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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79화 (179/1,404)

# 179

#179화 순환 시스템 (7)

“큭, 이거 너무 빠르잖아.”

공격속도와 근력의 차이가 큰 탓인지 연신 블랙 슈피스로 아슬아슬하게 쳐내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목 앞에서 겨우.

이쁜소녀의 던켈도 밀려나며 휘청거렸고.

반격은 꿈 꿀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의 HP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민첩 한계 수준의 기동과 라미아 여왕의 공격력을 다 상쇄하지 못해 딜이 몸에 계속 누적이 되니 결국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뒤로 떨어져 나왔다.

그 빈자리를 다시 방패전사와 수호, 최종병기가 들어갔다.

하지만 탱커들 역시 검은 튕겨 나오고, 방어를 하는 방패엔 폭격을 연상시키는 공격이 몰리며 뒤로 강하게 날아가듯 밀렸다.

스탯 차이를 컨트롤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두 다 한 번에 나가떨어지지 않아서 압축 물약으로 빠르게 HP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누구 하나 죽게 되면 다른 사람의 부담이 몇 배로 가중 된다.

챠밍은 수호가 보호하고 나르샤는 방패전사가, 이쁜소녀와 최종병기는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는 식으로 세 명씩 블록을 짜고 겨우 버텨냈다.

그리고 나와 재중이 형은 최전방.

“가자! 정말 강하니까 긴장 바싹 하고.”

그 말을 한 재중이 형의 입꼬리는 잔뜩 위로 올라가 있었다.

긴장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것처럼.

저런 사람이었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그걸 즐기는 사람.

“네. 가죠.”

재중이 형과 나는 철저하게 프리 롤이다.

그냥 그때그때 상황을 보면서 알아서 맞춰가야 하는.

재중이 형이 먼저 라미아 여왕에게 붙자 블랙 슈피스가 라미아 여왕의 손이 변형된 날카로운 날에 갈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2차전이 시작됐다.

현재 민첩 수준에서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쇠와 쇠가 높은 압력에서 찢기듯 울리며 주변에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창대를 안쪽, 바깥쪽으로 수시로 회전시키면서 손날을 막아내는데 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이다.

그리고 난 라미아 여왕의 후방으로 돌아갔다.

재중이 형을 비롯한 팀원들이 만들어주는 한순간을 노리기 위해.

서로 강하게 맞부딪치면서 라미아 여왕이 잠시 움찔한 순간,

온몸에 가속을 걸고 달려들었다.

【 백스탭! 】

【 대쉬! 】

몸이 반회전하면서 쭉 파고들어 비틀거리는 라미아 여왕의 뒤에서 순식간에 아쿠아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를 내려쳤다.

잡았다.

완벽한 빈틈에 더없이 빠른 가속으로 파고들어 공격했는데 라미아 여왕이 순간적으로 자세를 바로 잡고 뒤로 돌면서 팔을 휘둘러 내 공격을 튕겨냈다.

큭.

뭐가 이렇게 빨라.

지금도 빠른 움직임인데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내 검을 동시에 쳐내 버렸다.

마주친 검을 통해 느껴지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손이 저릿할 정도로.

이걸 정면에서 버티고 있었어?

재중이 형은 아마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싸우고 있을 거다.

이 정도의 공격을 창으로 받아내려면.

그리고 바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단단하고 긴 꼬리를 휘둘러왔다.

압도적인 스피드.

그리고 강력함.

이 두 가지가 만나자 단순한 공격인데도 불구하고 한 방, 한 방이 필살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단을 쓸면서 들어오는 긴 꼬리에 점프와 함께 몸을 옆으로 젖히면서 타이밍에 맞게 손으로 꼬리를 스치듯 강하게 누르고 여왕의 얼굴을 강하게 걷어찼다.

발차기 한 번으로 대미지는 크게 줄 수 없지만.

아주 잠깐의 충격을 줄 수 있다면…….

“나이스!”

찰나와도 같은 타이밍이었지만, 재중이 형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블랙 슈피스를 빠르고 강하게 휘둘러 여왕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가죽을 강하게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밀려난 여왕은 고통과 분노 때문인지 괴성을 질렀다.

아무리 예뻐도 저건 아니지.

그리고 날아드는 챠밍과 나르샤의 마법과 화살.

그대로 여왕은 찰나와도 같은 타이밍에 연이어 공격당했다.

【 아쿠아 캐논! 】

【 검은 가시! 】

캐논과 검은 가시가 터져나간 자리에 수증기와 검은 조각 이펙트가 잠시 시야를 가렸다.

“아직 아니야!”

가까스로 잘 보이지 않는 시야를 쳐다보니 여왕의 잔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외쳤다.

아차, 하는 심정에 고개를 돌리자 이쁜소녀의 뒤에서 라미아 여왕이 나타났다.

“뒤!”

