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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화 (124/1,404)

# 124

#124화 검은 호수의 여왕 (7)

마법사들을 정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법사들이 나오는 통로가 등장했다.

점점 물의 장벽이 좁혀지면서 몹이 나오는 빈도수 역시, 높아져 갔다.

마치,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말라는 경고 같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나르샤가 통로 너머를 슬쩍 바라보더니 데스 위버를 앞으로 내세우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정말 혼자 나설 생각인가?

“생각 외로 간단해요. 잠시만 막아줘.”

방패전사에게 말을 하자 아무 걱정 없다는 듯 방패전사가 먼저 통로로 들어가서 차례로 날아오는 물기둥을 막았다.

나르샤가 데스 위버의 활시위를 한계까지 잡아당기자 데스 위버의 활대가 끼기긱 대는 묘한 소리를 냈다.

풀 차징인가?

“다른 활은 모르겠는데, 일단 데스 위버라면 가능할 거예요. 아까 사거리를 확인해 봤거든요.”

아까 계속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활을 꺼냈던 것이 이걸 확인하려는 거였나?

“가요.”

방패전사가 잠시 막아준 공간으로 뛰어가더니 데스 위버를 쥔 두 팔을 몸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세를 잡자마자 활시위에서 손가락을 놓았다.

마치 공기가 찢어지는 것 같은 파공음이 들리더니 데스 위버에서 강력한 화살 한줄기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라미아 마법사의 몸통에 꽂혔다.

“캬아악!”

다른 라미아 마법사가 나르샤에게 공격을 했지만, 이미 방패전사가 굳건하고 믿음직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하나.”

풀 차징된 화살을 라미아 마법사가 맞기 전에 다시 한 발을 날리는 기술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 나르샤의 자체 민첩과 파워 글러브의 힘, 그 두 가지가 가져온 시너지일 것이다.

“다섯.”

첫 번째 화살을 시작으로 마지막 다섯 번째 화살까지 라미아 마법사에게 쏜 나르샤는 무조건 명중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통로에서 빠져나와 모퉁이의 벽 뒤로 숨었다.

그러자 방패전사를 교대로 공격하던 물줄기들이 바로 나르샤가 숨은 방향으로 날아가 벽만 공격하기 시작했다.

방패전사가 자신에게 날아오던 물줄기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잠시 라미아 마법사를 보더니 그냥 방패를 내려 버렸다.

“어, 확실히 간단하네.”

“움직이면 모르겠는데…… 저렇게 멈춰 있는 표적이면 어렵진 않아.”

데스 위버의 월등한 사거리로 혼자 어그로를 다 먹고 벽 뒤에 숨어버리니 희한한 그림이 나와 버렸다.

“이건 현재 나르샤님밖에는 못 하겠네요.”

기본적으로 긴 사거리를 가진 데스 위버,

풀 차징을 좀 더 쉽게 당길 수 있게 만드는 파워 글러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니까.

템빨.

거기다 본인 실력도 한몫했다.

멈춰 있는 표적이라고 해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그림이다.

“우리 이대로 괜찮아요?”

“응. 다녀와.”

이쁜소녀의 물음에 나르샤가 확신하는 투로 답변했다.

“전사 봐. 저기 서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그렇네요.”

이쁜소녀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통로로 한 발자국 내밀었는데도 물줄기는 여전히 나르샤에게 향하는 중이다.

풀 차징으로 확실하게 어그로를 먹었으니까.

“가자.”

재중이 형도 통로로 들어서자 나와 챠밍도 따라갔다.

방패전사를 앞세워 물기둥이 없는 한쪽 벽을 따라 코앞까지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라미아 마법사들이 여전히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러려고 만들어둔 필드가 아닐 텐데, 너무 날로 먹는 것 같네요.”

“좋은 게 좋은 거지.”

어그로를 이용한 꼼수(?)긴 했지만, 정말 이런 식이라면 물약을 안 써도 된다.

그리고 이 정도 거리라면 라미아 마법사들을 잡는 것은 우리에겐 쉬운 일이다.

다섯 명이 빠르게 달려들어 라미아 마법사에게 대미지를 넣기 시작하자, 곧 하나씩 빛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벽에 밀치면서 잡은 라미아 마법사가 빛으로 변하면서 하늘색의 표지에 은태를 두르고 있는 마법서를 하나 떨어뜨렸다.

『 아쿠아 캐논 』

이건 설마?

혹시 이 마법서가 라미아 마법사들이 쓰던 것과 같다면…….

마법사 부대를 좀 더 손쉽게 싹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닥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마법서를 확인하곤 곧장 챠밍을 불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몰려들어 다들 기대하는 모습으로 챠밍을 바라봤다.

“잠시만요, 써볼게요.”

챠밍이 아쿠아 캐논을 익히자 마법책이 하늘색 물방울로 변해 챠밍의 심장 부근으로 빨려 들어갔다.

