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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3화 (123/1,404)

# 123

#123화 검은 호수의 여왕 (6)

통로에 진입하기 전 모퉁이에서 우리 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설명했다.

“제가 아까 묘한 것을 봤거든요.”

우연히, 아까 전에 싸우다 본 것이 있다.

그게 이런 식으로 쓰일지는 생각도 못 했지만.

“가능하실 거예요.”

“음, 주호님이면 될 것 같아요.”

챠밍과 이쁜소녀는 내 말에 당연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 네가 그렇다면 되겠지. 나중에 나도 해볼까?”

재중이 형은 그냥 어깨만 으쓱인다.

방패전사도 딱히 내 의견을 듣고 동요하거나 하는 얼굴은 아니다.

“너무 믿어주시니 설명하는 제가 다 어색하네요.”

“그동안 보여주신 걸 생각하면 설명을 안 했어도 그냥 했을 겁니다.”

“설득할 일이 줄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럼, 가볼까요?”

만약, 실수하면 나 혼자 죽는 것도 아니고 방패전사도 무조건 죽는다.

이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방패전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묵묵하고 굳건하게 라지 쉴드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방패전사를 앞세운 상태로 통로를 진입하자마자 물기둥이 우리가 있는 입구 부분까지 날아왔다.

공격 범위가 여기까지 닿는 건가?

“갑니다.”

【 라이트 쉴드! 】

방패전사가 라이트 쉴드를 사용한 채로 좀 더 진입하니 물기둥을 쏟아내던 라미아 마법사 다섯의 시선이 모두 방패전사에게 몰리면서 마법사의 어그로가 확실히 돌아갔다.

방패전사를 인식한 순서대로 시간차로 날아오는 공격 중 제일 먼저 날아온 물기둥을 최대한 방패 각도를 이용해서 막았는데도, HP의 1/10 정도가 날아가 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강한데?

일단 저걸 그냥 맞으면 HP가 깎이는 것도 문제지만 경직이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럼, 연이어 날아오는 마법에 맞아 바로 게임 아웃이다.

“챠밍님!”

“네!”

【 와이드 힐! 】

정확한 타이밍에 챠밍이 방패전사에게 힐을 주고, 다시 기역자로 꺾인 모퉁이에 숨었다.

힐을 주는 순간 물기둥 하나가 챠밍이 움직인 방향으로 쏘아졌지만 통로의 벽에 막혀 버렸다.

“됐어요!”

그간의 경험으로 힐도 다른 스킬들처럼 일정한 양의 어그로가 있는 것을 아니까 일부러 힐을 주고 코너 뒤의 벽에 숨도록 했는데 마법사가 하나가 바로 챠밍을 인식했다.

챠밍이 힐이 채워주는 양을 생각해서 해봤는데 일단은 성공이다.

“잘했습니다.”

두 마리까지 돌아봐 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마법사 하나의 어그로라도 뺏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과다.

하나라도 안 돌아봤으면 방패전사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을 테니까.

“저 다시 해볼게요!”

“네?”

챠밍이 표정을 굳히면서 타이밍을 재더니 다시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힐로 어그로를 뺏은 마법사의 물줄기가 벽에 지속적으로 쏘아지고 있는데, 타이밍을 잘못 잡고 나간다면 챠밍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HP가 조금 더 많은 우리야 몇 대 맞아도 바로 죽지 않지만, 챠밍은 그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저 잘 할 수 있어요.”

챠밍이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실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믿고 있다.

우리 팀을.

압축 물약을 들이켜면서 방패전사가 힘겹게 물기둥을 밀어내고 통로의 1/3 지점을 돌파할 때 챠밍이 다시 통로로 뛰어들어가 빠르게 힐을 시전했다.

【 라이트 웨폰! 】

【 와이드 힐! 】

겨우 끝자락에 닿을 것 같이 와이드 힐이 방패전사의 몸에 걸치면서 환하게 빛이 쏟아졌다.

