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41화 (141/1,404)

# 141

#141화 별들의 전장 – 본선 (9)

4강 1경기.

재중이 형과 사탕주면따라가요의 경기는 끝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재중이 형이 승리를 가져갔다.

형이 이렇게 고생하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불멸> 까딱 잘못하다 질 뻔했네.

<주호> 끝까지 여유는 있었잖아요.

<불멸> 이제 너 상대해야 하는데 다 보여주면 그렇지?

<주호> 제가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시네요.

<불멸> 아아, 떨어지면 진짜 크게 웃을 거다.

<주호> 무조건 이겨야겠네요.

먼저 올라간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대진 순서가 아쉽다.

<주호> 아, 마지막에 따로 이야기하시던데.

<불멸> 뭐, 그냥 좀 아는 사람. 나중에 볼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일단 먼저 올라가서 기다린다.

<주호> 조금 이따 보죠.

이제 마지막인가.

아랑만 잡으면.

재중이 형과 결승이다.

길었던 대회가 이제 끝이 보이는 것만 같다.

***

『 불멸 선수가 먼저 결승의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

『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죠. 프로 시절 토너먼트의 강자였으니까요. 시즌 레이스에서의 좋은 성적을 토너먼트로 가져가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죠. 』

『 반면에 프로 선수들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예상 밖이네요. 』

『 아무래도 시간 문제인 것 같군요. 거기다 종목 자체가 다른 것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

『 그것도 있지만 주호나 불멸 같은 선수들이 워낙 잘하기도 합니다. 아마, 시간을 더 주었다고 해도 저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지는……. 』

『 프로 선수들이 이번에 자존심이 많이 긁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이제 남은 선수는 주호와 아랑 선수군요. 』

『 불멸과 같이 1서버 출신이죠. 로스트 스카이에서 아직 맞붙은 기록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

『 네, 아무래도 두 선수가 속한 길드가 1서버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쉽게 붙지는 못하겠죠. 자칫 서버 전체가 쟁으로 번질 수 있으니까요. 』

『 기록이 있다면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건 어렵군요. 』

『 네, 그사이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 』

해설자들의 해설을 듣다 보니 세팅이 마무리되었다.

“세팅 끝났어요. 잘 하고 와요.”

“매번 고맙습니다.”

“이제 결승이죠?”

“아직요. 이번 경기를 이겨야죠.”

“이기면 우리 사장이 아마 더 좋아할 거예요.”

“네? 그게 무슨.”

“아랑이 마지막 남은 PV의 VRS를 사용하는 유저라서요. 그거 때문에 지금 PV 사장단이 바싹 긴장하고 있어요.”

“그거까진 생각을 못 했네요.”

“자동차 경주에서 성능이 비슷하면 결국 남는 건 드라이버의 실력이지만 막상 이렇게 되면 달라지거든요.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는 성향이 있어서 헤드라인에는 DS의 VRS가 성능이 더 좋다! 이런 식으로 나가 버리니까요.”

“뭔가 뒷 세계 이야기를 듣는 것 같네요.”

“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 하는 사람들을 엄청난 연봉을 주면서 데리고 있는 거예요. 결과가 좋아야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그쪽도 복잡하네요.”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한 일은 아니에요. 아마, 이번 대회가 끝나면 회사에서 스폰서 제의가 들어갈 거예요. 전에 말한 광고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도 되는 건가요?”

“뭐, 어때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이기고 올라가세요. 상금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몸값을 올리는 중이라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하하, 부담이 어깨 위로 막 쌓이네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누구보다 제가 잘 아니까.”

유혜선 팀장이 굳게 믿는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지면 꿈에 나오겠네요. 이기고 올게요.”

이야기를 마치고 VRS에 들어가자 빛이 삼켜지고 새 배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 용암이 흐르는 대지.

처음 보는 곳인데…….

아마 앞으로 나올 곳을 미리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어딘가에 이미 누군가 발견한 곳일 수도.

반대편에서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소년 모습을 한 아랑이 서 있다.

“반가워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아랑입니다.”

아랑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무기는…….

역시 양손검인가?

구 네임드 밖에 없을 텐데…….

그렇다면 강화에 포인트를 더해서 공격력을 맞춘 모양이다.

“전설 형이 지고 오면 저를 쥐 잡듯 잡을 것 같아서 꼭 이겨야 하거든요. 좀 살살 부탁드립니다.”

“뭐 이쪽도 마찬가지라.”

지고 갔다간 재중이 형한테 몇 날 며칠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

서로 적당히 간을 보다가 내가 먼저 달려들었다.

재중이 형이 말한 것이 있으니.

아랑은 자연스럽게 내린 양손검을 이용하여 바닥을 강하게 긁으며 쳐올렸다.

일반적인 자세가 아닌 낮은 자세에서 터져 나온 공격에 바닥의 돌과 흙이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순간적으로 시야가 사라졌다.

진짜, 하나같이 시야를 없애는 것만 연구하고 나왔나…….

흙과 돌로 가려지는 시야를 무시하고 아랑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집중했다.

