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81화 (181/1,404)

# 181

#181화 안개 협곡 (2)

정보라…….

지금은 손을 잡고 있는 동맹이긴 한데 선뜻 좋은 정보를 그냥 넘겨줄 정도로 우리가 친한 것은 아니다.

그것도 내게 직접 연락을 하고 싶다라…….

무슨 꿍꿍이지?

일단은 패를 먼저 받아볼까?

아직 손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이 정도는 괜찮다.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

연락처를 알려주고 바로 접속을 종료했다.

VRS 커버를 열고 나오니 스마트폰 앱으로 스칼렛에게서 바로 연락이 와 있었다.

정말 칼같이 연락이 온다.

급한 건가?

점검 시간이 워낙 고무줄이라 바로 연락하는 것을 택한 모양이다.

<스칼렛> 어머? 바로 받으시네요?

<주호> 나오자마자 연락할 것 같았거든요. 이런 것을 미루는 성격은 아닌 것 같으니까.

<스칼렛> 너무 잘 보셔서 할 말이 없네요. 사실 그래요. 제가 할 일이 있으면 바로 해야지 직성이 풀리거든요.

정말 딱 부러지는 여자다.

실제로 능력이 있기도 하고.

다른 일을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네.

<스칼렛> 먼저, 고맙다는 인사부터 할게요. 덕분에 우리 쪽 입지가 많이 올라갔어요.

우리 쪽?

따로 말하는 것을 봐서는 일단 우리 연합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스칼렛> 의뢰하면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쪽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니까요. 정말 다들 깜짝 놀랐거든요. 이번에.

정확히 어떤 세력이 중간에 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말로 대충 전후 사정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이유나 과정이야 어쨌든 일단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니까.

스칼렛은 구체적으로 그것을 모으고 난 뒤 표면에 올려서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고.

서로 나쁜 것이 없다.

지금만 해도 보상으로 뭘 받아낼지 사장님이 고민하고 계실 정도니까.

<스칼렛> 상인촌이 날아가면 손해가 좀 심할 수 있었거든요. 자리야 다시 바꾸면 된다지만 라미아 여왕이 있는 이상은 장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죠. 아마, 그대로 뒀으면 이쪽 사냥터가 꽤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을 거예요.

<주호> 다른 서버처럼 말이죠?

영상을 봐서 안다.

오버된 네임드를 처리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으로 치닫는지.

<스칼렛> 네, 그나마 멀쩡한 건 저희 서버밖에 없을 걸요?

솔직히 다른 서버에서 오버된 라미아 여왕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잡아먹히면 먹혔지.

<주호> 앞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이건 그냥 물어보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지면 말이 나오게 되어 있다.

특히,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서.

사장님과 재중이 형도 비슷한 말을 했었고.

확인차 스칼렛에게도 물어봤다.

정보력은 확실하니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스칼렛> 아마, 그 이유로 긴급 점검을 하는 걸 거예요. 확실한 이유가 있어 패치를 했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을 수 있죠. 지금 우리 서버 외에 다른 서버 대부분 게시판이 폭주하기 직전이에요.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네.

이러니 점검을 할 수밖에.

<스칼렛>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거대 개구리도 그렇고, 라미아 여왕도 그렇고 누군가를 노린 것 같지 않아요?

나도 몇 번 생각은 해봤는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라 생각해서 접어둔 것이 있다.

<주호> 혹시……?

<스칼렛>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순정 네임드도 강하지만, 레벨업 된 네임드는 더 하잖아요. 구분해서 부르기가 힘드네요.

<주호> 일단 우리는 오버라고 부르고 있어요.

<스칼렛> 좋네요. 오버. 네, 그러니까 기본으로 돌아가 보면요. 오버가 지금 시점에서 있을 이유가 없어요. 너무 강하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업데이트한 이유는 뭘까요?

거대 개구리를 생각해 보면 바로 메인 크리스털로 직행했었지.

<주호> 역시 마을을 부수는 용도겠네요.

<스칼렛> 네, 이건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공성만 봐도 수성이 엄청 불리하게 만들어서 연속으로 마을을 먹지 못하게 만들었잖아요. 다른 서버만 봐도 하르페의 주인이 예외 없이 전부 바뀌었죠. 딱 한 서버만 빼고. 아시죠?

<주호> ……우리 서버군요.

<스칼렛> 네, 주호 님이 현재 에띠앙을, 카이저 님이 하르페를 가지고 있어요. 이건 운영자가 아주, 아주 싫어할 만한 상황이기도 하겠죠?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예외니까요.

<주호> 그래서 오버 네임드를. 거기다 몬스터 순환까지 해서 마을을 칠 수 있도록 만들었군요.

