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112화 누가 우리의 적인가? (7)
사실 제우스가 그렇게 철천지원수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경우는 사신 쪽이 기본 계획은 짜고 우리를 노린 셈이라 직접적인 원인은 사신이 더 크다.
다만, 제우스의 목적을 확인한 이상 제우스나 사신이나 똑같은 놈들일 뿐이다.
단순히 돈만 지원한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한쪽은 재중이 형을 눌러 버리려고, 또 다른 한쪽은 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결국, 둘의 목적 자체가 우리 길드를 쪼개겠다는 생각으로 덤빈 것이라 어느 곳 하나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우리나 저쪽이나 한쪽이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이다.
칼질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약하면 그냥 잡아먹힐 뿐이니까.
일단 시작했으니 누구 하나가 끝날 때까지는 가야 한다.
제우스든, 악마든.
우리든.
이제부턴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거다.
“흐음…… 이건 꽤 희소식입니다.”
방패전사가 예의 그 개인 방송을 지켜보다가 우리에게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나요?”
“네, 아무래도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제우스 쪽인가요?”
“네, 아이템을 떨어뜨린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제우스가 지원을 끊은 모양이네요.”
“흠,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재중이 형조차 놀란 눈으로 방패전사와 같이 방송을 시청했다.
거기선 한 남성 BJ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어쩌자고 저런 사람을 받아들여서…….
이 싸움이 우리 승리로 끝나면 저 사람이 1등 수훈자다.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너무 돈만 보고 온 사람들로 급하게 받으니까 별별 사람이 다 꼬인 거지. 관심 종자까지도.”
재중이 형도 혀를 찬다.
“제우스가 지원을 끊었다는 것은…….”
“끝났다는 소리다. 제우스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나 본데? 지금 인원들을 데리고 뭔가 해보기에는.”
“하긴, 장비를 다시 복구해 주고 싸운다고 해도…… 고스란히 가져다 바칠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니까요.”
구멍 난 단지에 계속 물을 들이부어 봐야 결과는 뻔하다.
“이거 의외로 싱겁게 쟁이 끝날 수도 있겠는데?”
현재 제우스라는 한쪽 축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럼 남은 축은 사신인데 한쪽만 신경 쓰는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부담이 없다.
“너 상태는 어때?”
“아, 가벼운 어지럼증 정도예요. 이 정도야 전에 비하면 양반이죠.”
“오케이, 괜찮다는 거네.”
“네, 지금 움직일 거죠?”
상태를 물어보는 것을 봐서는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
“지금 아니면 또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현재 제우스가 무너져 간다고는 하지만 아직 주력까지 해체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주력이 지금 전부 베네아에 있으니까 사신을 치려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도 피곤해.”
“뭐, 그렇죠. 우리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 다른 길드는 꾸준히 사냥 중이니까요.”
현재 우리 턱밑에서 바싹 쫓아오고 있는 길드가 한둘이 아니다.
이번 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길드가 얼마나 많을까?
뭐, 이유야 어찌 됐든 사신과 제우스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 싸움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추월하는 길드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틈을 더욱 내준다면 전설뿐만 아니라 랭킹이 높은 사람들을 보유한 길드는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가 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사신을 요리해야 한다.
“동쪽이죠?”
“아마……? 지금쯤 굉장히 당황스러울걸? 동쪽에서 우리 애들을 싹 빼버렸으니까.”
애초에 각개격파를 위해 둘로 크게 나눠서 저주받은 숲을 돌아 들어왔는데 정작 사람들은 전부 서쪽에 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망한 거다.
제우스 쪽 개인 방송 때문에.
“아마, 제우스 쪽 하고도 연락이 됐을 테니까 이쪽으로 오든지, 아예 빠지든지 둘 중 하나겠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이미 확인했다. 숲 바깥으로 모여서 빠진다고 하더구나.”
아까 듣기로는 일부러 발이 빠른 궁수 계열을 붙여놨는데 계속 따라붙어서 정보를 주고 있었다.
“뭐, 결국 그렇게 되네요. 바보가 아닌 이상은.”
