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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50화 (150/1,404)

# 150

#150화 지금은 준비할 때 (2)

—와, 기어코 주호가 대회 우승했네.

—예선 때부터 대충 각 나왔잖아. 우승할 거라고.

—솔직히 불멸이 우승할 것 같았는데.

—20억 받으면 무슨 기분이 들까?

—완전 부럽다. 20억이면 뭐할 수 있으려나? 일단, 차부터 새로 뽑고…….

—아이템도 세 개나 받지 않음?

—ㅇㅇ 세 개 맞음.

—나 같으면 비싼 거 고름. 그 예전에 오우거 레이드하고 나온 것 정도면 진짜 엄청 비쌀 것 같은데.

—던켈, 오우거 벨트, 오우거 하트 딱 하면 되겠다.

—주호는 그거 가지고 있어서 다른 거 고를걸?

—에이, 있어도 받아서 팔면 되잖아.

—경매 붙이면 으아! 어마어마하겠다.

……기대에 못 미쳐서 왠지 미안한데?

오랜만에 게시판을 보고 있으니 대회 우승 상금과 내가 무슨 아이템을 골랐을지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이템 때문에 내게 연락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설> 주호님, 아이템 선정권 1장 넘겨주시면 무조건 3억 드리겠습니다. 꼭!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칼렛> 혹시, 블링크 주실 수 있나요? 사례는 충분히 할게요. 꼭 좀 부탁드려요.

<폭군> 던켈 주문 가능합니까? 돈은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꼭 한 자루 가지고 싶은데.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유령> 오우거 벨트 선택해서 주시면 안 될까요? 총알처럼 찾아갈게요. 돈뿐만 아니라 저희 길드가 해드릴 것이 많을 겁니다.

이 사람들은 내가 아이템 상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접속과 동시에 연락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전부 막아둔 상태다.

이미 다 골라 버렸으니까.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다.

저 사람들도 억 단위나 백지수표로 부르는 것을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지만.

내가 쓸 것도 부족한데, 밖으로 돌리다니 말도 안 되지.

재중이 형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자기 쓸 것도 부족한데 주긴 누굴 주냐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대회에 예쁜 여자 진짜 많더라.

—보통 커스터마이징 해서 많이 바꾸잖아. 근데 실물하고 똑같음.

—미스샷이라는 여자도 엄청 섹시하던데.

—난 현역여대생이 좋았음. 진짜 옷에 사인해 달라고 할 때 그 볼륨이…….

—아로하라는 여자도 꽤 괜찮았지?

—표정이 인형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확실히 예쁘긴 함.

—발키리 이분은 몸매가 예술임.

—나르샤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부터 나르샤 팬임.

생각보다 대회 덕분에 이름을 알린 사람이 많아 보인다.

특히 남자보단 여자들 쪽이.

—개인적으로 챠밍이 보고 싶었는데.

—얼굴을 꽁꽁 싸맨 것을 보면 생각보다 진짜 못생겼나 봄.

—맞네, 얼굴 한 번도 안 보여주던데. 굳이 저렇게 싸매고 다니면 뻔하지.

—이쁜소녀도 그렇고. 이름만 봐선 진짜 이쁠지 알았는데 보여주질 않으니.

아냐, 얘들아.

실제로 둘 다 엄청 이쁘단다…….

대회 내내 한 번도 보여주질 않았으니까 저런 오해가 생길 법도 했다.

그리고 오해는 오해로 둔다.

귀찮은 일은 사양이니까.

나나, 챠밍이나, 이쁜소녀나 모두.

—공성전 업데이트 뜸.

—음, 그럼 하르페 뺏을 수 있는 거냐?

—아마 그런 듯?

—길드들 전부 달아오르겠는데. 세금이 장난 아니라는 소문이 있음.

—하르 원석 조건이 세긴 한데.

—그거 못 맞출 것 같으면 공성도 하지 말아야지. 걸린 돈이 얼만데.

역시 새어 나가는 건가?

우리 서버뿐만이 아니라 다른 13개 서버에서도 하르페는 주인을 찾은 상태다.

사람이 늘면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어디에선가 터져 나온 모양이었다.

우리만 조용히 있다고 끝이 아니지.

