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40화 (140/1,404)

# 140

#140화 별들의 전장 – 본선 (8)

로리콘이 탈락하자 아트리움이 함성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대기실까지 들릴 정도면 어마어마한데?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쁜소녀가 승리하니 그 효과가 배를 넘어 폭발적으로 변했다.

대회에서 탈락을 시키고 싶어도 로리콘 자체가 실력이 좋아 힘들었지만, 지금은 승리한 이쁜소녀에게 많은 응원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약 스타.

오늘 이후로 팬덤이 엄청나게 붙을 것 같은데?

이 함성만 봐도 답이 나온다.

어느새 16강 경기가 다 끝이 나고 이쁜소녀도 대기실에 돌아왔다.

<이쁜소녀> 저 이겼어요!

<챠밍> 잘했어! 속이 시원하더라.

<방패전사> 그걸 거기서 쓰실 줄이야.

<나르샤> 진짜. 내가 만나면 밟아주고 싶었는데.

<불멸> 이거 참, 가르쳐 드린 것 이상입니다.

<주호> 잘 봤어요. 최고네요.

<이쁜소녀> 그냥 물의 장벽을 보자마자 그 생각밖에 안 나서 일단 벽에 밀어붙이고 봤어요. 혹시, 안 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스럽게 바로 되더라고요.

지금 이쁜소녀가 홍조를 띄우고 혼자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주 통쾌를 넘어서 화끈하게 마무리 짓고 왔으니까.

<방패전사> 이거 한 번 보세요.

—캬! 역시 이쁜소녀. 오늘부터 팬이다.

—정의 구현!

—로리콘하고 128강에서 붙은 사람입니다. 어찌나 끈덕지게 붙던지…… 못 이긴 게 한이었는데 진짜 고마워요. 오늘 좀 편하게 잘 듯.

—벽에 밀어붙이는 건 어떻게 알고 한 거지?

—다른 사냥터 같은데…… 확실히 다르긴 하네.

—덕분에 로리콘을 골로 보냈으니 좋지 뭐.

—팬클럽 들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댓글이 백 단위를 넘어 천 단위를 넘어간다.

시합 마치고 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열풍이지?

<불멸> 반응이 재밌네.

<방패전사> 역대급 인기입니다.

<나르샤> 로리콘이 그만큼 공공의 적이었거든요.

시합 한 번에 존재감이 확 올라가 버렸다.

신기할 정도로.

<챠밍> 우리 서버는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방패전사> 그게, 안타깝게도 우리 서버입니다.

<이쁜소녀> 으…… 정말 싫다.

그렇게도 싫었던 건가.

하긴, 느끼하게 와서 가지고 놀듯 쳐다보면 누구라도 싫겠다.

이름을 로리콘이라고 지을 정도로 관종이라…….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재중이 형이 발키리와 시합을 했는데 특이하게 재중이 형처럼 창을 든 여성이 상대다.

128강부터 저 창 하나로 쭉 상대를 잡아먹고 올라온 여자다.

뭐, 재중이 형과 이렇게 빨리 붙어버린 게 운이 없지만.

재중이 형이 다양한 방식으로 창을 쓴다면 발키리는 일점사에 가까운 찌르기를 주로 쓰는데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누구보다 강해서 재중이 형이 몇 번 고생을 했다.

다만,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왔다.

같이 창을 들었지만 수준의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졌으니까.

프로가 아닌 발키리가 저 정도 하는 것을 보면 꽤 대단해 보인다.

마지막에 재중이 형이 작게 뭐라고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나중에 알려주려나?

경기를 여유 있게 마치고 돌아온 재중이 형이 모두를 집중하게 했다.

<불멸> 자자, 이제 다음 전략을 짜봅시다. 이제부턴 진짜예요. 방패전사님하고 나르샤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방패전사> 진행 요원에게 물어보니 일단, 저랑 나르샤는 시상식 때문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불멸> 어차피 끝나고 뒤풀이 한 번 하면 되니까 구경 좀 하시면서 기다리면 되겠네요.

이제 8명.

여기서부터는 상금이 확 오른다.

