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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89화 (189/1,404)

# 189

#189화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들면 (5)

가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 자연스럽게 챠밍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이 깊기도 하고 위기상황마다 늘 도움이 되었다.

일단, 레서 와이번을 이리저리 조종하면서 뒤따라오는 녀석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챠밍은 내 뒤에서 조곤조곤 하나씩 설명을 하고 있었다.

“어때요?”

“으음…… 좋은데?”

“정말요?”

“어, 정말. 운영자가 보면 또 기절하겠군.”

갚아줄 것이 하나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찾아내는지.

가끔 챠밍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무서울 때가 있다.

그 정도로 확실한 패다.

앞으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당분간 우리만 아는 걸로.”

“네! 그럼 지금 시도해 볼 거예요?”

“어, 더 이상 선택할 시간도 없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다고 더 좋은 수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아.”

그만큼 훌륭하다.

내가 보기에도.

칭찬에 챠밍이 기뻐하는지 모르겠지만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은 꽈악 들어갔다.

뭐, 이것도…… 괜찮겠지.

챠밍이 뒤에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더니 품에서 갈고리를 꺼냈다.

내가 한쪽 팔을 뒤로 넘기자 챠밍이 갈고리의 밧줄을 내 팔에 감아주기 시작했다.

그다음 바로 내게 갈고리를 넘겨줬다.

이걸 혼자서 하려면 양손을 다 놓아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드니까.

공중 몬스터 역시, 두 명까지 탈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게임 속에서 데이트하면서 즐기라고 만들어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지상 탈것도 남녀 짝으로 타고 다니는 경우도 빈번하니까.

반면에 남자 둘이 타고 다니면 정말 최악이다.

나와 방패전사 같은 그림이 나오니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고개를 저어서 바로 날려 버렸다.

다시는 안 태워야지.

“간다. 꽉 잡아!”

이젠 꽉 잡으라고 하는 말이 입에 붙은 것 같다.

챠밍이 아무 말 없이 몸을 밀착시키며 최대한 붙었다.

지금부터 해야 하는 것은 완전 곡예에 가까운 짓일 테니 이렇게 붙지 않으면 바로 떨어질 수 있다.

모르긴 해도 나도 챠밍도 지금 얼굴이 꽤 빨갛게 변했을 것이다.

내려가면 진짜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챠밍이 팔에 힘을 꽉 주고는 몸을 완전히 고정했다.

“가자.”

“네! 가요.”

슬쩍 고개를 돌리니 레서 와이번이 계속 타이트하게 따라붙고 있는 중이다.

“그럼, 간다.”

레서 와이번의 속도를 줄인 다음, 이번엔 우측 아래로 레서 와이번이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녀석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려고 할 때, 갈고리를 던져 녀석의 목에 던져 걸었다.

갈고리가 손에 탁, 걸리는 손맛을 보니 분명히 목 근처의 비늘에 제대로 걸린 느낌이다.

됐다.

가속이 걸린 녀석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날아가자 자연스럽게 우리 역시, 갈고리에 이끌리면서 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목 근처에 걸었던 갈고리와 밧줄이 감기면서 우리도 줄과 함께 요동쳤다.

마치 360도 롤러코스터 타듯이.

그렇게 완전히 세상이 반전해서 하늘과 땅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돌기 시작하니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꺄아악!”

“크윽!”

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레서 와이번을 꽉 잡고 유지해야 하는 것과 허리에 매달린 챠밍까지 신경 쓰면서 이 미치도록 위험한 롤러코스터 속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버티라고 하니 온몸과 감각이 위급하다는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균형과 힘의 배분이 흐트러지면 바로 추락이다 이건.

비늘을 쥔 팔과 갈고리의 밧줄을 잡은 팔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팔과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들었다.

그나마 오우거의 심장이 있어 이 정도로 버티는 거지 아니라면 떨어져도 벌써 떨어졌다.

한참 우리를 끌고 가던 녀석은 가중된 무게에 지쳤는지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끝났다.

