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68화 (168/1,404)

# 168

#168화 하르페 공성전 (10)

메인 크리스털.

원래라면 하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귀환 장소를 기록하는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는 지켜야 하는 장소이며 누군가는 얻어야 하는 장소가 됐다.

현재는 퍼스트클래스가 지켜야 하는 곳이며, 막피 연합이나 우리가 부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우리와 막피 연합이 힘을 합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막피 연합도 우리의 적이니까.

사실 우리 빼고는 다 적이다.

퍼스트클래스도, 막피도, 그 외 다른 연합 세력들도.

메인 크리스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중앙 공원을 차지해야 하는데 진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서남북에 위치한 큰 대로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여의치 않다면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을 뚫고 오는 방법도 있다.

다만, 골목은 적은 인원으로도 방어가 가능하기에 수성하는 입장에선 이점이 더욱 크다.

현재 전체적인 상황은 퍼스트클래스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방어를 하면 다른 연합에서 그것을 뚫기 위해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확실히 수는 퍼스트클래스가 많다.

여러 곳을 동시에 막으면서도 버티고 있으니까.

그중 북쪽 대로에 병력을 집중해서 틀어막고 있다.

그렇다 보니 북 대로의 승패가 오늘 공성의 꽃이 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는.

—우리는 남 대로로 들어간다.

사장님의 오더가 떨어지자 신화, 최강, 전설, 달, 소수정예, 치맥 길드가 동시에 남 대로를 밀고 올라갔다.

우리도 원래라면 북쪽의 막피 연합을 퍼스트클래스를 도와 같이 눌러 버리는 것이 맞겠지만.

“이제 시간상 그럴 수 없어. 잘못하다가는 퍼스트클래스만 좋은 일을 시키지.”

제일 안정적인 방법이 시간을 들여서 퍼스트클래스와 막피가 서로 죽어 나가는 것을 구경하다가 들어가는 방법이지만 이러면 다른 소수 연합도 기회가 생긴다.

바꿔 말하면 변수가 너무 많아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소리다.

사실 두 번의 기회가 있지만,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뚫는다.

퍼스트클래스의 남쪽 라인을.

남쪽 대로로 우리 병력이 들어서자 이미 여러 연합이 길을 뚫기 위해 퍼스트클래스와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길드 마크와 마찬가지로 연합 메인 길드의 마크 역시 아이디 위로 표시되어 누가 어디 소속인지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다 적이라고 생각해. 우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우리 길드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불멸> 그리고 너무 뒤를 놓지는 마라.

<주호> 그게 무슨?

<카이저> 유령하고 이슬두잔. 너무 믿지 말라는 소리다. 일단은 내가 신경 쓰고 있을 테니까 혹시 네게 너무 접근하면 경계해.

재중이 형이나 사장님이나 이런 일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혹시나 모를 배신의 일까지 모두 고려한 것 같다.

<주호> 아예 안 받았으면.

<카이저> 구더기 무서워서 장 안 담글 수는 없지. 위기는 곧 기회니까. 일단은 고.

우리의 목표는 퍼스트클래스 연합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연합이나 길드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남쪽 대로로 들어서자 퍼스트클래스를 공격하던 사람들이 은근슬쩍 경계하기 시작했다.

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군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서 서로 눈치만 본다고 해야 하나.

대부분 자신의 자리를 지켰지만, 규모를 보곤 슬쩍 길을 열어주는 길드도 있었다.

사람들 참 재밌네.

자신들 대신 길을 열어달라는 건가?

뻔히 속이 보이는 수지만…….

이쪽도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견고한 퍼스트클래스의 방어벽에 균열을 내야겠다.

“챠밍. 부탁해.”

시작은 챠밍.

“네. 준비하고 있어요. 잠시만.”

【 아쿠아 웨폰! 】

내 옆에 서 있던 챠밍이 아쿠아 웨폰이 인챈된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고 마법을 시전했다.

처음 보는 흑색의 마법진이 챠밍에게서 시전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챠밍에게 몰렸다.

이건 지금까지 못 보던 마법진이니까.

차징 상태가 되자 스태프가 진동하면서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마법진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갔다.

나 역시 아쿠아 블레이드를 꺼내서 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은 기운이 아쿠아 블레이드를 타고 흐르면서 차징이 시작됐다.

“최대한 모았어요.”

그 말에 내가 앞에 서 있는 다수의 길드를 향해 외쳤다.

