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
#174화 순환 시스템 (2)
—와, 라미아 여왕이라는 네임드 봤음?
—ㅇㅇ 지금 검은 호수에서 난동 부리는데 장난 아니다.
—근데 이게 또 완전 섹시함. 나 스샷 저장해 놨다.
—진짜 어지간한 배우 얼굴 뺨치더라.
—몸매는 휴…… 아, 지금도 가슴 떨리네. 오늘 이상형 찾은 듯.
—아슬아슬한 곳만 가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개발자한테 고마워하긴 처음이네. 일 안 한다고 뭐라 한 것전부 취소할게.
—라미아 여왕은 테이밍 안 되나? 되면 내 전 재산 건다.
—테이밍 되면 장난 아닐 듯, 흐흐.
—몸매 감상만 하지 말고 좀 잡아. 사냥할 수가 없네.
—우리 길드 애들 덤볐다가 전부 녹았음.
—물의 가시 대체 뭐냐ㅋㅋㅋㅋㅋㅋ 애들 죄다 갇혀서 강제 감옥행.
—그거뿐이면 말도 안 함. 벽 근처에서 아쿠아 토네이도 맞아봐라. 아무것도 못하고 벽에 끌려가서 박제 됨ㅋㅋㅋㅋㅋ
—스킬도 죄다 반사하더라. 나만 본 건가?
—아니, 우리도 봤다. 비월참 날렸다가 바로 아웃당함.
—물의 가시 걸린 놈들은 좀 빨리 죽던가. 보스한테 피 조공 그만하고. 죽기 싫어서 미친 듯 물약 사용하면 어떻게 잡냐고.
—맞음. 물의 가시 그거 보스 HP 올려주던데 물의 가시 걸린 애들 때문에 더 못 잡는 듯.
—주변에 어중이떠중이가 많을수록 잡기 힘들어 보이더라.
—거기다 여왕 한 마리만 있으면 어떻게든 덤벼보겠는데 주변에 검은 가시 라미아도 잔뜩 있음. 미친 거 아님?
—검은 가시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 것도 있음. 진짜.
—쫄도 스킬이랑 대미지도 넘사벽이고, 때려도 피도 안 깎이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주호 걔네는 대체 뭔 수로 이걸 잡은 거야?
—진짜 난 놈들이긴 하다.
—솔직히 이런 네임드 있는 것조차 몰랐음. 몬스터 순환하면서 튀어나와서 본 거지.
—이러다 어디서 더 강한 네임드가 튀어나오는 거 아냐?
—라미아 여왕만 해도 재앙인데 또?
—오늘 지하수로 사냥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거대 개구리 나타나서 싹 쓸고 감. 튄다고 개고생했다.
—아마 네임드들 리젠 자리도 다 옮겨진 듯.
—ㅇㅇ 해적선하고 크라켄이야 원래 랜덤이고. 지상 네임드들도 랜덤인 것 같더라. 접속하고 바로 원래 나오던 자리에 가봤는데 없음.
—사냥하다가 갑자기 네임드 튀어나오면 자리 사냥도 겁나서 못하겠네.
—네임드만 문제냐, 엘리트 몹도 미치겠구만.
—거기다 던전 몹들 미쳐 날뛰는 중.
—엘리트한테 좀 죽지 마라. 애들 몇 마리는 완전 괴물 되어 있드만. 계속 따라와서 잡는다고 진짜 미칠 뻔.
—그나마 인기 있는 사냥터는 괜찮은데 우리 잘 안 가던데 가보면 지금 장난 아님. 지들끼리 잡아먹고 레벨 엄청 올랐음.
—오, 진짜냐? 사냥터 자리 없는데 잘됐네. 가서 좀 잡아야겠다.
—뭐, 템은 좀 옛날 거라고 해도 많이 잡으면 경험치 하나는 잊혀진 사냥터들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 잡기도 쉬울 거고.
—사냥터 재활용하려고 만들었나? 이런 것은 나쁘지 않은 듯.
업데이트된 이후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홈페이지 게시판이 떠들썩했다.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몬스터 순환 시스템.
몬스터들이 서로 잡아먹고 자기 자리도 안 지키고 돌아다니는 통에 기존에 했던 방식으로는 사냥하기 힘들어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변하려나.
그때,
“음, 이거 어때요?”
이쁜소녀가 의류 샵에 새로 올라온 옷들을 자기 몸으로 드래그해 입어보는 중이다.
가상에서는 몸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옷이 체형에 맞게 바로 변하니까 사이즈 고민 같은 것을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마음에 들면 바로 입으면 된다.