<스칼렛> 희대의 망……. 벼룩 태우다가 다른 서버의 초가집을 다 날려 먹는 꼴이 됐지만요. 아, 주호 님이 벼룩이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스칼렛이 말해놓고 굉장히 당황하는 것 같네.

이 정도는 그냥 농담이지.

<주호> 그 벼룩이 건재하니 속이 쓰리겠군요.

<스칼렛> 네, 주호 님이 라미아 여왕을 잡아내는 것을 보고 이것도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 같아요. 아마, 패치가 되겠죠. 이대로라면 일반 유저들에게 원성을 들을지도 모르니까요. 벌써 그렇게 되고 있기도 하고.

안지운 팀장이라고 했던가?

링거를 달고 살 것 같은 해골 모습이 떠오른다.

야근 좀 그만하게 해달라고 하더니…….

또 야근하게 생겼는데?

내가 업데이트 중 하나를 무력으로 깨버렸으니까.

이걸 새로 고치려면 아마 다시 병원으로 실려 갈 것 같다.

<주호> 뭐, 어쩔 수 없죠.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니.

확실히 남 사정 봐 줘가면서 할 순 없지.

<스칼렛> 킥, 역시 주호 님은 재밌네요.

<주호> 이제 슬슬 본론으로 가죠?

<스칼렛> 어머? 저랑 이야기 더 안 하고 싶으세요? 다른 사람들은 저랑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하려고 난린데.

<주호> 이만 끊을까요?

<스칼렛> 매정하셔라. 농담이에요. 제가 주호 님을 찾은 용건은 새 지역 때문에 그래요.

새 지역이라…….

우리도 새 지역은 몇 곳 알고는 있다.

다만 거리와 물약 수급, 레벨, 방어구 등 따져보면서 사냥터로는 아직 적합하지 않아서 그냥 두고 있는 거지.

사장님이 한두 단계 위의 사냥터들 위치 정도는 이미 파악한 상태다.

현재 가장 만만한 사냥터는 늪지대 정도.

<주호> 설마 늪지대 말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럼 실망인데.

<스칼렛> 어머? 절 뭘로 보시구요. 그렇게 뻔한 사냥터는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검은 호수나 늪지대는 몬스터 레벨이 비슷하니까 레벨이 막힌 주호 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스칼렛 말대로 내가 이제 늪지대를 간다고 해봐야 경험치가 좋지 않다.

전에 에띠앙으로 변하기 전에 몰이한 것처럼 재미를 볼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들에게 새로 적응을 하느니 그냥 더 높은 사냥터를 찾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아이템인가…….

늪지대도 네임드가 있으니까.

하지만 네임드 하나 구경하겠다고 늪지대를 전부 들쑤시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손해다.

같은 시간 투자해서 어느 쪽이 이득이라는 것은 명확하니까.

앞으로도 우리가 늪지대로 가는 일은 없을 예정이다.

그런 이야기를 슬쩍 흘렸더니 스칼렛이 바로 답을 했다.

<스칼렛>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효율의 문제라서 왠지 안 가실 것 같았거든요. 전에 제가 말씀드렸죠? 네임드 템. 구해다 드린다고.

그게 정말 가능한 건가?

<스칼렛> 제가 수완이 좀 좋아서요. 늪지대의 네임드가 잡히면 최대한 협상해볼게요. 다만, 꽤 많은 돈이나 호수 쪽의 네임드 템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주호> 뭐, 그런 거라면.

우리에게 중복돼서 남는 네임드 템으로 교환이라도 할 수 있으면 남는 장사다.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더 좋고.

최신 네임드 템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완전 혜자지.

<스칼렛> 음, 이야기가 많이 새 버렸네요. 이번에 업데이트된 것 중 나는 탈것도 포함되어 있죠?

이제 본론인가…….

<주호> 분명히 그랬죠.

날아다니는 탈것.

이제부터는 비행할 수 있다는 소리다.

<스칼렛> 분명히 새도 찾았고, 새 지역으로 예상되는 곳도 같이 발견했어요.

분명히 우리는 모르는 장소다.

업데이트가 되면서 새로 생긴 모양이네.

지형이 새로 생겼다면 다른 사람들도 발견 못 했을 수도 있고.

<스칼렛> 주호 님은 최고로 좋은 것만 원하실 것 같아서요.

말을 들어보니까 일반 탈것이 아닌 모양이네.

그저 그런 상황이었다면 굳이 내게 따로 연락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주호> 그 말은?

<스칼렛> 엘리트로 추정되는 새를 찾았는데…….

벌써?

이 여자 대체 발이 얼마나 넓은 거야?

<주호> 계속 이야기해 보시죠.

스칼렛이 내 궁금증을 잔뜩 유발하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바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서로 주고받는 사이라 뺄 필요도 없고.

