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6화 (126/1,404)

# 126

#126화 별들의 전장 (1)

드랍 템을 확인하니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것 같다.

『 아쿠아 웨폰 』

고성의 워 울프 엘리트, 지하수로의 개구리 엘리트를 잡았던 경우와 같았다.

이번에도 라미아 엘리트가 사용하던 기술이 그대로 드랍된 것이다.

“요구 조건은 동일하네요.”

방패전사가 확인이 끝난 듯 다시 내려놓았다.

“챠밍님이 쓰는 편이 나으려나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뭘 물어봐. 그냥 네가 쓰면 돼.”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날 보고 웃는다.

“음, 아쿠아 웨폰이면 아쿠아 캐논하고 잘 맞지 않아요? 속성으로 보면 그쪽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사거리를 늘려준다든지, 위력이 올라간다든지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아니에요. 아쿠아 캐논은 단발이기도 하고, 쿨 타임도 상당히 길어요.”

“그래, 차라리 니가 먼저 쓰고 비월참 두 발 더 날리는 편이 나을 거다. 무기 웨폰이 많으면 최대 여섯 발까지 날릴 수 있잖아. 마력 수치만 좀 더 올리면 돼. 유용함으로 치면 이쪽이 남는 장사지.”

재중이 형이 괜찮다는 듯 내게 아쿠아 웨폰을 넘겨줬다.

“매번 감사합니다.”

“그만큼 더 구르라는 소리야. 감사는.”

재중이 형 말에 모두 정답이라는 듯 크게 웃었다.

막상 아쿠아 웨폰을 익히려니 몇 가지가 걸린다.

“흠, 라이트랑 포이즌 웨폰까지 같이 쓰려면 스킬 스위칭을 해야겠는데요.”

현재 지능이 5라서 한 번에 쓸 수 있는 스킬 슬롯은 3개다.

“딜레이야 있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무기에 박을 수정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동안은 크리티컬 대미지를 올리는 수정을 무기에 끼워놨는데 요즘 스탯 부족을 계속 느낀다.

민첩을 집중적으로 올린 스탯 때문에 다른 스탯은 아이템으로 커버하다보니 좀 아슬아슬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기에 당장 스탯을 더 끌어올 곳은 무기 슬롯밖에 없기도 하고, 무기도 두 개라 여차하면 모자란 스탯을 더 올릴 수 있다.

“크리티컬 수정이 아까워도 어쩔 수 없겠네, 그럼 다른 것도 볼까?”

재중이 형이 멀티 샷과 검은 가시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흠, 이거는 볼 것도 없이 나르샤님. 드디어, 궁수 계열 스킬도 나오네요.”

그대로 멀티 샷 기술서를 나르샤에게 넘겨줬다.

“잘 쓸게요.”

녹색 책자에 녹색 테두리, 가운데는 여러 개의 화살이 문양으로 양각되어 있었다.

나르샤가 멀티 샷 기술서를 받아들고 사용하니 기술서가 녹색 빛으로 녹아내리며 나르샤의 전신을 돌더니 양팔에 가서 스며들 듯 사라졌다.

“한 번 사용해 보세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데스 위버를 한쪽으로 쭉 당겼다.

【 멀티 샷! 】

그 상태에서 멀티 샷을 시전하자 데스 위버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쪽 눈을 감고 데스 위버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마음을 정했는지 한 곳으로 고정했다.

끝까지 잡아당긴 활시위가 나르샤의 손끝에서 떠나자마자 데스 위버에서 쏘아져 나간 화살이 순식간에 십여 개로 갈라지더니 동시에 정면으로 퍼지면서 날아갔다.

“이야! 굉장하네.”

방패전사가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한 듯 박수를 쳤다.

“화살 개수는 민첩이 영향을 주나보네요. 한계는 있겠지만.”

일정 범위에서 쭉 퍼져 날아가는 것을 보니 마법사의 광역기 같은 느낌까지 든다.

