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0화 (130/1,404)

# 130

#130화 별들의 전장 (5)

―이야, 드디어 대회 시작하네. 재밌겠는데?

―20억은 내가 타간다. 손대지 마라.

―웃기시네. 넌 예선 탈락이다.

―100위 안에라도 들어가면 다행이지. 쯧쯧.

―100등만 해도 천만 아니냐? 이거 땜에 휴가 냈다.

―우리 회사도 지금 개판임ㅋㅋ 다 휴가 낸다고. 부장님 빡 돌아버림.

―우리는 부장님이 먼저 휴가 내시던데ㅋㅋ

―밑에서부터 휴가 다 짤림.

―쯧쯧. 그러게, 마누라를 잘 뒀어야지. 우리 마누라 왕년에 프로게이머ㅋㅋ

―저 거짓말 진짜냐?

―나도 우리 마누라랑 같이한다. 둘 중 한 명만 올라가면 해외여행 고고.

―아, 수업을 가야 하나. 고민되네.

―난 대출. 수업이 중요하냐. 지금.

―부럽네. 난 친구들 전부 참가해서 그냥 쨌다.

―대학교 앞에 PC방 가봐라. 지금 자리 꽉 찼음. 완전 대목.

―아! 우린 왜 안 되냐고! 참가만 하면 1등인데.

―청소년도 할 수 있도록 촛불 집회 갑시다!

―우리도 잘 할 수 있는데!

―보니까 애들인 갑네ㅋㅋ

―난 랭커 애들만 안 만났으면 좋겠다.

―에이, 어차피 조건 다 똑같은데 뭘. 걔들 센 게 장비 좋아서 그렇지. 아무것도 아니다.

―너 장비 똑같이 준다고 주호처럼 포탄 타고 날 수 있냐?

―아! 그 새끼는…… 인정.

―다른 놈은 몰라도 그놈은 만나면 좌절인데. 설마 걸리겠냐. 천만이 넘는데…….

―걸리면 바로 탈락임ㅋㅋㅋㅋ

―그냥 최강 걔들은 안 만났으면 좋겠다.

―다 똑같다. 어차피 올라가면 다 만남.

―적어도 예선에서 안 보면 상위권에는 갈 수 있잖아.

“난리네요.”

대회 시작을 앞두고 게시판을 보니 실시간으로 글이 리젠 되면서 새 글이 올라온다.

“걸린 돈이 크니까. 야, 여기 니 얘기도 있네.”

“형 이야기도 올라오네요.‘

“너만 하겠냐. 너 만나면 그냥 탈락이라는데? 아주 폭탄 소리를 듣는구만.”

“……너무 주목받는 것 같은데.”

“뭐, 주목받으나 안 받으나 경기장 안에서 싸우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전부 토너먼트죠?”

“어, 대신 1차 예선은 방송에 안 나가. 2차 예선도 안 나갈 거다.”

“천만 명이 넘는데 그걸 일일이 방송하는 건 말도 안 되죠.”

현재 14개 서버.

총합 천이백만 명이 넘는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ZUN에서 정확한 집계를 내준 적이 없어서.

“아마, 한쪽으로 인원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고 그랬겠지.”

접속할 때 보면 서버도 매일 순차적으로 위치가 바뀐다.

말이 우리 서버가 1서버지 어느 땐 제일 밑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이번에 새로 가입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적지 않을 걸?

“엄청 오래 걸리겠네요.”

“아냐, 생각보다 오래 안 걸려.”

“네? 사람이 천만이 넘는데. 일일이 다 붙다가는 몇 날 며칠을 해도 모자라지 않아요?”

“가상현실이 이래서 좋지. 길드 건물 아래 대련장 봤지? 그런 것처럼 장소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방송이 나가는 부분만 아니면 한꺼번에 가능하겠네요?”