<스칼렛> 독 지대를 좀 지나서 동쪽으로 더 가면 안개로 가득찬 계곡이 나와요. 그런데 계곡이 너무 깊더라구요.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몇 번 시도하다가 전부 계곡 아래로 떨어져서 죽었거든요.

<주호> 그래서 그 너머를 보고 싶다?

<스칼렛> 네, 이 근처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못 찾아본 곳이거든요. 다른 곳이야 레벨이 높기 때문에 가다 죽는다고 하지만 여긴 그냥 못 지나가는 곳? 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 곳을 나보고 넘어가라는 건가?

이 여자도 참…….

기대가 너무 크네.

<스칼렛> 으음, 가능하실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스칼렛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스칼렛> 주호 님이라면요.

* * * * *

—하, 진짜 넘사벽이구나.

—장담하더니 결국 잡았음.

—그렇게 많이 달려들어도 못 잡은 라미아 여왕을 잡다니 대박.

—그것도 길드원 전부 나선 것도 아님.

—먹튀 놈들 기회다 싶어서 달려들더니 전부 새됐음ㅋㅋㅋㅋ

—능력도 없는 것들이 욕심만 많아서는.

—이번 영상 장난 아니겠다. 사람들 다 찍었으니까.

—1페이즈를 스킬 하나로 다 넘기다니…… 사기 아님?

—리플렉션 방패 삽니다. 부르는 대로 올려드릴게요. 팔아만 주세요. 입금 준비 끝남.

—블랙 아쿠아 캐논도 삽니다.

—잘도 팔겠다. 그거 주호 길드밖에 없음.

—그냥 부러워서. 진짜 팔면 얼마나 할까?

—저렇게 쓰는 거 보면 몇천은 그냥 나올 듯. 귀하기도 하고.

—그것도 그렇고 주호 들고 있는 검도 부럽고, 아…… 그냥 너무 부럽다.

—근데 주호 길드 사람들 옷도 다 바뀌지 않았나? 완전 이쁘던데.

—이번에 협찬 받은 모양이지. 멋지긴 하더라. 사고 싶은데 아직 안 팔더라.

—어딘지 한 번 알아볼까…….

—점검 끝나고 라미아 여왕 리젠 되면 다시 시도해야 하나?

—주호 길드도 했는데 우리도 못 하라는 법은 없지.

—맞아, 우리도 소수로 도전할 생각임.

—윗님 정신 놓은 듯ㅋㅋㅋㅋ

—또 공양하려고? 아서라.

—그러게, 이번엔 다들 공양 금지입니다. 누울 자리 봐가면서 누웁시다.

—여왕은 넘사고, 차라리 늪지대로 가자. 거긴 좀 낫다더라.

—하긴, 거대 개구리가 큐어 포이즌을 좀 많이 뱉었으니까. 할만하겠네. 일단 여왕은 포기.

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역시나 점검이 계속되고 있었다.

임시 점검이 아니라 거의 정기 점검 수준이네.

이러다 그 유명한 사대 명검은 전부 꺼낼 것 같다.

점검이 끝나기 전에 잠시 게시판을 봤더니 온통 우리 이야기밖에 없다.

확실히 이미지가 쌓였나?

누구도 잡지 못한 네임드를 소수로 잡았다는 이미지는 어디에 가도 쌓지 못한다.

그렇게 집안일을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렸더니 서버가 열렸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56.

> 로딩 중…….

라미아 여왕을 잡고 오른 레벨이 총 4개.

지금 단계에서 레벨을 올리기 무척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경험치를 받은 셈이다.

그리고 바로 점검 내용부터 확인했다.

[ 공지사항 ]

▷ 네임드는 몬스터나 유저를 킬 했을 경우 성장하도록 설정됩니다.

▷ 몬스터의 성장 한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게 되면 성장이 멈추게 됩니다.

▷ 던전 내에 존재하는 네임드 몬스터는 던전 밖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변경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성장이 끝난다면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 지역 네임드는 언제든지 고유 영역을 벗어나 그 지역에서 활동을 하도록 설정되었습니다.

▷ 필드 네임드는 전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고, 고유 영역을 가지지 않습니다.

▷ 무리형 몬스터나 부락형 몬스터는 서식지를 옮겨 다닐 수 있습니다.

▷ 같은 계열의 몬스터는 서로 공격하지 않도록 변경됩니다.

▷ 적대 혹은 다른 계열의 몬스터는 서로 공격하여 성장할 수 있습니다.

▷ 네임드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적대로 설정됩니다.

▷ 상위 계열은 하위 계열의 성향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 유적지 내에 바로 네임드가 나타날 수 없도록 수정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 가능합니다.

▷ 유적지의 외벽, 하르 쉴드가 모두 소모되면 유적지 내로 몬스터가 진입할 수 있습니다.

