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175화 순환 시스템 (3)
내 말에 거대 개구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다운된 상태에서는 그저 샌드백이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그동안 유지되던 독 장판도 사라져 근전 딜러들도 마음 놓고 공격을 시작했다.
다행이다.
거대 개구리가 저렇게 많이 잡아먹어서 레벨을 올리더라도 아직까진 내 공격력이 통한다.
물론, 더 커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안 되지만.
저지를 못 하면 안 되는 상황까지 오면 그때 정말 끝이다.
바로 달려들어 거대 개구리의 눈에 박힌 검을 회수한 뒤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떨어진 체력과 마력을 빠르게 흡수했다.
다음에 다시 다운을 시키려면 지금 마력을 회복시켜놓아야 한다.
【 아쿠아 웨폰! 】
【 아쿠아 토네이도! 】
챠밍이 강력한 한 방을 쏘아내자 거대 개구리가 들썩거리며 이리저리 뒤틀렸다.
확실히 강해.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네임드 마법이다 보니 사람들도 깜짝 놀라서 챠밍을 바라봤다.
수정이 누나가 기뻐할 것 같다.
옷 홍보 하나는 확실하게 될 것 같다.
지금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을 것 같은데,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르겠다.
이쁜소녀도 달려들어서 자기 몸집보다 큰 던켈로 거대 개구리를 냅다 내려찍었다.
어스 퀘이크는 아끼려는 모양이고.
혹시라도 다운이 안 되면 써야 하니까.
공격하는 사람이 수백이 넘어가자 공격 이펙트로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다.
이대로라면 한두 번만 더 눕히면 단시간에 보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거대 개구리가 다시 일어서면서 특유의 괴성을 내질렀다.
“윽!”
스탯이 낮은 사람들은 쇼크가 오는지 그 자리에서 공격하다 바닥에 픽픽 쓰러졌다.
저런 것도 있었나?
저런 하울링은 없었는데…….
레벨이 지나치게 오르면 특수 스킬이 추가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켜봐야겠다.
“전사 형.”
“응? 왜?”
내 옆에서 거대 개구리의 전진을 막으며 버티던 방패전사가 날 쳐다봤다.
여유가 있으시구만.
하긴, 거대 개구리를 가장 많이 상대한 사람을 로스트 스카이에서 꼽으라면 그건 바로 방패전사다.
경험이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적은 움직임으로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다는 뜻이고, 여유도 많아진다.
<주호> 템 드랍되면 무조건 달려드세요. 다른 것을 줍지 말고. 딱 하나만. 스킬이 하나 있을지도 몰라요.
<방패전사> 음,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
예상이 맞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오면 무조건 주워야 한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다시 한 번 터지는 일자형 광역기가 아쿠아 블레이드에서 뻗어 나가 거대 개구리의 다른 쪽 눈, 바로 앞에서 터지자 또다시 거대 개구리가 다운됐다.
“대박.”
“역시 주호는 다르구나.”
“스킬 완전 쩌네, 쩔어.”
“다들 달라붙어! 다시 기회다!”
내가 나서고 난 뒤 벌써 두 번째 다운이다.
두 번으로 끝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참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 개구리가 계속 버텼다.
옆에서 같이 공격하던 재중이 형도 혀를 찼다.
“방어력이 너무 높아졌어, 어지간한 공격도 최소 대미지 밖에 안 나올 거다.”
전에 방어력 강좌를 해준 적이 있었다.
몹이 받을 수 있는 최소 대미지에 대해서.
방어력이 높아지면 공격력을 전부 상쇄해서 대미지가 1에 가깝게 들어갈 수 있다고.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는 소리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 공격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대미지를 제대로 넣고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봐야 결국 네임드는 못 잡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수천이 모이면 또 모르겠지만.
1이라는 대미지가 수천이 모이면 어떻게든 도움은 된다.
지금은 수백이고.
어찌 됐든 계속 거대 개구리의 HP를 깎아내고 있었다.