이것 하나는 정말 편하다.
“괜찮네.”
이쁜소녀가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고 이리저리 몸을 돌리면서 입는데 정말 취향 하나는 확실하다.
무기도 분홍색으로 염색됐다면 무조건 했을 정도로.
그러면서 여러 벌을 몸에 맞춰가면서 보여주는데 괜찮다는 말을 몇 번 했더니 이쁜소녀의 볼이 막 부풀어 올랐다.
“……정말 괜찮은 것 맞아요?”
“내가 보기엔 다 좋아 보여.”
“으음, 괜찮다고만 하니까 안 그래 보여서요.”
“정말 잘 어울려.”
“헤헷, 그럼 이건 어때요?”
다시 헤실헤실하게 표정이 변하더니 또 다른 옷을 입고 내게 보여줬다.
으…….
이거 괜찮으려나.
챠밍도 옆에서 이 옷, 저 옷을 드래그해 입어보면서 내 주위에서 몸을 돌리며 날 빤히 쳐다봤다.
눈빛만 봐도 알겠네.
이 옷, 어떠냐고 물어보는 그런 눈빛이다.
다행히 챠밍은 내게 매번 괜찮냐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옷을 입고 내게 보여주는 것은 똑같았다.
둘 다 나와 다르게 몬스터 순환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다양한 옷을 입어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뿐.
챠밍은 현재 수정이 누나의 브랜드를 입어보는 중이다.
물론, 이쁜소녀와 나르샤도 마찬가지다.
수정이 누나가 이미지에 맞는 옷들을 준비했으니까.
일일이 옷을 제작해야 하는 현실과 다르게 가상에서는 원하는 대로 준비가 가능하다.
물론, 구현 퀼리티를 더 올리고 낮추고의 문제가 있지만 이건 준비한 기간이 있으니 잘 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르블.
새로 런칭한 남성 브랜드라는데 이름이야 어쨌든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블랙 계열의 핏 좋은 슈트를 기본으로 붉은 장식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옷이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재질이나, 디자인이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옷을 입고 나니 몸가짐까지 왠지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다.
현실에서 입으면 때가 탈까 봐 무서울 정도로.
여기에 블랙 롱코트만 입으면 완벽하겠네.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은 자줏빛이 나는 옷을 입고 있는데 형도 비슷하다.
슬쩍 봐도 비싼 옷이라는 것을 어필하면서, 거기에 완벽한 핏까지 가미가 되어 있으니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다.
동네에서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니던 사람과는 천지 차이.
“코스튬이라 장비 변경에는 문제없으니까, 일단 입고 싸워야지. 게임에서 현대식 복장이라……. 재미는 있겠네. 청바지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싸우는 사람도 많겠어.”
반대로 여성들은 치마를 입고 싸울 수도 있으려나.
스탯이 높아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게 기존보다 훨씬 자유롭고 다양해졌다.
그동안 플레이는 ‘룩’보다 실용성이라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코스튬이 존재한다.
짧은 치마를 입으면 보는 사람들이야 즐겁겠지만.
그 생각과 함께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를 보니 모두 패션에 신경 썼는지 치마 라인이 굉장히 짧았다.
수정이 누나에게 로스트 스카이를 해보라고 권해야 하나?
사실, 저런 옷들은 좀 불편하다.
특히 전투에.
“음, 그거 전투하다 보면 꽤 난감할지도…….”
치미가 너무 짧다는 말을 바로 하지 못하고 돌려서 이야기했더니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가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으로 옷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새 옷을 입고 길드 건물을 나섰다.
사장님은 전설, 스칼렛, 유령, 이슬두잔과 함께 하르페의 세금 문제과 드랍 템 분배를 의논하고 계시고, 수호나 최종병기는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나갔다.
이번 업데이트로 변한 것이 많으니까.
이 패치에 빠르게 적응을 해야 앞으로도 계속 앞서나갈 수 있다.
길드 건물 밖으로 나오니 이게 지금 중세 배경인지 현대인지 구분이 안 간다.
아마 중세풍 건물만 아니었다면 번화가에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 뭔가에 놀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부산스럽게 수십 명의 사람이 한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도 보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이어 뛰어갔다.
마을 안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무슨 일일까요?”
“음, 잘 모르겠네…….”
챠밍이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나도 아는 것이 없다.
시야가 좀 더 좋다고는 하지만 멀리서 일이 생겼는지 보이지 않는다.
“뭐, 가보자.”