“이왕 길 내준 것 조금만 더 물러나. 장담하건대 앞에 그대로 서 있으면 정말 후회할 거야.”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외치자 사람들이 내 아이디를 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서서히 길을 열어주었다.

이게 이름값인가.

아마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콧방귀를 꼈겠지만.

내가 말하자 사람들이 쭉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비켜났음에도 퍼스트클래스 연합의 병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챠밍이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쿠아 블래이드를 빠르게 휘둘렀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 블랙 아쿠아 캐논! 】

아쿠아 웨폰으로 증폭된 블랙 아쿠아 캐논이 바로 마법진에서 쏘아져 나갔다.

거기다 바로 옆에서도 또 다른 검은 기운이 압축된 블랙 아쿠아 캐논이 동시에 대지를 할퀴며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갔다.

두 줄기의 강력한 마법이 쏘아지자 주변 공기가 쓸려 나가면서 강한 후폭풍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경로에 있던 퍼스트클래스 연합의 방어선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라지쉴드를 들고 있던 탱커 라인과 뒤에 버티고 있던 창병 라인까지 톡, 하고 떠진 푸딩처럼 사라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휘둥그레 변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함성을 외치기 시작했다.

“와! 대박!”

“다 녹았어!”

“역시 최강!”

“저지선 무너졌다. 가자!”

“지금이다. 무너뜨려!”

방어선을 녹여 버린 강력한 마법에 힘을 얻은 듯 사람들이 균열이 난 곳으로 달려들었다.

“잘했어.”

“저 당분간 방전이에요.”

“전사 형, 챠밍 좀 부탁해요.”

“걱정 말고 들어가.”

방어선이 무너지자 그동안 라인을 유지하면서 싸웠다면 지금은 완벽한 난전이었다.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스위칭한 내가 먼저 방어선으로 뛰어들자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도 달렸다.

그리고 우리 연합 모든 인원이 동시에 뒤를 따랐다.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함성을 외치며 달려드니 주변 공기와 대지가 쿵쿵 울리는 것만 같다.

“죽여!”

“사정 봐주지 마!”

“밀어붙여!”

거기다 뒤쪽에서 화살이 잔뜩 쏘아졌고, 각종 속성의 마법이 같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난전.

혹은 개싸움.

아마 이 싸움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잘 찍어서 밖으로 내보내고 있을 테지.

바닥난 마력을 채우기 위해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는 퍼스트클래스 연합 사내의 등을 카스카라로 찍고 목을 베었다.

등 뒤에서 공격했다고 비겁이니 뭐니 할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다.

난전에 들어가면.

적과 오더에만 집중해야 한다.

바로 풀썩하면서 쓰러지는 사내를 다시 카스카라로 내려찍으면서 마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자마자 인챈트를 켰다.

【 아쿠아 웨폰! 】

“주호?”

내가 쓰러뜨린 사내의 상대였던 한 여성이 날 보면서 아는 체를 했다.

그걸 보자마자 스텝을 밟으며 블러디아를 강하게 쥔 채, 얼굴을 향해 내찔렀다.

“꺅!”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자신의 얼굴로 공격이 들어오자 여성이 눈을 감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아무 일이 없자 실눈을 뜨고 날 다시 바라봤다.

“싸움하다가 눈을 감으면 안 되죠. 뒤도 좀 신경 쓰시고.”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본 여성이 하얗게 안색이 변했다.

뒤에 덤벼들던 사내의 얼굴에 내 블러디아가 박혀 있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인사까지 할 여유는 없지.

순식간에 두 명을 무력화시키고 바로 다음 상대를 찾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라지쉴드를 이용해 세 명을 막는 상대가 보였다.

꽤 하는데?

돌파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바로 뛰어들었다.

【 대쉬! 】

달려들던 힘에 대쉬.

가속에 오우거의 힘까지 온몸을 비틀면서 블러디아로 라지쉴드를 후려치자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라지쉴드를 들고 있던 사내의 발이 공중으로 떴다.

“뭣?”

경악한 표정의 사내를 살필 겨를도 없이 다시 달려들면서 카스카라로 떠 있는 사내의 라지쉴드를 연속으로 후려치자 그대로 몸이 바닥으로 밀리며 나뒹굴었다.

“미친…….”

“한손검으로 탱커를 날려 버려?”

“템 빨 죽이네.”

