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161화 하르페 공성전 (3)
《 20:00부터 공성전이 시작됩니다. 공성전에 참가하지 않는 인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검은 호수의 여왕을 잡고 에띠앙을 먹은 것이 하루 전.
그동안 모았던 드랍템과 우리가 가지고 있던 네임드 템을 모두 경매해 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 테이밍 펫 : 케르베로스를 수정화 하겠습니까? 》
바로 Yes를 눌러서 바이올렛 수정으로 변형을 시켰다.
『 케르베로스 바이올렛 봉인 수정 / 마력+5 』
이번엔 강화.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4 아쿠아 블레이드 / 출혈 14 (10+4) 타격 10 (6+4)
민첩+2, 블랙 아쿠아 캐논, 마력+5 』
* * *
이름 : 주호
레벨 : 52 ▲ 5
【근력 4+11】 【민첩 14+4】 【체력 10+1 ▲2】
【지력 0+7】 【마력 1+11】
3 파워 글러브 / 방어력 6+3 / 근력+5
3 오우거 벨트 / 방어력 6+3 / 근력+5
4 아쿠아 블레이드 / 출혈 14 (10+4) 타격 10 (6+4)
민첩+2, 블랙 아쿠아 캐논, 마력+5
5 카스카라 / 출혈 14 (9+5) 타격 10 (5+5)
민첩+1, 마력 흡수+1, 마력+5
케르베로스 네클라스 / 올 스탯+1
스펙터 링 지력+2
스펙터 링 지력+2
스펙터 브리슬렛 지력+2
* * *
더 이상 강화하기에 무리가 있어 강화를 끝낸 상태로 착용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강화를 마친 아쿠아 블레이드는 블러디아와 카스카라 같은 대미지였다.
대미지 면에서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악세 역시, 베네아 방어전을 하면서 많이 챙겨놓아 교체하기는 쉽다.
당시에 정말 많이 잡고 다녔으니까.
이런 점은 다른 사람보다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
아이템 세팅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케르베로스 네클라스는 정말 국민 템이라 뺄 수가 없고.
지력을 좀 더 올린 것은 한창 접전일 때, 스킬 개수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접전 중 아이템을 교체할 여유는 없으니까.
다만, 몇 가지는 숨을 돌릴 때마다 빠르게 교체하여 사용해야 한다.
정리와 점검이 끝나자 우리 팀과 함께 에띠앙을 찾았다.
이유는 제작 장인.
혹시나 도움 될 만한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들렸는데 그곳에서 깜짝 놀랄 물건을 발견했다.
“이거 참.”
“하하…….”
“흠.”
각자 제작 장인을 보고 놀란 이유는 하나다.
『 +0 호수의 플레이트 아머 / 방어력 11
마법 저항+1 』
『 +0 호수의 플레이트 팬츠 / 방어력 10
마법 저항+1 』
『 +0 호수의 라이트 아머 / 방어력 8
마법 저항+1 』
『 +0 호수의 라이트 슬릿 / 방어력 7
마법 저항+1 』
『+0 호수의…….』
『+0 호….』
이 밖에도 부위마다 마법 저항이 붙어있는 제작템이 즐비했다.
“……이건 우리만 알고 있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성전을 코앞에 두고 제작템들을 밖으로 돌릴 이유는 없으니까.
“후, 재료는…… 좀 모자라네요.”
그동안 모아둔 라미아의 눈물과 피 외에도 손톱이나 각종 부산물을 합쳐 봤는데 풀 세트로 만들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
그걸 본 챠밍이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날 보면서 방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료를 전부 내게 넘겨줬다.
“이건?”
“전 마법 저항이 자체적으로 높아서 괜찮아요. 물리 방어가 높은 편이 더 좋아요.”
“그래?”
“네, 그러니까 이거 다 받아요. 공성 때 적들 사이에서 싸워야 하잖아요. 그럼 마법도 많이 맞을 거예요. 거기다 광역 마법은 아무리 잘 피해도 어느 정도 대미지는 들어올 테니까.”
챠밍의 말이 맞다.
예전처럼 광역 마법을 쓰는 사람이 없다면 몰라도 지금은 어지간한 길드의 마법사는 다 광역기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체력을 더 올리는 것도 괜히 올리는 것이 아니다.
나조차도 레벨업한 스탯을 전부 체력으로 집어넣었으니까.
몸의 밸런스를 잡기 위한 것도 있지만 광역 마법을 버티기 위함도 있다.
챠밍이 넘겨준 재료들로 호수 경갑 장비를 맞췄다.
블랙 비스트 아머가 각지고 뾰족했던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다면 호수 세트는 부드럽고 잔잔한 라인으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밀착감에 재질을 알 수 없는 푸른 계열의 갑옷 부분도 손으로 만져보면 차가우면서 시원한 느낌을 손가락에 전달했다.