아마 원하면 근접 딜러도 배워서 사용할 순 있겠지만 민첩이 중요하게 작용하면 몇 발 나오지도 않을 것 같다.

생각보다 괜찮은 퍼포먼스에 나르샤가 굉장히 만족한 모습이다.

“이걸로 몰이할 때 제법 괜찮은 딜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음, 내색하진 않았는데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네.

유독 궁수 계열 스킬이 나오지 않아서 딜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것도 받으세요.”

재중이 형이 검은 가시를 들어 나르샤의 손에 올려줬다.

“네?”

“이거, 아무리 봐도 궁수 계열이 익히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반투명한 흑수정으로 된 긴 가시 같은 모양인데 이게 스킬이라고?

오히려 제작 템 같은 것을 예상했는데.

손에 올리고 나서야 나르샤가 작게 감탄사를 낸다.

“무기 인챈트와 비슷하네요.”

“오히려 비월참하고 비슷할 겁니다. 한 번 쏘고 나면 소모되는 형식이라.”

재중이 형이 추가 설명을 해준다.

유지해서 공격하는 것은 안 되고 한 발만 날릴 수 있는 건가?

무기 인챈 없이 단독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네.

역시 같은 방법으로 검은 가시를 익히자 검은 기운이 나르샤를 한 바퀴 돌더니 심장 위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이것도 해볼게요.”

【 검은 가시! 】

똑같이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며 스킬을 시전하자 화살이 검은색의 가시 모양으로 변형됐다.

마치 풀 차징을 하듯 계속 잡아당기자 화살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저거 엘리트가 쓰던 그 기술이네.

“마력이…… 너무 들어가요.”

나르샤가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검은 가시가 마력을 끝없이 잡아먹는 모양이다.

그리고 주변이 진동하면서 바닥의 호수가 조금씩 물결이 친다.

“더 안 돼요.”

그 말과 함께 나르샤가 활시위를 놓자 엄청난 풍압과 함께 검은 가시가 공기를 찢고 호수 바닥을 가르면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마력이 집중된 검은 가시가 그대로 날아가 물의 벽에 맞자 순간적으로 물의 장벽이 터져 나가면서 벽 주변도 출렁거렸다.

“우와!”

이쁜소녀와 챠밍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우리도 다를 것이 없고.

“이거 장난 아닌데?”

재중이 형도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일격필살이 딱 어울린다.

“한 방에 마력을 다 썼어요.”

정작 본인이 쏴놓고 나르샤도 놀라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스킬들이 모두 일정 범위를 터뜨리는 광역기라면 이건 그냥 집중형이다.

“검은 가시가 드랍이 잘 되는 거라면 궁수들 이번에 장난 아니겠습니다.”

방패전사가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중얼거렸다.

“일단, 잡기부터가 힘들잖아요. 우리도 쉽게 잡은 것도 아니구요.”

좀 더 편하게 지형을 이용하여 잡은 거지, 원래라면 못 잡았을 확률이 더 크다.

그리고 어스 퀘이크 급 스킬이 없으면 애초에 붙잡아두는 것 자체가 무리고.

다른 네임드나 엘리트처럼 먼저 잡은 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드랍하는 템을 모두 주는 형식이라 실제로는 드랍률이 엄청나게 낮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우리가 쓰려면 무기라도 던져야 할까요?”

“글쎄다. 하나 더 생기면 생각해 보자.”

나르샤가 자신만 너무 받아가서 미안한 표정을 짓자 모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간 나르샤만 제대로 분배를 못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을 만했다.

“더 들어갈 거예요?”

이번에 검은 가시를 막으면서 소비한 물약이 만만치 않다.

원래 생각했던 소모량보다 훨씬 많이 써버렸다.

거기다…….

방패전사가 바로 말을 이었다.

“물의 장벽이 아니면 잡아둘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미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가 불리해진다는 소리다.

재중이 형도 그걸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가야지.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니까. 다음에 오면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단순히 레벨업만 할 생각이었다면 미로에서 죽치고 있었어도 됐다.