꼭 세금이 얼마인지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유적지가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

이번엔 정말 거센 도전을 받을 것 같다.

적은 누군지 다수고.

우리는 그걸 이겨내야 한다.

어떤 방식을 써서든.

***

“레벨을 더 올려야 해. 지금 레벨로는 힘들다.”

사장님이 집무실에서 날 보자마자 하는 소리다.

“생각보다 다른 애들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왔어. 이 정도로 따라잡힐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따라왔을까요? 고작 며칠인데.”

내 물음에 사장님이 손을 내저으면서 몇 가지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

“이거 봐. 검은 호수와 늪지대 주변 스샷이다.”

나 말고도 우리 팀 모두가 사장님이 보여주는 스샷에 집중했다.

“이건…….”

이게 대체 뭐야.

이런 게 가능해?

“나도 생각도 못 했다.”

사장님이 보여주는 스크린샷에는 검은 호수와 늪지대 외곽으로 엄청나게 많은 상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호수와 늪지대를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찍혀 있고.

“우리가 너무 방심했다. 설마 상인들이 이 정도로 떨어진 곳까지 나서다니.”

“애초에 상인들이 돈이 안 된다고 자리 잡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내보인 스킬이나 아이템이 있으니까. 공성전을 준비하는 길드들이 덤벼든 거지. 상인들은 그사이를 잘 파고들었고.”

“아, 멀티 샷…….”

“공성전에 멀티 샷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말 안 해도 잘 알거고, 상인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고개를 돌려 나르샤를 보자 나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샤만큼은 아니더라도 궁수들이 멀티 샷을 쏠 수 있다면 정말 강력한 전력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른 사냥터인 늪지대. 여긴 아마 포이즌 클라우드 같은 광역기를 기대하고 갔겠지. 드랍이 안 되도 단일 스킬이라도 뜨면 독이라서 충분히 위력적이니까.”

벽에 등을 지고 있던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물약이 있고, 여차하면 빠져나올 정도로만 들어갔다 나오면 지금 수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 돈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돈으로 시간을 산다…….”

이래서 상위 길드를 방심할 수가 없다.

언제 어떻게든 따라잡을 여력이 충분히 있으니까.

우리가 대회를 치른다고 며칠 쉰 동안 정말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저기!”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홀짝홀짝 마시던 이쁜소녀가 손을 들고 말을 하자 모두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면 우리가 더 좋은 것 아니에요?”

“응? 그게 무슨.”

재중이 형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그저 웃어버렸다.

“아…… 맞네. 우리가 더 좋은 걸지도. 이거 너무 오래 놀았더니 머리가 굳었네. 쩝.”

“그쵸?”

이쁜소녀가 생글생글 웃는다.

“사실, 검은 호수에서 사냥하기 힘든 문제는 물약 수급이었는데 조건이 같아졌으니까요.”

“확실히…….”

“너, 똑같은 물약 받고 사냥하면 어떨 것 같아?”

한 시간 반씩, 총 세 시간.

그렇게 오가는 시간이 줄어들면 우리야 땡큐다.

물약값?

안 그래도 그 비싼 압축 물약을 사 들고 다녔는데 상인촌이 있다면 오히려 감사하지.

“빨리 가죠. 손이 달아오르네요.”

내 말에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검은 호수 입구까지 한 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하니 예전과 다르게 사람으로 북적북적했다.

“같은 사냥터가 맞나 싶다.”

“그러게요.”

우리 팀 여섯 명.

나, 재중이 형, 방패전사, 나르샤, 이쁜소녀, 챠밍.

세컨 팀 여덟 명.

사장님, 아이꿍, 해신, 슬이아빠, 체리, 천둥, 현역여대생, 발키리.

“아! 왜 저쪽 팀이 아니에요…….”

현역여대생의 절규와 같은 울음소리가 사방에 퍼지자 사장님은 허허하면서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다.

“일단 이쪽에서 적응을 좀 하려무나. 저쪽은 손발을 맞춘 지 오래기도 하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라.”

“네! 제가 얼마나 잘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저쪽으로 가고 말겠어요.”

그 모습을 본 챠밍의 표정에서 왠지 모르게 한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발, 별문제 없기를.

