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1화 (101/1,404)
  • # 101

    #101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9)

    현재 전체 길드 랭킹 109위.

    재중이 형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 것이 결코 틀린 게 아니다.

    방어전에 참가한 길드는 적어도 수천 개.

    자잘한 길드를 빼고 제대로 된 길드 수만 따지면 천여 개는 가볍게 넘어갈 것이다.

    그중 109위면 누가 봐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우리 길드원 구성원으로 치면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순위다.

    원래라면 길드 랭킹 상위권을 다퉈야 하겠지만······.

    “더 치고 나가기엔 우리 수가 너무 적지.”

    쪽수에는 장사가 없다고 현재 우리 위로 백 개가 넘는 길드가 진을 치고 있다.

    “하, 제우스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어요.”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다면 쳐내는 게 맞아.”

    딱히 제우스가 그립다기보다 그냥 그때의 인원수가 그리웠다고 해야 하나.

    조금 일찍 쳐내느냐 늦게 쳐내느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차피 등을 질 사람들이라면 재중이 형 말대로 빨리 작별하는 게 좋다.

    현재 1위는 전설 길드다.

    2위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다.

    “1위와 격차가 제법 나네요.”

    “그래, 두 배쯤. 지금 따라잡지 못하면 영영 못 잡겠지. 거기다 언제 베네아 마법사들이 올라와서 싹 쓸어버릴지도 모르고.”

    그럼 지금 순위로 고정된 채 게임 오버다.

    하르 조각을 거의 못 받는 상태로 방어전이 끝나면?

    망한다.

    그것도 쫄딱.

    “문제가 되겠죠?”

    “글쎄? 마법 튕겨 내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걸 정확히 원하는 곳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내 생각엔 전혀 문제없을 것 같은데?”

    “왠지 저랑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

    재중이 형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는다.

    “그것도 즐길 줄 알아야지. 곧 익숙해질 거다. 안 그러면 어색할 정도로.”

    모른 척하는 것 같더니 무슨 말 하는지 다 아네.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해골 마법사를 끌고 오면 성벽 사람들이 공격하지는 않을까요?”

    “공격이라······ 죽고 싶으면 하겠지. 나도 솔직히 해골 마법사는 별로 건드리고 싶지 않거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면 몰라도.”

    “그래요? 이상하네······.”

    “넌 진짜 니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을 못 잡는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보통 사람들은 해골 마법사와 싸우면 그냥 죽어. 검은 마법이 사거리도 사거리지만 속도와 마공이 월등하니까. 거기다 맞으면 회복도 안 되고. 마방 없이 건드리는 것 자체가 재앙이다.”

    흐음, 항상 마법을 쳐내니까 까다롭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는데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너 해골 종류 레벨이 얼만지 아냐?”

    “저야 모르죠.”

    “못해도 사냥터 두 개 이상 차이나. 지금 해골 한 마리를 잡으려면 몇 명이 붙어야 한다는 소리고. 해골 마법사는 더 하겠지.”

    레벨 차이라.

    직전 방어전에서는 해골 마법사를 데리고 다니면서 잡아서 그쪽으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차이가 심한 모양이다.

    “해골 마법사를 칠 시간에 차라리 다른 몹을 치지. 같은 노력이라면 쉬운 몹을 잡는 편이 좋을걸?”

    “그럼, 일단 방해는 없을 거라는 소리네요.”

    “뭐, 사람이 원체 많으니까 꼴통 같은 놈들이 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근처에서는 굳이 우리를 방해할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가 여기를 떠버리면 지들 손해거든.”

    고스트도 그렇고 오우거도 그렇고 사냥에 방해가 될 만한 까다로운 적들을 우리가 다 제거한 상태라 지금 이 근처에서 평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편이다.

    “뭐든 하는 대로 돌아오네요.”

    적어도 일부러 방해할 일은 없다는 소리다.

    “사장님이 해골 마법사 위치 알아 두셨다니까 물어보고. 일단, 우린 오우거부터 끌고 올 테니까.”

    각자 할 일을 나누고 바로 흩어졌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사장님, 해골 마법사 어디쯤 있어요?”

    “저쪽, 성벽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아주 난리인 곳이 있어. 가보면 알아. 해골 마법사들 때문에 그 근처 성벽은 거의 못 지키고 있으니까.”

    재중이 형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네.