▷ 메인 크리스털이 몬스터에게 파괴되면 유적지의 소유권을 잃어버립니다.

▷ 메인 크리스털을 파괴해 하르가 오염되면 타르 결정으로 바뀝니다.

▷ 타르는 몬스터들의 에너지원과 성장 촉진제로 쓰입니다.

▷ 드랍템 루팅은 몬스터를 한 번이라도 공격한 사람에 한해 적용됩니다. 10초 이상 드랍템을 루팅하지 않거나 버려두면 프리 루팅으로 풀리도록 설정됩니다.

▷ 일부 네임드 몬스터는 특수한 효과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 네임드 몬스터의 면역, 완화 수치를 더 높게 적용합니다.

▷ 유저들의 지력 수치에 따른 스킬 면역, 완화 효과를 추가합니다.

▷ 리플렉션이 강한 공격에 일부 대미지를 입거나 반사를 하지 못하도록 적용됩니다.

거의 대부분 몬스터 순환에 대한 패치였다.

그리고 아이템 루팅에 대한 문제들.

다른 서버에서도 말이 많이 나왔었는데 드디어 수정하는구나.

네임드를 실컷 잡아두니까 대기 타다가 먹고 째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죽더라도 몸으로 밀고 들어가서 성공만 하면 워낙 템이 고가이다 보니 그냥 그걸 팔고 접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해서 잡지도 못한다고 하고.

다른 서버에서는 먹자들에게 당한 랭커 길드들이 모여서 척살 명단을 만들 정도라고 하니 말 다 했지.

아마 운영자들에게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것 같다.

우리야 당시에 다른 사람들이 못 잡는 네임드만 골라잡았으니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이고.

리플렉션도 무조건적인 반사에서 대미지가 들어오거나 반사가 안 되도록 수정이 됐다.

역시 그냥 넘어가진 않네.

단 두 명이서 1 페이즈를 다 깎아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냥 두기엔 무리가 있지.

일단 적용해 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건가?

에띠앙의 길드 건물로 들어가니 이미 모두가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스칼렛과 이야기한 것을 다시 하나씩 설명했다.

“흠, 안 그래도 다음 사냥터 문제가 있었는데, 나쁘지 않네. 하지만 넘어갈 수 없는 협곡이라…… 일단 가봐야 하나?”

재중이 형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혹시 전에 슬라임 같은 탈것도 있을까요?”

챠밍이 재밌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신기한 것을 좋아했었지, 아마.

하늘에서 자기 마음대로 날 수 있다라…….

흥미를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가요? 언제 가요?! 지금 가요?!”

이쁜소녀의 표정도 확실히 신나 보였다.

으음, 정말 좋아하네.

내가 들은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가서 고생 꽤 할 것 같긴 한데…….

이렇게 좋아하니 내색은 못 하겠다.

“재밌을 것 같네?”

나르샤 역시 마찬가진가…….

방패전사도 말은 안 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봤다.

이건 가는 것으로 그냥 결정이군.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스칼렛이 말한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늪지대를 돌파할 생각은 없어 검은 호수에서 동쪽으로 쭉, 이동하다 외곽으로 빠지면서 완벽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한참 탈것으로 달리자 어느 순간 하얀 안개로 가득 둘러싸인 산맥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거, 지나갈 수가 없겠는데요?”

방패전사가 절벽 끝과 반대편 협곡 끝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닥 쪽은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라 건너가기에는 너무 멀다.

거기다 안개가 있어서 시야가 가물가물하고.

힘과 민첩이 몇 배로 올라가 있는 지금 상태에서도 그냥 뛰어서 넘어가기에는 거리가 두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아아아!!”

방패전사가 고함을 한 번 질러봤더니 사방에서 메아리가 울려서 다시 돌아왔다.

그걸 따라 신기한지 이쁜소녀도 한 번 외쳤다.

“꺄아악!”

웬 비명 소리를.

챠밍과 나르샤도 재밌겠다고 따라 하고 있으니 말리긴 힘들고…….

재밌으면 됐지 뭐.

“스칼렛이 무슨 생각으로 이걸…….”

확실히 안개 너머로 뭔가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긴 했다.

개발자들도 악취미네.

그냥 주지는 않겠다는 건가.

“난 무리. 이건 힘들어. 밧줄을 몇 개 엮어서 던지더라도 반대편에서 묶어줄 사람도 없고. 이걸 무슨 수로 지나가라는 거지?”

머리 굴리기의 대가인 재중이 형도 좀 살펴보더니 두 손을 들었다.

방법이…….

안 떨어지고 넘어갈 방법이 있나?

그때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아마, 지금은 나만 가능하지 않으려나?

“형,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저 먼 거리를 건너갈 수 있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