한 발 잘못 들여놓으면 돈의 단위가 변하는 생존 게임이 됐다.

『 8강 대진 』

주호 VS 아로하

아랑 VS 전설

사탕주면따라가요 VS 챠밍

불멸 VS 이쁜소녀

우리도 운이 없다면 없는 건가?

전설이 팀킬을 해야 한다면 우리도 똑같아졌다.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의 매치.

<이쁜소녀> 으음, 저 기권할까요?

<주호> 할 수 있는 만큼 하셔야죠. 팬들도 보고 있으니. 지금 기권하면 조작이니 뭐니 말이 많아질 겁니다. 아마도.

차마, 안 되겠다는 말은 내 입으로 못하겠다.

연습 때도 이쁜소녀가 재중이 형은 한 번도 못 이겨봤다.

오죽하면 이쁜소녀가 ‘난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달랜다고 얼마나 혼났는지.

재중이 형이 실력으로 누군가를 봐주고 할 사람이 아니니까.

솔직히 재중이 형은 나도 좀 벅차다.

분명 프로 시절의 실력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저렇게 팔팔한 것을 보면 미스터리긴 하다.

<불멸> 주호 넌 무조건 잡고 올라오고. 전설은 팀킬이다 보니 전력을 다 안 할 수도 있어. 전략 같은 것을 숨길 수도 있고. 둘 다 프로가 아니라서 네 임기응변으로 해야 하니까 그건 조심하고.

<주호> 아로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죠?

<불멸> 어, 길드 이름은 알겠네.

<주호> 어디예요?

<불멸> 전에 우리에게 연락이 왔었는데 스칼렛이라고. 그쪽 길드네.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는데. 그 길드에 저런 애가 있다니 의외야.

<주호> 그럼 생각보다 프로가 많이 떨어져 나갔네요. 지금 살펴보면 프로가 있긴 해요?

<불멸> 사탕주면따라가요, 저 사람이 프로가 아니면 전멸이지. 근데 난 잘 모르겠단 말이야. 묘하게 실력을 숨기는 건지 원래 저 실력인지 분간이 안 되네.

16강에서 프로들이 대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프로의 잔치가 될 거라 예상했던 본선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지금도 커뮤니티에서는 이 이야기로 말이 많다.

당연히 프로가 앞에서부터 줄 세우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불멸> 프로들에게 시간만 더 있었으면 결과가 또 달라졌을 걸. 아이템과 스킬 분석할 시간하고, 스탯에 적응할 시간 자체가 너무 적었으니까. 그 정도 시간으로는 아무리 나라도 적응 못하지.

<주호> 뭐, 덕분에 우린 잘됐네요. 어리바리할 때 꺾어뒀으니까요.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정말 모를 일이다.

이번엔 운이 좋았고, 다음엔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아는 일이고.

재중이 형 말대로 대회 방식이 바뀔 수도 있는 노릇이다.

경기 방식이 바뀌면 또 올라오는 인원이 확 바뀔 수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본 서버의 장비와 렙을 모두 지원하는 식이 된다면 거의 그들만의 잔치지.

<주호> 상금 이야기가 쏙 들어갔네요.

<불멸> 프로에게 상금 준다고 그렇게 입에 거품을 물더니 이제 할 말이 없어졌겠지.

프로가 줄어들면서 재중이 형의 전략이 많이 아쉬워진 것도 있지만 이쯤 올라오면 전략도 전략이지만 실력이 앞서니까.

8강이라.

어떻게 될지는 이제 붙어봐야 안다.

***

경기수가 적어서 그런지 조금의 쉬는 시간을 가지고 곧바로 8강전으로 돌입했다.

8강부터는 경기 순서가 약간 변했다.

PV의 VRS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켜서 몇몇 선수들이 경기를 가지지 못하게 됐으니까.

그것 때문에 유혜선 팀장이 내 대기실 룸을 잠시 찾아왔다.

“지금 PV쪽 VRS가 전부 먹통이에요. 그래서 경기 순서가 좀 바뀔 예정이니까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갑자기 왜?”

“VR컨버터가 타버렸데요. 급하게 다른 제품하고 호환 점검을 하도록 지시 중이니까.”

