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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55화 (155/1,404)

# 155

#155화 지금은 준비할 때 (7)

“그렇게 보시지 마세요. 부끄러워지네요.”

꽤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나 보네.

어떻게 이렇게까지 알고 있지?

검은 호수의 유적지까지 들어간 것은 비밀에 속하는데.

“꽤 재밌는 말을 하시는군요.”

재중이 형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 눈을 살짝 내리깔고 말을 이었다.

“어머? 그래요? 음…… 사실,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온 거라서 무례했다면 미안해요.”

“아아, 이건 우리 쪽에서도 꽤 기밀이라.”

“으음…… 사실, 그렇게 기밀도 아닐걸요? 상위 길드에서는 대부분 다 알아요. 대회 때문에 더 확신 했지만.”

“흠, 역시 검은 가시 때문인가?”

“네, 멀티샷도 있고요.”

대회를 준비한다고 검은 호수 쪽을 소홀히 하는 동안 이미 알아낼 만큼은 다 알아냈다는 거네.

“늪지대 쪽은 정말 힘들더라구요. 검은 호수가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라미아의 눈물이 있으면 어느 정도 사냥은 되니까요. 미로가 복잡하다고는 해도 꽤 많은 사람이 하잖아요.”

“뭐, 그렇지.”

“검은 가시 라미아를 보고 딱 생각했죠. 대회에 검은 가시가 나왔다는 것은 누가 잡았다는 이야기고, 이미 누가 잡았다면 그건 최강 길드밖에 없겠구나.”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면 더 들어갈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완전히 공략은 되지 않았고. 그 와중에 대회가, 짜잔!”

“이거 참. 이 동네는 숨기려고 해도 쉽지가 않네.”

재중이 형도 손을 들었다.

“대회가 이제 끝났으니, 조만간 공략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공성전이 있어 다소 늦어지겠지만, 결국 시간문제겠죠.”

재중이 형이 팔짱을 풀고 스칼렛 앞의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우리 길드에 자리 많은데 넘어올 생각 없어?”

“어머?”

“아아, 난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 꽤 좋아하거든. 눈치 빠른 사람도 좋아하고.”

“영광이네요.”

재중이 형이 앉은 자리에서 바로 스카우트를 시도했다.

저 형도 참. 인재 욕심이란.

스칼렛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저 웃음만 보여였다.

“우리 쪽도 식구가 많아서요. 말씀은 감사하게 받을게요.”

“큰 기대는 안 했고. 그럼, 일 이야기를 계속하지. 케르베로스는 한 마리만 받아.”

재중이 형이 갑자기 훅 치고 들어갔다.

“... 갑자기 반으로 깎는 건가요?”

“뭐, 통닭처럼 반 마리 같은 건 없잖아? 우리 입장에서야 그쪽하고 거래를 하든 안하든 크게 상관이 없어. 좀 귀찮게 구는 놈들 있으면 쓸어버려도 되고.”

형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도 여전히 스칼렛의 표정은 그대로다.

“눈물 조각을 수백 개 들고 있어봐야 어차피 테이밍은 안 되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분간 무리야. 우리 밖에 할 수 없다는 소리고.”

“역시 쉽게는 안 주시네요.”

“시장 가서 물건 하나 살 때도 깎는 법이잖아? 값어치를 생각하면 한 마리도 넘치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해요. 중요한 것은 케르베로스가 아니니까요.”

스칼렛이 너무 쉽게 물러났다.

아니, 애초에 한 마리를 생각하고 온 거였나?

두 마리는 그냥 불러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은 것을 놓고 큰 거래를 놓치고 싶지는 않거든요. 사실, 우리 길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꽤 있어요. 그쪽에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호오, 일단 들어보지.”

파토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훨씬 좋은 분위기로 변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처럼 보여서 난 일단 자리를 일어났다.

일 이야기는 사장님과 재중이 형 선에서 끝냈으면 좋겠다.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러자 뒹굴거리던 아로하도 나를 따라 나왔다.

우리 둘이 나가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없다.

복도를 걸어가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붙어서 따라와 일단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무슨 볼일이라도…….”

“언제 다시 붙어줄 거예요?”

“따로 약속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내 말에 아로하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변했다.