라이트 웨폰을 쓰고 힐 종류를 사용하면 힐량이 순간적으로 3배가 뛰어오른다.

바로 어글을 끌어오기에는 이만한 스킬이 없다.

와이드 힐을 받자마자 방패전사의 HP가 순식간에 끝까지 차올랐다.

“빨리!”

이쁜소녀의 다급한 외침이 통로를 울렸다.

힐을 시전하기 무섭게 챠밍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통로 바깥으로 튀어나와 벽으로 다이빙하듯 뛰었다.

챠밍이 벽에 숨자마자 아주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벽에 맞아 물기둥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스!”

나르샤가 손을 꾹 쥐고 있다가 챠밍이 무사히 벽으로 숨자 그제야 웃음기를 보였다.

챠밍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물기둥 중 두 개가 벽을 이용해 숨은 챠밍에게 쏘아졌다.

다섯 발의 물기둥 중 두 개를 챠밍이 끌고 있는 것만 해도 상황이 충분히 좋아졌다.

바닥까지 내려갔던 방패전사의 HP가 겨우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압축 물약을 미친 듯 들이켜고 있긴 하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방패전사의 뒤편은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곳을 향해 팀에서 민첩이 가장 높은 내가 뛰어들어가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왔습니까?”

“고생하시네요.”

“반 정도 왔는데 이 이상은 무립니다.”

지금 물기둥을 방패를 기울여 하나씩 막고 있는데 더 접근하면 물기둥들이 겹치면서 방패전사가 막는 것에 한계가 생긴다.

“그럼, 뒤는 제가. 이쁜소녀님!”

“넵! 지금 가요!”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가 내가 신호를 하자마자 이쁜소녀가 통로로 나왔다.

한 손에 라지 쉴드를 들고서.

이때를 위해서 일부러 오우거 벨트까지 넘겨줬다.

나 이외에 가장 힘이 강한 이쁜소녀에게.

재중이 형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힘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쁜소녀가 해야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으니까.

스탯 수치가 어느 정도 더 올라가면 보통 사람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

“화이팅!”

벽 뒤에서 챠밍과 나르샤가 손을 흔들어주자 이쁜소녀가 따라 외쳤다.

“아자!”

기합을 잔뜩 넣고, 그대로 달려나가면서 온몸의 탄력을 이용해 손에 들고 있던 라지 쉴드를 강하게 집어던졌다.

탄력과 속력, 그리고 힘을 모두 머금은 라지 쉴드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물의 벽을 타고서.

이쁜소녀가 던진 라지 쉴드가 우측 물의 장벽을 스치듯 지나가자 나도 뒤로 발을 구르며 슬쩍 빠졌다가 짧은 도움닫기로 방패전사의 어깨를 그대로 지지대 삼아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라지 쉴드에 가까스로 두 발로 올라타 서핑하듯 우측면의 물의 장벽을 타고 지나갔다.

물기둥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어차피 지상으로는 돌파가 안 된다고.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다.

물기둥이 없는 조금 더 높은 공간.

그리고 내가 도약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

방패전사가 최대한 거리를 좁혀주고.

이쁜소녀가 발판을 만들어 주면.

난,

그대로 타고 넘는다.

서핑하듯 물의 장벽을 타고 미끄러지면서 쭉 지나가자 뒤에서 방패전사의 큰 환호성이 들려온다.

이 계획을 확신한 이유는 우연히 라미아 방패병의 방패가 물의 벽에 닿았을 때였다.

원래는 발광이 나왔어야 하는 라미아 방패병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

몸이 아닌 다른 것이 닿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물의 장벽이 기본적으로 물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이쁜소녀가 혼신의 힘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던져 준 라지 쉴드가 라미아 마법사들과 가까워지는 순간,

이제 더 이상 타고 있을 이유가 없어, 자세를 확 무너뜨리며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비월참을 날렸다.

【 비월참! 】

라미아 마법사들이 있던 곳을 폭격하자, 마법사들이 쓰러지면서 물기둥이 끊겨 버렸다.

