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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00화 (200/1,404)

# 200

#200화 혼돈의 늪지대 (3)

누가 뭘 먹고 튀어?

이거 순간 멍해지는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지?

<스칼렛> 저기요? 계세요?

내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내 모습을 화상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어온다.

아, 이쪽은 그만큼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나나 주변에서 듣고 있던 우리 팀, 길드원 모두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주호> 잘 듣고 있어요. 잠시 제가 멍했네요.

<스칼렛> 깜짝 놀라셨죠? 저도 처음에 듣고 이게 무슨 일인가 했거든요. 그래서 바로 연락드린 거예요. 아직 못 들으셨을 테니까. 서프라이즈 맞죠?

<주호> 확실히.

내가 고개를 돌려 사장님께 눈짓으로 이거 대체 뭐냐고 물어봤다.

바로 알아들으신 모양인지 사장님도 누군가에게 급하게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사장님도 분명히 저쪽에 빨대를 꼽아놨다고 했으니 연락이 오겠지.

스칼렛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겠지만, 이쪽에서도 교차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 큰 건이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지.

<주호> 대체 뭘 어떻게 팔았다는 거예요?

<스칼렛> 네임드 템이요. 바닥까지 싹 쓸어서 전부 들고 날랐어요. 아직 팔리진 않았지만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풀리겠죠. 지금 그래서 페르타 쪽이 난리가 났어요.

<주호> 미쳤네요.

진짜 미쳤다.

한두 개도 아니고 전부?

처음 잡는 네임드라 템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텐데…….

그걸 전부 들고 날랐다면 이건 역대급 사건이다.

로스트 스카이 역사에 남을만한.

우리야 네임드 템을 항상 둘둘 말고 있으니 느끼지 못하는 중이지만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우와, 하는 아이템들인 데다가 하나하나의 가격 자체도 넘사벽이다.

돈으로 치면 정말 억 소리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 시장에 풀린다면 말이지.

그리고 반드시 풀리게 되어 있다.

품에 안고 캐릭터 삭제를 하지 않는 이상은.

그러려고 빼돌린 것이 아니니까 분명히 풀린다.

<주호>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죠? 늪지대 레이드에 참여한 수많은 길드가 있을 텐데…….

<스칼렛> 보통은 드랍 템이 나오면 길마가 먼저 잡는 것이 관례거든요. 이건 아시죠?

<주호> 네, 일단 이쪽도 그런 방식을 택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도 사장님이 같이 계시면 사장님이 먼저 싹 쓸어 넣으셨다.

아직까지 별문제가 없었고, 적어도 우리는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스칼렛> 평소에 평판이 엄청 좋았거든요. 길드 사람들 잘 챙기고, 다른 길드 사이에서 알력 조정도 잘 하고, 템 배분도 알뜰하게 잘 챙기다 보니 그동안 해온 평판이 모두를 방심하게 만든 거예요.

<주호> 정말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네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지금 딱 그 말이 생각난다.

<주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 사람에게 그걸 맡겨요?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스칼렛> 워낙 많은 길드가 참여했으니까요. 최강과 다르게 단일 길드로 네임드를 잡을 여력이 되는 길드가 많이 없어요. 아니지, 당장은 아예 없다고 보시면 돼요. 그쪽 길드가 진짜 이상한 거라고요. 이건.

…….

저건 할 말이 없군.

네임드를 매번 단독으로 잡고 있으니 주변에서 보는 시선은 딱 저렇다고 봐야 한다.

<스칼렛> 그렇게 너무 많은 길드가 엮이다 보니 서로 중립적으로 믿을만한 길드를 하나 뽑은 거죠. 사실 이번 레이드에서 실질적인 주도를 하기도 했고요.

<주호> 그 평판을 네임드 템과 바꿔먹었네요.

이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평판은 어디 가서도 쌓기 힘든 귀중한 것이다.

앞으로 쭉 이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부분인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스칼렛이 바로 말을 꺼냈다.

<스칼렛>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그런가…….

난 이해할 수 없지만, 세상엔 정말 다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럴 때 느낀다.

<주호> 그럼, 그 길마는 어떻게 하고 있답니까?

적어도 팔아먹기 위한 용도라면 어떻게든 접속은 해야 하는데 먹튀 당한 길드들에서 가만히 있을까?

내가 저 상황이라면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하나씩 서서히 푸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스칼렛> ……대놓고 경매를 한다고 게시판에 공표했어요.

<주호> 에? 진짜 미쳤군요.

경매를 해?

이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미친놈이다.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역시나 우리 팀도 모두 같은 표정이다.

“또라이 아냐?”