으음, 그런다고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는.

“오늘은 손님으로 오셨으니 공성전 끝나고 한 번 해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지금 괜히 붙어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 말을 하자마자 아로하가 다시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지, 이 여자.

종잡을 수가 없네.

***

“이야기는 잘 끝났어요?”

달 길드 사람들을 보내고 난 뒤 재중이 형이 내가 있는 개인 룸으로 들어와 벌러덩 누웠다.

“아, 잘 끝났지. 보통 여자는 아니더라.”

“뭐라고 해요?”

“이것저것,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까 수완은 좋아 보여. 길드를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하더라고.”

우리와는 다른 식이라는 건가?

“그냥 줄건 주고, 받을 건 받기로 했다.”

“나쁘지 않았나 보네요.”

“뭐, 그럭저럭. 내 입장에서야 마음대로 해버려도 되지만 딸린 식구들이 많으니까. 내 한 마디의 흥정으로 우리 식구들의 이익이 왔다 갔다 하잖아. 그런 자리에선 양보할 수는 없지. 너도 명심해둬라.”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서 생각할 법한 말들이다.

앞으로 보고 배워야할 것들.

“더불어 정보도 꽤 받았고.”

재중이 형이 꽤 난감했던 부분이다.

정보력 부재.

사장님이 인맥으로 정보를 모은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것은 아니니까.

거기다 방패전사도 가끔 한 번씩 도와주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지.

“케르베로스 눈물 조각은요?”

“충분히 받았어. 많이 가지고 있더라. 미리 좀 사둔 모양이야. 길드 하나가 가지기엔 너무 많지. 덕분에 일은 편해지겠네.”

확실히 소문날 걱정 없이 남은 시간 동안 케르베로스를 긁어모으면 된다.

“형, 검은 호수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이건 핵심이다.

공략이 공성전 전이 되느냐 후가 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글쎄다. 계획하고는 좀 많이 다르긴 한데. 의외의 상황이라.”

그 의외의 상황은 바로 나다.

케르베로스가 마력 봉인 수정으로 변하는 것 때문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거기다가 우승으로 받은 스킬까지.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어때? 자신 있어?”

“길드원 전부 데리고 가야 할지도 몰라요.”

레벨 올리기 바쁜 길드원들을 데리고 검은 호수 레이드를 간다?

이건 실패했을 시, 타격이 꽤 크다.

지금의 결정이 공성전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일 수도 있다.

죽어서 레벨이 떨어지는 정도라면 괜찮다.

다수의 아이템을 반납하고 와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문제다.

일단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니까.

“여왕이 그 정도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 난 있다고 생각해. 가능했다면 벌써 공략에 들어갔을 거다.”

“어째서요?”

“라미아의 눈물. 제작 재료잖아. 그게 제작되는 곳은 새 유적지일 것이 뻔하고. 하르페에서는 제작이 안 되니까.”

지금 착용한 아이템보다 상위라고 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누워 있는 재중이 형과 나 사이에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잠시 후, 재중이 형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할까?

“하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벌떡 일어났다.

“오케이, 하자.”

그래, 사나이라면 직진이다.

***

< 길드 공지 >

검은 호수 여왕 레이드 참가할 인원은 20:00까지 길드 하우스 모일 것.

아이템 드랍 시 길드 차원에서 보상 가능.

“얼마나 올까요?”

“글쎄다. 공략 성공률이 낮은 상황에서 강제하긴 힘들지.”

회의실에서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저희 왔어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나란히 들어오고 이어서 방패전사, 나르샤도 도착했다.

그리고 세컨 팀 사람들도 모두 왔고,

조금 더 기다리니 조금 레벨이 된다고 생각하는 길드원들이 모두 들어왔다.

“생각보다 많네.”

“그러네요.”

사전 공지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접속 불가한 사람들과 레벨이 낮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 참여한 것 같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사장님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자! 모두 집중.”

사장님이 한마디를 하자 모두 소리를 죽이고 사장님을 바라봤다.

“공지한 것처럼 공성전에 앞서 검은 호수의 여왕을 잡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모두 설명했다.

왜 이 시점에서 무리하면서 여왕을 잡아야 하는지.