“형, 일단, 엘리트만 피해 가면 되는 거죠?”

“그렇긴 하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겠다.

나중에 정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고성처럼 순찰형이잖아요. 그럼 분명히 빈틈이 있을 거예요.”

“빈틈으로 달려가서 바로 유적지를 해제하자?”

“네, 하르페도 그렇게 얻었으니까 가능할 것 같아요.”

사실 하르페는 거저 얻은 유적지다.

부족한 사냥터 때문에 중앙까지 몰려 있는 몬스터를 사람들 이 잡아서 우리가 힘들게 뚫고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

다른 길드에 하르 원석이 없어서 유적지를 못 먹은 것이지 원석이 있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하고 하르페를 놓쳤을 것이다.

“나쁘진 않아. 오히려 지금에서는 좋은 방법이지. 단! 안 걸린다는 보장만 있으면. 내가 아무리 결과를 좋아하더라도 죽을 것이 뻔히 보이는 곳에 애들을 밀어 넣지는 않아.”

재중이 형은 리더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좋다.

이럴 때, 눈이 뒤집혀 무작정 아랫사람의 피해만 요구하는 사람들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여기서는 안 보여도 위에서는 보이겠죠.”

***

“다들 뛰어요.”

내 말에 우리 팀이 빠르게 내 뒤를 따라서 달려왔다.

여기는 곧 검은 가시 라미아가 올 자리라 바로 빠져나가야 한다.

“왼쪽!”

내 말에 또 우르르 자리를 옮겼다.

“잠시 스톱!”

어느 정도 위치까지 달리자 바로 팀을 멈추고 다시 준비를 했다.

하늘로 뛰어오를 준비를.

【 아쿠아 캐논! 】

이쁜소녀와 챠밍의 도움으로 높이 뛰어올라 주변을 살핀 뒤 내려와 다시 방위를 잡았다.

“역시 한 마리씩 돌아다니네요.”

“아이고. 운영자가 너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로를 빠져나올 생각만 했지 이걸 이렇게 쓸 줄은 나도 생각 안 하고 있었다.

“없는 걸 쓰는 것도 아니고 뭐. 괜찮을 거예요.”

이런 식의 플레이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선에서 그만둬야 할지 감이 잡혔다.

다만, 나중에 패치될 수는 있겠지만.

혹은 순찰과 별개로 빈틈에 몹을 배치할 수도 있고.

아니면 뛰어 오를 수 있는 제한을 걸 수도 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지금은 앞일만.”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는다.

“그래, 지금만 생각하자.”

안개 사이로 스르륵 지나다니는 엘리트 라미아의 범위를 벗어나는 곳만 파고들면서 계속 유적지로 전진을 했다.

멀리서 흐릿하게 보였던 성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성이 성벽에서 건물까지 모두 물이 흐르는 블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정말 전부 물로 만들어졌네요.”

“너무 예쁘다.”

“대단하네요. 진짜.”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가 감탄을 멈출지 모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성을 바라봤다.

“엄청나네. 가상현실이 이래서 좋아.”

재중이 형도 이번만큼은 놀람을 감추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을 눈앞에 만들어뒀다.

“들어가죠?”

방패전사가 굳은 얼굴로 더 갈 것인지 물어본다.

이제 성문 하나만 지나면 된다.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무작정 달려서 봉인만 풀면 될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르샤님, 이거 받아요.”

재중이 형이 인벤에서 하르 원석을 꺼내서 나르샤에게 건네줬다.

“만약, 변수가 생기거나 우리가 죽는 상황이 오면 무시하고 계속 달리세요.”

그리고 내게도 하나를 꺼내서 품에 넣어줬다.

“너도, 여차하면 달려라. 최대한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둘 다 애매해지면 나르샤님을 앞으로 보내고 니가 뒤를 맡아. 버티는 건 네가 더 잘할 테니까.”

돌발 상황이 오면 발이 가장 빠른 나와 나르샤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소리다.

“이거 참, 어깨가 무겁네요.”