【 아쿠아 캐논! 】

앞으로 내민 스태프에 라미아 마법사와 비슷한 푸른 마법 문양이 맺히더니 일자로 쭉 물결이 뻗어져 나가다가 곧 사라졌다.

일단 형태는 같다.

다만 물줄기가 좀 작아지고 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때요?”

“으음, 일단 마력을 엄청 써요. 대신, 넉백 효과도 있고 공격한 대상에게 체력도 일정량 뺏어 와요. 거기다 앞쪽으로 쭉 밀고 나가는 범위 공격이라서 쓸 곳이 많을 것 같아요.”

일대일로 라미아 마법사와 공격을 주고받긴 무리겠지만 이 정도 옵션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챠밍이 새 마법을 얻어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보며 인사하고 나르샤를 보자 그녀는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마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죠, 라미아 마법사들 싹쓸이하러.”

노다지를 알았으면 당연히 캐야지.

***

“또 나왔다.”

『 아쿠아 캐논 』

이쁜소녀가 만세를 부르면서 좋아한다.

나르샤의 활약으로 마법사들을 훨씬 잡기 쉬워지면서 이 일대가 완전 우리 전용 사냥터로 변했다.

거기다 경험치가 장난이 아니다.

공략 난이도를 그대로 반영하듯 생각 외로 경험치가 엄청나다.

거기다 마법사들의 체력이 약한 것도 한몫하고.

《 LV 44.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레벨이 이곳에서 순식간에 올랐다.

요구 경험치를 봐서는 당분간 안 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스템 음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이거, 경험치가 너무 많은데?”

재중이 형도 이번엔 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형을 포함한 우리 팀 모두, 레벨이 올랐으니까.

확실히 지금 이렇게 잡으라고 배치한 몹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경험치가 말해주니까.

“거의 배는 많네요. 이 정도면.”

방패전사도 의아한 표정이다.

“원래 잡기 힘들든지, 경험치 책정이 잘못됐든지.”

재중이 형의 말은 저렇게 해도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여기서 온종일 잡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주변을 뺑뺑 돌면서 더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는 중인데 쉽지가 않다.

애초에 우리 목표는 중앙에 있는 유적지다.

이렇게 같은 곳을 계속 도는 것이 아니고.

시시각각 변하는 미로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곳의 테마라고 해야 하나.

올려다보니 하늘만 보인다.

성질 급한 사람이 들어왔다가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벽을 칠지도 모르겠다.

“하늘이라.”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하네.

하늘, 움직이는 벽, 미로, 시야…….

“챠밍님, 새 마법이 넉백 효과가 있다고 했죠?”

“으음, 라미아 마법사처럼 확 밀어내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이쁜소녀님.”

“네?”

“오랜만에 그거 한 번 하죠.”

이쁜소녀가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채운 표정으로 날 보다가 내 설명이 이어지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너 또 뭐 하려고?”

“그냥, 빨리 좀 벗어나 보려고요. 미로가 전부라면 이렇게 같은 자리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물약이 여유롭고 귀환 포인트가 가까우면 계속 입구를 찾아다녀도 되지만…….

“뭐, 입구만 찾으면 빠르겠지. 방법이 있다는 소리네.”

“슈퍼맨 흉내 한번 내보려고요.”

약 5m의 벽이라…….

보통 같으면 엄두도 못 냈겠지만,

챠밍과 이쁜소녀의 준비가 끝나자 미리 정리한 통로의 가장 끝에 가서 섰다.

물론, 반대쪽엔 이쁜소녀와 챠밍이 있었고.

“갑니다.”

“오세요!”

최대한 몸의 탄력을 이용하여 반대편의 이쁜소녀를 향해 도움닫기 하듯 달렸다.

오롯이 힘과 민첩을 사용해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니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빠르기로 몸이 쏘아져 나갔다.

현실에서 이 정도면 세계신기록은 이미 넘어섰겠지.

이쁜소녀가 있는 곳에서 크게 도약을 해 점프를 하니 그 발 밑으로 이쁜소녀가 던켈을 크게 휘둘러 올려주었다.

몇 번 했던 일이다.

던켈을 밟고 뛰어오르는 것은.

벽을 넘는 것은 이미 생각을 했지만, 5m를 뛰어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생겼으니까.

내 몸이 공중으로 어느 정도 뜨자 아래에서 챠밍의 영창이 들려왔다.

그것도 하늘로 스태프를 들어 올린 채로.

【 아쿠아 캐논! 】

챠밍에게서 뻗어져 나온 아쿠아 캐논이 내 밑에서 강하게 솟구치자 곧장 라지 쉴드를 소환해 아래로 내려 발로 밟고 섰다.

모자라는 점프력을 아쿠아 캐논의 넉백으로 보완하자 몸이 한순간에 확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타는 느낌이 날 정도로 몸이 붕 올라가자 어느새 벽보다 높은 곳까지 내 몸이 떠올랐다.

“됐어요!”