사신 단독으로 우리를 친다는 것은 그냥 죽여 달라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더 늦기 전에 달리죠. 숲을 완전히 빠져나가면 잡기 힘들어져요.”
내 말에 우리와 아군 길드원이 모두 탈것에 올라타서 빠르게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악마가 자신의 헬하운드에 올라타 길드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대로 빠집니까?”
악마에게 항상 보고를 했던 남자 마법사 길드원이 악마가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말을 아낀다.
괜히 이야기를 길게 해봐야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을 매번 몸으로 겪었으니까.
각개격파를 노리고 저주받은 숲을 돌아 들어왔는데 먹잇감이 보이지 않는다.
약속이나 한 듯 자리까지 비워두고 사라졌다.
덕분에 자리 몇 곳을 되찾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휴, 어쩔 수 없습니다. 빠지죠. 제우스 그 멍청한 새끼가 완전 망쳐 버렸어요. 이래서 3세대 경험도 없는 놈이랑 같이 일하기 싫었는데…….”
“돈이 항상 문제죠.”
“하아, 그러게 말입니다. 그놈의 돈이 문제죠.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일단 애들 전부 빼세요. 제우스 쪽은 완전히 나가떨어졌습니다. 이대로 남아 있으면 우리도 같은 꼴이 날겁니다.”
이렇게 길드원들이 다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뭐라도 해보고 귀환을 해야지 이대로 도망치듯 베네아로 돌아가면 사기가 완전히 꺾인다.
그걸 악마도 아는지 적대 길드 중 떨어져 있는 녀석들을 하나라도 잡으려고 돌아다녀 봤는데 전혀 성과가 없다.
“그냥 귀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마법사가 기다리다 못해 결국 의견을 냈다.
지금 베네아로 귀환하면 적어도 전력을 유지는 할 수 있다.
저주받은 숲에서 사냥은 못 하겠지만 지하수로도 있고, 아예 한 단계 더 먼 사냥터로 가도 된다.
물약 조달은 힘들겠지만, 방법이야 찾으면 그만이다.
“어쩔 수 없죠. 더 이상 머무르면 우리가 위험하니까.”
그 말에 마법사 사내가 곧장 주변에 퇴각할 것을 알렸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마법사 사내가 악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할 수도 있다.
길드 해체.
최강 길드가 독하게 물고 늘어진다면,
해체 수순으로 넘어갈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당장은 괜찮을지라도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면 무조건 이탈자가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규모가 줄어들고 만만해지면 그간 우리에게 당했던 길드들이 거칠게 물어뜯기 시작할 것이다.
슬슬 다른 길드를 알아봐야 하려나…….
악마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악마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정 안되면 전설이라도 물고 늘어져야겠습니다. 손 빌리는 것은 싫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죠.”
물귀신을 하겠다는 소리인데 마법사 사내는 다른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전설에서는 그냥 잡아떼면 그만이다.
설전으로 늘어질 순 있겠지만, 그사이에 상황은 끝날지도 모른다.
역시 버려야 하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는 데 뒤쪽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입니까?”
“누가 자꾸 후방에서 화살을 쏩니다.”
그 말에 마법사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다.
“귀, 귀환. 빨리 귀환해야 합니다.”
마법사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귀환 주문서를 사용했지만 귀환이 되지 않는다.
“당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적대 길드와 붙어서 전투 상태가 되면 귀환 자체가 안 된다.
저런 식으로 발이 빠른 궁수가 치고 빠지기를 계속 시도하면 이 주변에 있는 길드원들이 모두 발이 묶인다.
악마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 몇 명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귀환을 못 하다니.
“빨리 잡아!”
***
“겨우 따라잡았네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르페로 귀환을 했다가 바로 달렸더니 어떻게 뒤를 잡기는 했다.
“수아 씨, 고생하셨어요.”
재중이 형의 말에 주홍빛 웨이브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길드에서 나르샤를 제외하고는 가장 민첩이 높아 사장님이 따로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옆에 다른 길드의 궁수도 몇 명 더 대기였다가 지금은 악마의 발을 붙들기 위해 모두 나가 있는 상태다.
“아니에요, 전 정찰만 한 걸요? 다른 분들이 귀환을 못 하게 시간을 끌어주셨어요.”
