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48화 (148/1,404)

# 148

#148화 인재를 줍자 (2)

“난감하네요.”

이런 연회장에서 저러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다.

얼굴에 철판을 100만 개쯤 깔아야······.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저 사람 문제 있는 것 아니에요?”

대회 때도 평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아아, 확실히.”

재중이 형도 인상을 쓰는 것을 보니까 내가 본 것이 틀리진 않는 모양이다.

“실력은 확실히 있는데······ 정말 애매하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저러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뭐, 이야기 정도는 해봐야지. 저러고 있는데 그냥 쫓아내면 그것도 좀 그렇고.”

재중이 형의 시선에 아직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로리콘이 보인다.

“제발!”

저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도 쉽지는 않은데.

우려와 다르게 그걸 보고 있던 이쁜소녀가 딱 한 마디로 로리콘을 보내 버렸다.

“전 변태는 싫어요.”

이쁜소녀가 그 말을 하자마자 로리콘이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두 손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숙였다.

끝났네.

“전······ 그저 귀여운 것이 좋을 뿐인데······.”

로리콘이 혼자서 중얼거리는데 모두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저 사람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 로리콘을 지켜보자 별수 없이 나와 재중이 형이 나서서 로리콘을 일으켜 세웠다.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수 없으니까.

지금 돌아다니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심결에 로리콘의 얼굴을 봤다가 화들짝 놀랐다.

“우, 울······ 울어?”

나도 그렇고 재중이 형도 깜짝 놀라서 로리콘의 얼굴을 보는데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다.

남자가 저렇게 우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아놔······.”

재중이 형도 이런 것은 상상하지 못했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나이는 스물 전후,

새내기 대학생 느낌이 나는 녀석이 질질 짜면서 우리를 보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걸 어째야 하나······.”

결국, 질질 짜는 녀석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 왜 로리콘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친구가 재밌을 거라고······ 요즘은 특이하게 짓는 것이 유행이라고 해서. 그래야 눈에 띈다고.”

“그 친구는 지금 뭐하는데요?”

“같이 게임 해요.”

“아이디가?”

“오타쿠요.”

······진짜 미치겠다.

취존이라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팀원들도 전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던데 이건 거의 한강 가는 수준인데.

“대전하다가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 흘깃흘깃 쳐다보면 실례라는 거 몰라요? 대체 왜 그랬어요?”

이쁜소녀가 궁금했는지 결국 그 일을 물어봤다.

“그게······ 작고 이쁘고 그러니까······ 끝내기 싫어서······.”

“하아.”

재중이 형이 듣다 말고 이야기를 꺼냈다.

“너 혹시 어린 애들 보면 막······.”

“아뇨!”

재중이 형 말에 로리콘이 벌쩍 뛴다.

“저도 상식은 있는 놈이에요.”

상식이 있는 놈이 로리콘이라고 이름을 지었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살짝 돌려서 현역여대생을 바라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로리콘의 고개도 따라 돌아간다.

“쟤는 어때?”

“누구요?”

“현역여대생.”

“추녀죠.”

로리콘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이 나왔다.

뭐지? 내가 보기엔 충분히 괜찮은 편에 속하는데?

그 말에 현역여대생이 자리를 벅차고 일어서 팔을 부르르 떤다.

“추, 추녀?!"

“내 스타일 아니에요, 완전 별로임.”

“이 변태 소아성애자 새끼가······.”

“나 애들은 안 좋아한다니까 그러네.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하지 그럼 귀엽다고 해줄까?”

“악! 나 말리지 마요.”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가려는 것을 이쁜소녀와 나르샤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아주 잘근잘근 씹어줄 테니까.”

“아이고, 무서워라.”

좀 전까지 울고불고하던 녀석이 맞나?

현역여대생을 겨우 진정시키고 재중이 형이 다시 로리콘에게 물었다.

“현실에서 뭐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학생인데요?”

“음, 그거 말고 다른 건?”

“애니메이션 동호회 회장요······.”

“아, 더 안 들어도 알겠다.”