그때, 귓가에 전해지는 소리에 재빠르게 몸을 뺐다.

비산한 흙과 돌 사이로 양손검이 강하게 찔러 들어오면서 내가 있었던 곳을 스치듯 지나갔다.

“이런 걸로는 안 되나.”

“……제대로 했으면 싶은데.”

“정상적으로 붙어서 이길만 한 상대라면 이렇게 안 합니다.”

“뭐, 붙을 생각이 없다면 이쪽에서 가죠.”

【 대쉬! 】

아랑과 같이 자세를 낮추면서 얻는 가속으로 몸이 튀어나가며 순식간에 아랑의 코앞으로 접근했다.

접근하자마자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이용해 연속으로 공격하자 아랑이 뒤로 슬쩍 빠지면서 양손검으로 뒤늦게 들어간 블러디아의 궤적을 막아냈다.

제법.

연이어 양손검을 타고 블러디아로 긁으며 들어가자 힘으로 블러디아를 옆으로 뿌리치면서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그 양손검을 다시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교차해 위로 쳐올린 뒤 스텝을 밟아 품으로 완전히 파고들어 두 검으로 옆구리를 노리고 휘두르자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아랑이 인상을 찌푸리며 기술을 사용해 빠져나갔다.

【 백스텝! 】

뒤로 쭉 밀리듯 빠져나가는 아랑을 보자마자 지체 없이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백스텝이 떨어지는 구간에 직격으로 떨어진 비월참에 쓰러질 것이라 여겼는데 폭발의 흔적이 사라지자 아랑이 그 자리에서 버텨냈다.

막은 건가?

흙먼지가 사라지자 아랑이 검면으로 비월참을 막은 것인지 흙투성이가 되어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저렇게 해서 안 튕겨 나갔군.

튕겨 나갔다면 경직이 일어나서 망했을 텐데 순간적으로 재치 있게 잘 막은 셈이다.

“쳇, 이래서 안 쓰려고 했는데.”

백스탭의 단점을 알고 있었나?

하긴, 전에 한 번 보여줬으니 내 영상을 봤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테니까.

다만, 안 쓰고 버텼으면 연속된 콤보에 그대로 나가떨어졌을 수 있었다.

바로 죽느냐, 조금 더 오래 사느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 더 오래 사는 것을 택했을 뿐이다.

저것으로 HP가 상당히 날아갔을 테니 이제 도망 다니면서 시간을 끌어도 이기긴 이긴다.

“와, 진짜…… 영상으로 보는 것하고 완전 다르네. 괴물이잖아.”

아랑이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는다.

그때, 땅이 갈라지면서 용암이 확 솟구쳐 올랐다.

뭐지?

급하게 뒤로 빠졌는데 살짝 스친 열기에 HP가 눈에 보일 정도로 깎여 내려갔다.

“……이거 재미겠는데요.”

터져 나오는 용암 사이로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이용해 아랑이 숨어들었다.

한순간 시야에서 놓치는 순간.

【 비월참! 】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용암 사이를 뚫고 비월참이 날아들었다.

【 아쿠아 웨폰! 】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바로 교차하듯 비월참을 하늘로 쳐내고 곧바로 달려드는데 다시 바닥에서 용암이 터져 나왔다.

이건 사람보다 용암이 더 문제네.

일발 역전이 가능한 맵인가.

의외로 쉽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랑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어지는 공격에서도 막기 힘든 건 양손의 힘으로 찍어 눌러 억지로 막고 횡으로 들어가는 공격은 날 중간을 들어 동시에 막는 기예를 계속 보여줬다.

양손으로 휘두르는 검은 원래는 묵직하게 누르거나 쳐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난 그걸 흘려내는 식으로 쓰면서 버티니 아랑이 질린 눈으로 날 보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푸른빛의 검 두 자루와 하얗게 빛나는 양손검이 맞부딪치면서 수십 합이 오갔다.

검을 주고받다가 둘 다 변화하는 바닥을 눈치챘다.

아랑의 눈빛이 변하며 양손검을 크게 휘둘러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아랑은 이미 비월참을 한 번 날려 이번에 날리면 더 이상 무기 인챈은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 나와 붙을 때마다 계속 손해를 보면서 싸워야 한다는 소리다.

이후의 상황은 완전히 포기하고 지금을 위해 올인한 셈이다.

한 발밖에 남지 않은 비월참을 날릴 줄은 생각도 못 한 터라 반응이 살짝 늦었지만,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교차해 가까스로 막아냈다.

덕분에 용암이 솟구치는 범위를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큭, 내가 이겼다.”

【 백스텝! 】

백스텝으로 빠르게 용암이 솟구치는 범위를 빠져나가려는 아랑을 보고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었냐.

지금 비월참을 날려봐야 녀석을 더 멀리 밀어내는 효과밖에 없지만, 재중이 형에게 배운 건 또 있다.

【 징벌의 사슬! 】

내가 징벌의 사슬을 쓰자 아랑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가다 덜컥 잡혀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어? 이게 왜.”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의 아랑을 향해 한마디 했다.

