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152화 지금은 준비할 때 (4)
1위 47 주호 / 신화 ▲ 13
2위 46 불멸 / 최강 ▲ 14
3위 46 폭군 / 막피 ▽ 2
4위 46 유령 / 소수정예 ▽ 2
5위 46 싸이클론 / 질주 ▽ 2
6위 46 이슬두잔 / 치맥 ▽ 2
7위 46 막내별 / 우주클랜 ▽ 2
8위 46 경찰 / 의리 ▽ 2
9위 46 혈검 / 무적 ▽ 2
10위 46 소서리스 / 파괴 ▽ 2
―주호랑 불멸 또 발동 걸었네.
―레벨 오르는 거 봐라.
―황제의 귀환!
―대회 나가 있는 사이에 랭킹 먹었다고 좋아하고 있었을 건데 랭킹 보소ㅋㅋ
―귀환하니 귀신같이 다 제자리 찾아가는데?
―다른 랭커들 완전히 일일천하네ㅋㅋ
―너희가 원래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 같지 않냐? 어떻게 하루 만에 뒤집어 버리냐.
―진짜 미친놈들임. 하루에 막 3렙씩 올리고. 무슨 수로 저렇게 레벨을 올리지?
―한숨도 안 자고 종일 사냥만 해도 불가능할 듯.
―우리 길드도 비상 걸렸다. 이놈들 잠도 안 자냐! 진짜 우리한테 왜 이러냐.
―검은 호수에서 주호 봤었음. 라미아 우르르 몰고 다니더라.
―통로 나왔다가 진짜 간 떨어질 뻔. 눈앞에 개떼처럼 지나가는데. 그걸 또 다 잡더라고.
―검은 호수로 가라. 거기가 진짜 명당이다.
―미친,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도 힘들더라. 주호니까 저렇게 몰이하는 거지. 명당은 개뿔.
―아, 진짜 부럽네.
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동안 밀려 있던 개인 랭킹을 뒤집는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대회를 참가하지 못해 상위권을 차지했던 폭군과 유령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나 버렸고 새로 치고 올라오던 꽃비라는 유저는 10위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한 전설도 순위가 떨어졌고, 전설을 제외한 랭커들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이걸 다시 뒤집으려면 아마 꽤 고생을 해야 할지도.
사냥을 끝내면서 사냥을 같이 나갔던 팀원들과 적절하게 드랍템을 나누었다.
분배를 마치고 남은 템들은 그 자리에서 가격을 정하고 바로 정산까지 하니 사냥 자체에서도 상당한 금액이 나왔다.
“나르샤 누나, 활 잠깐만 빌려주세요.”
“응? 뭐 하게?”
“잠시 해볼 것이 있어서요.”
내가 활을 달라고 하자 말없이 바로 손에 턱 올려준다.
그리고.
검은 가시와 멀티 샷.
그 기술들을 내 앞으로 하나씩 분배받았다.
아직 길드에 궁수가 많음에도 내가 분배를 받아 다들 의아하게 바라보다 쓸데가 있겠거니 생각하는 듯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활을 빌려준 나르샤가 그런 날 보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을 한다.
마치 저거 또 일내겠네, 하는 그런 눈빛.
재중이 형이 그런 나와 나르샤를 보더니 다가와서 물었다.
“그건 뭐하게?”
“활도 스위칭해서 써보려고요. 광역기가 너무 없어서.”
“아…… 너, 그러고 보니 거의 궁수 스탯이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네.”
멀티 샷은 민첩 기반 기술이라 민첩이 낮으면 몇 발 나가지 않는다.
다만, 나 같은 경우에는 궁수와 똑같이 광역기를 날릴 수 있다.
그리고 검은 가시.
대회에서 재중이 형이 창에 검은 가시를 먹여서 한 발 날린 적이 있다.
장점은 1인을 상대로 하는 강력함.
단점은 엄청나게 소모되는 마력과 화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초근접형 단발 스킬이 되어버린다.
궁수형 스탯이라 딜의 상당 부분을 크리티컬에 의존하는 내게 이건 꽤 괜찮은 기술이 될 수 있다.
기술 자체가 강하니까.
【 멀티 샷! 】
데스 위버를 횡으로 눕혀서 정면을 향하게 하고 활시위를 잡아당기자 활대의 중간을 기점으로 화살이 하나씩 생성되면서 화살대 위로 화살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차징 형식으로 내 민첩 수치에 따라 화살이 계속 추가가 되어 총 여섯 발이 생겨나자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 검은 가시! 】
마력 기반인 검은 가시를 쓰자 화살들이 전부 검은 가시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마력이 한 번에 바닥나 버렸다.
“큭, 차징이고 뭐고 없네요.”
“시전이라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너 마력 별로 안 크잖아.”