그리고 하얀색의 묘한 마법 타투가 갑옷의 라인을 따라 쭉 그려져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묘한 갑옷이네.
다만, 너무 눈에 띄어 곧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지만.
반대로 이쁜소녀는 바로 분홍색 계열로 염색을 했다.
분홍 사랑은 못 말리겠다니까.
호수의 라이트 아머를 비롯해 총 6부위를 맞추니 마법 방어가 +6까지 올라갔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
내 물음에 방패전사가 바로 대답했다.
“그 수치면 거의 10% 정도는 대미지가 덜 들어올 거야. 마법에 한해서지만.”
“대단하네요…….”
10%면 죽을 위기를 수도 없이 넘길 수 있을지도.
마법 대미지는 워낙 강해서 10%만 경감해도 엄청난 이득이다.
눈먼 마법에 당할 걱정은 좀 줄어드는 건가.
하지만 이걸로는 좀 부족한데…….
<주호> 사장님.
<카이저> 응? 무슨 일이냐?
<주호> 혹시, 급하게 재료 좀 모아주실 수 있어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마시고.
<카이저> 어떤 재료를?
시간이 별로 없다.
부탁할 사람도 사장님 밖에 없고.
사정을 설명하자 사장님이 약간의 시간을 두고 연락을 주셨다.
<카이저> 사람이 한 명 갈 거다.
<주호> 벌써요?
<카이저> 필요한 만큼 준비해달라 했으니까 모자라진 않을 게다. 칼이라고 연락을 해봐. 비용은 다 처리했으니까.
사장님과 연락이 끊고 칼이라는 사람과 연락을 했다.
분명히 전에 달 길드라고 하지 않았던가?
<칼> 제가 그쪽으로 가지 못합니다.
<주호> 잠시만 기다리시죠.
하르페로 포탈을 타고 넘어가 칼과 만나 재료를 전부 건네받았다.
우리 팀이 사냥하는 방식으로도 모으기 힘든 양을 대체 어디서……?
그것도 연락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 구해오다니.
“길마 님이 미리 구해두신 거라서. 쉬웠습니다.”
“아! 그렇군요.”
확실히 대단한 여자네.
재료를 사재기 해놓다니…….
역시 사재기 밖에는 이 정도 물량이 안 나온다.
“덕분에 좀 쉽게 가겠네요. 감사합니다.”
“이쪽이 더 감사하죠. 그럼 곧 다시 뵙겠습니다.”
곧?
칼이 사라지고 다시 에띠앙으로 돌아와 우리 팀이 입을 방어구를 제작해 모두에게 나눠줬다.
“하, 그래? 그 여자도 참 대단하네.”
재중이 형이 스칼렛을 생각하고는 크게 웃었다.
“일이 쉽게 되겠어. 준비 끝났으면 가자.”
* * * * *
《 공성전이 곧 시작됩니다. 》
《 안내와 같이 공성전에 참여를 신청한 길드의 길드장이 소유한 하르 원석은 공성 증표로 변하며, 길드장 사망시 높은 레벨의 길드원에게 증표가 전달되오니 유의바랍니다. 》
이것은 공성전에 참가한 모든 길드의 하르 원석이 증발한다는 소리다.
하르 원석이 사용되는 곳은 한 곳이지만, 현재 몇 개일지 모를 원석이 그저 증표로 변하며 사라지는 것이다.
하르 수거는 확실하게 하네.
이 정도로 하르를 줄이면 돈이 엄청나게 소모된다.
하르 원석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진짜 많이도 참가했네.”
수호가 파란색으로 염색한 라지 쉴드를 성벽 바닥에 내려꽂으면서 성벽 밖에 우르르 몰린 사람들을 보고 감탄을 했다.
“프로에서도 이런 광경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요, 3세대에서야 취미로 가끔 하긴 했지만, 사람들 움직인다고 먼지까지 휘날리는 것 봐요. 구현력은 최고네요.”
최종병기도 멀리 보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고 정신이 없다.
지금 우리가 올라온 성벽은 전투를 하기엔 협소한 편이다.
베네아의 그것에 비해서는.
사장님이 괜히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지.
몇 명만 올라와도 아수라장이 될지 모르는 성벽이라.
적어도 성벽 위에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생략해야겠다.
성문도 마찬가지.
조악하기 그지없는 큰 목재를 이어서 만든 성문에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성문 근처로 가드 NPC가 몇 명 돌아다니는 중이다.
기존에 몬스터로부터 성벽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가드 NPC를 전부 성문 쪽으로 옮겨 놨다.
어차피 구매했던 것을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가격은 정말 토 나올 정도로 비싸다.
처음 가격을 들었을 때 순간 정신적인 충격으로 경직이 됐을 정도로.
한 명을 쓰는데 현금으로 몇십만 단위가 들어간다고 한다.
세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드를 쓰면 오히려 적자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조금 급수가 높은 병사급을 쓰면 그 이상도.