“그냥 DS쪽 VRS를 쓰면 안 됩니까?”

“PV에서 안 하고 싶을 걸요? 자존심 문제라…….”

“흐음, 재밌네요.”

“우리 사장 지금 입이 다시 귀에 걸렸어요. PV쪽 사장은 얼굴이 썩어버렸고. 나중에 소문나면 또 안정성 문제로 말이 나올 테니까.”

경쟁사다 보니 저런 문제도 나오는구나.

“일단 다른 분들이 먼저 시합하게 될 거예요. 전설과 아랑 이쪽은 둘 다 PV 제품이라서 뒤로 밀릴 거고, 아로하 이 사람도 PV제품이라서.”

“그럼, 일단 전 마지막이네요.”

챠밍이나 이쁜소녀, 재중이 형이 먼저 시합을 하는 건가?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바뀐 대진으로 챠밍과 사탕주면따라가요의 경기가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사탕주면따라가요가 가까스로 승리를 가져갔다.

<불멸> 지금까지 실력을 숨겼어. 좀 더 살펴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주호> 어쩔 수 없죠.

<챠밍> 저 져버렸어요.

챠밍이 지고 와서 그런지 다소 의기소침해 보인다.

<주호> 여기까지 잘 하셨는데요. 충분히. 연습한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잘 했어요.

<챠밍> 다행이네요. 실망 안 시켜드려서. 이제 좀 쉴게요.

<불멸> 복수해 드릴 테니 푹 쉬세요.

<챠밍> 다 끝나고 나니까 시원섭섭해요. 준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우리 팀끼리 안 싸워서 다행인 것 같아요.

<불멸> 으음, 뭐. 하하.

재중이 형이 할 말이 없는지 대충 얼버무린다.

올라가도 재중이 형과 붙어야 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팀킬에 팀킬을 연이어야 결승이라.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의 경기는 재중이 형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쁜소녀가 아무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지만 재중이 형을 상대하기엔 힘든 면이 있었다.

재중이 형이 이기자 오히려 야유를 받는 웃기는 일이 일어났지만 재중이 형은 그저 어깨만 으쓱거리고는 돌아왔다.

—우~~! 불멸! 물러나라!

—그걸 이기냐.

—불멸 확 떨어져 버려라!

『 하하, 그사이에 많은 팬들이 생긴 모양입니다. 』

『 같은 팀인데 안타깝게 됐죠. 팀 내에서도 내전을 많이 해봤으니까 어느 정도 성적 예상은 됐을 겁니다. 』

『 이쁜소녀의 경기를 한 번 정도는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

『 아, 5, 6위 결정전이 있으니 더 볼 수는 있겠군요. 』

<이쁜소녀> 으음! 있는 힘, 없는 힘 다 쏟아내고 나니까 시원해요!

형이 적당히 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걸로 봐주고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쁜소녀> 제대로 안 하셨으면 제가 열 받았을 거예요! 많이 배웠어요. 감사해요.

<불멸> 저도 봐드릴 수는 없는 입장이라. 5, 6위전은 잘 되면 좋겠네요.

<이쁜소녀> 네, 아직 남았으니까 힘낼게요!

좋은 기회였던가?

재중이 형이 진심으로 싸워주는 것도.

그리고 그동안 PV의 VRS도 점검을 해서 겨우 3경기와 4경기도 열리게 됐다.

그렇게 열린 아랑과 전설의 대진은 아랑의 승리로 돌아갔다.

전설을 밀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랑이 예상외의 접전 끝에 전설을 이겨 버렸다.

—같은 길드는 맞음? 길마하고 완전히 다이 뜨네.

—와, 팀킬도 급이 있네. 저렇게 붙어 버리냐.

—팀킬 오지구요.

—길마 체면 구기겠네.

—하긴, 상금이 얼만데…… 나 같아도 이 악물고 싸우겠네.

그리고 4강 마지막 경기

아로하라…….

쉽게 갔으면 좋겠는데.

《 8강 4경기 주호 VS 아로하 시작합니다! 》

장소는 처음 보는 곳이다.

짙은 안개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배경.

주위로 몇 개의 쓰러져 가는 건물들이 보일 뿐.

