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8화 (138/1,404)

# 138

#138화 별들의 전장 – 본선 (6)

로스트 스카이의 제작사인 ZUN에서 정말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번에 적지 않은 돈을 이 대회에 쏟아부었다.

상금 역시 마찬가지고.

16강에 오르자마자 자동으로 상금이 5천만 원으로 늘었다.

대회 하루 만에 5천이라.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절대 아니지.

프로가 로스트 스카이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걸린 돈이 크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안 좋은 여론도 생겨났다.

—16강 진출한 사람 중에 프로가 대부분이네.

—돈은 우리가 내서 플레이하고 정작 상금은 잠시 참가한 프로들이 다 해 먹고 어이없다.

—그러게, 정작 그동안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뭐가 되냐.

—애초에 참가 자격을 너무 쉽게 줬음.

—맞아. 몇 렙 이상으로만 했어도 됐는데.

—ZUN에서 신규 유저들 유치하려고 했다던데 정작 신규 유저들은 상금 근처에도 못 감.

—방송사랑 프로 기업하고 짜고 치는 거 아닌가?

—렙이랑 장비를 맞춰준 건 고맙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플레이를 오래 했던 사람들 위주로 상금을 줬어야지.

걸린 돈이 적지 않으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불만이 있는 것은 잠시 마실 나오듯 상금을 타러 들어온 프로들에게 있어 보인다.

다른 게시물에서는 프로들 상금 다 박탈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중이기도 하고.

<주호> 말이 많네요.

<불멸> 뭐, 예정된 일이지.

우리야 50렙에 가까운 스탯으로 꽤 오래 플레이하기도 했고, 거기에 꽤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그래서 움직임이나 스탯에 적응 기간이 거의 없이 제대로 된 실력을 낼 수 있다.

사냥할 때야 어느 정도 미숙해도 커버가 되지만 지금처럼 1:1일 때는 미묘한 감각이 승패를 가른다.

스탯이 한두 개가 아니라 십여 개가 넘게 차이 나면 움직임에 적응하는 것에도 한참 걸리니까.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데도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프로야 워낙 이런 쪽에 익숙하다 보니까 연습 기간이 짧아도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고.

다만 종목 자체가 다르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많다.

재중이 형은 그 부분을 철저히 파고들면서 상대방이 정해지자마자 속성 과외 하듯 저격하는 전략을 정확하게 짜주었다.

프로들의 정점에 있어 봤기에 알 수 있는 것들.

이게 제일 컸다.

나와 재중이 형, 우리 팀이 아니었으면 이번 대회가 거의 프로들 잔치가 됐을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주호> 생각보다 이야기가 크게 번지네요.

<불멸> 상금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막상 뚜껑 열어놓고 보니까 상금을 못 타서 불만을 터뜨리는 거야. 어딜 가나 저렇게 선동하는 애들이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주호> 그런가요.

<불멸> 뭐, 지금 방식이 완전히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네. 지금은 방송사 입김이나 신규 유저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했으니까.

복잡한 이해관계인가…….

<불멸> 컨디션은 어때?

<주호> 음, 유혜선 팀장이 챙겨준 기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불멸> 너하고 나는 1, 2위 먹어야 하니까 푹 자둬. 내일 빌빌거리면 버리고 간다?

말은 저렇게 해도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오늘 너무 많은 방송 라이트에 노출됐더니 사실 좀 민감했기도 하고.

<주호> 네네, 형도 푹 자요.

통화를 마치고 내일 있을 일을 생각했다.

이제 우리 팀과도 싸워야 한다.

나와 방패전사 둘 모두 이기면 8강에서 만나니까.

뭐, 여기까지 만나지 않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지.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도 마찬가지로 8강에서 만날 거고.

마음이 복잡하네.

일단은 8강부터인가?

***

『 자, 경기 두 번째 날인 오늘도 이렇게 많은 분이 아트리움을 찾아주셨는데요. 찾아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 16강이니 기대감이 더 클 것 같습니다. 』

『 무려 20억이 걸린 시합이니까요. 하루 사이에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돈 아닙니까. 』

『 한 시합, 한 시합마다 피를 말리겠습니다. 』

『 걸린 상금이 크다 보니 관심도 더 커졌는데요. 그러고 보니 어제 사건이 있었다죠? 』

『 네,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호텔에 들이닥쳐 진행 요원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취재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성숙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