“하루 만에 예선을 다 끝낼 수도 있을 걸? 연달아 토너먼트로 싸우면 천만이 바로 만까지도 떨어지니까.”

“연달아 토너먼트라…….”

확실히 가상현실은 다르구나.

현실에서라면 장소 부족으로 몇 달은 싸워야 할지도.

《 곧 1차 예선이 시작됩니다. 소환을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시작하나 보네요.”

시스템 음이 울리자 길드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세팅을 다시 확인한다고 부산스러워졌다.

“다들 잘 하고 오세요.”

우리 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네, 주호님도요.”

챠밍이 내 말에 미소 짓는다.

챠밍은 침착하게 잘하겠지.

“우리끼리 만나지는 않겠죠?”

이쁜소녀는 그게 제일 겁나는 모양이다.

“설마요.”

그건 최악인데? 설마, 천만이 넘는 데 서로 걸리지는 않겠지.

곧 빛과 함께 모두의 몸이 빛에 휩싸여 사라지기 시작했다.

“화이팅!”

챠밍과 이쁘소녀의 외침과 함께 시야가 검게 물들어간다.

***

“흐음. 이건 완전히 의왼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몸이 사라지고 나온 곳은 대련장이나 콜로세움 같은 곳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오크 족장…….”

눈앞에 보이는 문은 오크 족장을 잡으러 가기 전에 봤던 큰 철문이다.

예선만 치른다고 했지 그게 어떤 방식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아 그냥 1:1로 계속 싸우면서 이겨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거늘.

다들 엄청 당황하고 있으려나?

이건 밤새 영어 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갔더니 수학 시험이 나온 격이다.

물론, 수학 시험도 자신 있긴 하다.

패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생 꽤나 하겠지만.

혹시나 해 귓말을 시도해 보니 전부 막혀 있다.

심지어 웹사이트 호출도 아무것도 안 된다.

지금 동시에 예선을 치르는 중이라 서로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모양이다.

각자 알아서 하라는 거네.

운영자들도 참…….

이름 : 주호

레벨 : 50 (대회용)

【근력 4+7】 【민첩 14+4】 【체력 9+1】

【지력 1+7】 【마력 1+4】

3 파워 글러브 / 방어력 6+3 / 근력+5

5 카스카라 / 출혈 14 (9+5) 타격 10 (5+5)

민첩+1, 마력 흡수+1, 마력+2

5 블러디아 / 출혈 14 (9+5) 타격 10 (5+5)

민첩+1, 체력 흡수+1, 지력+2

케르베로스 네클라스 / 올 스탯+1

레서 크라켄 링 / 근력+1, 민첩+1, 마력+1

스펙터 링 지력+2

스펙터 링 지력+2

【라이트 웨폰】

【아쿠아 웨폰】

【징벌의 사슬】

【대쉬】

【비월참】

세팅은 일단 최대한 기존 세팅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체력을 다소 높여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스킬은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무기에 지능과 마력 소켓을 박은 것을 빼면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오우거 하트, 오우거 벨트 같은 최상위 템을 고르면 포인트가 엄청나게 들어가 일단 제외하고, 방어구는 최소 강화로 맞춰서 최대한 포인트를 낮췄다.

대쉬와 백스탭에서 고민을 하다가 조건부 무적은 마음에 들지만 거리를 벌리기보다는 좁히는 쪽으로 마음먹고 대쉬로 선회했고.

“후, 일단 가볼까.”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두 손에 들고 무거운 철문을 밀어냈다.

문이 활짝 열리니 안쪽에 앉아 있는 오크 족장의 모습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오랜만이네.”

내가 이 정도 수준까지 템을 맞출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줬던 네임드라 반갑기까지 하다.

《 1차 예선을 시작합니다. 오크 족장에게 대미지를 입혀 가장 많은 누적 대미지를 입히는 순서대로 포인트를 받습니다. 제한 시간은 10분. 시작합니다. 》

세팅이 PVP 쪽에 맞춰져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덤벼드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크 족장이 포효와 함께 달려들었다.