재중이 형도 궁금한지 빠르게 길을 재촉했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고 발을 멈췄다.
“거대 개구리네요?”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마을 건물 사이로 뛰어다니는 거대 개구리를 멍하니 쳐다봤다.
우리도 멍한 것은 똑같고.
설마 마을 안의 안전지대까지 네임드가 돌아다니다니.
이건 상상 못 한 일이다.
“저게 왜 여기에 있어?”
재중이 형도 이건 예상 못 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거대 개구리가 등장하는 던전은 여기가 아니라 베네아의 지하수로다.
여기 있으면 안 되는 녀석이 지금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공격에 거대 개구리가 굳건하게 버티며 사방으로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마을 한복판에서.
저거 대체 레벨이 얼마로 변한 거야?
상위 몇 개의 길드가 나서면 잡을 수 있겠지만…….
거대 개구리의 독에 막혀 회복이 되지 않으니 속수무책이었다.
하르페엔 레벨이 높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거대 개구리가 저레벨의 사람들을 잡아먹으면서 급격하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네임드가 레벨업을 하면 모르긴 몰라도 체력과 방어, 공격력이 미친 듯 오를 것이 뻔하다.
일반 몹과는 등급 자체가 다르니까.
“미쳤네.”
재중이 형이 결국 감상평을 내놓았다.
“저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방패전사가 라지쉴드를 꺼내면서 앞에 섰다.
“잡자, 메인 크리스털 쪽으로 계속 가고 있어. 저대로 두면 크리스털 박살나겠다.”
재중이 형이 가늘게 뜬 눈으로 거리를 가늠하더니 거대 개구리가 메인 크리스털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바로 영향을 끼치다니.
몬스터 순환 이거 완전 미쳤구나.
—하르페에 남아 있는 전 길드원 집합하고 전설, 달, 소수정예, 치맥까지 전부 지원하라고 하세요.
재중이 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체 메시지를 전달했다.
“레벨이 너무 올랐어. 우리만으로는 안 될 거다. 아이템 드랍 문제를 넘어 저건 잡아야 해.”
메인 크리스털이 날아가면 그때부터는 재앙이다.
하르페가 무법지대로 변할 테니까.
한시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없다.
거기다 제일 중요한 세금 수익.
아직 제대로 분배도 못 했는데 다 날아가게 생겼다.
“가죠. 저건 무조건 잡습니다.”
내가 검을 들고 앞장서 달리자 뒤를 이어서 우리 팀이 따라 달렸다.
그리고 멀리서 우리 연합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미쳤군.”
“하, 한참 회의 중이었는데.”
“네임드가 마을까지 들어오다니 돌았네, 진짜.”
“게임이 미쳐가나 봐요.”
전설, 스칼렛, 유령, 이슬두잔까지 모두 한마디씩 하면서 길드원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저들도 우리만큼이나 하르페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세금 분배 한 번 못해보고 하르페를 날리면 진짜 욕 나올 상황이니까.
꾸역꾸역 무거운 몸을 이끌면서 주변에 검은 독을 잔뜩 뱉어내는데 얼마나 강해졌는지 일반 유저는 지나가다가 그대로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네임드 한 번 사육해 볼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가 미쳤다는 생각에 다시 그 생각을 한켠으로 밀어두었다.
현재 아무도 거대 개구리를 저지를 못 하고 있는 중이다.
그대로 밀고 가는데도.
우리 길드 마법사들이 아쿠아 캐논으로 조금씩 밀어내고 궁수들의 검은 가시와 격수들의 비월참을 연이어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버티면서 조금씩 계속 전진했다.
“한 번 날려야겠어요.”
【 오우거 하트! 】
저걸 저지하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레벨업 된 거대 개구리의 방어력을 상회하는 한 방.
그게 필요하다.
케르베로스에 올라타 마력을 회복하고 난 뒤에 바로 데스 위버를 꺼냈다.
그리고.
【 검은 가시! 】
풀 차징된 검은 가시를 먹인 스파크 소드를 날리자 쏜살같이 날아가 그대로 거대 개구리의 한쪽 눈에 박혀 들었다.
그 충격파에 고개가 확 들려 몸이 반쯤 돌아가더니 옆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우와아!”
“주호!”
“주호!”
“주호!”
누구도 저지하지 못한 거대 개구리를 쓰러뜨리자 마을 전체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에 마을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 사람들이 진짜.
“뭐해! 소리 지를 시간에 빨리 잡아!”
어째 떠먹여 줘도 먹질 못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