『 아무래도 선수분들이 공인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있으니까요. 』

『 이미 이전의 경기부터 노출되기 원하지 않는 분들은 선글라스와 모자, 후드를 많이 챙겨 오셨더군요. 』

『 그래서 저희도 경기 전에 인터뷰를 생략하고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이야 이런 인터뷰 시스템이 익숙하다고 하지만 혹여나 다른 분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까 봐 조심하는 중이죠. 』

『 덕분에 진행이 좀 빨라지긴 했습니다. 』

『 1경기는 주호 선수와 최종병기 선수군요. 주호 선수는 매번 1경기에 나오는군요. 』

『 기대되는 선수죠. 16강까지 위기라는 것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올라왔으니까요. 』

『 현재 로스트 스카이에서 개인 랭킹 1위라 한때 템빨로 레벨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 실력으로 완전히 불식시켜 버렸죠. 』

『 중요한 것은 이 선수가 프로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아마, 프로로 데뷔를 했다면 업계가 발칵 뒤집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 있어요. 마치 전성기 시절의 불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

『 현재 프로게임단의 코칭스태프도 상당히 많이 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스카우트 제의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해설을 들으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경기에 나갈 시간이 다 되어간다.

지금은 유혜선 팀장이 내 커스텀 VRS를 조정 중이라 연락이 오면 바로 나갈 수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 16강 첫 번째 경기가 곧 열립니다. 참가자분들은 안내 요원을 따라 VRS룸으로 이동해주세요. 》

<불멸> 잘 하고 와라.

<주호> 먼저 올라가서 기다릴게요.

<불멸> 패기 보소. 누구 닮았는지 모르겠네.

<주호> 다녀올게요.

<챠밍> 힘내세요.

<이쁜소녀> 파이팅!

안내 요원의 안내를 받아 VRS룸으로 들어섰다.

유혜선 팀장이 세팅이 마무리됐는지 손을 떼고 일어나더니 날 돌아봤다.

“다 됐어요. 세팅.”

“매번 고맙습니다. 대회 끝나고 식사 한번 해요.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네요. 상금도 들어올 테니 한턱 쏠게요.”

“일단 스케줄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 끝나면 또 해외 공장 나가봐야 해서요.”

“네, 편할 때 말씀하세요.”

“아! 맞다, 같은 팀 사람들 언제 한 번 본사로 데리고 오실래요?”

“네? 무슨 일로?”

“RTP 측정을 해보고 싶어서요.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거든요. 특히 높을 것 같은 사람들은요.”

“흐음, 그건 물어봐야 알 것 같네요.”

“네, 그럼 시합 잘 하세요.”

VRS에 들어가자 풍경이 싹 바뀌었다.

《 16강 1경기 시작합니다. 》

《 주호 VS 최종병기 》

배경이…….

검은 호수?

설마 검은 호수가 나올 줄이야.

이거 생각보다 쉽게 끝날지도 모르겠는데?

반대편 필드에는 짧은 금발의 최종병기가 나타났다.

재중이 형의 말에 의하면 프로에서도 꽤 이름이 있는 편이라 한다.

컨트롤에 능하다기보단 상대방을 공략해 그에 맞는 전술을 들고 나오는 것에 뛰어나다고.

아니나 다를까 어제 썼던 검은 사라지고 활을 들고 나왔다.

묘하다.

재중이 형이 16강부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벌써부터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 나왔다.

《 시작~!! 》

시스템 음이 울리자마자 사방에서 검은 물의 장벽이 올라와 사방을 막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최종병기의 얼굴이 잠시 찡그려졌다.

저쪽은 물의 장벽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겠지.

검은 호수에서 사냥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다.

이런 점은 확실히 우리 쪽에서 이득이다.

물의 장벽이 우리 둘 사이에 몇 개씩 올라오면서 완전히 우리를 갈라놓았다.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메인이 활이라 이렇게 벽으로 일부분이 막힌 상태에서는 그렇게 좋은 무기가 아니다.

가볼까.

앞에 있는 물의 벽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뛰어들었다.

미로 같이 변해서 찾으려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이리저리 변하는 미로를 따라가다가 코너를 도는 순간.

파이어 볼?

이글거리는 마법구가 빠르게 내게 날아들었다.

【 아쿠아 웨폰! 】

아쿠아 웨폰을 양쪽 검에 입히고 곧장 날아오는 마법에 집중하는데 평소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왜 파공음이 같이 들리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빠르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블러디아로 빗겨 치면서 동시에 카스카라도 휘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파이어 볼의 시야에 가려져 날아오던 화살이 카스카라에 걸려들어 튕겨 올라갔다.