【 아쿠아 웨폰 】

아쿠아 웨폰을 입히자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에 하늘색 물방울들이 검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빛을 내다 검에 흡수됐다.

오크 족장이 내려치는 글레이브 바로 앞에서 타이밍을 엿보다 옆으로 살짝 빠지면서 바로 기술을 썼다.

【 대쉬! 】

몸이 쭈욱 빨려드는 기분이 들면서 자동적으로 몸이 자세를 낮춘다.

이건 기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반사.

그와 함께 다리가 탄력 있게 바닥을 박찼다.

쏘아져 나가는 몸이 글레이브를 스치듯 지나쳐 순식간에 오크 족장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대로 다리를 박차 오크 족장의 허벅지를 툭, 하고 밟으며 점프해 족장의 눈을 표적으로 삼곤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을 교차해 휘둘렀다.

【 비월참! 】

비월참이 그대로 눈앞에서 터져 나가자 오크 족장이 바로 비명을 지르면서 무릎을 꿇었다.

단 두 방에 바로 경직.

비월참의 크리티컬로 경직을 일으키려 했던 것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져 다행이다.

어차피 패턴을 다 아는 데 오래 끌 필요가 있나.

【 라이트 웨폰! 】

경직으로 무릎을 꿇은 오크 족장의 뒷목을 사정없이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찍어 내렸다.

대쉬를 쓰면서 떨어졌던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다시 차올랐다.

경직에 걸린 시간동안 공격하다 경직에서 회복해 일어나는 오크 족장의 뒷목에 또다시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 족장이 이번엔 앞으로 엎어졌다.

경직된 족장을 한참을 두들기다 보니 오크 족장이 페이즈가 바로 넘어갔다.

확실하게 무기나 스탯이 예전과 달라 넣는 딜이 다르다.

거기다 매 순간 크리티컬을 꽂아 넣는 중이기도 하고.

경직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족장은 페이즈가 변하면서 회복이 되었는지 돌진기로 내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족장을 슬쩍 피하며 바로 사슬을 사용했다.

【 징벌의 사슬! 】

내 손에서 하얀빛의 사슬이 쏘아져 나가더니 오크 족장의 발목에 정확하게 걸렸다.

그리고 사슬을 두 손으로 강하게 잡아당기자 오크 족장이 무너진 균형 탓에 그대로 다리를 헛딛으면서 바닥에 굴러 버렸다.

원래는 몹을 풀링하거나 어그로를 먹는 용도로 쓰이는 것인데 서울만 가면 된다고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스킬에 붙은 패널티로 체력과 마력이 깎인 것을 바닥을 구른 족장에게 달려가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공격해 다시 채웠다.

족장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일방적인 공세를 이어나가다 다시 패턴이 변할 때 뒤로 빠졌다.

내가 벗어나자마자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를 시작했다.

예전 모든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포효가 지금 보니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된 것을 확인하곤 포효하는 족장의 입으로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입에 비월참을 한 방 맞자 포효가 끊기면서 오크 족장이 다시 다운됐다.

이건 너무 쉽네.

예전 족장을 잡았을 때 보다 좋아진 딜로 패턴을 끊임없이 무시하며 일방적인 공세를 붓는 중이다.

블러디아와 카스카라가 있어 체력과 마나는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쿨타임이다.

대쉬나 징벌의 사슬을 빼고 웨폰을 하나 더 넣을까?

쿨타임을 생각하면 필요하긴 하지만, 원거리도 있으니 일단 두 가지 모두 필요하긴 하다.

좀 더 두들기다 보니 붉은 몸으로 변하는 마지막 페이즈로 넘어갔다.

광폭화.

