜 이렇게 본진이 안 나오죠?”

이 정도로 들쑤셔 놓았으면 나올 때도 됐는데?

“아, 일부러 안쪽에서 엘리트 새가 내려올 때를 맞춘 거라. 여기와 반대로 안쪽은 꽤 허술할걸?”

“아까부터 시간을 계속 보더니 이유가 있었네요.”

어쩐지 내가 미스트 윙을 끌고 오려고 할 때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것까지 염두에 뒀구나.

“혹시나 못 끌고 오면 어쩌나 했는데.”

“절 어떻게 보시고요. 이미 두 번이나 해봤는데요.”

“이젠 선수구만.”

재중이 형이 졌다는 식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전에는 아예 라이덴을 끌고 와서 미스트 윙과 싸움을 붙였었다.

지금은 대상이 좀 다르긴 하지만 난이도는 비슷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라이덴 쪽이 더 힘들었지.

그땐 썬더 와이번으로 끌고 와서 죽을 위기를 수십 번 넘겼으니까.

“어글을 그런 식으로 넘겨 버리자고 할 줄이야…… 요 녀석 아주 요령만 늘었어.”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내 머리를 손으로 헝클어뜨렸다.

“좋은 게 좋은 거죠. 쓸 수 있을 때 써먹어야 하고.”

물의 방패로 어글을 반사 못 시킨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재중이 형이 미스트 윙 심장의 효과를 보여준 순간, 언제든 이건 꼭 써먹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동기나 탈출기 이상의 뭔가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은 보란 듯 성공했고.

삼각 봉우리의 입구는 초토화가 됐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네임드의 힘으로.

***

“미쳤어요.”

스칼렛이 오자마자 하는 말이다.

“하…….”

전설은 그저 어이가 없다는 듯 삼각 봉우리의 입구를 멍하게 보고 있었다.

“맡겨달라기에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어마무시하네요.”

감탄을 하는 이슬두잔의 동공이 엄청나게 흔들렸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준을 넘어갔으니까.

“우린 소수 정예 간판을 떼야 할 것 같군요. 설마 네임드를 끌고 와 방어진에 박아 버릴 줄이야. 그것도 혼자서.”

유령은 자기네 길드 간판을 떼니 어쩌니 이러고 있다.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

애초에 이건 동급의 탈 것이 있어도 하기 힘든 짓이다.

정면으로 날아가면서 뒤에 끌고 오는 네임드의 공격을 계속 예측하면서 피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뒤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최상 난이도의 문제다.

정답으로 가는 길이 한없이 먼 그런 문제.

감탄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 길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다.

미스트 윙은 선전포고였고.

“시작하죠.”

입구를 깼으면 남는 것은 전진뿐.

법사와 궁수 부대로 꽉 막힌 삼각 봉우리의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나머지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라이덴 소환! 】

처음으로 등장하는 라이덴의 모습에 주변의 연합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저거…… 역시 홍보용이 아니었어.”

“와, 포스가 장난 아니네.”

“일반 탈것하고 차이부터가 다르잖아.”

“저런 갑주 형태의 비늘은 본 적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미스트 윙 저것도…… 아까 그 네임드랑 같은 것 아냐?”

“네임드가 최소 두 마리라는 소린데.”

“최강하고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던가?”

“더 벌어지면 곤란한데…….”

“이거 안개 새랑 투닥거릴 때가 아니군.”

감탄도 많았지만, 역시 같은 편에서도 이 정도 스펙의 차이는 꺼려지는 모습이다.

오늘은 아군이 내일도 아군이라는 법도 없고.

“꽤 소란스럽네요.”

“뭐 감탄 반, 시기 반. 그런 거지. 유명인의 숙명 같은 거라 생각해.”

재중이 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어넘겼다.

“자! 가자!”

팔을 크게 들어 올려 재중이 형이 신호하자 모두 탈것을 꺼내 들고 일제히 날아올랐다.

대부분의 다른 길드는 색과 종류가 약간씩 다른 안개 새를 타고 있지만, 우리 팀은 다르다.

최소 엘리트.

