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199화 혼돈의 늪지대 (2)
“이렇게 빨리요?”
서버가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벌써 잡혀?
재중이 형이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눈빛을 바꿨다.
“이거…… 빈틈을 찾은 것은 우리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게 무슨?”
“분명히 패치 내용에 네임드가 잡히기 전엔 오버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
재중이 형의 말에 바로 패치 내용이 떠올랐다.
우리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내용이다.
“확실히 그렇네요. 그런다고 이렇게 빨리 잡아요?”
“뭐, 늪지대는 그 전부터 꾸준히 노크하고 있었다니까, 그동안 오버된 네임드가 너무 강해서 헤딩만 하다가 약해지니까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겠지.”
검은 호수의 네임드와 다르게 늪지대의 네임드는 독 속성이라고 들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던 검은 호수의 여왕과 다르게…….
“독 속성은 풀 방법이 있으니까.”
재중이 형 말대로 해적선 네임드를 통해서 포이즌 큐어를 얻을 수 있다.
우리야 거리와 시간 그리고 해 먹을 만큼 했기에 놓아버린 네임드지만, 다른 길드 및 사람들은 꾸준히 경쟁을 했으니 시중에 풀린 물건은 적지 않을 것이다.
손도 못 대는 검은 여왕과 공략을 시도해 보기라도 할 수 있는 늪지대의 네임드를 비교하면 한쪽으로 많이 기운다.
“거기다 우리가 푼 네임드 급 일반 무기도 한몫한 것 같고.”
“아, 경매로 푼 무기들 말이죠. 괜히 풀었나요?”
“아니, 패치 내용을 보니까 지금 말고는 해 먹을 시간도 없어, 최대한 적기에 가장 비싸게 팔아먹었으니 됐어. 어차피 늪지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지. 네임드가 약해진 이상은 곧 공략됐을 테니까.”
“상황이 많이 복잡해졌네요.”
세 번째 유적지가 열리면 모든 상황이 변한다.
그동안 2 유적지인 우리 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분산될 수도 있고, 그만큼 세금을 먹은 반대편이 강해질 수도 있다.
“공성전이 정말 복잡하게 돌아갈 거다. 이번엔.”
공략해야 할 곳이 세 곳이라…….
흥미롭네.
***
점검은 우리가 유적지를 먹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늪지대의 지형이 바뀌면서 이루어졌다.
다만, 이번엔 욕을 좀 많이 들어먹고 있었다.
특히 1서버 사람들에게.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지금은 우리가 안개 협곡을 털면서 생긴 점검 때문에 다들 민감해져 있던 상황이다.
거기다 대고 다시 점검이라…….
—아, 진짜 이제 좀 해보려고 했더니 또 점검이야?
—장난해? 유적지 먹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게임도 못 하게 하냐.
—그냥 그 지역만 따로 점검해라. 매번 이게 무슨 짓이냐.
—퇴근하고 게임 좀 하려고 했더니. 다음에도 이러면 이 게임 안 한다.
—유적지 먹은 놈들도 개념 좀 챙겨라. 좀 있다가 먹던지. 연달아 점검이 말이냐.
<승호> 장난 아니네요.
서버 분위기가 심상찮다.
점검 동안 잠시 바라본 게시판은 욕만 가득하다.
한 번이야 참고 넘어간다지만 두 번째는 아닌 모양이다.
<재중> 당연히 화나지. 나 같아도…….
우리처럼 게임에 올인한 사람들 외에 저녁 시간을 투자하는 라이트 유저들이 있으니 돈 내고 게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열불이 나는 상황.
그게 게시판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유적지를 힘겹게 먹었는데 욕만 듣고 있네.
우리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구나.
그것과는 별개로 공중 몹에 대한 기대감도 크고.
—들어가자마자 NPC에게 퀘스트 받았는데 금방 새 주더라.
—나도 받음. 하늘 나니까 장난 아닌데?
—완전 재밌었어요.
—근데 얼마 못 날더라. HP랑 MP소모가 너무 심함.
—안개 협곡 가보신 분?
—아직 거리가 멀어서 못 가봤는데, 점검 끝나면 바로 가볼 생각임.
—새 지역이라 기대 되네요. 거기 가면 다른 새도 많겠죠?
안개 협곡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탈것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대부분은 날아서 신기하다는 것과 오래 못 타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여러 이슈가 섞이니 게시판이 엉망이네.
원래라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을 텐데 지금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행선지도 많이 갈리고.