수아가 재중이 형을 물끄러미 보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린다.
이건 눈치가 없는 누가 봐도 알겠다.
아…….
죄 많은 인간이여.
내가 바라보자 아무런 표정 없이 살짝 인사하듯 숙인다.
형을 대할 때와는 진짜 천지 차이네.
큰일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수정이 누나가 알면 재중이 형 VRS를 망치로 부숴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그간 재중이 형은 우리 팀에서 와 있어 수아 씨를 볼 상황이 없었는데…… 이건 나중에 분명 문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단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정면을 주시했다.
“악마가 빡치겠네요.”
우리 쪽의 발이 빠른 궁수들이 치고 빠지면서 계속 쟁 상태를 유지해 사신 애들이 귀환을 못하게 발을 묶어버렸다.
뭐, 살려면 길드원들을 두고 혼자 튀어도 된다.
그랬다가는 그냥 길드가 작살날 테지만.
“슬슬 사냥을 시작해 보자.”
이번엔 제우스처럼 실력을 본다고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로 바로 찍어 버리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차피 도망가도 얼마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결국, 이백여 명의 사람이 검은 숲을 배경으로 정면으로 붙었다.
제우스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완벽하게 함정을 파고 기다렸고 지금은 아니다 보니 정면에 대검이나 라지 쉴드를 든 백여 명의 기사가 먼저 달려나가 부딪쳤고 그 뒤로 마법사의 화력 지원과 궁수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속사로 화살을 날리니 완전 난장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챠밍이나 나르샤는 방패전사와 이쁜소녀에게 맡기고 양옆으로 나와 재중이 형이 섰다.
【 오우거 하트! 】
힘을 더 끌어올렸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그냥 템빨로 조지면 된다.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해서 템을 모은 거니까.
내 앞으로 라지 쉴드를 들고 달려드는 녀석을 포이즌 웨폰을 입힌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강하게 후려쳤더니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방패를 든 채 옆으로 밀려 바닥에 굴러 버렸다.
그 상태에서 라지 쉴드를 발로 밟은 뒤 두 검을 머리에 내려찍고 다시 베어내자 몇 번 소리를 치더니 그대로 빛으로 사라졌다.
또 다른 사내가 달려들자 휘두르는 대검을 카스카라 하나로 아래로 쳐낸 뒤 숙여진 머리에 블러디아를 꽂아 넣고는 옆으로 크게 긁어냈다.
몸이 덜컥하는 모습의 사내의 턱 아랫부분을 두 검을 올려서 확 쑤셔 넣자 바로 죽어 사라진다.
다시 어디선가 빠르게 휘둘러져 오는 검을 블러디아로 쳐내는 동시에 카스카라를 휘둘러서 목을 찌르고 다시 블러디아로 머리를 강하게 올려치자 반응이 사라졌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강하게 내려친 배틀 액스를 상체를 비틀어 피한 뒤 곧장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역으로 돌려 잡고 뛰어들어 옆구리와 목을 베고 지나갔다.
그리고 허리를 낮춘 상태에서 뒤로 돌아 다시 한 번 강하게 반원을 그리면서 무릎을 베어내니 누군지 모를 남자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대로 뛰면서 두 개의 검을 강하게 머리에 내려찍었다.
검이 오면 막고 흘리고 다시 치고 돌려서 찍으며 베기를 계속 반복하니 어느 사이엔가 십여 명의 사람이 빛으로 사라져 주변이 횡 하게 비어버렸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이 그제야 소리쳤다.
“여기 주호 있다!”
“잡아! 저놈만 잡으면 승산 있어!”
“전부 여기 달려들어!”
너 나 할 것 없이 주변에 시선이 닿는 모두가 나를 바라보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역시, 제우스 쪽과는 다르다.
거기는 쫄아서 길을 비켜주더니 여기는 훨씬 호전적이다.
―길드원 전체. 내 곁에서 떨어지세요.
동맹과 길드원에게만 들리는 보이스로 전달했더니 곧장 내 주변에 있던 아군들이 빠르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신 길드 녀석들에게 비웃듯 말했다.