전 프로게이머인 수호와 최종병기는 낮은 레벨에서 새로 키워야 했기에 지금은 함께 하지 못했다.

<수호> 최대한 빨리 치고 올라가지.

<최종병기>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사장님이 구간별로 최고의 아이템만 지원할 예정이니 크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서버에서 스카우트한 사람들도 합류하지 못했다.

과거 우리처럼 새로 키워야 해서 아예 팀을 만들어줬다.

사탕 커플은 한쪽이 레벨이 낮아서 지금 한창 맞춰주는 중이라고 하고.

평소에도 둘이서 게임을 해서 그런지 조금 나중에 합류한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와, 진짜 사람 많다.”

이쁜소녀가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본다.

상인촌에 다가가면 갈수록 사람이 넘쳐 흐른다.

적어도 수백 이상의 사람이 자리를 잡고 물건을 사고파는 중이다.

여기 자리 잡은 사람이 이 정도면 지금 안에서 사냥하는 사람은 더 많다는 소리다.

진짜 돈이 되면 다 하는구나.

하르페가 생기기 전 초창기의 숲 입구와 같은 진풍경이 여기 있었다.

= 라미아의 피 매입 중 =

= 장비 수리합니다 =

= 노란 물약 최저가 =

= 드랍 템 모두 삽니다 =

= 검은 가시, 멀티 샷, 아쿠아 캐논 무제한 사요 =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확인한 물가는 생각보다 괜찮다.

압축 물약을 들고 다닐 때보다 오히려 저렴한 수준.

일반 물약의 7배가 넘는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니 상인들이 왜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겠다.

“평균 6∼7배 정도네. 바가지야, 바가지.”

“사기 싫으면 저리 가슈. 산다는 사람 많아. 지금도 없어서 못 파는데.”

대부분 저런 이야기다.

없어서 못 판다고.

“일단 우리도 가져온 것을 다 쓰고 나와서 사기로 하고, 들어가자. 사장님, 라미아의 피는 충분하시죠?”

“그래, 이런 상황에서도 이만큼 구하다니.”

“우린 방패전사가 있으니까요. 미리 꽤 모아뒀었습니다.”

상인촌을 벗어나 외곽 지역에 들어가자 검은 호수 여기저기서 라미아를 상대로 사냥을 하는 팀들이 보인다.

더 이상 우리만 사냥하는 사냥터가 아니네.

“더 들어갈까요? 여긴 애매한데.”

“그러자. 어차피 라미아만 잡아선 수지도 안 맞고.”

라미아들은 대부분 나오자마자 잡히는 분위기라 우리가 굳이 힘들게 잡으면서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쭉 더 들어가니 예전과 같은 검은 물의 장벽이 우리를 반겼다.

“이미 사람이 많이 들어온 모양입니다.”

물의 장벽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미 누군가가 들어가서 사냥 중이라는 소리다.

방패전사가 거대 개구리를 타고 앞장서자 차례대로 미로로 진입했다.

미로에서 두 번 정도 꺾자 바로 라미아 창병과 궁수를 합쳐 열 마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일단, 전부 대기요. 생각한 것이 있어서.”

“응? 벌써 니가 가게?”

“여기서 시간 끌 수 없잖아요.”

창병 넷에 궁수가 무려 여섯인데 아무리 잘 뚫고 들어가 봐야 피해가 생긴다.

“음, 좀 무리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밌을 겁니다.”

말을 끝내면서 달려나가자 그 모습에 동시다발적으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난 그것에 몸을 회전하면서 기술을 사용했고.

【 백스탭! 】

몸이 신기루처럼 미끄러지면서 화살이 모두 통과하자 그대로 다시 몸을 회전시켜 정면을 바라봤다.

【 대쉬! 】

재중이 형 말로는 이렇게 기술이 끝나기 직전에 이어서 쓰면 회피 기간이 길어진다고 귀띔해줬다.

그래서 비월참이 그때 무참하게 아무것도 못 했던 거고.

창병이 내지르는 공격도 역시 몸을 스치면서 지나가는데 전혀 타격이 없다.

컨트롤로 이 정도까지 전진하려면 정말 개고생을 하면서 물약도 사용했겠지만 스킬이라면 피해 없이 전진할 수 있다.