내 급한 외침에 반사적으로 이쁜소녀가 온몸의 탄력과 움직임을 이용해 몸을 뒤틀며 던켈을 강하게 휘둘렀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한 공격이었음에도 적절하게 들어갔는지 손날을 내려찍으려던 여왕의 허리가 꺾이며 사정없이 밀려났다.

“후아, 후아!”

자신도 모르게 모든 힘을 사용했는지, 이쁜소녀가 심호흡을 거듭했다.

선 조치 후 안도인가.

“나이스!”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그제야 이쁜소녀를 보고 환호를 했다.

정말 다급해지니까 나오는 반응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게 밀려나 쓰러진 라미아 여왕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놓치면 안 되니까.

레이드 시작 전, 재중이 형은 되도록 정면에서의 근접은 피하라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한 번씩 놓친다면 뼈아픈 상황이 올 수 있다.

“형, 그냥 싸워야겠어요.”

“뭐, 그동안 많이 참았지. 마음대로 해. 대신 치명타 허용하면 바로 빠져라. 잘못하다 원킬 날 수도 있으니까.”

“네, 주의할게요.”

어느새 일어난 라미아 여왕이 내가 접근하자 양팔을 날카롭고 긴 검은 날로 변형시켰다.

까다롭지.

저건.

손날로 있을 때는 그나마 이쪽이 거리가 우세하지만 저렇게 변하면 유리한 점이 상쇄된다.

양팔의 날에 검은 기운이 타고 흐르는 것도 잠시, 시야에서 순간적으로 라미아 여왕이 사라졌다.

그걸 보자마자 바로 뒤로 돌면서 아쿠아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끼기긱—

아쿠아 블레이드와 검은 날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바로 카스카라에 회전력을 강하게 싣고 이어지는 궤적으로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까강!

하지만 또다시 들려오는 쇳소리에 혀를 찼다.

쳇.

왠만한 유저들은 공속으로 다 누를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라미아 여왕은 역시 월등한 모양이다.

내가 먼저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전부 막혔다.

거기다 네임드는 감정과 기복이 있는 사람과 달리 거짓이 잘 통하지 않는다.

다시 몸을 틀면서 고속으로 상단과 중단을 동시에 가르는 연격을 날렸지만 역시나 검은 날에 막혀 버렸다.

마치, 내가 던지려는 강속구의 코스와 구종을 알고 대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틀어 막혔다.

“너 상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느낌일 거다.”

재중이 형이 옆에서 쉴 새 없이 블랙 슈피스를 휘두르면서 말했다.

공격의 전반에 내가 서자 재중이 형이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큭, 진짜 짜증 나겠네요.”

빠른 공속으로 공격을 늦게 보고도 다 막아 버리니까.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네.

거기다 문제는 나보다 근력이 더 높다.

마법형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 부딪치고 끝이 아니라 공속이 둘 다 빠르고 쌍검 형식이라 남들보다 몇 배가 넘는 빈도로 검을 주고받았다.

자칫하면 죽음을 오갈 정도의 압박 속에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과 스펙을 모두 끌어내어 사방에서 몰아치는 검은 날을 계속 쳐내면서 버티고 버텼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빗겨 치고 있음에도 HP가 뭉텅뭉텅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힐이 끊어지지 않고 들어오고 있는데도.

싸워본 느낌으로 스펙이 거의 6:4 정도로 내 쪽이 밀린다.

재중이 형이 고생을 한 이유를 알겠네.

나조차도 이렇게 밀리는데, 재중이 형은 그 스펙으로 정말 잘 막은 거다.

놀라울 정도로.

이건 내가 아니면 정면에서 절대 버티지 못한다.

그래도 내가 어글을 잡고 계속 버티자 주변 사람들이 공격하기 한결 쉬워졌는지 빈틈으로 검이나 창, 마법, 화살 공격이 들어와 꾸준히 대미지를 쌓았다.

“흐, 괴물…….”

“스펙이 밀릴 건데. 굉장하군.”

최종병기와 수호가 내가 싸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더니 신음을 삼켰다.

한 번씩 블링크로 HP가 낮은 챠밍과 나르샤를 노리고 사라졌지만, 그때마다 네믈리드를 꺼내 블링크를 써서 따라잡아 다시 근접전을 펼쳤다.

네믈리드를 일부러 제작한 것도 이런 이유이기도 하고.

현재 내 지력 스탯으로는 블링크는 못 쓴다.

쓰려면 무기에 내장된 스킬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나마 스탯이 가장 높은 내가 철저하게 초근접전을 하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힘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세팅한 것이고.

결과는 지금 나오고 있다.

2페이즈로 넘어간 지 10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낙오자 없이 버티고 있는 중이다.

라미아 여왕이 블링크를 써서 다른 곳으로 가자 물약 잔량을 보고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왔다.

“물약 빨리!”

수호와 방패전사,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동시에 라미아 여왕을 상대하는 사이에 챠밍, 나르샤에게 압축 물약을 건네받았다.

넷이 버텨도 금방 균형이 무너질 거다.

스탯이 워낙 밀리니까.