재중이 형이 골치가 아프다고 머리를 짚는다.

실력이 아예 없으면 고민조차 없었을 텐데······.

지금 한참 머릿속에서 저울질을 하는 모양이다.

“아이디야 뭐 희한하게 짓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사람 자체는 괜찮은 것 같은데, 문제는 이놈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거다.

“일단, 결정은 나중에. 우리도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하지?”

“네, 붙여만 주신다면 이 길드에 뼈를 묻겠습니다.”

“그럴 것까지는 없고······.”

그렇게 겨우 로리콘을 돌려보냈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네요.”

방패전사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중이 형이 그제야 현역여대생을 보면서 악수를 했다.

“들어오고 싶다고 들었는데.”

“네, 순간 마음이 좀 변할 뻔했지만요. 로리콘 때문에.”

“하하, 뭐, 같이 활동하지 않는 이상은 큰 상관은 없을 겁니다.”

재중이 형이 그러면서 날 바라보는데 난 바로 챠밍을 쳐다봤다.

분명히 의무실에서 맘에 안 든다는 소리를 했는데······.

괜찮은가?

챠밍이 내 시선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챠밍이나 현역여대생이냐를 놓고 보면 비교 대상조차도 안 된다.

챠밍이 거절하면 끝인데 그냥 허락하는 분위기다.

이쪽은 일단 다 해결인가.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사장님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어떻게 한 명은 포섭했네.

“아, 그리고 이쪽은 프로게이머 출신, 수호 그리고 최종병기. 챠밍하고 승호는 붙어봐서 잘 알 거라 생각하고.”

보디빌더처럼 굉장히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는 수호라는 남자와 다소 왜소하긴 한데 나를 순간적으로 탈락시킬 뻔했던 최종병기라는 사람이 모두 재중이 형을 따라왔다.

“정혁이라고 합니다. 뭐, 다들 수호라고 알고 계시겠네요. 팀 에스티아에서 활동 중입니다.”

아이디와 이미지가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

탱커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저는 민후라고 해요. 팀 에스티아에서 전략과 빌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방패전사가 먼저 손을 내밀곤 수호, 최종병기와 악수를 나누었다.

“형, 능력도 좋네요. 어떻게 한 거예요?”

“설득하느라 좀 고생했는데 앞으로 비전이 있으니까. 프로에서도 계약이 얼마 안 남았고.”

나와 재중이 형의 말을 듣던 최종병기가 말을 꺼냈다.

검은가시와 멀티 샷의 조합뿐만 아니라 마궁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게이머.

재중이 형이 엄청 얻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사실······ 프로에 남아 봐야 얼마 되지 않는 돈 손에 쥐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싶더라고요. 이것도 한철 장사인데 이대로는 희망이 없어서.”

뭔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나?

“S급나 A급으로 쳐주는 사람들이야 상대적으로 많이 받지만 그 밑으로 내려가면 사실 그렇게 여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계약 맺을 당시 상황이 굉장히 좋아야 하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죠. 중요한 것은 상금인데 그게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위닝 보너스도 굉장히 짠 편이기도 하고.”

결국은 돈이 문제인가?

“사실 좀 지쳤어요. 확실히 이쪽으로 오면 미래는 있을 것 같아요. 각종 빌드를 만들어 팬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성적이 안 나오면 결국 묻혀 버려요.”

어딜 가나 나름대로 그들만이 가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화려하게 보이던 저들의 세계에도 빛과 어둠이 있다.

성적이 잘 나오던 재중이 형이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었다면 반대쪽 경우는 훨씬 많겠지.

“기업 후원으로 새 팀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같은 방식이 반복될 뿐이니까.”

새 팀?

처음 듣는 소린데.

“아, 모르시는 분이 더 많겠네요. 조만간 기업들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비밀 유지 조항 같은 것은 없었으니 말해도 상관은 없겠죠.”

“경쟁이 빡세진다는 소리다.”

재중이 형이 그냥 간략하게 정리를 해줬다.