아래에 챠밍과 이쁜소녀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붕 뜬 찰나에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어디냐…….

유적지는.

내가 기계도 아니고 그 순간 미로의 모든 길을 기억하는 것은 사실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문명이 있으니까.

곧장 사방을 둘러보면서 빠르게 스크린샷을 찍었다.

그리고 찾았다.

일단 방향은 알겠네.

그대로 다시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닥에 가까스로 착지했다.

“시간이 없어요. 미로의 형태가 바뀌기 전에.”

내게 와서 한마디씩 하려는 사람들의 입을 바로 막은 뒤 곧장 스크린 샷을 불러와 옆으로 쭉 펼쳤다.

모두 한 장씩 붙어서 살펴보니 금방 다음으로 넘어가는 길을 찾아냈다.

“이거 참. 코앞에 놔두고 돌아갈 뻔했네.”

이곳의 바로 전 갈래 길에서 반대편으로 가면 이 구역을 바로 벗어날 수 있다.

“움직입시다. 지금 변하면 한참 돌아가야 합니다.”

방패전사가 서둘러 방패를 들고 앞장섰다.

혹시나 길이 없어질까 싶어서 달리다시피 돌아갔더니 겨우 미로 지역을 벗어났다.

“드디어 미로가 끝났네요.”

“길었어요. 진짜!”

챠밍, 이쁜소녀가 말하는 것처럼 정말 길었다.

던전 하나를 끝에서 끝까지 돌파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미로를 벗어나자마자 안개가 껴 있는 흐릿한 호수 지대가 나왔다.

“그럼, 잠시만 마법 좀 쓸게요.”

【 라이트! 】

챠밍이 라이트를 시전하자 주변이 그나마 조금은 밝아졌다.

그리고 아주 멀리 안개 사이로 어렴풋하게 검은 형체의 넓은 성이 흐릿하게 윤곽만 보였다.

“아까 점프했을 때 보이더라고요.”

미로 안에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곳.

두 번째 유적지.

일단, 뒤는 미로의 벽.

앞으로는 짙은 안개.

결코, 쉽게는 안 주겠다 이건가.

그리고,

점프했을 때 윤곽만 얼핏 확인한 것이 있다.

대체 어디에 있지?

스르륵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안개 사이로 크기만 몇 m는 되어 보이는 어떤 것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긴 했었다.

그런 생각이 무섭게 잘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를 찢어내면서 수십 발의 검고 굵직한 가시 같은 것이 직격으로 날아들었다.

“피해요!”

【 라이트 웨폰! 】

바로 카스카라와 블러디아에 인챈트 웨폰을 입히고 앞으로 달려들면서 제일 앞에 날아오는 가시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질적인 어떤 것이 보인다.

푸른 기운?

집중으로 한없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내 시야에 검은 가시 주위로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블러디아로 제일 처음에 날아오는 가시의 뾰족한 부분을 스치듯 밀면서 쳐올렸다.

그와 함께 손목과 팔에 돌아오는 묵직한 반탄력에 깜짝 놀랐다.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가시를 하늘로 밀어냈지만, HP 소모량이 제법 크다.

연속으로 가시들을 쳐내자 자동으로 등록된 압축 물약이 쉴 새 없이 소모됐다.

장난 아닌데?

방패전사도 라이트 쉴드를 켜고 라지 쉴드를 바닥에 박듯 고정시켜 겨우 버티고 있다.

라지 쉴드에 검은 가시가 부딪칠 때마다 쾅쾅 소리가 들리며 방패가 한참 들썩거리는 것을 보니 파워 글러브가 없었으면 이미 넘어가도 한참 전에 넘어갔을 것 같다.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도 광아와 던켈을 휘두르며 각각 밀어내는데 HP가 쭉쭉 떨어지는 것을 보면 쉬워 보이진 않는다.

한참 쏟아지던 검은 가시의 십자포화가 끝나자 겨우 한숨을 돌렸다.

아마,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이미 사르르 녹아서 귀환 당했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투력.

“최소 엘리트. 긴장 타라.”

재중이 형이 굵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

손으로 전달되는 묵직함은 형도 느꼈으니까.

검은 가시가 뚫고 지나온 안개 사이로 얼핏 한 마리의 라미아가 보인다.

그리고 고작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렇게 공격을 했다고?

적어도 두세 마리는 될 줄 알았는데 하나면 더 골치 아프다.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니까.

일단 서 있는 쪽만 보면 2m 이상이고 꼬리까지 치면 몇 m가 될지 상상도 안 간다.

여성형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네 개.

그리고 팔도 네 개인데 각각 기묘한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마치 활대처럼.

거기에 아까 쏘아낸 검은 가시 같은 것이 잔뜩 보인다.

“시야가 제한받는 곳인데 빠르면서 원거리 엘리트 몹이라…….”

재중이 형이 몹의 형태를 확인하더니 신음을 흘렸다

“이거, 최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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