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63화 (163/1,404)

# 163

#163화 하르페 공성전 (5)

“주호 오빠, 그럼 계속 이렇게 있는 거예요?”

이쁜소녀가 멀뚱멀뚱 날 바라봤다.

옆에 있는 챠밍도 창가를 통해 어느 한 곳을 보고 있고.

폭풍 속의 고요함.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애써 참아내면서 멀리 있는 중앙 크리스털을 3층 건물에서 보고 있었다.

나도 딱히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작전 1호.

아무것도 안 하기.

“뭐, 이게 작전이니까. 얌전히 기다려야 해.”

하르페 중심부와 가까운 곳에서 사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물들에 여러 파티가 나뉘어 있었다.

우리 팀도 미리 올라와 몰래 구경 중이고.

외성도 그렇고 내성도 그렇고 막으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하르페를 막아낸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게임에서 머리 굴리기로 국내서 탑을 다투는 프로들이 모여 있음에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은 그냥 답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도 딱히 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최종병기가 낸 의견을 모두 따르기로 했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이 작전의 핵심이다.

“정말 하르페를 내어주네요.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기분이 엄청 이상해요.”

챠밍도 그저 멍하게 창밖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수백은 우습고 수천 정도 되려나?

평소 익숙한 중앙 광장의 귀환 크리스털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칼날을 부딪치면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 목적은 우리를 잡는 거겠지만.”

재중이 형도 팔짱을 끼고 멀리 보이는 광장 근처를 이리저리 살폈다.

다음에 올 때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할지 눈으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것처럼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나 역시 광장의 크리스털로 이어지는 골목들을 살피면서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어느 건물 근처가 싸우기 좋은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눈으로 새겼다.

“우리는 없죠.”

전부 다 건물 속으로 숨었으니까.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일부러 찾으러 다닐 수도 있겠지만.

손을 뻗으면 중앙 크리스털이 있는데 굳이 우리를 찾으려고 할까?

남들도 다 달려드는 마당에 굳이 인원을 빼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를 찾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다.

시간 낭비, 인력 낭비니까.

그렇게 싸워야 할 우리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남는 것은 하르페 뿐이다.

처음에야 우리가 공격할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중앙 크리스털이 시야에 들어오자 서로 이빨을 드러내면서 서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도 구분하기 힘들 거다. 이미 광기가 퍼졌어.”

시가지의 골목과 도로 등, 사람이 밀집되는 공간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이 서로에게 칼부림한다고 이미 정신이 없었다.

각종 광역 마법이 터지고, 화살이 난무하고, 인챈트가 되어 번쩍거리는 광검들이 눈이 어지럽게 휘둘러졌다.

한 곳이 무너지면 그곳을 다른 길드가 차지하려고 밀고 들어오고 다른 곳이 무너지면 서로 그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싸움을 연다.

“아수라장이네. 저기 들어가 있었다간, 에휴.”

평소엔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격전에 방패전사도 혀를 내둘렀다.

“방송사는 오늘 계 탄 기분이겠군.”

재중이 형이 만세를 부르고 있을 방송사 관계자들이 생각나는지 하늘을 보면서 피식 웃어 보였다.

하늘을 보자 하늘 위에서 여전히 탈것을 탄 사람들이 좋은 각도를 찾아다니며 촬영을 했다.

“앗! 우릴 봤어요.”

이쁜소녀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슬라임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창문 안쪽으로 숨었다.

“그냥 손이나 흔들어줘. 어차피 아까부터 찍고 있었을 테니까.”

“아하. 그렇겠네요. 힝, 혼자 너무 오버 했나 봐요.”

재중이 형의 말에 이쁜소녀가 부끄러운지 곧장 얼굴에 빨개졌다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슬라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에 화답하듯 파란색 슬라임이 원을 그리며 잠시 촬영을 하는 듯싶더니 다시 격전이 일어나는 아래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른 팀은 어때요?”

“뭐, 알아서들 잘 숨어 있겠지. 무슨 일이 있었으면 연락이 왔을 거다.”

“흠…… 서로 도와줄 수는 없으니 조용히 지나가길 빌어야죠.”

“그렇지. 그래서 작전명이 ‘아무것도 안 하기’ 아니겠냐. 정말 아무것도 안 해야 해.”

“작전명이 참…….”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이야 지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사일전을 하고 있지만 여기는 너무 평화로워서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또 20분이 지났다.

언제였더라.

예전에 선착장에서도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아마 우리가 나서서 사람들을 싸움 붙였었던가.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구경하고 저들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심심해요.”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재밌지 계속 멍하게 보다 보니 이쁜소녀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투정을 부렸다.

“지금 푹 쉬어둬. 얼마 안 남은 것 같으니까.”

재중이 형의 말에 이쁜소녀가 눈을 반짝였다.

“끝나가요?”

“아아, 거의. 클라이맥스네.”

재중이 형의 말에 다시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광장 크리스털 주변에 전투로 인한 온갖 이펙트들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흠, 이건 정말 끝나가는 분위기네.

다른 길드가 끼어들지 않으면 조만간 결착이 날 것 같다.