최대한 빨리 받고 복귀해야 한다.

“조심하세요.”

챠밍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여왕의 공격을 처절하게 막아내고 있으니까.

천 옷인 로브가 방어가 낮아 위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간에 두 번은 정말 죽을 뻔하기도 했고.

검은 가시를 코앞에서 쓸 줄은 몰랐으니까.

“걱정 마세요. 우리가 잡을 겁니다.”

다시 라미아 여왕을 바라보며 전장으로 복귀했다.

챠밍과 나르샤는 멀리 대기하던 사장님에게 물약을 받아서 다시 돌아왔다.

네임드가 자기 영역에서 버티고 있는 곳이 아니라 개활지에서 붙으면 이렇게 물약 조달을 해도 된다.

딜러가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지.

체력이 미친 듯 높은 네임드에게 아무 준비 없이 덤빈 게 절대 아니다.

그렇게 물약을 네 번이나 다시 보충할 정도로 오래 싸우고 나서야 라미아 여왕의 페이즈가 넘어갔다.

“진짜 여기까지 오다니…….”

재중이 형, 최종병기와 함께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두세 번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팀원들의 힐이 제때 들어와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부탁해요.”

여기서부터는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각자 정해진 역할.

이제는 방패전사와 수호가 열일을 하는 시간이다.

라미아 여왕은 검은 날의 상태에서 변형되어 원상태로 돌아가고 원거리에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페이즈가 스탠딩 마법사라면 지금은 이동형 마법사라고 해야 하나.

까다롭기로 구분하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위다.

라미아 여왕이 헤이스트와 블링크를 쓰며 돌아다니면서 아이스 월, 아쿠아 토네이도, 아쿠아 웨이브 같은 스킬로 계속 접근을 방해했다.

거기다 공격을 하면 배리어를 써서 막거나 리플렉션으로 튕겨 내기까지 하고.

그러다 검은 필드가 넓어지면서 우리가 서 있을 곳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온다!”

수호가 외치자마자 라미아 여왕의 팔이 대포처럼 변형되면서 블랙 아쿠아 캐논이 쏘아졌다.

【 리플렉션! 】

그리고 미리 준비한 물의 방패에 내장된 스킬로 블랙 아쿠아 캐논을 반사해서 보내자 라미아 여왕이 자신의 마법에 맞더니 속절없이 날아갔다.

동시에 검은 필드가 원래대로 돌아와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가자!”

다른 길드에는 없는 것.

그것은 바로 리플렉션이다.

나중에야 설정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방패전사도 역시 리플렉션으로 한 번 더 반사를 시키며 라미아 여왕을 쓰러뜨렸다.

3페이즈 때는 검은 필드와 블랙 아쿠아 캐논이 문제다.

딱 몇 번만 더.

제대로 다운만 시킬 수 있다면.

“이번엔 제 차례네요.”

“할 수 있겠어?”

“네, 해볼게요.”

챠밍이 블랙 아쿠아 캐논을 준비하는 동안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 블링크! 】

블링크의 거리가 너무 짧은지 우리와 라미아 여왕의 중간쯤 되는 공간에 챠밍이 나타났다.

“너무 짧지 않아?”

수호가 묻자 최종병기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좀 더 지켜봐.”

모두의 시선이 챠밍이 나타난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닥에 발이 닿기 전 챠밍이 다시 한 번 마법을 영창 했다.

【 블링크! 】

그와 동시에 챠밍이 사라지면서 정확하게 라미아 여왕의 뒤편에 나타났다.

“연속 블링크?!”

수호가 꽤 놀란 표정을 짓는데 이건 하나는 무기에 내장된 마법이고, 다른 하나는 챠밍의 마법이라서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라미아 여왕의 뒤편으로 날아간 챠밍이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챠밍의 마법을 바로 뒤에서 맞은 라미아 여왕이 마법에 휩쓸려 우리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정확한 배달에 내가 엄지를 치켜세웠더니 챠밍이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수취 확인.”

그리고 나와 이쁜소녀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어스 퀘이크를 날렸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충분하지.

2페이즈보다는 확실히 상대하기가 편하다.

스킬적인 면에서.

상쇄할 수 있는 스킬들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쿨이 돌아오는 대로 계속 라미아 여왕을 다운시키다 보니 어느 순간 라미아 여왕이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어?”

이건 예상 못 했는데.

【 검은 가시! 】

멀어진 라미아 여왕을 향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데스 위버를 들고 스파크 소드를 쐈다.

아름답고 완벽한 궤적을 그리고 날아간 스파크 소드에 뒤통수를 맞은 라미아 여왕이 바닥을 뒹굴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아이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드디어 잡았다!

그때, 검은 필드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던 수많은 먹튀가 스칼렛이 쳐둔 저지망을 뚫고 달려왔다.

“템이다!”

“달려!”

젠장.

여왕이 죽은 위치가 너무 안 좋네.

“템부터 회수해!”

재중이 형의 급한 외침과 함께 모두 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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