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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91화 (191/1,404)

# 191

#191화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들면 (7)

썬더 와이번을 얻고 난 뒤 이건 이쁜소녀에게 양보했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거 소녀 아이디어야.”

“……정말요?”

“어, 내가 헛소리하는 거 봤냐?”

“네, 너무 많이 봐서…….”

“크, 이 자식이!”

그러면서 오랜만에 헤드락을 거는데 이 정도는 전혀 아프지 않다.

내가 힘이 더 세거든.

“이젠 아파하지도 않네. 괴물이 다 됐구만.”

“튼튼하죠, 뭐.”

그런데 정말 이쁜소녀가 이 아이디어를 냈어?

이쁜소녀가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벌이지만 한계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맨몸으로 떨어지는 것은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

챠밍이었다면 아마 거품 물고 기절했을지도 모르겠고.

뭐, 막상 닥치면 하겠지만.

이게 재중이 형이 낸 의견도 아니고 이쁜소녀가 낸 의견이라니…….

내가 이쁜소녀를 바라보자 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내밀면서 귀엽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재밌었어요!”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내 파티에 상상을 초월하는 인재가 있어 다행이었다.

덕분에 썬더 와이번을 코도 풀지 않고 잡아냈으니까.

“소녀가 그 정도가 아니면 못 떨어뜨릴 것 같다고 하더라. 감도 좋지.”

“깡도 좋죠.”

내 말에 다시 이쁜소녀가 기쁜지 빙그레 웃었다.

쟤도 뭘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

이쁜소녀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번개 쏘는 애가 너무 잘 피했잖아요, 그리고 전 공격할 방법도 없고…… 구경만 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생각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에 오빠하구 언니가 하늘에서 떨어져서 레서 와이번을 잡았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죠 뭐.”

“그건…… 뭔가 타고 있을 때 얘기고, 너 블링크도 못 쓰잖아.”

“아! 맞다. 나 못 쓰지…….”

얘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생각도 안 하고 무작정 한 거네.

재중이 형은 대체 뭘 믿고 이걸 같이 한 거야.

허락을 했으니 둘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건데.

“아, 그냥 재밌을 것 같더라고.”

“하아…… 진짜, 끝이 좋으니 다행이네요.”

“그러게, 그럼 우리 썬더 와이번 구경이나 해볼까?”

“네! 잠시만 기다려 봐요. 바로 꺼낼게요.”

【 썬더 와이번 소환! 】

엘리트.

최초의 엘리트 공중 탈것이 이쁜소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능력 좋았으면 좋겠네. 개고생하면서 잡았으니까.”

재중이 형이 손을 슥슥 비비며 이쁜소녀를 바라봤다.

“으음, 일단…… 민첩이 엄청 높아요.”

“얼마나?”

“아, 불멸 오빠! 레서 와이번 수치 좀 보여주세요.”

“어렵지 않지.”

그렇게 비교한 두 와이번의 차이.

“이거 심한데?”

“차이가…….”

“민첩하고 지력 쪽이…….”

재중이 형, 방패전사, 챠밍이 보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르샤도 보더니 깜짝 놀랐을 정도로.

“뭐야 이 스탯들. 완전 언밸런스잖아.”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썬더 와이번을 바라봤다.

민첩이 무려 10이나 높다.

특히 지력 쪽은 15나 차이가 나고.

대신 체력이나 근력 쪽은 레서 와이번과 비교했을 때 평이한 편이었다.

도저히 엘리트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건 완전히 회피형 마법사입니다만?”

방패전사가 그동안 봤던 테이밍 펫과 다른 것에 혀를 내둘렀다.

“스탯 진짜 괴랄하네.”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평가다.

이걸 보고 있으니 예전 최종병기가 대전에서 썼던 딱 그런 스탯과 유사하게 보였다.

“거기다 마법 공격도 있어요!”

이쁜소녀가 스킬 란을 살펴보더니 신나게 말했다.

“아까 그 정도면 꽤 쓸만하겠네. 지력이 워낙 높으니 어지간한 몹에는 다 통하겠는데? 나중이라면 몰라도 당장은 쓸 수 있겠다.”