내가 너무 쉽게 해결하자 최종병기가 썩은 표정을 짓는다.

마검사도 아니고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마궁수?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짜려면 이도 저도 아닐 건데…….

민첩과 지능을 동시에 올리면 다른 스탯 비율은 엉망이 된다.

힘을 최소로 잡고 해도 체력이나 마력을 엄청 줄여야 할 건데 그러면 공격이 안 되거나 생존이 힘들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나?

【 대쉬! 】

어차피 이 정도라면 꺼릴 것도 없다.

대쉬를 써서 바로 뛰어들어 거리를 확 줄여나갔다.

딱히 멀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최종병기가 또다시 마법을 썼다.

【 바인드! 】

이건 내가 파훼하는 것을 봤을 건데?

【 비월참! 】

달려드는 경로에 나타나는 바인드 마법을 블러디아에 걸린 비월참을 날려서 바로 깨버렸다.

준비한 것이 고작 바인드로 묶고 활과 마법을 쏘는 건가?

실망인데…….

내가 더 접근하자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빠지려고 하는 최종병기에게 사슬을 날렸다.

【 징벌의 사슬! 】

사슬에 걸린 최종병기를 확 잡아당기자 역시나 한 번에 확 끌려왔다.

궁수나 마법사나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끝이다.

민첩과 지능을 동시에 투자한 경우라 몇 방만 툭툭 맞추면 끝날 것이다.

사슬에 끌려오는 최종병기를 향해 비월참을 날리려고 하는 그때.

【 라이트 웨폰! 】

최종병기의 활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최종병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라이트! 】

순간 사방이 빛으로 번쩍이면서 순식간에 시야가 까맣게 사라졌다.

시야에 제약이 걸린 순간,

걸어두었던 사슬을 풀고 감각을 앞세워 빠졌다.

시야가 막힌 상태에서는 이쪽이 상당히 불리하다.

그때 또다시 영창 소리가 들려왔다.

【 검은 가시! 】

【 멀티 샷! 】

이놈 대체 지능을 얼마나 올린 거야?

거기다 마법과 궁술이 혼합된 기술이 계속 튀어나온다.

시위를 튕기는 소리와 화살의 파공음이 들리자 몸의 감각이 마구 경고를 보내온다.

시야가 막히자 청각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느낄 수 없는 한계 이상으로.

검은 가시가 공기를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만으로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보듯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몸이 기억한다.

검은 가시의 파공음과 어떤 형식으로 날아오는지.

【 비월참! 】

정확하게 내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은 가시 하나를 향해 비월참을 날려 바로 앞에서 터뜨리고 곧장 상체를 옆으로 비틀었다.

그러자 내 상체의 바로 옆을 다른 검은 가시들이 확 쓸고 지나갔다.

“그걸 피해?”

검은 가시가 내 옆을 스치듯이 지나가자마자 최종병기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시야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와 검은 가시가 날아온 궤적을 통해 최종병기가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

【 징벌의 사슬! 】

【 대쉬! 】

최종병기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사슬을 던져 확 잡아당긴 후 빠르게 달려나가 몸이 기억하는 대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블러디아엔 활이 걸리는 느낌이.

그리고 카스카라엔 정확하게 목이 갈리는 느낌이 났다.

연이어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회전시켜 몸 곳곳을 베어내니 최종병기가 반항도 못 하고 쓰러져 빛으로 사라졌다.

대전이 끝나자 VRS가 열리면서 빛이 확 들어온다.

최종병기 맞네.

진짜 이번엔 아찔했으니까.

어떻게 저런 조합을 만들어 냈지.

프로게이머라…….

정말 쉽지 않은 사람들이네.

“고생했어요.”

“누가 만들어준 몸인데 이 정도로 지면 되나요.”

위기상황이 오니까 정말 몸이 극한으로 반응을 했다.

이 정도가 끝이 아니라는 거다.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능력이 나오는 것 같다.

“연습을 더 하시면 그 이상으로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몸이니까요.”

“지금도 무섭네요.”

순간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반대편 부스를 보니 최종병기가 날 쳐다보고 있다.

마치 괴물을 본다는 표정으로.

최종병기의 시선과는 다르게 오히려 이쪽에서 놀랐다.

프로게이머의 진짜 저력을 확인했으니까.

《 주호 8강 진출! 》

이제 남은 대전은 세 번인가?

우승까지 가는 길이 정말 쉽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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