“형, 저 쿨 다 빠졌어요. 마지막은 같이 가죠.”
“오케이.”
페이즈가 변하는 속도를 보니까 이번에 눕히면 보낼 수 있다는 감이 온다.
다시 일어서는 거대 개구리를 향해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동시에 공격을 했다.
“지금!”
“가자!”
“저도 가요!”
【 어스 퀘이크! 】
【 어스 퀘이크! 】
【 어스 퀘이크! 】
세 명이 동시에 어스 퀘이크를 시전하자 거대 개구리가 다시 엎어지면서 다운이 됐다.
“예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 개구리가 죽음의 빛으로 변하면서 상대적으로 길었던 몬스터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전사 형!”
가장 가까이 달라붙어 있던 방패전사가 바로 손을 뻗어서 뭔가를 손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미리 대기하던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서 템을 하나씩 주어 들고 로그아웃해서 튀었다.
저거 템 하나에 수백 정도 하는데…….
“먹자들 쩌네.”
“템 쓸어가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요.”
재중이 형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쓴웃음 지었다.
보고 있던 챠밍과 이쁜소녀도 마찬가지.
“사람들 대단하네요. 눈 깜빡할 사이에.”
“우리가 잡았는데…….”
드랍 템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사람들도 허망한 듯 쳐다봤다.
역대급 먹튀인가?
워낙 사람이 많아서 먹자를 누가 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다.
나중에 영상을 돌려보면 알겠지만.
누가 주인입네 하고 주장하기도 애매하고.
“먹고 튄 놈들이 승자구나.”
사장님도 허탈한 눈빛이었다.
드랍률이 거의 100%인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잡았을 때처럼.
거대 개구리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는 드랍률.
이 정도로 사람들을 먹이로 주면 가능한 수치구나.
다만, 그만큼 잡기 힘들다.
“그래도 하나 건졌어요.”
내가 인벤에 있는 템 중 하나를 꺼내서 보여줬다.
“어라? 그거다!”
“오빠, 손 진짜 빠르시네요.”
이쁜소녀와 챠밍이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는 감탄을 흘렸다.
『 거대 개구리 눈물 보석 』
“크! 좋아.”
재중이 형도 충분히 만족한 얼굴이다.
이렇게 두터운 사람들 사이로 템을 빼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리젠 시간마다 사람들이 거대 개구리를 잡아서 테이밍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거면 좋은 성과다.
그리고.
“전 이거 먹었습니다.”
방패전사야 누구보다 초근접이라 제일 빨리 아이템에 도달했다.
『 하울링 』
녹색 테두리로 되어 있는 하얀색 표지의 스킬 북.
거대 개구리가 주지 않는 스킬이지만, 혹시나 해서 방패전사에게 귀띔했었다.
나오면 무조건 집으라고.
“아마, 이건 어글 스킬이겠네요.”
징벌의 사슬과는 다른 광역형 어글 스킬일 확률이 있다.
혹은 경직을 시킬 수도 있을 것 같고.
방패전사가 스킬을 익히자 녹색 테두리가 빛으로 변해 방패전사의 주위를 돌다가 심장을 향해 흡수됐다.
“써보고 싶은데 주위가 이래서야.”
사방엔 사람들이 아직 남아서 거대 개구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상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게시판 반응을 보려고 창을 켜고 보는 사람도 많다.
누가 생각해도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다.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마을 안에 몹이 들어온 것도 놀랄 일인데, 네임드가 들어와서 활개 치고 다녔으니까.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다 무너지는 중이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없으려나…….
생각에 따라서 재밌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당장은 마을이 우리 것이라 지금 뭔가를 하기에는 어렵다.
다만,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그때는 꽤 재밌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건 혼자만의 생각으로 접어둔다.
—거대 개구리가 진짜 괴물이 돼서 돌아왔다.
—젠장, 우리 서버 하르페 털림. 미친 거 아냐?
—베네아 지하수로에 있어야 하는 거대 개구리가 왜 하르페에 있냐…….