혹시나 해서 병사 이상인 기사급을 확인했는데 이것은 그냥 지는 편이 속 편할 것 같다.
“NPC한테 기대서 이길 생각은 접으라는 소리지. 혹시 자선 사업 하는 길마가 나타나면 또 모르겠네.”
재중이 형도 고용 비용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일단, 급하게 성문은 쓰던 애들로 때웠지만 성문은 금방 부서질 거다. 그다음이 문제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공성 참여 인원이 너무 많다.
지금도 공성이 시작되자마자 들이닥치려고 성벽 주변에 개떼처럼 모여 있으니까.
거기다 하늘 위에 새까만 점처럼 보이는 것이 날아다니는 중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전에 방송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탈것들이 날아다녔다.
“진짜 날아다녀요.”
“우와, 신기하다.”
챠밍과 이쁜소녀도 같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타보고 싶다…….”
이쁜소녀가 눈을 반짝이는 것이 이미 공성전의 압박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진 모양이다.
나쁘지 않네.
탈것 때문인지 주변의 긴장된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기다리니 전체 메시지가 떴다.
《 기다리시던 공성전이 지금 시작됩니다. 》
《 5. 》
《 4. 》
《 3. 》
《 2. 》
《 1. 》
《 승자에게 축복을! 》
* * * * *
공성전이 시작되자 같은 길드원들 빼고는 전부 붉은색으로 아이디가 변했다.
성벽 밖으로 붉은 아이디가 우르르 모여 있는 것이 장관이네.
다 적이다. 적.
그런데.
“……예상하고 다른데요?”
“……그러게.”
“이상해요…….”
“왜 안 와요?”
내 말에 방패전사, 챠밍, 이쁜소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성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전부 막을 생각은 없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성문마다 두세 개의 파티를 보내긴 했다.
아예 없는 것과 조금이라도 있는 것의 차이로 잠시 고민하게 만들 정도는 되니까.
그런데 그 조금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서로 붉은색 아이디가 되자 조금씩 거리를 벌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재중이 형이 이해하겠다는 표정으로 성벽 밖을 바라봤다.
“하…… 이것들 봐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대가리 굴리려고 하네.”
“네?”
이쁜소녀가 재중이 형 말이 이상하게 들렸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먼저 들어가라는 거지. 성문을 뚫으려면 일단 누군가는 맞고 시작해야 하니까.”
“아……! 저 사람들이 다 같은 편이 아니죠.”
“빙고.”
어차피 공성 시간이야 정해져 있으니 언제가 되었든 들어오긴 올 거다.
하지만 그게 자기들은 아니었으면 하는 건가?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면서 보는 피해는 지금 입고 싶지 않다는 소리다.
진짜 사람이란 자기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가 맞는 것 같다.
방패전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어. 우리야 우리밖에 없어서 걱정했다지만 상대방은 전혀 모르지. 성벽 위에 동맹이나 NPC들이 숨어서 대기 중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들이닥칠 수 있을까?”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 잘 알지만 상대방은 우리를 너무 모른다.
그리고 다 같은 편도 아니고.
“이거 괜히 사서 걱정했네요.”
정말 사서 걱정한 것이 맞다.
약한 성벽을 부수거나 성벽이 낮아서 막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그때 저격을 당하거나 위에서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면 쉽사리 오르지 못하는 성벽이 된다.
“그럼 조금만 더 장난을 쳐 볼게요.”
내 말에 우리 팀이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저기 앞에 나와 있는 사람 보이죠? 당장 뛰어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서로 미루고 있자 누군가 나와서 선동을 하는 중이다.
내 목표는 저 사람이다.
일단.
【 오우거 하트! 】
힘을 증폭시키고.
곧장 케르베로스에 올라타 마력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하자 데스 위버를 꺼냈다.
데스 위버에도 케르베로스 스탯 수정을 넣어둬서 스킬을 쓰기에 부족하지는 않지.
【 검은 가시! 】
데스 위버가 최대로 당겨져서 더 이상 당겨지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은 가시가 풀 차징이 되자 손에서 활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내 손을 떠난 검은 화살이 선동하는 사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라미아 여왕도 한 번에 날려 버릴 정도로 강했는데 지금은 어떨까?
대인전에서는 따로 실험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순식간에 검은 화살을 머리에 맞은 그 실험 대상이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에 형편없이 내동댕이쳐지면서 먼지를 사방에 피워냈다.
그렇게 바닥에 엎어진 사내가 바로 빛으로 변해서 사라져 버렸다.
《 주호 님이 핫도그 님을 죽였습니다! 주호 1Kill. 》
“한 방에?”
“미친 거 아냐?”
“뭐 이런…….”
그 모습에 성벽에서 떨어져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들어올 거면 들어와.”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내 외침에 순식간에 침묵에 빠지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오는 놈 딱 열 명만 목을 따줄게. 드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