재중이 형이 원판 썬더 와이번을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방에 때려잡을 정도의 위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잠시 경직만 된다면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딱, 그 수준의 위력만 나온다면.

어쩌면 엘리트 아래 일반 몹은 평정하고 다닐 수 있을지도.

“정말 초반부터 굉장한 녀석을 얻어버렸네요.”

내 말에 모두 기대를 가득한 눈빛으로 테이밍 된 썬더 와이번을 봤다.

과연 얼마나 해주려나.

***

“거기 도망간다! 잡아!”

“네! 쫓아가고 있어요!”

내 외침에 이쁜소녀가 도망가는 레서 와이번을 엄청난 속력으로 따라붙었다.

【 가속의 바람! 】

엘리트 전용인지 가속 스킬까지 있고,

가속이 되자마자 뒤꽁무니까지 따라붙어 뇌전을 쏘아냈다.

【 라이트닝 테일! 】

번개로 된 긴 채찍이 도망가던 레서 와이번의 등짝을 강하게 쳐내자 순식간에 경직이 된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나이스!”

저것이 지상을 내려쳤던 그 스킬이다.

다소 위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처음에 진짜 과한 녀석을 잡아버렸구나.

현재 레서 와이번은 지나가는 족족 다 잡아 한 마리씩 테이밍을 완료한 상태다.

그리고 한참 동안 사냥을 했더니 이미 레벨도 하나씩 더 올랐다.

이제 57레벨.

한동안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너무나 쉽게 레벨이 올랐다.

“경험치가 엄청나요!”

“재료 템도 짭짤하고. 아직 만들 수는 없지만.”

이쁜소녀와 방패전사가 서로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이다.

이건 거의 다 이쁜소녀 덕분이다.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레서 와이번을 잡는 것조차 일이었는데, 썬더 와이번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냥 속도가 엄청나게 붙었다.

『 바람 계곡의 블레이드 / 출혈 12 타격 4 』

『 바람 계곡의 소드 / 출혈 10 타격 6 』

『 바람 계곡의 배틀액스 / 출혈 10 타격 12 』

『 바람 계곡의 롱보우 / 출혈 11 타격 11 』

『 레서 와이번의 날개 』

『 레서 와이번의 비늘 』

『 레서 와이번의 이빨 』

『 레서 와이번의……. 』

『 레서 와……. 』

『 레……. 』

완제의 대미지 수치가 카스카라급의 네임드보다 한 수치 위였다.

정확히 카스카라나 데스 위버의 기본 수치에서 1 정도 높은 수준이다.

던켈 보다는 낮지만, 확실히 아쿠아 블레이드와 수치 면에서 동일하다.

추가 스탯이 없고, 스킬이 안 달린 깡통 아이템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노멀 템 수치가 높네요. 네임드와 견줄 정도라니.”

“다만 우리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네.”

재중이 형의 평.

“반대로 말하면 우리 외에는 정말 필요할 겁니다. 네임드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스탯 하나둘 정도는 없어도 괜찮다는 사람이 압도적이겠죠.”

이건 방패전사의 평이다.

방패전사 말대로 노멀 템이 네임드 템과 같은 스탯을 가진다면 누가 봐도 혹할만한 아이템이 된다.

“사냥터 하나는 제대로야.”

“완전 노다지입니다. 캐면 캐는 대로 나오는.”

둘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정말 황금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분간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냥터를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검은 호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 정도면 거의 갈퀴로 긁어모으는 수준인가?

“그나저나 이거 얼마나 높은 사냥터에서 온 녀석들이야? 노멀 템 수준만 봐서는 오우거 두목 놈이 있을 사냥터하고 같은 수준일거 같은데?”

재중이 형이 바람 계곡의 블레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끝이 휘어져 한쪽만 날이 서 있는 길이가 긴 도를.

“이거, 여기서부터는 이런 것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나도 손잡이를 잡고 이리저리 휘둘러보는데 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쪽만 날이 있으니 이상한 느낌이기도 하고.

대미지 판정 부위조차 다르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베기만 엄청 높고, 타격은 확 줄었네요?”

“어, 이건 완전 사람 잡는 무기네.”