검은 가시로 변한 화살들이 동시에 물가를 가르면서 날아가 물의 장벽에 꽂히니 역시나 출렁거리면서 터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분다.
“혼자 다 해 먹겠네.”
“설마요.”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거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
가끔 레서 크라켄을 잡으러 나오기는 하지만 다시 섬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설마 지금 시점에서 이곳에 오게 될지는 몰랐어요.”
“필요하니까.”
재중이 형을 선두로 모두 배에서 내렸다.
섬의 선착장에서 우린 뭔가를 찾듯 사방을 둘러봤다.
아련한 추억쯤 되려나?
사람으로 가득 차서 왁자지껄했던 선착장이 지금은 NPC들만 서 있을 뿐이다.
“사람이 없으니까 완전히 다른 곳 같아요.”
챠밍이 아련한 눈으로 무심코 말을 꺼냈다.
짠한 느낌인가.
“그러게. 이렇게 느낌이 다를 줄은.”
같이 선착장을 보고 있으니 재중이 형이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시간은 금이다. 바로 가자.”
다들 탈것을 꺼내 바로 케르베로스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도착한 입구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아무도 없네요?”
이쁜소녀가 사방을 둘러보는데 정말 사람이 없다.
사장님이 이쁜소녀에게 설명을 해주신다.
“이젠 돈 되는 네임드는 아니니까. 다들 어느 정도 잡다가 인기가 사라진 거지. 케르베로스가 주는 네임드 템은 필드 아이템을 모아서 제작이 가능하고, 메인 퀘스트도 간단하게 바뀌어서 악세도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요즘엔 마지막 스토리 영상만 본다고 하더라.”
“아…… 그렇구나.”
우리야 깨고 지나간 네임드다 보니까 아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신규 유저 때문에 많이 바뀐 모양이다.
“국민 템이지, 여기서 나오는 네임드 템은.”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바로 케르베로스가 있는 지하 건물로 들어갔다.
우리야 뭐, 목적이 다르니까.
“그럼, 엽니다.”
방패전사가 앞장서 거대한 문을 밀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케르베로스가 고개를 든다.
“사장님 팀은 헬하운드 나오면 처리해 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우리를 보자마자 세 개의 머리가 포효를 지르며 헬하운드들을 불러냈다.
“그럼, 간다.”
사장님 팀이 흩어져 헬하운드를 잡는 동안 우리 팀은 바로 케르베로스로 뛰어들었다.
“제가 먼저.”
내가 앞으로 먼저 뛰어들자 세 개의 머리가 동시에 날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개의 뇌전, 화염, 냉기 브레스.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구르거나 쳐내거나 했겠지만…….
【 백스탭! 】
【 대쉬! 】
스킬 콤보로 브레스 라인을 뚫고 케르베로스의 앞에 섰다.
【 검은 가시! 】
스킬을 시전하자마자 카스카라에 검은 가시가 생성되어 차징하는 시간 동안 마력을 잔뜩 빨아먹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점프를 해 뇌전 브레스를 뱉는 머리에 카스카라를 찔러 넣었더니 검은 가시가 관통하면서 머리가 뒤로 튕겨 나갔다.
크에엑!
좀처럼 듣기 힘든 케르베로스의 비명이 던전 안에 가득 울린다.
카스카라의 기본 공격력도 다음 급 네임드고, 검은 가시는 그다음 급 스킬이다 보니 들어가는 타격 자체가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휘유!”
재중이 형이 뒤에서 휘파람을 분다.
그리고 형도 던켈에 스킬을 시전했다.
【 검은 가시! 】
던켈의 커다란 날을 타고 흐르는 검은 가시 이펙트를 보니 섬뜩한 기분까지 든다.
검으로 쓸 때와는 또 다른 웅장한 느낌.
나와는 다르게 풀 차징으로 화염 브레스를 뱉는 머리를 내려찍었다.
던켈은 더 상위의 네임드 무기.
거기에 풀 차징된 타격이 터지는 순간 굉음이 울리며 케르베로스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생각보다 약하네…….”
재중이 형이 손맛을 제대로 느꼈는지 우리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이 정도로 딜 차이가 나나?
이거 검은 가시 열풍이 불겠는데.
예전에 개고생하면서 패턴을 분석하고 한 발, 한 발 필사의 각오로 피했는데 지금은 시작하자마자 두들겨 패고 있다.
“잘하면 패턴 무시하고 할 수도 있겠다.”
어느새 헬하운드를 전부 처리한 사장님 팀이 와서 우리를 구경 하고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울부짖으며 계속 헬하운드를 소환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엎어져 있어 상대할 헬하운드 자체가 없다.
“검은 가시 여분 있죠?”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곧장 검은 가시를 꺼내줬다.