재중이 형조차 감탄 섞인 말과 함께 또라이, 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하지 않는 재중이 형에게 저건 최고의 미사어구지.

“하, 게임 인생 10년에 정말 제대로 된 미친놈을 봅니다. 그걸 뒤에서 몰래 팔아먹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경매를 해요?”

방패전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동네 원래 이러냐?”

과묵한 수호조차 재중이 형을 바라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섭네요. 이쪽 바닥도. 상상도 못 할 일을 벌이다니.”

최종병기도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다.

<주호> 반항이 엄청나겠는데요? 사람들이 항의는 안 합니까?

이건 게임 내적인 것이 아니라 외적인 것이다.

바로 운영자에게 항의하는 것.

어떻게 보면 사기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서.

<스칼렛> 사람들이 벌써 했죠. 온라인 상황에서는 그 사람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템만 들고 나르면 어떻게든 손댈 수가 없는걸요. 거기다 개인 정보 쪽은 워낙 철저하게 감싸고 있어서. 운영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못 잡는다고 봐야 해요.

예전에 척살이던가?

이전 서버에서 백골이 마을에서 나오는 족족 죽여 버리는 식으로 상대방의 피를 말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거야 계속 게임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나 통용되는 문제지 지금 이 사람은 이걸 팔고 수익을 챙기면 계정을 지워 버릴 확률이 아주 높다.

아니, 백 프로겠지.

애초에 게임을 더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게임 속에서는 그 어떤 협박도 안 통한다.

웃긴 것이…….

이 순간에도 템 욕심이 무럭무럭 솟아난다는 것이다.

“형, 경매 참여할 거죠?”

“말이라고 하냐. 해야지.”

역시.

우린 역시 네임드 아이템이 좋다.

그것도 돈만 있으면 아무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데 누가 팔든 무슨 상관인가.

“그럼 가볼까요?”

***

—크크, 이번에 제대로 먹튀 당함. 상위 길드 애들.

—네임드 먹고 날랐다면서?

—지금 네임드 들고 나른 길마 찾는다고 수소문하고 난리 남.

—캬, 그놈 대단하네. 그걸 통째로 들고 나르냐.

—역시 1서버. 스케일이 다르네.

—진짜 한 번 사건 벌어지면 규모 자체가 다르구만.

—우리 서버도 위험한 것 아냐?

—아놔, 길마도 못 믿겠다. 이러면.

—속보, 페르타에서 경매한단다. 네임드 템.

—그 새끼 진짜 미쳤네. 대놓고 팔아? 장물을? 다른 길드들이 전부 자기를 찾고 있는데?

—와, 멘탈 보소. 진짜 보통 멘탈이 아니구만.

—그러니까 다 먹고 날랐겠지.

—네임드 템 전부다?

—전부다.

—이번에 적금 깨야겠다. 진짜.

—그 돈 정도로는 못 살걸. 돈 좀 있다 싶은 애들 죄다 뛰어들 텐데…….

—갓 잡은 네임드 템을 이렇게 파는 경우가 또 있었나?

—없었지. 전에 최강에서 좀 지난 네임드 템 판 적은 있었어도.

—완전 축제네. 축제.

—털린 애들은 악몽이겠고.

게시판이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뭐, 이건 전 서버를 통틀어서 역대급 사건이다 보니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페르타.

우리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마을이다.

경매가 진행되는 곳이 이곳이라 텔레포트를 타고 바로 날아왔다.

이번에 네임드를 잡으면서 페르타가 열렸으니까.

거기다 하르페처럼 숨겨놓은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그냥 전부 공개해 버렸다.

“우와, 여긴 세상이 다 녹색이에요.”

이쁜소녀가 감탄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녹색의 잎과 잎이 이어진 건물 외형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르페가 푸른 물의 장벽으로 이어진 마을이라면 이곳의 테마는 완전히 숲의 장벽이다.

어느 곳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 힘들만큼 둘 모두 서로에게 어울리는 최대의 광경을 끌어냈다.

“예쁘네요. 페르타도. 관광 명소 같아요.”

챠밍도 텔레포트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하며 넋을 놓고 있었다.

베네아부터 느낀 것이지만, 정말 마을 풍경 하나만큼은 테마를 가지고 정말 잘 만든다.

보는 사람에게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개발팀을 얼마나 갈아 넣었는지 모르겠네.”

최종병기가 휘파람을 불면서 앞장섰다.

그리고 여기저기 NPC에게 가서 물품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 독 관련 아이템이 많네. 중독을 풀어주는 템도 팔고.”

“흐음, 하르페의 눈물 같은 역할인가?”

수호도 관심 있는지 연신 물품들을 살폈다.

그 밖에는 거의 비슷비슷하다.

“광장이라고 했던가?”