앞으로 놀이공원은 안 가도 되겠다.

최고의 기구가 이곳에 있으니까.

챠밍은 계속 비명만 지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듯 허리를 안고 있던 힘이 빠졌다.

“끝났어요?”

아예 눈을 감고 있었구나…….

“응, 일단은.”

갈고리가 걸린 밧줄이 팽팽하게 우리와 레서 와이번을 이어주는 중이다.

거기다 우리가 녀석의 주변을 회전하면서 목에 몇 번이나 밧줄이 감겼고,

저건 스스로 절대 못 푼다.

밧줄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힘이 빠진 녀석은 자신의 마음대로 전진을 할 수 없자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진했다.

“와요!”

“준비해!”

“네! 끝났어요.”

이게 과연 몬스터에게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뭐, 통하지 않아도 다른 수가 생기겠지만, 이왕이면 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코앞까지 녀석이 날아오자 팽팽했던 밧줄은 힘을 잃고 하늘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챠밍!”

“네!”

【 라이트 웨폰! 】

【 라이트! 】

대전에서도, 공성전에서도 완벽하게 성공했던 기술이었다.

마치 강렬한 태양 빛처럼 주변이 번쩍이자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레서 와이번이 고통스럽다는 듯 붉고 찢어진 눈을 바로 감아버렸다.

“됐다!”

“오빠! 지금요!”

챠밍의 외침이 끝나기 전, 우리가 타고 있던 레서 와이번의 날개를 접으면서 고개를 아래로 떨구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직 낙하.

아예 날개를 완벽하게 접어서 저항이라고는 하나도 없게 만든 뒤 낙하 가속을 붙여 바로 지상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레서 와이번의 등에 최대한 몸을 밀착하자 가히 형용할 수 없는 속도와 매서운 바람이 살을 스치며 지나갔다.

“꺄아악!”

비명은 챠밍의 몫.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면 목이 쉰다고 하는 것인가.

증폭된 라이트에 당한 녀석은 우리의 추락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밧줄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제발 밧줄아 버텨줘라.

내 한쪽 팔에 감긴 밧줄이 강하게 요동치면서 마치 혈관이 막힌 것처럼 터질 듯 옥죄었다.

팔아 너도 버텨줘라.

낙하 가속과 지면이 가진 중력이 더해지자, 이제는 중간에 멈출 수 없을 정도의 속력이 붙었다.

<불멸> 아, 이 미친놈아. 지금 뭐 해!

<주호> 대답할 시간 없어요!

내가 지상을 향해 돌진하듯 낙하하자 재중이 형이 깜짝 놀라 바로 연락이 왔다.

우리가 그만큼 지상에 가깝게 내려왔다는 거지.

우리의 움직임에 짙었던 안개가 좌우로 흩어지며 쓸려나가자 지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팔에 통증이 이는 것을 봐선 녀석 역시, 그대로 낙하하는 중이다.

이게 되나?

정말 되나?

안 되면…….

진짜 쥐포처럼 찌그러질 텐데…….

“돼요!”

“그래, 믿자!”

과장을 조금 붙인다면 지상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고 느끼는 그 순간.

【 아쿠아 웨폰! 】

【 아쿠아 토네이도! 】

【 블링크! 】

챠밍은 아쿠아 토네이도와 블링크를.

나는 밧줄과 레서 와이번의 회수를.

그리고 시야가 한순간 없어졌다 다시 생기는 순간.

착지 지점을 살짝 잘못 잡았는지 발을 헛디디면서 쓰러지려는 챠밍을 그대로 끌어당겨 내 품에 안고 바닥에 엎어졌다.

털썩.

털썩?

소리가 좋다.

“저희 살았죠?”

내 품에 안겨 쓰러진 챠밍이 고개만 살짝 들어서 날 바라봤다.

“어, 그런가 봐.”