“동시에 쓰면 멈추더라. 같이 죽어야지 어딜 가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이 터지면서 용암이 확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나와 아랑을 동시에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자앙~!”

이렇게 같이 용암을 뒤집어쓰면 아랑이 먼저 죽는다.

내 HP가 아랑보다는 많이 남았으니까.

그렇게 둘의 HP가 쭉 빠지다 먼저 HP가 바닥난 아랑이 빛으로 변하자 그대로 대전은 끝났다.

대전이 완료되고 VRS의 케이스가 열리면서 들어오는 환한 빛에 눈이 부시다.

그리고 해설진의 목소리와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 자, 결승전 남은 티켓이 결정되었습니다. 』

『 최소 8억 상금을 예약한 마지막 주인공은 주호입니다. 』

해설진이 결승행을 확정 짓자 함성이 아트리움을 떠날 듯 울렸다.

“와! 주호 대박.”

“오빠! 여기 한 번 봐주세요.”

“아랑 머리 쓰다가 지가 당했네.”

“실력이 안 되는데 꼼수 쓰다가 망했음.”

“와, 개쩐다. 그 상황에서 그런 수를 쓰냐.”

『 아랑도 정말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마지막 한 수에서 밀렸습니다. 』

『 그걸 같이 죽자고 잡다니 주호도 재치가 넘치는군요. 』

『 스킬 분석을 정말 많이 한 모양입니다. 』

『 아무래도 같은 팀에 불멸이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이득을 보고 있군요. 』

『 네, 이번 준결승까지 불멸이 도움을 많이 줬을 겁니다. 』

『 그런 불멸과 이제 결승에서 붙어야 하네요. 운명의 장난일까요. 』

『 불멸도 그렇지만 주호도 여기까지 오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쟁쟁한 프로들을 전부 재치고요. 』

“축하해요.”

유혜선 팀장이 날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덕분에요. 마지막엔 진짜 곤란했거든요. 맵도 참. 희한한 걸 만들어서.”

“처음 보는 맵이었어요?”

“네, 뭐 덕분에 쉽게 끝나서 다행이지만.”

“재밌었어요. 마지막에. ‘어딜 가냐! 같이 죽어야지!’하는 장면요.”

그 말에 그저 피식 웃었다.

그땐 그 말 밖에 생각이 안 났으니까.

축하의 말과 함께 손을 들어주고 바로 빠져나왔다.

<챠밍> 축하해요. 정말 고생했어요.

<이쁜소녀>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어요.

<방패전사> 진짜 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르샤> 결승 축하해요.

<주호> 다들 감사합니다.

<불멸> 여! 올라왔네.

<주호> 못 올라왔으면 얼마나 놀리려고요.

<불멸> 잘 아네. 이제 우리 둘뿐이다.

<주호> 기대하고 있어요.

정말 이제 마지막 게임만 남았다.

『 이제 상금 20억과 8억의 주인공이 갈리게 됩니다. 과연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

『 최종전에 앞서 3, 4위전과 5, 6위전이 열릴 예정이니 채널 고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 3위는 2억과 아이템 또는 스킬 1개 획득권, 4위는 2억이죠. 』

『 아이템에 따라 수천만 원을 호가할 수도 있으니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대전이 될 겁니다. 』

『 스킬보다는 아무래도 아이템이 인기가 있을 것 같군요. 』

『 던켈이나 오우거 벨트 같은 것은 지금 값을 매길 수도 없죠. 』

『 그리고 5위, 6위는 1억을 받게 됩니다. 』

『 이 대전도 피가 마르겠습니다. 차 한 대가 그냥 생기는 돈이니까요. 』

<주호> 우리 쪽에 누가 있어요?

<불멸> 3, 4위전에는 아쉽게 없고. 5, 6위전에는 챠밍하고 이쁜소녀가 나가.

잠시 기다리니 대전표가 나왔다.

3, 4위야 바로 붙으면 되지만 8강엔 4명이 있으니까.

<불멸> 으음. 이거 참 잘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5, 6위 대진표가 나오긴 했는데…….

팀킬이네?

『 5, 6위 대진표 』

아로하 VS 전설

챠밍 VS 이쁜소녀

챠밍하고 이쁜소녀인가?

연습할 때는 진지하게 끝까지 싸워본 적이 없어서 과연 실전에는 어떨지.

클래스나 성향 차이가 심해서 제대로 싸움은 될지 모르겠다.

<주호> 어떻게 될까요?

<불멸> 뭐 난 답을 알고 있지만 미리 알려주면 좀 그러려나.

둘 다 손수 가르쳐 봤으니까 알 수 있는 건가?

<불멸> 그냥 가르쳐주면 재미없고 내기 어때? 큰 거 말고 음료수 내기 정도.

<주호> 그 정도면야.

<불멸> 난 챠밍.

<주호> 그럼 전 이쁜소녀네요. 확실해요?

<불멸> 이쁜소녀한테는 단점이 하나 있거든. 승패를 가를만한.

단점?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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