—앞으로 늪지대 가서 사냥해야 하나?
—안개 협곡이 더 나중에 나온 곳이니 경험치가 많지 않을까?
—공중전하고 다르지 않음? 안개 협곡은 공중전만 되는 걸로 아는데.
—몹들이 날아다니면 막 찾아다녀야 하려나? 그럼, 늪지대가 나을 수도 있고.
—어차피 늪지대나 호수나 레벨 대 비슷함. 업하려면 호수가 훨씬 나을걸?
—아, 이제 자리 타령하는 새끼들 좀 줄어들겠네. 사냥터 늘어나서.
—에이, 거기 가면 또 비슷할걸?
—그래도 호수에서는 자리 노래 부르는 애들 별로 없어서 좋았는데, 세금이 너무 높다.
—늪지대도 똑같이 할 것 같지 않냐?
—다 똑같겠지. 하여간 유적지 먹은 놈들 욕심도 많다니까.
우리 이야기인가.
세금이야 어쩔 수 없지.
아직까진 최대로 세금을 먹인다고 우리에게 떨어지는 큰 불편함이 없는 편이니 일단은 최대로 먹이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 버렸다.
<승호> 형, 왜 안개 협곡은 유적지가 없어요?
분명히 네임드를 두 마리나 잡았었는데…….
근처에 유적지가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재중> 나도 모르겠다. 처음엔 미스트 윙이 있던 곳에 유적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네임드들이 하도 이동해 다니니 어딘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
그 말은 찾기만 하면 조만간 유적지를 늘릴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건 일단 맡겨놔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유적지를 먹으려면 미스트 윙을 다시 잡아야 하니까.
비정상적으로 두 마리를 싸움시켜 잡다 보니 정상적인 코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재중> 점검 끝나면 바로 들어와.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58.
> 로딩 중…….
생각보다 점검은 짧게 진행되었다.
하긴 이미 할 만한 점검은 그 전에 다 해버려서 페르타만 손보면 됐을 테니까.
들어가 보니 점검 보상이라고 인벤에 몇 가지 물품이 들어와 있는데 이용권 1일 연장이나 강화석 같은 것들이었다.
운영자들도 아주 생각이 없진 않은 모양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릴 따라다니면서 패치하는 것만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언제 진짜 한 번 찾아가야 하나.
“오셨어요?”
길드 건물에 들어가니 챠밍이 밝게 웃으면서 날 반겼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이제 나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오늘부터 안개 협곡 유적지와 미스트 윙을 찾는데요. 이제 사람들이 안개 협곡으로 많이 넘어온다고 미리 준비한다고 하네요.”
“다 잡아놓고 유적지를 못 먹었으니 찾아야지.”
미스트 윙을 다시 만나면?
이것도 생각이 있다.
운영자들이 날 자꾸 물 먹인다면, 나도 똑같이 해준다.
패치 내용에 아주 재미난 것이 있었으니까.
조금 기다리니 우리 팀이 모두 들어왔다.
거기다 최강 길드 사람들까지.
사장님을 비롯한 수호, 최종병기, 발키리, 사탕 커플과 현역여대생까지.
최종병기가 내게 오더니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 쳤다.
“이번에 재미 많이 봤다며?”
짖궃은 표정으로 웃는데 딱히 따지자고 묻는 것은 아니고 정말 장난이다.
“벌써 다 퍼졌나 보네요.”
하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가.
그렇게 길드원들을 동원해서 움직였는데.
스칼렛 쪽도 아마 소문이 퍼질 만큼 퍼졌을 것이다.
아직은 외부로 안 퍼졌으면 좋겠는데…….
“좋은 거 많이 나왔어?”
이건 순수한 궁금증.
수호나 다른 길드원들도 궁금한지 귀를 쫑긋했다.
사장님이야 점검 시간대에 이미 말씀드려서 다 알고 있고.
재중이 형을 쳐다보니 어깨를 으쓱했다.
말해도 상관없다는.
그래서 대표적인 것, 몇 가지 알려주니 입이 쩍 벌어진다.
심장 같은 것들은 일단 말하지 않았다.
이건 일급비밀이니까.
같은 편이라고 해도 되도록 소수만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캬, 대박 났네. 늪지대 아이템 하고는 차원이 달라.”
……?
뭐지.
늪지대 네임드의 아이템을 벌써 알고 있는 건가?
잡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무슨 수로?