주변에서 그 탱커 하나를 어찌 못해 개고생하던 세 사람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날 바라보자 바로 외쳤다.

“나 쳐다볼 시간 있으면 마무리해요.”

내 말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바로 쓰러진 탱커에게 달려갔다.

여긴 해결이고.

저렇게까지 했는데도 처리를 못 하면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지.

다시 눈을 돌리니 사방이 전쟁터다.

퍼스트클래스가 진형을 잘 갖춘 덕분인지 궁수나 마법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근접 격수였다.

메인 크리스털 방향으로 가면 꽤 많을 것 같긴 한데.

“주호부터 잡어!”

주변에 근접 격수들이 개떼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내가 계속 균열을 일으키니까 아예 우르르 붙여 버린 모양이다.

먼저 달려들어 강하게 찔러 들어오는 창을 카스카라로 빠르게 창날의 끝만 살짝 내려쳤다.

그러자 창날이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박히자 그 반동으로 창병 사내의 자세가 앞으로 확 기울었다.

“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밀어진 얼굴에 블러디아를 박아 넣고 옆으로 확 쳐내자 고개가 확 돌아가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쓰러졌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달려드는 두 자루의 검을 든 여성.

특이하네.

유행이라는 것이 무섭다.

여성이 양팔을 힘겹게 움직이면서도 연속으로 검을 휘두르는 데 힘도 없고, 민첩도 낮아서 너무 느리게 보였다.

그냥 카스카라만을 빠르게 휘둘러서 두 검의 궤적 사이를 파고들어 위로 쳐냈더니 두 검이 동시에 올라가면서 상체가 열렸다.

그대로 블러디아를 내질러 목뼈를 끊어내듯 목에 박았다.

“말도 안 돼…….”

놀라 그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힘, 민첩, 체력이 모두 모자란 상태에서 억지로 쓰는 듀얼은 내 한손의 위력만도 못하다.

이어 추가로 달려드는 검방 사내와 양손검 사내의 연합.

검방 사내가 방패로 밀고 들어와 내 앞을 막는 사이 뒤로 돌아들어온 양손검 사내가 거침없이 내 등 뒤로 양손검을 휘둘렀다.

힘 위주인가?

묵직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뻔히 보이는 양손검 궤적에 내 앞을 막은 검방 사내의 방패를 손으로 잡아, 내게 끌어당기면서 순간적으로 나와 위치를 바꿔 버렸다.

“어어?”

내 힘이 월등하니까 가능한 일.

어른이 꼬마아이를 끌어당기듯 당겨 버리니 아무것도 못 해보고 딸려왔다.

그리고 강하게 휘둘러지는 양손검이 검방 사내의 허리에 그대로 박히자 부들부들 떨면서 경직이 되어버렸다.

“아! 왜 니가!”

순간 당황하던 양손검 사내가 검방 사내의 허리에 박힌 양손검을 빼서 날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미 내가 쓰러진 검방 사내의 배를 밟고 양손검도 발로 밟아버렸다.

“안 돼!”

“돼.”

바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양손검을 뺀다고 낑낑거리던 사내의 머리를 찍어버리자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순식간에 네 명이 쓰러지자 달려들던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내 주변을 포위하듯 둘렀다.

“이 정도면 너도 어쩔 수 없을 거다.”

“그냥 얌전히 죽어!”

“랭킹 1위 잡아 보자.”

수십 명이 날 포위해 공격하자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확 올라갔다.

주변을 보는 시야, 흐름, 공격의 종류와 속도 등등이 모두 내게 와서 하나씩 각인 된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을 시작했다.

연속으로 들어오는 다섯 개의 칼날을 시차를 두고 미끄러지듯 몸을 회전하면서 쳐내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검이 돌아가게 했다.

서로의 검에 당한 녀석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빠지자 빈틈으로 들어오는 창날 일곱 개를 다시 쳐올리고 밀어내고 궤적을 바꾸면서 서로 엉키게 했다.

그리고 방패병들이 압박해 들어오면 라지쉴드를 타고 위로 넘어가서 한 명씩 목을 따버렸다.

너무 한꺼번에 들어오면 방패병을 끌어당겨 방패로 쓴 다음 녀석들이 뭉쳐 있는 곳으로 집어 던졌다.

서로 얽혀서 엉망이 돼 포위가 느슨해지자 가까이 있는 녀석부터 하나씩 목을 찍고 허리를 가르면서 바닥에 눕히기 시작했다.