상대방조차 잘 안 보인다.

이건…… 원거리들이 제법 유리하겠는데.

뭐, 꼭 그렇지만은 않으려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면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까.

반대편에서 은색의 헤어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검 한 자루만을 들고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왔다.

“한번 보고 싶었음.”

무료해 보이기도 하고 나른해 보이는 표정에 하얀 얼굴을 한 소녀가 이런 배경까지 만나니 묘한 느낌을 준다.

글쎄, 이야기하러 나온 것이 아니어서 바로 달려들었다.

스타일은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

정말, 꼼수 하나 없는 정석적인 플레이만 이때까지 보여 왔다.

굳이 말하자면 해신의 상위호환으로 볼 수 있나?

아로하와 첫 공격을 나누자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강화는 나보다 두세 단계 위.

힘과 민첩을 나보다 조금 더 올린 상태다.

검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꽤나 빠르게 내 공격을 받아내는 것을 보면 그거밖에 답이 없으니까.

미묘한 방향으로 내 검을 쳐내려고 하자 난 그걸 역이용해서 검면을 타고 검격을 날리자 놀란 듯 빠르게 뒤로 빠졌다.

“당신은…… 진짜네.”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는군.”

빠지는 것을 따라 붙으며 두 자루의 검으로 빠르게 공격을 이어나가자, 아로하는 검을 쳐내는 것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썰미가 좋은지 하나의 검을 걷어내고 나면 바로 간격을 벌리면서 다음 검을 대비한다.

내 검이 아로하의 검에 붙듯 타고 들어가면 아로하는 검을 비틀어 바로 튕겨 내면서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눈에 스치듯 지나가는 검격이 수십 합에서 백 합이 넘어가자 이제 나도 인정했다.

이 소녀도 진짜라고.

지금까지 내 공격을 이 정도로 받아내는 사람은 재중이 형 말고는 없었다.

일체의 스킬은 없다.

그저 검과 검의 대화만 있을 뿐.

스킬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뒤집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저쪽에서 스킬을 쓰면 또 다르겠지만.

한참을 검을 주고받다 보니 아로하가 먼저 뒤로 물러섰다.

“지금은 안 되겠네…… 졌어.”

“뭐?”

“당신 정말 강하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내가 이기긴 한다.

난 꾸준히 대미지를 준 반면에 아로하는 그렇게 못 했으니까.

“다음에…… 한 번 더 해. 준비 많이 하고 올게.”

그러더니 바로 기권을 하고 나가 버렸다.

뭐지?

따라서 VRS룸을 나오자 아로하가 날 잠시 쳐다보다가 바로 통로로 빠져 나갔다.

『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로하 선수가 기권을 하고 나갔습니다. 』

『 정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공격이 오갔습니다. 이런 경기는 또 처음이군요. 시작부터 끝까지 스킬이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

『 이렇게 팽팽했던 경기를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

『 사실, 주호가 계속 앞서고는 있었죠. HP 잔량에서 계속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니까요. 』

『 네, 끝까지 갔어도 주호가 이겼을 겁니다. 』

『 스킬이 나왔다면 또 모르겠으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스킬 사용을 하지 않았죠. 검으로만 대전을 끝내다니…… 굉장합니다. 』

《 주호 4강 진출, 축하드립니다. 》

딱히 기다리고 있을 이유는 없어서 바로 대기실로 돌아갔다.

<불멸> 저 여자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하고 붙던 건 거의 장난친 거였어. 너랑 붙으니까 진짜 실력이 나오는구만.

<주호>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전에 봤던 영상하고 전혀 달라서.

<불멸> 아깝네, 데리고 오고 싶어졌어.

<주호> 남의 길드라면서요. 괜히 긁지 마세요. 괜히 한 명 데리고 오려다가 전쟁이 날 수도 있으니까. 그거 피하려고 전에 그 쇼를 했으면서.

<불멸> 그냥 그 정도로 아깝다고. 여기서 본 애들 중에서는 제일 낫네.

재중이 형 말로는 우리 서버에 있다고 했었지.

준비를 하고 온다라…….

왠지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 불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