단단한 부위가 있는 몬스터와 달리 사람은 출혈이 잘 되는 쪽이라, 높으면 높을수록 대인전에서 유리하다.

물론, 나같이 방어구 틈새를 노려서 공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무기가 된다.

“……앞으로 무기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지금도 괴물 같은데 더 강해지려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대인전에서 정말 최고의 대미지를 낼 수 있으려나…….

그렇게 아이템을 하나하나 살피며 사냥을 하다 보니 어느새 물약이 동나 버렸다.

단순히 공중에서 추격전만 해도 물약은 꾸준히 나가니까.

경험치가 좋은 대신 물약 소모가 심하다.

이쁜소녀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경험치가 너무 좋다 보니 여기서 거의 살다시피 사냥을 해버렸다.

“썬더 와이번 한 마리만 더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사실 이 이유가 더 크다.

한 마리 더 테이밍 하고 싶은데 나와 주지를 않으니.

기다리면 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 패착이었다.

“슬슬 돌아다니면서 지도 넓히고 돌아가자. 엘리트가 더 나올 것 같지도 않고.”

재중이 형을 따라 다들 이동을 시작하는데 산 두 개를 더 넘어갈 때까지 아무런 공중 몹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몹몰이를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혹시 우리 말고 누가 와서 사냥하고 있는 것 아냐?”

“설마요.”

“역시 그렇지?”

“우리도 이렇게 힘들게 넘어와서 사냥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흐음, 그럼 이건 대체 뭐야? 왜 몹이 하나도 안 보이지.”

이건 나도 신기하네.

이 정도로 몹이 없는 지역이 있나?

전처럼 바닥을 걸어 다니면 또 모르겠지만.

“고도가 달라서 안 보이는 게 아닐까요?”

챠밍이 위로 하얗게 껴 있는 안개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으음, 우리는 이게 한계인데…….”

방패전사가 난감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쁜소녀의 이어지는 말에 모두의 이목이 소녀에게 쏠렸다.

“그래, 소녀가 있었지.”

“다녀올까요?”

“잠깐만, 나랑 같이 가.”

그때, 나르샤가 레서 와이번을 이쁜소녀의 썬더 와이번 옆에 붙이고 바로 옮겨 탔다.

공중에서 저렇게 편하게 옮겨 타다니.

하늘을 날아다니더니 어느 순간부터 다들 겁이 없어진 것 같다.

“이쁜이도 나랑 가는 게 좋지?”

“언니가 같이 가면 좋아요.”

“뭐 여차하면 이젠 두 손 놓고 공격할 수 있으니까.”

나르샤가 아까부터 연습하더니 이젠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물론, 두 손을 놓은 상태로 롤링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럼 다녀올게요.”

이쁜소녀의 말에 남은 사람들의 얼굴에 걱정이 태산이다.

“강한 놈 나타나면 무조건 내려와.”

“가면서 계속 귓말 해.”

“정 안되면 바로 귀환해.”

“나르샤 언니 말 잘 듣고.”

나를 비롯한 방패전사, 재중이형, 챠밍까지 다 이쁜소녀에게 한마디씩 했다.

“아이고, 어디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닌데 적당히들 하시지.”

나르샤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면서도 웃어 보였다.

“그럼, 올라가자.”

“응, 언니.”

안개 속으로 이쁜소녀와 나르샤를 태운 썬더 와이번이 사라지자 주변에 우리 와이번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옆에 있던 챠밍이 내게 말을 건넸다.

“잘 갔다 오겠죠?

“아마도? 뭐, 위험해봐야 엘리트 정도 나올 테니까? 여차하면 이제 잡을 수도 있을 테고, 걱정 안 해도 돼.”

그런 이야기를 챠밍과 서로 나누다가 어느 순간 우리 위쪽의 안개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응? 뭐야?”

방패전사 뿐만 아니라 우리도 모두 고개를 들어서 같이 하늘을 바라봤다.

안개가 양쪽으로 모두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썬더 와이번 한 마리가 엄청난 속도로 하강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멈추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날개를 접고.

그리고 썬더 와이번 위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이쁜소녀와 나르샤가 우리를 보자마자 동시에 하늘이 떠나가라 외쳤다.

“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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