라이덴, 미스트 윙, 썬더 와이번이 날아오르자 자연스럽게 안개 새들이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카이저> 연합전체에 알림. 어차피 공중전은 붙기 시작하면 난전이라 진형을 잡기 힘드니 힐러를 포함한 파티 위주로 팀 편성하고. 주변 팀 위치 항상 확인하면서 움직이도록. 첫 번째 타깃으로 입구에서 도망가는 적 연맹원을 친다.

“단순하네요.”

“공중전은 개판이 될 거니까. 공중에서 당장 진형 갖춰서 싸우기는 좀 무리지. 길드끼리 편대 비행 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저쪽도 조건은 같아.”

결국 개개인의 능력에 맡기는 셈인가.

<불멸> 수아 팀, 빠져서 아이템 수거부터 해.

미스트 윙이 수십이 넘는 유저를 학살하면서 떨어뜨린 아이템이 적지 않다.

거기다 입구를 지키면서 PK를 꾸준히 해 아이디가 붉어진 상태라 죽으면 바로 아이템이 드랍 된다.

재수 없으면 몇 개가 떨어질지도 모르고.

우리에겐 재수가 있는 거겠네.

이미 수십 개가 넘는 고가의 아이템이 드랍되어 공중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냥 주우면 임자다. 저건.

그리고 약속이 되어 있다.

입구를 뚫어주는 대신 입구에서 떨어지는 모든 템은 우리가 가진다고.

다만, 본인들이 잡은 것까지는 우리가 터치하지는 않는다.

네임드가 잡아서 떨어뜨린 것에 한해서만 우리가 모든 소유권을 가진다.

<수아> 네! 빨리 수거하고 따라갈게요.

전 길드원이 다 모이다 보니 예전에 재중이 형에게 구원을 받았던 궁수 여자도 참가를 했다.

요즘 눈에 안 보여서 잊고 있었더니 길드 전체의 행사다 보니 참가한 모양이다.

우리야 워낙 따로 움직여서 다른 길드원이 같이 사냥하기엔 문제가 있기도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정이 누나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안 되는 1순위 여자다.

<주호> 흐으음?

<불멸> ……아 진짜 아니거든?

<주호> 아니면 말지, 호들갑이시네요.

<불멸> 농담 그만하고 밀자!

<주호> 네네, 다음에 기회가 있겠죠.

20개 길드, 여기는 5개 길드인가?

쪽수로만 보면 거의 4배 차이다.

이제 4배 차이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이번 싸움의 관건이 된다.

<카이저> 저쪽 연합에 선전포고 간다.

《 최강 길드와 지배자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신화 길드와 지배자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전설 길드와 지배자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달 길드와 지배자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불멸> 나르샤 한 대 날려.

<나르샤> 알았어, 잠시만.

나르샤가 대답을 하더니 라이덴 석궁을 들어서 여기저기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 화살에 맞은 지배자 연합 유저들이 잠시 우리를 쳐다봤다가 미스트 윙에게 쫓겨서 다시 달아나 버렸다.

이쪽을 쳐다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미스트 윙과 엘리트 안개 새들이 입구를 초토화 시키고 있으니.

<불멸> 이러면 이제 도망 못가지.

<주호> 분명히 그런 시스템이 있었죠…….

예전에 귀환 시스템으로 계속 도망가 버리니 패치를 해버린 적이 있다.

적대 관계를 확인한 상태로 몇 초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귀환을 쓸 수 없도록.

심지어 로그아웃도 안 된다.

밖에서 누군가 VRS 전원을 내려주지 않는 이상은……

<불멸> 보자, 5, 4, 3, 2, 1. 오케이. 이제 쟤들 못 튄다.

선전포고에서 적대관계, 귀환 불가까지.

우리 팀과 프로 게이머 팀이 모든 것을 고려해 작전을 짰다.

단 한 놈도 튀지 못하도록.

<불멸> 오늘 아이템 제대로 다 뱉어놓고 가라고 해.

재중이 형이 그러면서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좋은 흥분 상태인가?

진형이 갖춰져 있을 때야 어렵지 혼비백산 흩어지면서 도망가는 유저를 잡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 바람의 가속! 】

썬더 와이번을 타고 있는 이쁜소녀나 우리 팀들은 모두 가속을 사용해 순식간에 도망가는 유저들을 잡아서 그 자리에서 녹여 버렸다.