이야기가 끝난 후 바로 팀을 짰다.

거기다 물약은 역시나 압축 물약으로 준비했다.

비싸긴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니까.

사십 명이 넘는 인원이 압축 물약이라…….

하르페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라면 적자가 나도 벌써 났겠네.

“흐음, 악세는 하나 더 바꿔야겠어요.”

출발하기 전 힘, 민첩, 마력을 올려주는 레서 크라켄 악세를 빼고 지력+2인 스펙터 악세를 하나 더 착용했다.

스킬을 하나 더 쓰는 편이 나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리고 여덟 명씩 파티를 짜서 총 여섯 개의 파티를 만들었다.

나와 우리 팀은 그대로 유지했다.

아무래도 손발이 잘 맞아야 하다 보니까.

“네가 핵심이다.”

재중이 형이 출발하기 전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어깨가 무겁네. 정말.

***

사십 명이 넘는 대 인원이 탈 것에 올라탄 채 검은 호수의 외곽을 바라봤다.

“가죠.”

어차피 소수든 다수든 최강, 신화의 이름을 달고 들어간다면 이목이 집중될 것이 뻔하기에 그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외곽을 도는 라미아는 대부분 다른 유저들에 의해 사냥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쓸데없이 붙는 라미아는 없었다.

“어? 신화하고 최강 길드네?”

“뭐지? 저렇게 우르르 몰려가고.”

“어디 쟁 난 거 아냐?”

“그런가? 요즘 신화하고 최강한테 싸움 거는 길드가 있었나?”

“궁금하네. 따라 가볼까?”

“괜히 새우 등 터지지 말자고.”

미로에 가기 전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여왕을 잡으러 간다고 생각할까.

여왕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미로에 진입하자마자 공격적으로 밀면서 들어갔다.

【 백스탭! 】

【 대쉬! 】

비싼 압축 물약을 이곳부터 사용할 이유가 없어 내가 나서서 길을 뚫기 시작했다.

【 어스 퀘이크! 】

오우거 하트를 사용한 상태로 어스 퀘이크를 내려찍자 한 마리도 빠짐없이 경직이 되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스 퀘이크 자체가 힘과 마력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 방에 경직이다.

그만큼 대미지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소리다.

몰이를 기본으로 쭉 길을 뚫자 길드원들의 얼굴이 어느새 헬쑥하게 변했다.

같은 길드원이라고 사정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식의 사냥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이미 인간이 아니네.”

“여기가 이렇게 쉬운 곳이었나?”

“복도 하나를 잡고 사냥하는 것도 빡센데, 대단하네.”

초고속으로 길을 쭉 뚫는 것을 본 길드원들이 하는 소리다.

그렇게 쭉 밀고 지나가면서 미로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마지막에 점프까지 하면서 길을 찾는 것을 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조만간 이런 꼼수들은 사람들에게 다 퍼질 것 같다.

“이제부터 엘리트 검은 가시 라미아입니다.”

전에 했던 것처럼 파고들어 던켈로 내려찍어 보았다.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고.

이 정도로 힘이 올라가면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 어스 퀘이크! 】

전처럼 급소에 가까운 곳이 아닌 부분을 내려찍었는데도 평소보다 강한 어스 퀘이크에 검은 가시 라미아가 경직과 함께 엎어져 버렸다.

“사기네.”

어지간하면 말을 안 하겠지만 지금은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온다.

“사기네.”

뒤따라오던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사기에요.”

이쁜소녀도 한 마디 거들고.

“진짜 한 방에······.”

챠밍도 깜짝 놀라 혹시나 검은 가시 라미아가 일어날까 계속 쳐다봤다.

검은 가시 라미아가 어떤 몹인지 아는 사람들은 다 입을 벌리고 경악 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길드원만 멍하니 볼 뿐.

“음, 형. 지금 화력이면 한 방에 끝낼 수 있겠죠?”

근접 격수들은 비월참이 필수고. 마법사들은 전부 광역기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궁수들도 멀티샷을 받은 상태다.

적어도 여기 따라온 우리 길드 사람 중 몰이가 안 되는 사람은 없다.

“아아, 넌 진짜 미친놈이야.”