“진짜 끝나가네요.”

“슬슬 움직일 때네.”

재중이 형도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근데 이대로 넘겨줘도 문제는 없겠죠?”

“뭐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다른 서버 사정을 여기서 알 수도 없으니까. 이번이 두 번째 공성이라면 정보가 많겠지만.”

우리 쪽도 어느 정도 불안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마냥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공지에 룰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그때마다 임기응변이 필요할 때도 올 것이다.

“의외의 길드들이 이기고 있는 것 같네요.”

쪽수면 다 되는 건가?

대체 몇 개의 길드가 동맹을 맺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연합의 숫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연합을 밀어붙이면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러네. 뭐, 진짜들은 아직 안 나선 모양이지만.”

“전력을 아끼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럴 거야. 바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겠지.”

“그럼 지금 저 연합은요?”

“글쎄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연합인데, 꽤 숫자가 많네. 아마도 자신들 숫자라면 성벽을 끼고 방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려나…… 잘하면 성벽을 커버할 수도 있겠는데? 어디서 이런 놈들이 나왔지?”

재중이 형이 장담을 못 할 만큼 현재 주도권을 쥔 연합의 숫자가 적지가 않다.

역시 1서버는 1서버인가?

개개인의 순위는 낮아도 저력이 있는 길드가 한둘이 아니다.

현재 게임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순위들은 개인 순위라 실제 속한 길드의 저력을 보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순위가 10위권 안이라고 그 사람이 속한 길드가 10위권 안이라는 소리는 아니니까.

이건 진짜 두고 봐야겠는데.

* * * * *

《 하르페의 메인 크리스털이 파괴되었습니다. 》

《 최강 길드의 하르페 소유권이 박탈됩니다. 》

《 퍼스트클래스가 하르페의 소유권을 가집니다. 》

《 퍼스트클래스 연합이 하르페를 방어합니다. 》

《 현 시간부로 퍼스트클래스 연합을 제외한 모든 유저들은 하르페 밖으로 순간이동 됩니다. 》

《 5. 》

《 4. 》

《 3. 》

《 2. 》

《 1. 》

《 승자에게 축복을! 》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퍼스트클래스 길드가 주축인 연합이 하르페의 메인 크리스털을 파괴하고 하르페의 새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우리 몸이 전부 성벽 밖으로 순간이동 되었다.

재중이 형의 말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순간이동이 됐다.

시야가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면서 보이는 풍경은 공성전 시작과 정반대로 변했다.

이번엔 우리가 공성 쪽이다.

수성에 실패한다고 끝이 아니라 공성 기간 안에 살아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공성에 참여할 수가 있다.

공격이 되든지 수비가 되든지 둘 중 하나.

그런데 재중이 형이 예측을 못 한 것이 하나 있었다.

다들 어딨지?

사방을 둘러봐도 전혀 모르는 사람뿐이다.

아이디가 붉게 변한.

물론, 저 사람들도 내가 그렇게 보일 것이고.

<주호> 다들 어디 있어요?

<불멸> 망했다. 순간이동 되기는 했는데 위치가 랜덤인 모양이다. 이 게임이 사람들을 같이 모아줄 만큼 친절하진 않네.

<챠밍> 다행히 저랑 이쁜소녀, 나르샤 언니는 같이 있어요.

<이쁜소녀> 사방이 붉은색이에요. 어떻게 해요?

<방패전사> 저도 혼자 떨어져 나왔습니다.

시스템이 뭐 이따위야.

적어도 같은 길드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아줘야 하지 않나?

<주호> 어떻게 셋이 같이?

<챠밍> 아, 저랑 이쁜소녀랑 나르샤 언니랑 같이 손잡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옮겨졌나 봐요.

손을 잡으면 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건가?

<불멸> 이건 내 실수네. 어떻게 괜찮을 것 같아?

나나 재중이 형, 방패전사야 혼자서도 잘 빠져나가거나 버틸 수 있지만 챠밍 쪽이 문제다.

그나마 셋이 같이 있으니 다행이다만.

<나르샤> 상황 보고 바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주변 분위기가 생각보다 좋진 않네요.

<불멸> 동서남북 어디야?

<나르샤> 좌표로 남쪽요.

<불멸> 후…… 난감하네. 난 북쪽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주호> 제가 서쪽이니까 달려볼게요.

<불멸> 그래, 니가 고생 좀 해야겠다.

<방패전사> 저도 동쪽이니 어떻게든 가보겠습니다.

<불멸> 조심하고. 지금 당하면 죽도 밥도 안 돼.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고 난 뒤 바로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카이저> 다들 괜찮냐?

<불멸> 서로 떨어져서 문제네요.

<주호> 일단 남쪽으로 찾으러 가보려고요.

<카이저> 그럼 전부 남쪽으로 모이는 것으로 하자. 너무 다 떨어져 있어서 지금 서로 모이기도 힘드니까.

—전 길드원들은 남쪽.

전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같은 방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가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합치기도 힘들고.

【 케르베로스 소환! 】

바로 케르베로스를 올라타자 주변에서 깜짝 놀랐는지 거리를 벌렸다.