“저도 그래요.”

그때 재중이 형이 생각났다는 듯 이쁜소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쁜소녀님.”

“네?”

“여기서 귀환해주세요.”

“네? 왜 저만…….”

뭔가 잘못했나 싶은 표정으로 이쁜소녀가 우리를 바라보는데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젓는다.

“던켈요. 앞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고, 물약도 이제 바닥이고 죽어서 드랍되면 답도 없어요.”

“아…… 으음.”

이쁜소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딱 멈췄다.

진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네임드 템들은 몰라도 던켈이 드랍되면 재앙에 가까워진다.

저 성문 너머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최악으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아니, 분명히 죽을 자리가 될 거다.

살면 다행이고.

“저기, 그럼 이것도.”

나도 오우거 벨트와 파워 글러브를 풀어서 이쁜소녀에게 넘겨줬다.

“에에? 저 진짜 가요?”

“네,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각자 귀중품을 넘겨주자 이쁜소녀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모두를 쳐다보고는 떠밀리듯 귀환했다.

“막상 보내고 나니 허전해요.”

챠밍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붙어 있다 옆에 없으니 허전할 수밖에.

“그럼, 진짜 가죠.”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더 살핀 다음 성 입구까지 다가갔다.

여기까지 안 걸리고 온 것도 사실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가자!”

방패전사를 앞에 두고 성 입구를 지나자 그야말로 물의 향연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성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보인다.

일곱 마리의 엘리트 라미아가.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더라니.”

방패전사가 라이트 쉴드를 켜고 곧장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면서 엘리트 라미아들의 어그로를 자신에게 모두 몰았다.

“그냥 가세요!”

방패전사가 자신의 최후를 예상하듯 우리에게 달리라는 소리를 한다.

“나중에 뵙죠.”

일곱 마리의 어글을 모두 먹고 구석으로 뛰어가는 방패전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빠르게 길을 재촉했다.

방패전사가 벌어준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

입구에만 많았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라미아의 수가 적어졌다.

그렇다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숫자는 아니고.

“이번엔 나네.”

재중이 형이 어글을 먹고 빠졌다.

“저도 가요.”

다음에 몰리는 몹은 챠밍이 전부 달고 건물 뒤로 가 아이스 월로 묶어두었다.

그걸 본 나와 나르샤는 말없이 계속 달리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유적지로 예상되는 중앙 성이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그때, 갑자기 주변에 물의 장벽이 확 올라가면서 우리와 중앙의 성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물의 기둥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확 깼다.

“나르샤님, 뛰어요.”

뭔지 모르지만 돌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발목을 잡고 늘어져야 하는.

그때, 성 중앙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 여기까지 들어올 줄이야. 》

라미아?

아니, 라미아라고 보기엔 두 발로 버젓이 걷고 있다.

긴 꼬리는 그저 뒤로 늘어져 있을 뿐.

늘씬한 자태에 아슬아슬하게 몸매를 가리는 검은빛의 비늘을 뽐내며 두 팔을 나른하게 흔드는 모습이 마치 산책을 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거기다 머리에 검은 뿔이 두 개 나 있고.

저걸 어디서 봤더라.

“케르베로스 같은 종류인가 봐요.”

“확실히 그렇네요.”

나르샤가 달리다 일단 멈춰 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저 라미아를 지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힘들어 보인다.

“제가 빈틈을 만들 테니…….”

《 내 평온을 방해한 죄를. 물의 가시! 》

그 순간, 물로 된 가시덩굴이 바닥에서 솟으며 나르샤를 옥죄기 시작했다.

“아!”

물의 가시가 붉게 변하더니 나르사의 HP를 순식간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임드 라미아의 피부에 붉은 혈관이 올라왔다.

혹시, 저거 체력까지 흡수하는 건가?

바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물의 가시를 쳐내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안 되는데…….

【 비월참! 】

급하게 비월참으로 물의 가시를 치자 그나마 조금씩 가시가 벗겨진다.