내가 뭘 할지 알고 그러시나.

“지금 검은 가시 라미아 몰이하려고 했지?”

“하하…… 사나이는 직진이죠.”

“아이고, 해라. 해.”

“감사. 그럼, 갑니다!”

이젠 볼 것도 없다.

안개 속에서 검은 가시 라미아가 보이는 족족 달고 달렸다.

뒤에 따라오는 라미아가 열 마리가 넘어가자 잠시 좌우로 스탭을 밟으며 따라오는 검은 가시 라미아를 겹치게 했다.

그 상태로 길드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에 다다라,

【 백스탭! 】

【 대쉬! 】

그리고.

【 어스 퀘이크! 】

겹쳐서 오던 검은 가시 라미아가 어스퀘이크를 맞더니 그 자리에서 풀썩풀썩 쓰러졌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그리고 길드원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 아이스 월! 】

【 포이즌 클라우드! 】

【 어스 퀘이크! 】

【 멀티 샷! 】

【 비월참! 】

【 아쿠아 캐논! 】

【 파이어 월! 】

광역기 수십 발이 쓰러진 검은 가시 라미아 무리에 폭풍처럼 쏟아지자 호수 바닥의 물과 바닥이 터져나가며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게 변했다.

장난 아니네.

광역기가 얼마 없던 과거엔 이 정도로 화력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가능한 지금 이런 광경을 연출했다.

광역기가 전부 터지고 난 뒤 사방으로 비산했던 물줄기가 가라앉자 겨우 시야가 보였다.

그리고 남은 것은 검은 가시 라미아가 남기고 간 아이템뿐.

수를 셀 수 없는 아이템이 호수 바닥에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크크큭. 아, 진짜 이건 미쳤어.”

“설마 엘리트를 몰아서 잡을 생각을 하다니.”

길드원들도 해놓고 난 뒤에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같이 웃었다.

그와 함께 사방에 밝은 빛기둥이 생기면서 길드원들이 레벨 업을 했다.

“형, 그냥 여기서 몰이나 할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재중이 형조차 내 말에 혹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가 바로 안색을 굳힌다.

“아쉽지만, 안 돼.”

“네네.”

그렇게 다시 다섯 번 정도 몰이를 이어가자 어느새 물의 성에 도착했다.

“와, 정말 예쁘네요.”

“신기하네.”

“말도 안 돼. 물로 만들어진 벽이라니.”

여길 처음 보는 길드원들은 온통 찬양 일색이다.

“자, 그럼. 다시 갑니다.”

전에 여기 왔을 땐 한 사람씩 목숨을 걸고 라미아들을 떼어내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나 혼자 성으로 들어가 라미아들을 싹 몰고 다시 물의 성 입구로 돌아오자 스무 마리가 넘는 라미아가 개떼처럼 따라와 다시 한 번 광역기로 싹 녹여 버렸다.

그러자 대부분 레벨이 올랐다.

나도 레벨이 올라 48을 찍었고.

“……여기 명당인데?”

갑자기 방패전사가 얼빠진 소리를 낸다.

“명당요?”

“전체적으로 장소가 좁은 데다가 몹도 많고. 몰아와서 좁힐 입구가 있잖아. 거기다 녹일 수 있는 화력까지. 몰이를 자주 하던 입장에선 여긴 명당이지.”

“아…… 그렇네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뚫으려고 몰아왔는데 여기가 명당이라니.

“이건 쩔도 가능하겠다.”

이번엔 사장님이다.

“계획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네요.”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딱히 반대는 없었다.

“여왕을 잡으면 지형이 바뀌니. 지금밖에 기회가 없지.”

사장님의 말이 맞다.

하르페도 유적지에서 마을로 변하면서 지형이 변했으니까.

여기도 아마 마찬가지일 테고.

그럼 몹 배치가 싹 바뀔 수 있는 문제다.

“……레벨 낮은 길드원 모두 데리고 오면?”

사장님도 흥분에 찬 목소리다.

여기 있는 라미아의 경험치가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아 잡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험치를 줄 만큼.

수호나 최종병기 같은 프로게이머가 이걸로 레벨을 쫓아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려나.

어쩌면 이번 공성전이 더 재밌어질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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