그리고 그걸 이쁜소녀에게 넘겨줬다.
이 정도 위력이면 던켈을 든 이쁜소녀가 지금 배우는 편이 좋다.
검은 가시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굳이 아낄 필요 있나.
“다음에 한 방 부탁해.”
“네! 잘할 수 있어요.”
케르베로스가 일어나자 일단 주변을 돌면서 서서히 HP를 깎아나갔다.
“슬슬 타봐.”
“이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단순 무식한 방법이다.
『 케르베로스 눈물 조각 』
테이밍을 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템.
언젠가 쓰게 될 거라 생각하면서 모아만 두었다.
“갑니다.”
케르베로스의 후방에서 빠르게 올라타 목덜미의 갈기를 잡고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자 케르베로스가 미친 듯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큭.
날 떨어뜨리기 위해 사방으로 몸을 비트는데 예전 같은 근력이었으면 금세 떨어졌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오우거 벨트와 파워 글러브를 착용해서 힘이 엄청나게 올라간 상태.
거기다.
【 오우거 하트! 】
오우거 하트를 쓰자 손아귀의 힘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가 되면 아무리 케르베로스가 흔들어도 절대로 안 떨어진다.
현시점에서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건 올 힘으로 찍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이다.
만약 그렇게 올 힘을 찍으면 민첩이 너무 낮아서 바로 떨어질 것이 뻔하고.
반면에 난 힘과 민첩, 둘 다 가능하다.
자신 있게 나선 것은 이런 이유다.
케르베로스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
“꺅! 오빠 최고!”
“주호 오빠, 힘내요!”
내가 케르베로스에 매달려 완벽하게 버텨내자 이쁜소녀와 챠밍에게서 환호 소리가 들린다.
아마, 현재 케르베로스를 탈 수 있는 것은 내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이 정도 환호는 받아도 된다.
“역시, 괴물. 저걸 진짜로 해버리네.”
세컨 팀 쪽에서도 환호와 감탄이 섞여서 들리고…….
“하아…… 이러니 안 반할 수가 있어요?”
현역 여대생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건…… 솔직히 좀 부담스럽네.
“저희 같은 게임 하는 것 맞죠?”
발키리 아주머니가 온종일 날 지켜보고는 결국 한 마디를 하셨다.
아마도요…….
같은 게임 맞을 겁니다.
그렇게 계속 매달려 시간이 흘러 케르베로스의 페이즈가 변하며 뇌전을 사방에 뿌리려고 할 때,
“이쁜소녀 달려!”
재중이 형의 외침에 이쁜소녀가 던켈을 들고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왔다.
【 검은 가시! 】
달려오면서 검은 가시를 시전해 차징을 시작했다.
“이얏!”
그렇게 검은 가시가 풀 차징된 던켈을 케르베로스에게 내려찍었다.
가속도, 내려찍는 힘, 던켈의 공격력, 검은 가시의 관통력이 한 점에 모두 모이자 어마어마한 파동을 일으키며 주변을 휩쓸었다.
그와 함께 그 커다란 케르베로스가 몸째 밀려 나가 쓰러졌다.
쿵!
그리고 시전되던 뇌전 페이즈가 끊기면서 사방에서 몰아치려던 뇌전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나이스!”
사방에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봐도 저건 사기지.
던켈이 회수 당할까 봐 겁날 정도다.
그렇게 흔들리는 케르베로스의 갈기를 한 손으로 잡고 버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스카라를 찍어서 마력을 계속 회복했다.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던켈과 검은 가시를 이용하여 페이즈를 끊고, 나르샤 역시 차징된 검은 가시를 이용하여 케르베로스의 스킬을 캔슬했다.
그렇게 페이즈를 가볍게 넘기고 마지막 화염 페이즈까지 넘어왔을 때,
끊을 새 없이 케르베로스의 몸에서 불이 확 오르며 달라붙어 있던 내 HP가 급격하게 떨어져 내렸다.
【 와이드 힐! 】
【 와이드 힐! 】
챠밍과 아이꿍이 연달아 힐을 주자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서다가 블러디아로 케르베로스의 등을 계속 내려찍자 겨우 제자리를 유지했다.
역시 템이 최고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 하는 형식으로 체력을 채우면서 테이밍이 가능하니까.
“저거 완전히 빨대를 꼽았네.”
“이렇게 해야 버티죠.”
재중이 형이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이건 끊어지지 않네요.”
“그건 캔슬할 수 없는 스킬인가 본데?”
그렇게 한동안 불타오르는 케르베로스의 위에서 버티다 보니 눈물 조각이 크게 울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불타오르던 케르베로스의 몸에선 화염이 사그라들었고, 사방으로 환한 빛이 뿜어져 모두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 케르베로스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