안개 새 따위로는 도망 자체를 못 가니까.

그리고 굳이 가속 스킬을 쓰지 않아도 라이덴은 빠르다.

순식간에 안개 새로 입구 바깥으로 달아나는 마법사 한 명을 쫓아갔다.

“꺄! 오지 마!”

여자 마법사였지만, 이런 것을 봐줄 때는 예전에 지나갔지.

전투에 들어가면 적은 남녀 불문이다.

따라잡는데 걸린 시간은 단 5초.

라이덴으로 바로 옆까지 따라잡고는 억센 이빨이 잔뜩 달린 큰 턱으로 안개 새의 목을 강하게 물어뜯었다.

“꺄!”

그리고 바로 라이덴의 등을 밟고 안개 새로 넘어가 마법사를 라이덴 블레이드로 깔끔하게 그었다.

동시에 여 마법사의 목에 스파크가 일면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단 한 방인가?

역시 던켈 급의 무기답다.

무게 때문에 급소 찌르기가 꽤 난해한 던켈보다 이쪽이 훨씬 다루기가 편하다.

강하기도 하고.

살려달라는 애처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데 그대로 윙 블레이드로 사용해 바로 끝내 버렸다.

그런 눈을 할 거라면 남들도 죽이지 말았어야지.

이런 사람들이 제일 싫다.

자신들이 힘을 휘두를 때는 좋아하다가 막상 불리해지면 안면을 싹 바꾸는 그런 사람들.

오늘 좀 많이 죽여도 적어도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라이덴 블레이드와 윙 블레이드를 잡은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마치 좀 더 사용해 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불멸> 난 이제 진입한다.

<주호> 네, 형 부탁해요. 조심하고요.

재중이 형이 이 작전의 두 번째 핵심이다.

바로…….

***

입구 중앙은 미스트 윙이 설쳐대면서 난리가 났고, 입구 바깥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은 우리 연합이 철저히 틀어막으며 하나도 남김없이 녹여 버렸다.

어떤 사람은 도망갈 곳이 없어 그대로 삼각 봉우리의 안쪽으로 도망가 버렸고.

뭐, 상관없나.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입구 쪽 유저들이 줄어들자 미스트 윙이 피어를 질러대면서 그나마 남아서 버티던 유저들까지 모두 바닥으로 떨궈 버렸다.

애초에 네임드의 피어에 일반 안개 새가 버틸 수가 있을 리 없지.

압도적인 전력 차.

공중에서는 네임드 한 마리가 한 마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전천후 요새나 다름없다.

죽일 녀석들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미스트 윙의 눈길이 우리 연합에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불멸> 자! 간다!

재중이 형의 역할은 바로 저 미스트 윙을 삼각 봉우리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일이다.

갈고리를 걸쳐서 강하게 잡아당기더니 바로 재중이 형과 미스트 윙이 삼각 협곡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안개화가 있어서 딱히 걱정은 안 한다지만…….

엄청난 난이도의 작업을 혼자 하라고 보내놨더니 괜히 걱정이 된다.

누구보다 잘 안다.

네임드를 뒤에 달고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거기다 지금 적들이 우글우글한 곳으로 들어갔으니까.

재중이 형이 미스트 윙과 링크된 엘리트 새들을 모두 끌고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로 수십 명의 유저가 뛰쳐나왔다.

마치 벌집을 쑤셔 놓아 벌들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무언가에 피해 달아나듯.

<카이저> 일제히 점사!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그 말에 입구를 싹 감싸고 있던 우리 연합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법과 화살을 날려서 나오는 족족 찍어내기 시작했다.

“끄악! 이게 뭐야!”

“다들 도망가!”

“어디로 도망가라고!”

“미친 새끼들. 두고 보자.”

수많은 아이템을 뱉어내며 죽음의 빛으로 사라지는 지배자 연합원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봤다.

천혜의 요새를 반대로 뒤집으면 입구만 막으면 되는 천혜의 포위망이 된다.

날아서 절대 도망갈 수 없는 그런 함정과도 같은.

그래,

지배자 연합은 오늘 여기서 다 죽는다.

한 놈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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