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128화 별들의 전장 (3)
점검이 끝나고 ZUN사에서 올린 공식 인터뷰를 함께 시청하는 중이었다.
서버 대항전의 프로모션 영상.
미디어 쇼케이스 때와 마찬가지로 영업 이사, 부사장이 앞서서 간략한 인사를 하고 내려가고 이어서 총괄부장, 전무, 상무, PD, LD가 상석에 올라와 기자 간담회를 시작했다.
[서버 대항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 ZUN에서는 로스트 스카이의 컨텐츠를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을 했고, 이번에 좋은 기회를 맞아 방송사와 협업을 통해 대회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대회 진행 방법은 어떻게 되나?]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뉜다. 예선은 각 서버 안에서, 본선은 미리 공지한 대로 오프라인으로 치른다.
—개인전은 게임 내에서 새로 생긴 서버 대항전의 아이콘으로 신청하면 목록에 올라가 대전표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본선은 토너먼트, 예선은 참가 수에 따라서 조금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단체전은 함께 즐기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개인전이 개인의 기량을 알아보기 위한 대회라면 단체전은 협업을 얼마나 잘하는지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레벨과 장비를 모두 일정 수준으로 동일하게 맞춘 이유는?]
—그에 관해 아주 많은 회의를 했었다.
기존의 로스트 스카이의 장비를 그대로 옮겨와서 진행할 경우 현재, 1서버를 제외한 다른 서버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 불이익은 대회가 진행되기도 전에 순위의 윤곽이 나온다는 걱정이었다.
유저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동일한 조건으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로스트 스카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비와 스킬을 미리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은 의도도 있다.
[이번에 심사를 받아 학생들도 접속할 수 있도록 변경됐는데.]
—그동안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매일 다운되도록 학생들에게 까이고 있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웃음)
15세 이상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선정성 있는 부분을 패치해서 VRS를 통해 다른 식으로 보이도록 변경되었다.
또, 피가 튀긴다든지 잔인한 부분 역시 다른 식으로 변경되어 보이도록 변경된다.
이 부분은 현재 DS 사와 PV 사와 협업하여 마무리된 상태다.
[오프라인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128강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다수의 공용 VRS와 방송 기재를 설치 중이며, 개인 VRS를 사용하길 원하는 분들은 따로 신청해야 한다.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을 위해 별도의 이동비를 지원한다.
—인기 가수들을 다수 초청할 예정이니 많은 분이 현장에 오셨으면 좋겠다.(웃음)
프로모션과 업데이트를 보고 예상했던 대로.
홈페이지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회이기도 하고, 일단 상금이 어마어마하다.
—개인전 우승 상금이 20억이야? 준우승은 8억이네.
—3위, 4위도 2억이야.
—심지어 5위랑 6위도 1억이다.
—10위권도 5천.
—100위권까지도 1천 준다.
—미쳤네. 해외 대회 상금보다 배는 넘겠는데?
—ZUN이 돈을 많이 벌긴 벌었구나.
—1위부터 3위까지는 공개된 아이템 중 순차별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데?
—단체전은 상금이 더 하네.
—에이, 혼자 받는 거랑 비교가 되나. 단체전은 나눠야 하잖아.
상금 액수 하나만으로 게시판이 이미 들썩이는 중이다.
돈 싫다는 사람은 없으니 일단 모든 시선이 상금에 집중되는 모양이다.
시즌으로 치르는 챔피언 시리즈도 아닌데 한 번에 끝나는 단일 대회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액수다.
“프로 애들이 눈이 뒤집힐 만하지?”
“네, 그러네요. 20억이면…….”
20억이면 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
거기다 아이템까지 걸려 있다.
1등은 공개된 아이템이나 스킬에서 마음대로 3개를 선택해서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2등은 2개.
3등은 1개.
내가 만약에 순위에 들 것 같으면 던켈을 하나 더 받아야 하나?