“그걸 어떻게 알아요?”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내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걸?
그 말에 사장님이 피식 웃으신다.
“주호야, 다른 길드 애들만 사람을 심어둔다고 생각하냐? 그럼, 우릴 너무 순진하게 본 거다.”
“아…….”
항상 정보가 빠져나가는 그런 위험에 당했는데 알고 보니 이쪽도 준비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사장님도 보통이 아니시네.
이러니 이런 큰 길드를 끌 수 있는 건가?
역으로 상대방 길드에 사람을 심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이 정도로 사람을 굴리려면 얼마나 사람 관리를 잘 한다는 소린지…….
같은 길마인데 이런 것은 정말 차이 나네.
피시방에서 허허, 웃기만 하시던 사장님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혹시 스칼렛 쪽도?”
그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하…….
진짜.
눈앞에서 칼만 안 들었지 이미 뒤에서는 칼을 넣어두고 언제든 찌를 준비가 되어 있다.
여차하면,
혹시라도 배신하면,
바로 처리해 버리겠다는, 그런 각오가 느껴졌다.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예전에도 쁘락치를 우리에게 심어뒀었지.
제우스가.
그럼,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소리인가?
“혹시, 지금도?”
내 말에 사장님이 허허, 하면서 웃으셨다.
저건 맞다는 소리겠지.
“걸러낸다고 걸러냈는데 사람 속을 다 알 수가 없으니. 이쪽도 확실하지는 않지. 지금처럼 하면 최대한 새어 나가진 않겠지만 아마, 우리가 안개 협곡에서 사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어지간한 상위 길드에서 전부 알 거다. 네임드를 두 마리나 잡은 것은 모를 테지만.”
어딘가에서 계속 정보가 새고 있었네.
누군지는 모른다라…….
“스칼렛 쪽에서도 이쪽에 넣었을 수가 있겠네요.”
재중이 형이 팔짱을 끼고 내게 진지한 톤으로 말을 했다.
“십중팔구는?”
역시 그런 건가.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소수만 움직이면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소리다.”
…….
이거 소 뒷걸음질 치다가 여러 마리 밟은 셈이네.
정보도 정보지만 순전히 그냥 독식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거든.
굳이 이런 건 말 안 해도 되겠지.
아무튼 이런 방식을 지지한다니 앞으로도 길드원 눈치 안 보고 해 먹을 수가 있겠네.
“오빠! 우리만 쏙 빼놓고!”
현역여대생이 삐진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얘는 아니겠지.
일단 대회를 통해서 들여왔으니까 그럴 확률 자체가 적다.
최종병기나 수호는 말한 것도 없고.
발키리 아주머니나 사탕 커플도 신원이 확실하니까 사장님이 데리고 다니는 거다.
그리고 슬이아빠, 체리, 천둥, 해신, 아이꿍 정도가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
같이 다녀봤을 때 정보가 안 샜으니.
“해신 형은 요즘 뭐 해요?”
대회가 끝나고 거의 못 봤었다.
따로 길드 행사에 참여한 것 같지도 않고.
“아, 해신? 롱 블레이드 하나 얻더니 그걸로 한참 썰고 다니더라. 확실히 무기를 많이 타는 타입이야. 손에 촥 감기나 봐. 나중에 개인 랭킹 한 번 봐라.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으니.”
“그런가요?”
패치되면서 제작 무기 중에 롱 블레이드도 있었으니 무기의 선택 폭이 다양해졌다.
현실에서의 본 실력이 그대로 나오면 꽤 까다롭겠네.
일단 믿을만한 사람들은 다 모았고.
미스트 윙을 잡을 준비는 여기까진가.
제 3 유적지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든 안 넘어갔든 그건 일단 우리와는 바로 연관이 되진 않는다.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계속 치고 나가야 한다.
그때 스칼렛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칼렛> 다들 접속해 계시네요.
이 여자도 우리에게 사람을 심어놨다 이거군.
재밌게 돌아가네.
<주호> 좀 전에 접속했어요.
<스칼렛> 지금 늪지대 쪽 완전 난리 났어요. 혹시 아세요?
무슨 일이지?
그쪽 일이야 그쪽끼리 알아서 할 문제 아니던가.
<주호> 잘 모르겠네요. 사실 지금 그쪽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서.
<스칼렛> 길마가 먹고 튀었어요.
<주호> 네? 그게 무슨 말…….
<스칼렛> 길마가 싹 팔아먹고 튀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