쉴 틈 없이 휘둘러지는 내 검과 나를 찌르려는 검과 창, 그리고 그것을 쳐내고 빈틈으로 보이는 목을 따는 것에 내 온 신경이 집중됐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자 거의 삼십여 명의 사람이 내 발밑에서 신음만 흘렸다.

하지만 아직도 백여 명이 넘는 사람이 날 포위하듯 주변을 맴돌았다.

그런데 딱 포위만 했을 뿐 더 이상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덤비는 족족 죽자, 난전의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이 주변만 고요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누군가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돼. 대체 몇 명이 당한 거야.”

“……컨이 미쳤어.”

“인간이 아니네.”

“사람이 많으면 뭐해. 제대로 찌르는 놈이 없는데.”

“이건 못 잡아.”

“괴물 새끼. 같은 게임 하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나?”

“랭킹 1위…… 진짜네.”

그때, 멀리서 지원을 온 적군들에게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시간을 너무 끌었나?

아니면 내가 너무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들을 양옆으로 계속 튕겨 냈다.

그러자.

“으윽!”

“꺅!”

“뭐야!”

궤적을 변경해 튕겨 내는 화살에 주변의 적들은 그대로 몸을 내주었다.

“야 이! 새끼들아. 똑바로 안 쏴?”

“다 튕겨내는데 어쩌라고!”

“한 발도 아니고 수십 발을…….”

“것도 한 대도 안 맞고.”

“저게 진짜 인간이냐. 화살까지…….”

“화살이 느린 것도 아닌데.”

한참 싸우는데 눈먼 화살이 날아오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화살을 쏘던 궁수들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공격을 중지했다.

더 이상, 쏘는 것은 힘만 뺄 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마법사들이 늦게 도착해 또다시 내게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 아쿠아 캐논! 】

【 파이어 볼! 】

【 아이스 볼! 】

【 라이트닝 애로우! 】

【 바인드! 】

안 그래도 마력이 부족했는데 고맙네.

바인드의 마법진이 바닥에 생기자마자 빠르게 피해냈다.

민첩이 워낙 높아 어지간한 스킬은 보고 난 뒤에 반응해도 늦지가 않다.

그리고 공격 마법을 하나씩 정확하게 주변 적에게 날려 보내자 다시 한 번 비명과 고함 소리가 이어졌다.

“그만 날려! 우리 편 다 죽는 것 안 보여?!”

“아, 씨! 이건 뭐 고문관도 아니고. 쏘지 말랬잖아!”

“니들이 쏘라면서!”

“대체 누가 오더 내리는 거야?”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 오더가 들리는데 과연 마음대로 될는지.

한번 진영이 무너졌다가 복구되는 과정이라 라인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내가 나서서 진영 복구를 개판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라.

“이건 못 막겠지. 광역 날려!”

【 파이어 월! 】

【 아이스 월! 】

【 포이즌 클라우드! 】

저 새끼들 미쳤네.

범위 안에 자기들 아군이 바글바글한 데.

【 백스텝! 】

순식간에 신형이 뒤로 빠지면서 포위하던 사람들을 피해 스킬 범위를 확 벗어나 버렸다.

나는 스킬을 써서 빠져 버리면 되지만.

나머진 어떨까?

다시 사방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이 미친 새끼들아!”

“마법사들 돌았어?!”

“으악! 피해!”

“우릴 다 죽일 생각이냐!”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우리 편 일부도 당했지만, 워낙 내가 상대편 안으로 파고들었던 상황이라 우리 편보다 상대방이 훨씬 많이 녹아버렸다.

“너 하나 잡으려고 저게 뭐 하는 짓이냐.”

어느새 다가온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재중이 형도 난전에 꽤 지쳤는지 피곤한 기색이다.

그렇게 나 때문에 라인이 한 번 더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오더 내용대로 사람들이 내게 몰렸던 탓에 주변에 구멍이 뚫려 더 상황이 악화되었다.

“이제 마무리 짓자.”

제일 중요한 중앙을 내가 찢어놓아서 훨씬 메인 크리스털에 접근하기가 쉬웠다.

어느새 주변 정리를 하고 온 우리 팀과 연합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어깨를 쳐주었다.

“혼자서 대체 몇 명을 잡은 거야?”

“포위를 당해도 그걸 다 잡고 나오다니.”