붉은색이 되어서야 겨우 봐줄 만하게 휘두르는 글레이브를 블러디아로 쳐내며 카스카라로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예전 공략에서는 패턴이 보이지만 낮은 스탯 탓에 고생했다면 지금은 날아오는 공격을 전부 검으로 여유 있게 쳐내면서 아예 자리를 잡고 말뚝 딜을 시작했다.

오크 족장은 육체의 강함 외에는 광역 기술이 없으니까 이렇게 붙어서 딜을 박아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 하고 있으려나…….

이 정도라면 솔플로도 충분히 공략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약 2분쯤 주변을 돌면서 공격하니 오크 족장이 바닥에 엎어져서 빛으로 사라졌다.

그와 함께 바로 나오는 여성의 시스템 음.

《 1차 예선 클리어 시간 — 7분 36초입니다. 》

《 현재 대미지 스코어 1위, 타임 스코어 1위입니다. 》

《 축하드립니다. 1위 100P 획득! 》

《 로스트 스카이 세계로 귀환합니다. 》

시스템 음이 끝나자 환한 빛과 함께 원래 서 있던 길드 건물로 돌아왔다.

이건 너무 쉬운데…….

예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쉽다.

혼자서 오랫동안 오크 족장을 상대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쉽다.

어지간하면 다 잡고 나올 것 같은데?

다 잡고 나오면 얼마나 빨리 잡는가의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잠시 앉아서 기다리자 길드 건물에 하나둘 빛이 생기며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일단 표정들을 보니 전부 통과는 한 모양이다.

이쁜소녀가 정말 놀랐다는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와…… 오크 족장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한참 멍하게 보고 있었어요. 사람들하고 싸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챠밍이 말을 꺼냈다.

“혼자서 상대해 보니 정말 어렵네요. 계속 거리를 벌린다고 고생했어요. 한 번씩 글레이브를 던지기도 하고. 피해 다니면서 딜을 제대로 못 한 느낌이에요.”

어려운 건가?

“포효 땐 저도 고생 좀 했습니다. 방어가 높아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광폭화 패턴 때 맞받아친다고 개고생했습니다. 렙이 낮아도 네임드는 네임드네요. 예전에 대체 어떻게 그렇게 치고받으신 겁니까?”

방패전사도 마찬가지.

“아이고, 혼자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 혼자 싸우려니까 그놈 강하데.”

사장님도 앓는 소리를 하신다.

재중이 형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웃고 있다.

“형은요?”

“아…… 막타를 못 쳐서 아깝게 못 잡았네.”

“형도요?”

“응? 너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와 있어?”

“잡았으니까요.”

내 말에 근처에 있던 길드원들의 고개가 모두 획 돌아갔다.

“정말요? 아…… 주호님이면 가능하겠네요.”

이쁜소녀가 예전에 내가 혼자 잡던 것을 떠올린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

챠밍도 비슷하고.

“아아, 뭐 주호님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방패전사도.

그때 함께 했던 3인방은 모두 수긍하는 표정이고 나머지 길드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뭐지? 레벨 50짜리 몸을 줬으면 오크 족장 정도는 두들겨 패야지.

《 1차 예선은 총 대미지와 시간을 포인트로 환산했습니다. 1차 예선 순위 명단은 홈페이지 공지와 개인 대회 랭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2차 예선은 내일 이 시간에 동일하게 열리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그 말에 바로 확인을 했다.

1위 — 주호 100P / Kill — 7분 36초

2위 — 불멸 90P/ 대미지 1,723,354

3위 — 아랑 87P / 대미지 1,678,276

4위 — 수호 85P / 대미지 1,614,579

5위 — 아로하 83P / 대미지 1,579,778

6위 — 발키리 80P / 대미지 1,525,447

7위 — 로리콘 75P / 대미지 1,518,712

8위 — 최종병기 72P / 대미지 1,501,504

9위 — 미스샷 70P / 대미지 1,453,115

10위 — 무사 68P / 대미지 1,415,785

11위 …….

12…….

1…….

어?

킬한 사람이 나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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