지도를 보던 사장님이 우리 팀을 이끌고 광장으로 향했다.

미니맵에 표시된 광장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골목부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 관심이 어마어마하네요.”

“네임드 템을 통째로 다 파는 경우는 드무니까. 보통은 길드 내에서 소화하지 이런 식으로 밖으로 내다 팔진 않잖아.”

“하긴, 그렇네요. 우리도 그러니까.”

이래서 경매는 제대로 되려나?

사람이 너무 많잖아.

“돈 좀 있다 싶은 사람들은 다 몰려온 것 같은데요?”

“전에 우리가 안 쓰던 네임드 템 좀 풀었을 때랑 같은 경우지. 오히려 그때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나온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신품이니.”

가치로 환산하면 이쪽이 더 크다는 말이겠지.

“이거 참, 먹튀 당한 놈들만 어이없게 됐네.”

“그러게요. 관심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으니까.”

원래라면 숨어버린 길마를 찾는다고 난리가 나면서 사람들 이목이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텐데 이건 적반하장으로 아예 공개해 팔아대고 있으니 관심이 대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고 해야 하나.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네임드 템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에 고정되어 있지 누가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다.

여론을 완전히 자기편으로 가지고 왔다.

“도둑놈이 더 얼굴 펴고 산다더니……. 틀린 게 없네요.”

내 말에 수호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해줬다.

“이건 뭐 약과다. 밖으로 나가면 도둑놈들이 더 많아. 국개의원부터 세금 도둑까지……. 뒤로 다 해 먹고 밖에선 떳떳하잖아. 문제 생기면 이슈로 덮어버리고.”

수호가 원래 이런 곳에 관심이 많았나?

하긴 프로게이머라고 게임만 한다는 법도 없으니.

“돈이 제법 깨지겠는데…….”

재중이 형이 당장 통장 걱정부터 했다.

그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려 있다.

구경을 하러 온 사람도 많겠지만 그 이상으로 돈을 쓰려고 온 사람도 많을 테니까.

“뭐, 안 되면 그냥 우리끼리 잡아요. 좀 잡다 보면 떨어지겠죠.”

이건 안개 협곡과 오가는 것이 귀찮아서 안 했지만 지금처럼 텔레포트 게이트가 열려 있으면 이곳도 나름 괜찮은 사냥터가 된다.

특히, 네임드만 먹고 빠질 생각이라면.

“쉽지 않을걸. 처음 잡는 것이 어렵지 두 번째는 해볼 만하니까. 경쟁이 심할 거야.”

“음, 그건 그렇겠네요. 굳이 경쟁을 뚫고 잡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겠죠.”

우리가 독점적으로 잡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 대비 손만 많이 가고 귀찮아질 뿐이다.

“자! 오래 기다리셨어요.”

그때 마침, 광장의 단상 위에 한 사람이 경비병들과 함께 뛰어올랐다.

“……여자?”

“응? 너 몰랐냐? 한 번도 남자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네, 당연히 길마가 남자인 줄…….”

나도 참 정보가 어둡긴 하네.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남잔지 여잔지 확인도 안 했다.

누구에게 물어본 적도 없었고.

고정관념이 이렇게 무섭네.

“뭐, 남자든 여자든 무슨 상관이에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그래, 상관없지. 이제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들어볼까?”

단상에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이야기하는 여자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야! 저년 잡아!”

“템 전부 내놓지 못해?”

그런데 단상에 여러 길드 사람들이 달려들면서 외치자 순간 소요가 일어났다.

“경비병.”

……아마 알기로 경비병을 움직일 수 있었지?

길마가 지정한 사람만.

저 길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경비병 운영권을 줬을 리가 만무하니 이곳에서만큼은 길마가 왕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수많은 길드 사람이 경비병에게 잡혀서 질질 끌려나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봤다.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아니면 대놓고 이렇게 하기는 힘들었을 테니.

“이 X년! 너 잡히면 죽어!”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찢어버린다.”

사방에서 욕이 터져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대로 끌려나갔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자 여 길마가 바로 상황을 수습했다.

“좀 귀찮은 파리들이 있어서 미안해요. 그럼 경매를 시작하죠.”

……귀찮은 파리인가.

저 사람 멘탈도 진짜 장난 아니네.

“자, 오늘 네임드 템도 팔긴 하겠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어요!”

뭐지?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일인데…….

“무려! 이 페르타를 팔 예정이에요! 많은 분의 참여를 부탁드려요! 세금이 왕창 들어온답니다! 네임드 몇 개는 서비스로 끼워드릴게요!”

그렇게 여 길마가 신나는 목소리로 외치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이 여자,

진짜 역대급 또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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