“네가 진짜 돌격대장이다.”

그런 사람들의 칭찬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바로 다시 중앙을 파고들었다.

이제 마지막 한 라인 정도만 뚫어내면 바로 메인 크리스털이다.

“마지막 라인이 너무 두터운데…….”

“광역은요?”

“방패병만큼 힐러도 더럽게 많아. 아마 안 될 거야. 이대로 시간이 더 끌리면 막피가 내려오는데. 방법이 없나?”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북쪽을 막던 퍼스트클래스 라인이 내려와 도와주게 되고 그럼 막피 쪽이 무혈입성으로 내려오게 되니까 여기서 끝을 내야 한다.

블랙 아쿠아 캐논은 쿨 타임 때문에 쓸 수가 없고.

저 정도 전력이면 어스퀘이크도 힘들다.

진영 자체에 힐러가 너무 많다.

힐러가 힐을 못 하면…….

“저기, 제게 방법이 있어요.”

“응?”

갑자기 챠밍이 다가와서 나와 재중이 형을 강하게 바라봤다.

확신에 찬 눈빛이다.

그리고 챠밍의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집중. 챠밍이 길을 열면 바로 메인 크리스털로 진격.

그 오더에 주변이 전부 웅성거렸다.

“혼자?”

“광역기로는 안 될 건데…….”

“방법이 있나?”

그런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챠밍이 앞으로 나섰다.

메인 크리스털을 감싸고 있는 마지막 방어 라인.

【 라이트 웨폰! 】

“그럼 갈게요!”

미리 스태프에 라이트 웨폰을 입히고는 바로 마법을 전개했다.

【 블링크! 】

순간 눈앞에서 사라진 챠밍이 멀리 있는 메인 크리스털 바로 옆에 나타났다.

퍼스트클래스 라인이 바글바글한 적진 한가운데로.

“뭐야?”

“적이다!”

“어떻게 온 거야?”

“일단 죽여!”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일제히 챠밍을 바라보자 챠밍이 두 손을 모아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 라이트! 】

순간 라이트 웨폰으로 강화된 태양 같은 라이트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면서 사람들의 눈을 전부 멀게 만들었다.

“악! 시야가 안 보여!”

“어떻게 해봐. 이거 왜 이래!”

“젠장! 빨리 풀어봐!”

사람들이 전부 눈이 멀어서 허둥지둥하면서 옆을 더듬는다고 정신이 없다.

거기다,

【 물의 가시! 】

자신의 사방에 물의 가시를 시전하자 아름답게 올라오는 물의 가시가 잔뜩 생겨나 접근을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힐러가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추가로 마법을 영창했다.

【 아쿠아 웨폰! 】

【 아쿠아 토네이도! 】

“꺅!”

“내 몸이!”

“이게 뭐야!”

“몸이 말을 안 들어요!”

힐러들 전원이 공중에 떠서 아쿠아 토네이도에 압착되어 밀려 들어갔다.

—지금! 전원 공격!

사장님의 오더가 떨어지자 연합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퍼스트클래스의 라인을 찢어놓기 시작했다.

“악! 지금까지 어떻게 막았는데 이제 와서!”

“안 돼!”

“망했…….”

“젠장!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조금만 버티면 우리 건데…….”

그렇게 반항도 못 하는 퍼스트클래스 라인을 순식간에 싹 녹여 버리고 바로 메인 크리스털로 진격했다.

“막피가 오기 전에 빨리 부셔!”

“전부 딜 해!”

“쿨 돌아온 거 아끼지 마! 마지막이다!”

메인 크리스털을 둘러싸고 연합 사람들이 미친 듯 딜을 넣자 결국, 메인 크리스털이 무너지면서 공성전에 참여한 모두에게 시스템 음이 울려 퍼졌다.

《 하르페의 메인 크리스털이 파괴되었습니다. 》

《 퍼스트클래스 길드의 하르페 소유권이 박탈됩니다. 》

《 최강 길드가 하르페의 소유권을 가집니다. 》

《 최강 연합이 하르페를 방어합니다. 》

《 현 시간부로 최강 연합을 제외한 모든 유저는 하르페 밖으로 순간이동 됩니다. 》

《 5. 》

《 4. 》

《 3. 》

《 2. 》

《 1. 》

《 승자에게 축복을! 》

그와 함께 연합 사람들이 하늘이 떠나가라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지.

결국,

우리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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