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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92화 (192/1,404)

# 192

#192화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들면 (8)

“빨리 튀어요!”

둘 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근처에 오자마자 튀라는 소리부터 했다.

“뭐? 튀어?”

방패전사가 얼떨떨하게 반문을 하자 나르샤가 바로 화를 냈다.

“그냥 로그아웃하라고! 이 자식아!”

로그아웃?

대체 뭐가 있길래…….

이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바로 이쁜소녀와 나르샤가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올렸더니 저 멀리서 엄청난 크기로 보이는 괴조가 보였다.

저건…….

전에 봤던 네임드와는 또 다른 녀석인데…….

크기도 크기지만,

문제는 괴조의 온몸에서 강력한 안개 바람이 불어 공기가 찢어지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이렇게 거리가 먼데도.

…….

저건 못 잡는다.

모두 엘리트를 타고 있지 않는 이상은.

보자마자 튀라는 이유를 알겠다.

보아하니 이쁜소녀의 썬더 와이번을 따라온 모양이다.

“다들 마을로 튀어!”

재중이 형이 나와 같은 판단을 했는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물약도 없으니 여기 있어 봐야 제자리라 마을로 튀는 쪽을 택했다.

이쁜소녀와 나르샤는 접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무 문제 없이 바로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모두가 함께 귀환을 눌렀다.

***

시야가 돌아온 곳은 에띠앙의 중앙 광장.

“다 살았냐?”

재중이 형이 일단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나도 같이 둘러보는데 모두 자리에 있었다.

“저도 있어요.”

“여기도.”

이쁜소녀와 나르샤도 먼저 날아와서 숨을 몰아쉬는 중이다.

“어우, 대체 그건 뭐야?”

방패전사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좀 전에 봤던 것을 복기하는 모습이다.

“네임드였어.”

“커다란 새였어요.”

나르샤와 이쁜소녀가 동시에 말을 했다.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네.

그래, 그냥 그건 네임드다.

누가 봐도.

이렇게 대놓고 도망 올 정도라…….

앞날이 깜깜한데?

“일단, 길드 건물로 가죠.”

내가 앞장서니 모두 따라서 일어났다.

걸으며 주변을 보니, 제법 사람이 많이 들어왔다.

길드 건물에 도착하자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형, 이제 장사는 더 못하겠는데요?”

“뭐, 그렇지. 돌아가서 전체 공개로 바꾸자. 많이 팔아먹었으니까 됐다.”

마법 저항 세트를 검은 호수의 여왕 덕분에 많이 팔아먹었다.

국민셋, 혹은 교복 수준으로 올려놨으니까.

돈 좀 있으면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이 마법 저항 세트다.

물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사람들 수준이 높아져서 며칠 사이에 꽤 많은 사람이 에띠앙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들 역시, 마법 저항 세트를 비싸게 팔아먹다가 지금은 다 아는 이야기로 변해 버렸다.

에띠앙에서 제작이 된다는 것을.

비싸게 산 사람들만 호구가 된 상황이다.

그만큼의 차익은 우리가 다 해먹은 상태고.

“세금 때려! 에띠앙은 하르페보다 더 올려지니까.”

“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내가 알기로 하르페는 최대 3%밖에 못 먹이는데 에띠앙은 10%까지 올려진다.

“왜 이렇게 세금 책정 차이가 나요?”

“당장은 모르지, 생각나는 게 있긴 하지만.”

“뭐, 추측이라도 좋으니 말해 줘요.”

재중이 형이라면 추측이라도 대부분 맞겠지.

맹목적이기는 한데, 또 그게 대부분 맞아떨어지니까.

그게 정말 무서운 거다.

앞일을 어느 정도 때려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아마 오지나 높은 사냥터로 갈수록 세금을 많이 때릴 수 있을 거야. 너 생각을 해봐. 사냥터는 점점 늘어나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분산되는데 처음부터 같은 세금을 때리면 가면 갈수록 손에 남는 것이 있을까?”

이것도 스칼렛이 말한 것의 일부인가?

사냥터가 늘어나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다 챙길 수 없다는…….

“아뇨, 뭐, 그래도 기본 물품이 비싸지니까 많이 남지 않나요?”