사실 여기서 어스퀘이크를 써도 되지만…….

난 더 간다.

이 정도로 끝낼 거라면.

백스탭과 대쉬를 선택한 이유가 없다.

내가 통로 반대편으로 달려나가자 열 마리의 라미아가 그대로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 저 미친놈. 어디까지 가!”

재중이 형의 그런 고함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다음 통로에서 여덟 마리, 또 그다음 통로에서 다시 아홉 마리, 그리고 다시 여덟 마리, 받고 여섯 마리 더.

총 마흔한 마리를 뒤에 매달고 나서야 다시 뒤돌아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쿨타임이 살짝 비는 사이에 공격을 당할 것 같으면 무빙과 함께 돌아오는 스킬로 쭉 빠져나가면서 예전 방패전사가 보여준 겹치는 몰이를 했다.

“갑니다!”

“아! 저 미친놈!”

재중이 형이 내가 끌고 오는 라미아를 보더니 기겁을 한다.

“빨리, 이리로 와!”

역시, 방패전사.

통로를 돌자마자 방패전사가 구석에서 라이트 쉴드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슬이아빠가 보조했다.

먼저 달려오는 창병들을 비월참으로 어그로를 확실하게 얻어 자신들에게 붙이고, 이어서 내가 방패전사를 지나쳐 더 달려나가자 뒤따라오던 궁수들이 깔끔하게 창병들과 겹치는 순간.

【 아이스 월! 】

【 아이스 월! 】

동시에 터지는 챠밍과 아이꿍의 광역기에 창병, 궁수 마흔한 마리가 한 자리에서 얼어붙자 재중이 형, 이쁜소녀, 그리고 내가 던켈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바닥에 내려찍었다.

【 어스 퀘이크! 】

【 어스 퀘이크! 】

【 어스 퀘이크! 】

세 명의 어스 퀘이크가 공명하듯 동시에 터지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주변이 초토화되면서 사방이 진동했다.

그리고 거기에 쓸린 대다수의 라미아가 폭격에 터져 벽으로 모조리 튕겨 나갔다.

원래 한 발만 맞아도 경직에 가까운 효과가 나는데 세 발이 동시에 터졌으니.

【 멀티 샷! 】

나르샤의 광역기도 이어지고 사장님을 비롯해 남은 팀원이 전부 달려들어 공격하자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벽에서 파닥거리던 라미아들이 완전히 순삭되었다.

“하…… 경험치 봐라.”

슬이아빠가 가장 먼저 확인한 듯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리고 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한다.

마흔한 마리가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졌다.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우리 팀과 세컨 팀이 합치더라도 열네 명인데도 한 사람당 세 마리 이상의 경험치가 돌아가는 셈이다.

물론, 우리 팀이 훨씬 많이 먹겠지만.

가뜩이나 미로 안의 몹은 경험치가 좋은데 이 정도면 거의 폭렙에 가깝다.

“우리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이 정도는 몰아와야죠.”

“미친놈. 대체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통로 다섯 개 정도?”

“잘도 돌아왔네.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서 그걸로 몰이할 생각을 하다니…… 방향 제어 조금만 잘못 했으면 바로 벽에 박았을 거다.”

내 최대 민첩은 일반 궁수를 상회.

그리고 백스탭과 대쉬까지 쓰면 이중 가속으로 거의 차량이 달리는 것 같은 효과가 난다.

그걸 정확히 제어하면서 몹까지 몰아온다?

“알아요. 근데 계속 쓰면서 해보니 가속 중에 자세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던데요?”

내 태연한 말에 재중이 형이 졌다는 듯 한숨을 쉰다.

“하긴, 그건 너 밖엔 못 하겠다. 원래 그렇게 되는 기술이 아니야.”

재중이 형의 설명을 듣던 길드 사람들은 날 보면서 질린 표정을 짓는다.

“자, 계속 가죠? 목표는 이놈들이 아니니까. 미로를 통과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죠.”

“그래, 목표는 다른 놈들이지.”

공성전을 위한 첫번째 준비.

검은 가시와 멀티 샷.

그걸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검은 가시 라미아를.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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