그때, 뭔가가 바닥에 내려 찍히며 나는 엄청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쿠앙—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니 가속을 줄이지 못한 레서 와이번이 바닥에 처박히며 사방으로 흙먼지와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있는 곳과는 다소 떨어진 곳이다.

“성공이에요.”

“아아, 진짜 꼬라박게 만들었네.”

설마, 이게 정말 될 줄은 몰랐는데…….

챠밍이 지상에 부딪치기 바로 직전 블링크를 사용하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성공을 예상하긴 했지만…….

보란 듯 그대로 되었다.

내가 블링크를 실패해 공중에 그대로 멈춘 것을 보고는 떠올렸다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더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네.

그걸 끝까지 기억 속에 남겨놓고 응용할 생각을 한 챠밍이 진짜 대단하다.

가수가 아니라 무슨 일을 했더라도 성공했을지도…….

이런 재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어진 밧줄에서 자유로워진 녀석이 빠져나갈 것을 염려해 아쿠아 토네이도를 시전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주었으니까.

“너희 뭐하냐? 나란히 끌어안고.”

흠칫.

어느새 다가온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챠밍이 재빠르게 날 밀치고 바로 옆으로 구르다시피 앉더니 옷매무시를 바로 했다.

난 뭐…….

그러려니 하며 재중이 형을 올려다봤다.

긴장이 풀려서 일어나고 싶지도 않고.

이대로 있고 싶다.

위에서 어떻게 하고 왔는지 알면 재중이 형도 이런 소리는 못 할 건데 말이지.

“저거 아직 안 끝났어.”

“아아, 그렇죠.”

떨어진 곳을 바라보니 녀석이 이미 정신을 차렸는지 방패전사와 이쁜소녀, 나르샤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방패전사가 방패로 계속 머리를 후려치고, 이쁜소녀가 던켈로 날개를 내려찍으면서 꺾어놓으면, 나르샤가 완전 접근한 상태로 가까이 다가가 멀티샷으로 날개를 계속 찢어냈다.

마무리로 재중이 형이 그사이 바로 달려가 힘없이 경직된 상태로 바닥에 엎어져 있던 녀석에게 올라탔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센스와 힘이 바탕이 되니 큰 무리 없이 테이밍을 성공시켰다.

“이제 두 마리인가?”

재중이 형이 테이밍한 레서 와이번에 올라타곤 완전 좋아하는 표정을 짓다가 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이 녀석! 또 한 건 했구나.”

그 말에 내가 손을 내저었다.

“아뇨, 챠밍이 중간에 이렇게 하자고 해서요.”

“챠밍이?”

이번엔 완전히 챠밍의 아이디어로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당분간 이 방법이 통할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방해만 안 한다면…….

그리고 내가 어떤 식으로 레서 와이번을 바닥에 내리꽂았는지 설명을 하자 우리 팀 모두의 고개가 챠밍에게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칭찬의 말을 남겼다.

“언니! 머리 진짜 좋아!”

“역시 한 건 해주네.”

이쁜소녀와 방패전사가 연이어 칭찬을 하자 챠밍의 얼굴이 발갛게 변하며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나르샤는 챠밍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했고, 이쁜소녀도 옆에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셋 다 정말 친해졌네.

아마, 대회 후에 우리 집에 모여서 식사를 한 이후 더 그렇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 진짜 팀 하나는 잘 만들었네.”

재중이 형이 부럽다는 식으로 날 보자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쩌다 보니 최고의 팀이 되어 있었다고 하면 웃겠지.

그때, 갑자기 바닥에 그늘이 지면서 순간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뭐지?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들더니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바로 재밌다는 듯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호오, 좀 건드렸다고 엄마라도 불러온 모양이다.”

그 말에 모두 고개를 올려서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를 추락시킨 그 네임드보다 작지만, 테이밍한 녀석들보단 좀 더 큰 검푸른 와이번이 있었다.

그것은 머리의 뿔에서 뇌전을 일으켰고, 눈에선 붉은 안광을 보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네까짓 것들이 감히, 라는 뉘앙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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