“다른 사람들은 조건이 안 돼서 못 데리고 왔다. 나중에 지켜보자는 사람도 있었고. 이미 다른 곳에서 돈으로 다 빼간 모양이야.”

“충분해요.”

내가 생각하기엔 알짜만 빼 온 것 같으니까.

그렇게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의 사람이 찾아왔다.

“여기 맞네요.”

“누구?”

수수한 구식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불멸 씨가 말해서 찾아왔는데 지금 괜찮으신가요?”

“아, 발키리님.”

재중이 형이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안내했다.

기억이 난다.

재중이 형과 창으로 끝까지 싸우던 그 여성.

시합 끝나고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거였구나.

“발키리라고 해요. 음, 소개하자면 현역 주부랍니다.”

요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한다더니.

부부가 같이 게임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하고.

재중이 형은 실력만 보겠다는 사람이라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일정한 접률만 지켜주시면.”

“네, 남편이 이번에 상금 타오는 걸 보곤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줘서요. 애들도 다 컸고.”

“네?”

“우리 애가 중학생이라.”

보기엔 삼십대가 안 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엄청난 동안이잖아?

우리 팀 전부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하하, 남편분이 재미있으시군요.”

재중이 형이 찾는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

자신의 능력을 모르다 막상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들.

“네, 남편하고 예전에 게임을 많이 했거든요. 자기도 하고 싶다는 데 본업이 있어서.”

어느 정도 경험은 있구나.

더 잘 된 건가.

조금 더 지나 커플이 동시에 길드 가입을 요청했다.

사탕주면따라가요.

사탕줄게따라와요.

젊은 대학생 커플인데 둘이 나란히 손잡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부러움 같은 것이 속에서 솟구친다.

“커플 아이디예요?”

“네, 재밌을 것 같아서요.”

다른 식으로 재밌는 두 사람이 있기도 한데······.

여긴 좋네.

눈에 확 들어온다.

남자 쪽이 이번에 3위를 한 사람이다.

악마를 시궁창에 집어넣은.

우리 입장에선 박수칠 전개인데?

그만큼 실력도 있고.

“보너스로 받는 아이템은 뭐 하실 건가요?”

“음, 아무래도 벨트겠죠? 오우거 벨트요. 정말 얻기 힘들 것 같아서요. 무기야 강화로 따라간다지만······. 오우거 하트를 고를지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사탕주면따라가요가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보너스 템이 3개인데, 아직 뭘 해야 할지 정하질 못했다.

재중이 형도 2개라 이건 머리가 좀 아플 것 같다.

재중이 형은 한 개는 오우거 벨트라고 했으니 다른 하나로 고민하겠지.

3개라······.

뭘 골라야 하지?

목록은 있다.

오우거 벨트는 있지만 혹시나 필요한 팀원에게 팔 수도 있고.

대쉬, 백스탭은 이런 곳에 쓰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징벌의 사슬도.

굳이 찍자면 블링크, 리플렉션 정도인가?

던켈도 한 자루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케르베로스나 다른 탈 것을 하나 더 받아서 수정으로 만들어 무기에 박아도 좋고.

이후, 128강에 들었던 사람 중 몇 명을 더 접촉해 만나봤지만 더 이상 크게 소득이 없었다.

재중이 형이 탐이 난다던 아로하는 원래 다른 길드 소속이라 빼 올 수가 없었다.

그 재중이 형이 아쉬워할 정도라······.

“저, 잠시만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언니, 나도.”

챠밍이 답답한지 고글을 살짝 들어 보였다.

아, 저걸 계속 차고 있었으니.

그렇게 남은 인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자리를 비운 이쁜소녀와 챠밍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 싶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다녀 올게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무슨 일이야 있겠냐만은.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어지니까 이상하게 가슴이 죄는 느낌이다.

회장 끝에 따로 마련된 발코니로 나가려는데 이상한 실루엣이 보인다.

여자 둘에, 남자가 둘이라······.

챠밍과 이쁜소녀는 알겠는데, 나머진 누구지?

그때 열린 문틈으로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그럼, 두 분 다 저희 길드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저것들 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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