아니면 오우거 벨트도 괜찮을 것 같다.
“ZUN에서 이번에 작정했다니까.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거지.”
그냥 가입만 해서 신청만 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본 캐릭터의 레벨이 낮고 장비가 좋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다.
같은 레벨, 동일한 스탯, 같은 포인트로 아이템을 고를 수 있으니 본인만 잘하면 된다.
“이러니까 프로 애들이 끼어든다는 거야. 당장 급하게 키울 필요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말려도 몰래 다 등록하고 있을걸.”
심지어 100위권까지도 1천만 원이 상금이다.
1위는 힘들어도 100위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거기다 단체전은 변수가 엄청나게 많다.
굳이 실력이 좋지 않더라도 한 번 참가는 해볼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후폭풍이 장난 아니겠네요.”
기존에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참가할 것으로 보이고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템하고 스킬 목록은요?”
“나중에 다시 올린다고 하던데. 아직 비공개야.”
점검을 그렇게 오래 했는데 이러는 것을 보면 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자.”
“뭐, 그렇네요. 그런데 드랍 목록에 검은 호수 템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차라리 점검 후에 잡을 걸 그랬나.”
재중이 형 말처럼 이미 드랍템을 먹은 이상 우리 손을 떠난 문제다.
“일단 개인전하고 단체전, 동시에 신청은 가능하네. 너 둘 다 신청할 거지?”
“네, 단체전도 상금이 적지 않으니까요.”
“단체전은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 2백 명이나 모아야 한다니. 우리 애들 다 모아도 반의반도 안 돼.”
프로모션 영상에선 단체전은 2백 명 단위로 진행된다고 한다.
단체전은 방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신청해서 방장이 허락하면 한 팀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일단, 만들어둘까.”
사장님 이름으로 방을 개설하고 난 뒤 최강과 신화 길드 모두 들어갔다.
“허허, 큰일 났다.”
“왜요?”
이쁜소녀가 사장님이 당황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다.
“가입 신청이 줄을 잇는구나. 시스템 음이라 귀찮게 됐어.”
아…….
우리 꽤 유명하지.
가끔 이런 쪽으로 다들 맹한 면이 있다.
사장님의 아이디인 카이저만 보고 바로 가입 신청을 할 정도로 이름값이 높다.
“이 사람, 저 사람 막 받으면 오히려 방해될 것 같습니다만.”
방패전사가 손을 들어 의견을 냈다.
“그렇긴 하지. 어쩐다…….”
사장님이 생각에 빠진 동안 갑자기 의외의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전설> 지금 연락 가능하십니까?
<스칼렛> 저기, 처음 뵙네요. 혹시 연락 좀 할 수 있을까요?
<폭군>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유령>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길드 건물로 찾아갈까요?
“랭커들한테 연락이 왔는데.”
이 사람들 연락 오는 타이밍이 끝내주네.
딱 사람이 부족한 타이밍에.
“방을 개설한 것을 보고 연락한 모양이네요.”
“이번엔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다. 아무래도 우리하고 하면 확률이 높아지니까.”
“어떻게 할 건데요?”
“일단, 뭐 한 번씩은 봐야겠네. 이건 나하고 사장님하고 처리해야지.”
“뭐, 그렇게 하세요.”
솔직히 저렇게 오는 사람들 상대하는 것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귀찮기도 하고.
그때, 시스템 음이 울렸다.
《 서버 대항전의 아이템과 스킬 목록을 갱신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점검 전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
“결국 점검하네.”
재중이 형이 그저 웃는다.
점검을 하도 자주 하니 화낼 힘도 없나 보네.
“다들 그럼, 있다가 보죠.”
“네, 나중에 봐요.”
“점검 끝나면 바로 들어올게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인사를 하더니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그리고 내 시야도 까맣게 변해 사라졌다.
***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점검이 완료되었고 아이템과 스킬 목록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홈페이지 게시판이 다시 한 번 뒤집혔다.