“지금!”

내가 비월참을 날려서 물기둥이 끊기는 것을 확인한 우리 팀이 뒤쪽에서 빠른 속도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 라이트 웨폰! 】

【 비월참! 】

다들 도착하기 전까진 라미아 마법사들이 회복을 하면 안 되니 바로 비월참 두 발을 더 날려서 마법사들을 다시 쓰러지게 했다.

“역시! 최곱니다.”

방패전사가 쓰러져 있던 라미아 마법사 한 마리에게 뛰어들어가 라지 쉴드로 깔아뭉개 버렸다.

그리고 사정없이 블러디아를 옆구리에 계속 쑤셔 넣었다.

자주 저러니 좀 무섭긴 한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 뒤로 민첩이 빠른 나르샤가 뛰어와 라미아 마법사의 목을 발로 밟은 뒤 아예 머리 위에다가 직접 화살을 먹이기 시작했다.

이건 볼 것도 없이 백발백중 크리티컬이다.

제대로 급소에 적중하는 경우 화살은 대미지와 관통력이 제일 커진다.

이쁜소녀의 도끼질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나르샤의 화살이 집요하게 머리를 헤집자 금세 마법사 한 마리가 녹아버렸다.

보호해 주는 근접이 없는 이상 마법사는 접근을 허용하면 그때부터는 밥일 뿐이다.

마법을 시전하려고 하다가도 큰 공격을 허용하면 시전하다가 다 풀려 버리니까.

어느새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한 마리씩 쓰러뜨려 놓고 난도질 중이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던 마법사라고는 생각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쉽다.

챠밍이 할 일이 없어 그냥 옆에서 힐만 주고 있을 정도로.

“이거 완전 트랩 수준이네.”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뚫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방패전사님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방패전사가 미믹에게 라이트 쉴드를 얻은 것이 천운이었다고 본다.

대체 언제쯤 되면 저 기술이 드랍되는 건지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전 벽을 타고 넘는 생각을 한 주호님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언제 그런 걸 보시고는.”

“뭐, 이것도 운이 좋았죠.”

“운도 실력이지.”

재중이 형이 옆에서 한 마디 더 거든다.

“다음에 물기둥을 타보는 건 어때?”

“그 생각도 해보긴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게 역방향이라 타다가 밀릴 것 같기도 하고.”

“뭐, 아주 못 탄다는 소리는 안 하네?”

“하하…….”

사실, 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

민첩 스탯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평소 상상도 힘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건 안 됩니까? 평소 하시던 것.”

“아! 마법 반사요?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피해가 제법 있을 것 같아서요. 서핑으로 안 되면 해보려고 했었어요.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니까요 물약을 좀 쓰더라도.”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떻게든 뚫을 방법이 있긴 했네.”

“근데, 왜 이렇게 난이도가 높죠? 우리도 이렇게 꼼수를 써야 겨우 뚫는 정도라 어지간해서는 뚫기조차 힘들어 보이는데.”

서핑?

말이 좋아 서핑이지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나도 타면서 균형을 몇 번이나 잃을 뻔했으니까.

“음, 아마 다른 탱들이 뚫고 지나오려면 적어도 서너 명은 붙어야 할 겁니다. 붙는다고 해도 힐도 엄청 들어가야 할 테고 그럼 엉망진창이죠.”

방패전사의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만 돌파할 수 있다면 좋은 거네요. 일단은.”

혹시 우리가 유적지를 좀 늦게 먹는다고 해도 방해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매번 물약을 쏟아 부어서는 힘들겠는데…….”

재중이 형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방패전사가 버티면서 들어간 물약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몇 번 더 돌파하다가 물약을 다 쓰고 돌아가야 한다.

“저기.”

나르샤?

평소에 의사 표현을 잘 안 하다 보니 이렇게 먼저 이야기 꺼내는 일도 드물다.

나르샤의 찰랑거리는 금발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제가 해볼까요?”

자신 있어 보이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물약을 안 써도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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