“그만큼 NPC 굴리는데 들어가는 돈도 많이 들겠지. 하르나 성벽 보수 같은 것도 많이 들어갈 거고. 거기다 오지로 갈수록 몹도 강해질 텐데 그것들 방어하려면 돈이 장난 아니게 깨질 거야. 세금이 적어서 돈이 안 된다? 누가 그 유적지를 사수하려고 하겠냐.”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오지나 험한 쪽 사냥터로 갈수록 세금을 많이 때릴 수 있다는 소리겠네요.”

“점점 서로 다른 사냥터로 분산되니까 분산된 사람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게끔 해야 유지가 되겠지. 거기다 몬스터 순환까지 겹치면 유적지 지키기가 더 힘들 수도 있고. 그만큼 돈이 되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소리지.”

“복잡하네요. 일리가 있기도 하고.”

“뭐, 아직까지는 추측이고. 운영자들이 아주 머리가 없는 게 아냐. 소소한 몇 가지는 놓치고 있지만 중요한 큰 흐름은 잘 만들어놨어.”

추측인데 정말 그럴싸하다.

앞으로 패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후에 열릴 먼 유적지는 그만큼 세금이 비싸겠네요.”

“아마도, 이제 유적지를 더 늘리느냐, 있는 것을 잘 굴리느냐의 문제가 또 남았네.”

하르페와 에띠앙 이야기다.

“에띠앙 세금 많이 때리라는 것이 다음 공성전엔 못 지킬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니에요?”

“너, 요즘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그 정도야 뭐, 척하면 척이죠.”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도 뭐 이야기가 잘 통해서 재밌고.

“다음엔 못 지킬 확률이 더 높아. 그렇게 패치를 할 거다.”

“하긴, 못 지키라고 해둔 공성전을 우리가 다 이겨 먹었으니까요.”

다들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뭘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넘지 말라고 놔둔 계곡도 뛰어넘어갔으니,

아마…… 비상이 걸려 있지 않을까.

뭐, 내가 그 사람들 걱정할 처지는 아니고.

“……그 네임드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글쎄다. 당장 방법이 안 보여. 원래 거기 서식하고 있던 괴조는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다른 쪽이 문제야.”

“와이번 아빠요?”

그때, 듣고 있던 이쁜소녀가 불쑥 끼어들었다.

“와이번 아빠?”

“네, 와이번 아빠요. 썬더가 엄마였으니 그 정도로 보이지 않아요?”

그 천진난만한 질문에 모두가 웃어버렸다.

“일단, 다들 생각 좀 해봐. 오늘은 이만 쉬고, 준비되는 대로 시간 맞춰서 한 번 더 가보자.”

“네, 그럼 이따가 봬요.”

“고생하셨어요.”

“네! 나중에 봐요.”

챠밍, 나르샤, 이쁜소녀가 인사를 하고 먼저 나가고 나도 차례대로 따라서 나가려는데 스칼렛에게서 연락이 왔다.

흐음…….

아무래도 새 사냥터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연락한 것이겠지?

일단은 받는 것이 맞으려나…….

“형, 스칼렛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말해줘요?”

“으음, 뭐, 큰 사업 하나 같이 해보자고 말해 봐. 우리가 전부 손쓰기는 귀찮으니까.”

“예이, 예이.”

재중이 형 생각은 딱 알겠다.

길드 사람들을 전부 데려와 레벨을 올리고, 중간 유통은 스칼렛에게 전부 미루려는 생각이다.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쪽이 훨씬 남는 장사다.

우리가 다 해 먹어도 되지만, 일단 길게 보고 가려는 건가?

그리고 제일 큰 장점은 우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로.

스칼렛이 그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것 같으니까.

내 예상으로 스칼렛 쪽에서 당분간 죽었다 깨어나도 엘리트는 손도 못 댄다.

이쁜소녀 같은 사람이 없는 이상은.

그리고 새로운 맵의 정보를 얻기 위해 죽어가면서 헤딩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어머? 받으시네요?”

“잠시 이야기가 길어져서요.”

“……정말 넘어가셨어요?”

“네, 뭐, 넘어가서 사냥도 좀 하고…….”

“진짜요? 거길 넘어갔다고요?”

왜 이렇게 못 믿나?

의외로 쉽게 넘어갔었는데.

지금 내 관심사는 그걸 넘어가고 못 넘어가는 것이 아닌 네임드에게만 맞춰져 있다.