붉게 변한 아이디를 보면, 나라는 것을 알 텐데 덤벼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신기하게 쳐다보는 정도.

우리만큼이나 저들도 당황했을 테니 아직 섣불리 움직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 외톨이가 된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그다지 좋은 형편은 아니다.

혹시나 덤벼들면 블랙 아쿠아 캐논으로 없던 길도 만들어 지나가면 되려나.

그렇게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그냥 속으로 웃어버렸다.

날 보더니 다들 탈것에 올라타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똑같네.

저들도 지금 난감하기 짝이 없겠지.

한 마디 말도 없었지만 불가침 조약(?)을 맺으면서 서로 갈 길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불멸> 이거 봐라.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움직이네.

<주호> 다행이죠. 우리 애들 건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혹시나 몰라 아쿠아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를 꺼내 들고 달리면서 성벽을 바라봤다.

벌써?

성벽 위로 엄청난 수의 퍼스트클래스 연합군이 올라섰다.

생각보다 수가 훨씬 많은데……?

뒤도 안 보고 바로 하르페를 먹은 이유가 있었네.

지킬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성벽 위가 준비가 되어가듯 성벽 아래도 민족 대이동처럼 서로 탈것을 타고 누구는 북으로 누구는 남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달려 남쪽에 다다랐을 때, 연락이 왔다.

<이쁜소녀> 오빠 오고 있어요?

<주호> 남쪽으로 들어섰어. 몇 분 안에 도착해.

<이쁜소녀> 조금 더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주호> 무슨 일 있어?

<이쁜소녀> 우리 둘러싸인 것 같아…….

젠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 버렸다.

<주호> 빨리 갈게. 얼마나 버틸 수 있어?

<이쁜소녀> 모르겠어요.

<챠밍> 일단 최대한 버텨볼게요.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아요.

<주호> 주위에 길드원들 없어?

<챠밍> 몇 명 모이긴 했는데 아직 다 못 모였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피했던 직선 코스로 경로를 바꿨다.

<주호> 형, 남쪽에 길드 사람들 빨리 모아주세요.

<불멸> 내가 그쪽에 없어서 지휘가 힘든데, 사장님에게 연락해두마.

별일 없기를 바라며 달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귓말이 끊겨 버렸다.

정상적으로 귓말이 가는 것을 봐선 살아 있지만, 아마 전투 중인 것 같다.

【 오우거 하트! 】

케르베로스 갈기를 잡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좌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우리 길드원들을 원으로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이 견제를 하는 것이 보였다.

챠밍에게는 새 기술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저 많은 사람을 뚫고 들어가려면 평범한 기술로는 힘드니까.

스킬을 시전하니 아쿠아 블레이드의 검신을 따라 묵빛의 회오리가 생기면서 빠르게 돌아갔다.

그와 함께 아쿠아 블레이드가 엄청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우거 하트를 쓰지 않았으면 놓쳤을 정도로.

좀 더.

풀 차징까지.

조금 더 버텨.

차징이 한계에 다다르자 피부가 쓸릴 정도로 거대한 회오리가 터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내려쳤다.

포위망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 블랙 아쿠아 캐논! 】

한계까지 강하게 압축된 새까맣고 거친 물줄기가 레이저와 같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충격파로 땅을 뒤집고 굉음과 함께 주변 공기를 전부 갈라 버렸다.

그리고 그 범위에 있던 빨간색 아이디들이 거칠게 할퀴어지면서 그 자리에서 모두 증발했다.

수십의 사람이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블랙 아쿠아 캐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듯 사라져 버리자 그제야 사람들이 경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논이 지나간 자리에서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찍었다.

오우거 하트와 케르베로스 바이올렛 수정, 검은 호수 여왕의 스킬, 아쿠아 블레이드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전투력.

“미친…….”

“뭐야 이게.”

“……다 녹았어.”

“말도 안 돼.”

단 한 방의 스킬에 상대방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듯 포위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빠져나갔다.

“주호 오빠!”

“오빠! 최고!”

챠밍과 이쁜소녀가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

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포위가 풀어지자 십여 명의 길드원이 챠밍과 이쁜소녀를 호위하는 듯 서 있었다.

다들 무기에 인챈트가 입혀져 있는 것을 보니 싸우기 일보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위험할 뻔했네.

“미안해. 사람들을 뚫고 온다고 좀 늦었어.”

“아니에요. 정말 좋은 타이밍에 오셨어요.”

챠밍이 두 손을 포개고 겨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쁜소녀도 내가 도착하고 진정이 되는지 안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어디 소속 길드지?

찾아가서 전부 죽여 버리지 않으면…….

일단, 길드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오기도 전에 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을 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죠.”

누군지 잘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 같은 분이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렇게 내가 아쿠아 블레이드를 들고 서 있으니 주변에서 간만 보던 사람들이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스킬을 봐버렸는데 달려드는 것 자체가 죽여달라는 소리니까.

“일단 정리는 된 것 같네요.”

그리고 멀리서 우리 소속 길드원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상황이라.

정말 긴 공성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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