게시판을 확인했더니 이건 전 서버가 비슷한 모양이다.
몇몇 서버는 거대 개구리의 돌발 행동이 없는 것을 보니까 랜덤인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지하수로에서 거대 개구리를 잡아서 레벨업을 못 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든지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영상 게시판 봐라. 거대 개구리 어디로 왔는지 확인했음.
바로 영상을 확인해보니 하르페의 한 수로에서 거대 개구리가 올라왔다.
아주 당당하게.
그리고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헐, 하르페랑 베네아 지하수로가 연결되어 있어?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될 듯.
—장난 아니네. 이런 식이면 다른 곳도 장담 못 하겠다.
“궁금증이 풀렸네.”
사장님도 영상을 확인하고는 어처구니없다는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아프신 모양이다.
누군가 베네아에서 거대 개구리를 처리하지 못하면 그 거대 개구리가 하르페에 와서 난장판을 피울 확률이 아주 높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엄청 귀찮게 된 셈이다.
“세금 올려준 이유가 있었나.”
재중이 형이 세금 생각이 나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라미아 여왕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거대 개구리까지 말썽이네.
“하르페가 털린 곳 이야기를 봤는데…….”
방패전사가 뭔가를 확인하고 난 뒤 우리에게 보여줬다.
다른 서버에서 메인 크리스털이 깨져 하르가 증발한 하르페의 모습.
마을을 밝히던 하르의 빛이 사라지고 어두운 구름 아래 폐허가 된 하르페의 건물들만이 남아 있다.
마치, 엄청나게 오랜 시간 관리를 안 해서 엉망이 된 것 같은 풍경에 모두 침을 삼켰다.
우리도 거대 개구리를 못 잡았으면 저렇게 변했을 것이다.
성벽조차 제구실을 못하는지 몬스터가 수시로 마을을 들락거리고 사람들이 그걸 잡는다고 정신이 없다.
그리고 마을 내에서도 PK가 가능해졌는지 물건을 팔던 사람의 뒤치기를 해서 죽이고 달아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NPC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완전 무법지대.
좌판을 깔고 장사하던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결국, 장사를 접고 안전한 베네아로 돌아가는 사람이 가득했다.
저건 망했네.
진짜 네임드가 미쳐 날뛰고 있구나.
***
다시 모인 연합 사람들의 이야기는 온통 라미아 여왕에 대한 것이었다.
거대 개구리가 이 정도인데.
지금 라미아 여왕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다른 패치들의 방향에 대해서.
하지만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라미아 여왕이었다.
당장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으니까.
특히 우리는 더더욱.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도 있고.
“오빠, 라미아 여왕이 전보다 강하면,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우리도 에띠앙을 지켜야 하잖아요.”
챠밍이 결국 내게 물었다.
다른 길드와 다르게 현재 우리만 상황이 다르다.
라미아 여왕이 사람들을 죽이든 난리를 피우든 그저 사냥에 지장이 가는 이야기였지만, 라미아 여왕이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면 에띠앙도 결코 무사할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진격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언제 라미아 여왕이 에띠앙으로 돌격할지 모른다.
“마법형이니까 방어력이나 체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겠지만, 막상 상대하면 피해가 엄청날 수도 있고.”
지금쯤 전체적인 스탯이 넘사벽으로 변했을 수 있다.
거대 개구리정도는 아닐지라도, 일단 네임드의 급수 자체가 다르다.
그래도 저번과는 다르다.
챠밍이 라미아 여왕에게 얻은 스킬들.
그리고 내 스킬과 검을 쏘는 기술 등을 합치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어쩌면.
수가 적어도 가능할지도.
조금 더 강해지더라도.
방어력과 체력이 높지 않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그림이 그려진다.
다만, 시점을 언제로 잡는지가 문제다.
생각을 해라.
생각을.
이 상황에서 최대한 뽑아먹을 수 있을 그런 생각을.
“형, 이런 생각하는 제가 미친 건지 모르겠는데…….”
“응?”
“라미아 여왕…… 이대로 키워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