“역시 괴물.”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으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겠네요. 사실, 다른 것 때문에 연락드린 건데 이젠 의미가 없겠어요. 그럼, 이렇게는 어때요?”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상대방도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우리도 적당히 들어맞는다.

약간의 수치 조정이야 재중이 형이 알아서 해줬고.

새 돈벌이가 생기겠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스칼렛이 적당히 뻥튀기할.

***

접속을 끝내고 VRS로 나왔다가 유혜선 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혜선> 먼저 연락을 주시고 어쩐 일이세요?

<승호> 조만간 제 주변 사람들 한 번 데리고 찾아가도 될까요? 전에 RTP 수치 한번 재어보고 싶다고 해서요.

<혜선> 네, 바로 해드려야죠. 아, 그리고 전에 말씀드린 PV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 말이에요. 윤곽이 잡혔어요. 관련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승호> 저와 관련 있는 건가요?

<혜선> 네, 그건 이번에 오실 때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승호> 네, 조만간 제가 밥 한 번 대접할게요.

<혜선> 어머? 돈 많이 버신다고 들었는데 저 많이 먹어요?

<승호> 하하, 원 없이 드시게 해드릴게요.

<혜선> 예쓰! 그럼 다음에 봐요.

<승호> 네, 들어가세요.

이 사람도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57.

> 로딩 중…….

피곤해서 잠이 깊게 들었다가 접속을 늦게 했더니 이미 모두가 들어와 있었다.

요즘 왠지 모르게 몸이 많이 무거운데 이번에 가면 한 번 물어봐야겠네.

<불멸> 여! 왔냐?”

<주호> 네, 다른 사람들은요?

<불멸> 길드 사람들 계곡 너머로 넘겨주고 있다.

<주호> 아, 벌써요?

<불멸> 아무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하루아침에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넘어가야 그 사람들도 테이밍을 하든 사냥을 하든 뭐라도 할 수 있다.

몇 명만 넘겨서 테이밍을 하고 그 사람들이 이후에 옮기기 시작하면 일이야 일사천리다.

“결국, 잡을 거죠?”

“어, 그게 아니면 급하게 사람들을 넘길 필요가 없지, 뭐, 수입도 확인하고, 겸사겸사.”

밤늦게까지 둘이 대화를 하다가 낸 결론은 하나.

지금 수준으로는 절대로 못 잡는다고,

둘 중 어느 쪽이라도.

그래서 한참 고민을 했다.

그리고 다른 해답에 도달했다.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겠지만.

일단, 그래서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넓은 맵을 우리가 다 뒤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일단, 괴조 쪽의 둥지를 먼저 찾는다.”

***

<스칼렛> 찾았어요.

벌써?

겨우 이틀이 지났는데 저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스칼렛> 그냥 주변 수색만 하다가 스무 명이 죽었어요.

……생각 이상으로 피해가 크다.

난감하네.

<스칼렛> 이건 다 계약 조건에 들어가 있어서 이쪽 손해는 이쪽 안에서 다 해결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주호> 정말 깔끔하네요.

<스칼렛> 다른 것은 몰라도 약속 하나는 칼 같이 지키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좀 해요. 이번처럼.

벌써, 바람 계곡 무기가 불티나도록 팔려나가고 있다.

그것도 경매를 통해서.

낮은 가격엔 절대 안 팔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스칼렛이 일은 아주 잘 한다.

그저 그런 일반 템을 네임드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비싸게 팔아먹고 있으니까.

누가 옵션도 안 달린 템을 사갈까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돈이 있는데 템을 사지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기다 벌써 바람 계곡 무기로 최대의 딜을 뽑아내는 방법이 잔뜩 올라오고 있었다.

스탯을 뭘 박아야 한다던지, 공격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 무기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까지.

그리고 얼마 뒤 사장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카이저> 와이번 아빠 찾았다.

이쁜소녀가 지어준 이름이 닉네임처럼 변했다.

<주호> 어디서요?

<카이저> 멀지 않아. 괴조가 있는 곳과.

<주호> 흐음. 그렇다는 말이죠?

<카이저> 정말 할 거냐?

<주호> 네, 지금이 제일 좋은 때 같아요.

<카이저> 애들은 숟가락 올리지 않도록 잘 이야기해 놨다.

<주호> 감사합니다.

역시 사장님.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아신다.

이제 남은 것은…….

와이번 아빠를 만나러 가야겠다.

<주호> 다들, 준비하세요. 와이번 아빠 작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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