—이것들이 전부 드랍된 템들이라고?
—배틀 액스 쪽에 던켈 봐라. 무기 대미지 미쳤다. 거기다 기술도 붙어 있네. 이런 건 어디서 드랍 되나요?
—그거, 오우거 네임드한테 나온 것 아냐? 전에 최강하고 사신하고 싸울 때 영상으로 봤던 거네.
—이런 템을 들고 있으니 그렇게 발라 버리지.
—오우거 벨트, 파워 글러브도 봐라ㅋㅋ 근력이 5씩 붙는다. 미쳤구만.
—경매 나오면 차 한 대 뽑는 거 아냐?
—차만 사겠냐. 집도 사겠다. 부럽네, 진짜.
—지금 오우거가 중요한 게 아님. 우리 쪽 궁수들 난리 났음. 멀티 샷 봐라. 궁수 광역기임.
—오벨, 파글, 멀티 샷 현에 얼마가 되었든 바로 삽니다. 가지고 계신 분 바로 아래 주소로 연락해 주세요. 010-XXXX-XXXX
—위의 분 낚시 그만. 문자 보내니 엉뚱한 사람이 받음.
—검은 가시는 대체 뭐죠?
—니가 써 봐라. 깜짝 놀랄 거다.
—검은 가시도 장난 아님.
—라이트 쉴드? 하…… 이런 것도 있네. 탱이 쓰면 방어력 미치겠구만. 이것만 있으면 바로 몰이도 되겠는데?
—아쿠아 캐논ㅋㅋ 뭐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은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냐.
—누가 드랍된 걸 먹었으니까 나왔겠지. 같은 게임 하는데 진짜 장난 없네.
대회에 쓰일 아이템 목록을 업데이트되자마자 홈페이지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우리야 이미 알고 있는 아이템이지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아이템이 줄줄 나온 셈이니까.
“그래도 검은 호수에서 얻은 아이템까지 오픈할 줄은 몰랐는데…….”
재중이 형이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아쉽긴 합니다.”
“저도요…….”
“좋진 않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방패전사,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도 아쉬움이 있는지 한 마디씩 했다.
방패전사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이 노출되어 덜한 편이지만.
이쁜소녀의 경우 타격이 클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던켈을 써보면 어스 퀘이크를 날리고 난 뒤에 HP가 확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검은 가시, 멀티 샷, 아쿠아 캐논, 아쿠아 웨폰 등도 장단점이 다 알려지게 될 것이다.
거기다 슬립이라던지, 큐어 포이즌 같은 것들도 다 알려져 버렸다.
“이럴 땐, 정말 일 잘하네. 진짜 점검은 뭐 같이하더니.”
“운영자가 우리 입장 봐줘가면서 업데이트하지는 않으니까. 아쉽지만 털어버려.”
재중이 형의 불만에 사장님은 3세대 때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보았는지 약간의 동요가 있을 뿐, 금방 수긍하는 모습이다.
확실히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장님 말대로 이런 건 순전히 운영자들 마음에 달렸는데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버렸다.
“운영자 입장에선 좀 더 다양한 공격 패턴이 나오기를 원한 것 같은데…… 이편이 그림이 더 좋을 테고. 아니면 점검 바로 전에 드랍된 물품까지 일부러 넣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사장님의 말을 들으면서 스킬 목록을 쭉 확인하다가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전혀 의외의 스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대쉬 』
『 백스텝 』
『 징벌의 사슬 』
『 블링크 』
『 배리어 』
『 헤이스트 』
『 리플렉션 』
이건 뭐야…….
“형, 이게 대체.”
“아……. 나도 생각 중이다. 잠시만.”
재중이 형이 스킬 목록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혼란에 빠져 버렸다.
뜻하지 않은 변수.
드랍된 아이템이나 스킬만 보여주는 것 아니었나?
모두 난감한 얼굴로 스킬 목록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