“너희는 진짜 학습 효과가 없네.”
그 말과 함께 던켈을 스위칭하여 두 손에 강하게 쥐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커다란 배틀 액스가 내 손에 쥐어지자 그제야 돌아서서 뛰어서 도망간다.
이미 늦었어.
【 어스 퀘이크! 】
그대로 바닥을 부수듯 내려찍자 터져 나간 돌 폭풍이 주변에 있던 수많은 사신 길드원을 차례대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안 돼!”
한 번에 수많은 인원이 녹아버리자 다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를 타서 챠밍의 마법 영창이 흘러나왔다.
【 포이즌 웨폰! 】
【 포이즌 클라우드! 】
내 덕에 아군과 적의 경계가 확 갈라진 틈을 타 바로 광역 마법을 넣자 사신 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단체로 독에 걸렸다.
사신 역시 우리 쪽으로 파이어 월과 아이스 월 같은 광역 마법이 동시에 쏟아냈고 그걸 피해 움직인 사람끼리 다시 엉키며 다시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사신 길드 사람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더니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젠장!”
멀리서 악마가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에 달려가려는데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잡더니 고개를 젓는다.
“왜요?”
“나도 좀 해 먹자. 저놈은 내 꺼다.”
“알았어요. 그거 조심하고요.”
“내가 너냐. 잘 보고 있어.”
제우스도 익혔는데 악마가 안 익혔을까?
악마가 비월참을 익히고 있다는데 내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여! 악마, 이런 곳에서 보네.”
“불멸, 네가 올 줄을 몰랐는데?”
그러면서 악마가 턱으로 날 가리켰다.
“내가 온 걸 감사하게 여겨. 쟤 왔으면 너 아주 걸레짝이 되도록 맞았을 거니까.”
“하…… 이것들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입 그만 털고 시작하지? 바쁘거든. 내가 좀.”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어, 당연히.”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녹색 기운과 푸른색 스파크가 일어나는 윙드 스피어를 들고 달려들었다.
악마는 하얀빛이 나는 대검을 꺼내 들고 재중이 형에게 응수했다.
처음에 붙었을 때는 그럭저럭 악마의 대검이 창의 궤적을 따라붙으며 팽팽한 공방을 겨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중이 형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스탭이 현란하게 바뀌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듯 강하고 빠르게 뻗어져 나가는 창의 궤적에 악마가 연신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검으로 도저히 막지 못한 급소를 계속 내어준 탓에 무릎을 꿇었다.
비월참이 있을 텐데…….
그걸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몰아쳐 버렸다.
격의 차이.
쌓아 올린 질의 차이가 다르다.
“와, 불멸님도 대단하시네요.”
방패전사가 옆에서 깜짝 놀란 듯 멍하게 쳐다봤다.
내가 감각에 의존한 방식이라면 재중이 형은 철저하게 계산된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로 이를 커버한다.
현재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본 같은 사람이다.
재중이 형이 악마를 앞에 무릎 꿇리고 말을 이었다.
“피차 우리끼리 할 이야기는 없지? 찢어놓기 전에 알아서 찢어져. 괜히 다시 찾아가게 하지 말고. 그리고 제우스한테 전해. 목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러면서 바로 비월참으로 악마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악마가 죽자 사신 길드원이 사방으로 도망치며 사라졌다.
“뭔가 이야기할 줄 알았더니 심플하네요.”
“어차피 말해도 똑같아. 말해서 들어먹을 놈들이면 이 고생 안 하지.”
“하긴, 그렇겠네요.”
주변을 둘러보니 수거할 것들은 수거하고 대강 정리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나도 적당히 아이템을 챙겨 넣었다.
템이 상당히 많이 쌓였는데 언제 한 번 처리를 하긴 해야겠다.
“조만간 길드장끼리 따로 이야기를 해야지. 우리도 언제까지 저놈들하고 푸닥거리할 수도 없고.”
이제 다시 사냥을 재개해야 한다.
뒤를 밟히지 않으려면.
그때 사장님에게 귓말이 들어왔는지 사장님이 멈춰서 잠시 연락을 주고받다가 우리를 돌아보면서 말을 이었다.
“악마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