계속 쳐내 보지만, 나르샤의 HP가 깎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나르샤도 근접 무기를 꺼내서 쳐보다가 안 되는지 물의 가시 안에서 미안하다는 눈빛을 짓는다.

“저 포기하세요.”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나르샤가 빛으로 사라졌다.

물약도 텅텅 비었고.

이렇게 된 이상 혼자라도 돌파 시도를 해야 한다.

《 내 평온을 방해한 죄를. 물의 가시! 》

또 저건가?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달리자 내 뒤로 물의 가시가 잔뜩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한 방 크게 먹이고 잠시 멈춘 사이에 옆으로 지나갈 생각을 가지고 바로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 물의 방패! 》

네임드 라미아 앞에 물로 된 방패가 생기더니 비월참을 그대로 반사했다.

정말 골고루 하네.

급하게 라이트 웨폰을 켜고 반사된 비월참을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쳐올렸다.

그러면서 자세가 흐트러진 내게 물의 가시가 따라붙었다.

가까스로 물의 가시의 범위를 벗어나 달리려는데 네임드 라미아가 다시 다른 기술을 날렸다.

《 사라져라. 아쿠아 토네이도! 》

내 주변에 광역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토네이도가 여러 곳에 생성되자 몸의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걸 버티려면 바닥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데 그러면 가시가 발목을 옥죈다.

그렇다고 몸을 띄우면 바로 토네이도로 빨려 들어간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바닥을 박찼지만 결국, 토네이도의 흡입력에 잡혀 물의 가시가 날 가두고 말았다.

안에서 계속 가시를 쳐냈는데, 밖에서 치는 것과 다르게 안에서 하는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쳐도 가시가 벗겨지지 않으니.

패턴을 보니, 누군가 물의 가시에 갇히면 주변에서 구해주는 형식인 모양이다.

혼자서는 답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무력하게 당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너, 조금만 기다려라. 꼭 다시 온다.”

네임드를 바라보면서 이를 바득 갈았다.

조금 지나자 HP가 모두 사라지면서 시야가 검게 변했다.

***

죽어서 길드 하우스에 돌아갔더니 이미 모두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했다.”

“……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나르샤가 이야기를 꺼냈다.

“네임드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네요.”

나르샤의 말에 모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네임드까지 상정하고 짠 계획도 아니었으니까.

“너무 쉽게 생각했어.”

“저주 받은 숲에서 네임드를 못 봐서 아직 찾지 못한 던전에 있겠거니 했는데, 완전 착각했습니다.”

재중이 형이나 방패전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난 말없이 자동 촬영한 동영상을 틀어서 보여주었다.

“장난 아니네.”

“마법사형 같이 보이네요.”

재중이 형과 챠밍 뿐만 아니라 모두 영상을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사람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붙어본 소감이다.

물의 가시만 해도 체력을 흡수하는 걸 봐서 빨리 벗겨내지 않으면 죽는다고 봐야 한다.

거기다가 네임드의 체력까지 채워주니까.

토네이도도 상당한 위력이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어. 어깨 펴라.”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밝게 웃었다.

“난 이런 게 좋아. 할 때마다 다 되면 그게 어디 게임이냐. 보통은 이렇게 부딪쳐 가면서 하는 거다. 너 지금 표정 장난 아니야.”

내 표정이 엄청나게 굳어 있긴 했나 보네.

항상 한 번에 해결을 해왔으니 이런 상황은 다소 어색하다.

마음에서 어느 정도 내려놓자 그제야 주변이 보인다.

그래,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다시 하면 된다.

다음엔 꼭.

내 손으로 끝을 본다.

“자자! 주목!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게 있어요.”

“아직 공지사항으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곧 서버 대항전이 크게 열릴 거예요. 대형 방송사도 껴서. 내가 보기엔 확실해요,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거든요. 유적지도 중요하지만, 그건 충분히 준비해서 도전하기로 하고, 일단 대항전을 준비합시다.”

서버 대항전이라…….

어떻게 되려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