    사장님이 일러준 대로 많은 사람을 지나쳐 좀 더 왼쪽으로 이동하니 우리 쪽 성벽의 상황과 반대로 이미 성벽 위로 몬스터들이 잔뜩 올라와 난장판이 된 곳이 보인다.

    성벽을 끼고 싸우는 우리 쪽과는 전투의 양상 자체가 많이 다르다.

    여긴 이미 성벽이라는 이점 자체가 사라졌다.

    성벽 위가 이미 사람 반, 몬스터 반이다.

    “라인 유지해! 밀어붙여.”

    “탱들 뭐해? 자리 비잖아!”

    “더 못 올라오게 막아!”

    “아, 젠장. 해골 마법사 누가 좀 잡아봐. 다 죽겠다.”

    “니가 잡던지. 저걸 뭔 수로 잡아.”

    해골 창병, 해골 도끼병들이 잔뜩 성벽 위로 올라와 있고 그 뒤로 검은 마법을 잔뜩 날리는 해골 마법사들까지 합세하면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가 전열을 전혀 유지 못 하고 있었다.

    오히려 계속 무너진다고 해야 하나.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일단 분위기 파악은 했고.

    시종일관 뒤로 밀리는 전열에 어느 정도 다가가자마자 곧바로 헬하운드를 불러냈다.

    헬하운드를 두 발로 밟고 올라선 다음 발을 박차 점프해 제일 뒤편에 있던 어떤 사내의 어깨 갑옷을 발로 밟고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뭐야?”

    “쏘리!”

    하늘로 몸을 붕 띄운 상태에서 바로 해골 마법사들이 잔뜩 모인 곳에 기술을 시전 했다.

    【 포이즌 웨폰! 】

    【 비월참! 】

    두 발의 녹색 반달이 해골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폭발하자 주변의 공기가 울리는 진동과 함께 해골 마법사들이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가면서 주변에 있던 창병, 도끼병들과 함께 나뒹구니 그제야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뭔가 하던 사람들이 곧장 알아보고 외치기 시작했다.

    “최강 길드······.”

    “주, 주호다.”

    “그 랭킹 2위 맞지?”

    “어째서 여기에?”

    “저게 그 기술인가? 진짜 지리네.”

    주변이 웅성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한 걸음 발을 내딛자 사람들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조금씩 옆으로 움직여 길을 열어줬다.

    “저기 죄송한데 방패 좀 45도쯤 기울여 주시면 안 될까요?”

    내 주변에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한 남자에게 부탁하자 얼떨결에 방패를 기울여 준다.

    감사하기도 하지.

    그대로 방패와 남자의 어깨를 연속적으로 밟고 위로 크게 점프했다.

    내가 점프하기 무섭게 검은 화살 십여 발이 동시에 하늘로 쏘아져 올라왔다.

    오랜만이네.

    【 라이트 웨폰! 】

    곧장 떠 있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검은 화살들을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연속으로 휘둘러 전부 주변의 해골 창병과 도끼병에게 날려 보냈다.

    검은 화살들이 되돌아가 해골 창병과 도끼병을 맞추고 터져나가자 다시 한 번 도미노처럼 해골들이 쓰러져 나갔다.

    공중에서 십여 개의 마법을 검으로 쳐 다시 적진에 뿌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저게 대체 뭐야?”

    “멋진데?”

    “장난 아니······.”

    “마법사의 마법이 반사도 돼?”

    “안 되는 것 아냐?”

    “전에 한 번 해봤는데 검에 닿으면 무조건 터져.”

    “그럼 저건 뭐야?”

    “무기?”

    “그래, 무기가 다르네.”

    “저 무기가 있으면 반사가 되는 건가?”

    “저건 어디서 구하는데?”

    “······모르지.”

    “진짜 최강 길드 들어가고 싶네. 알려주려나?”

    “저 무기 줘도 못할 걸? 반사해서 정확하게 해골들 맞추는 것 봐라.”

    “한두 개도 아니고 점프한 사이 열 개 넘게 반사하네.”

    “저게 사람이 가능한 컨인가?”

    “역시 랭커는 랭커구나.”

    “저 사람만 다른 게임 하는 것 같다······.”

    “내일 베스트 영상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네”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전부 날 보고 있으니 갑자기 당황스러워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날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은데 여전히 해골 마법사들이 내게 검은 화살을 쏘자 사람들이 일직선으로 싹 자리를 비워줬다.

    마치 빨리 쳐내라고 하는 것처럼.

    다시 한 번, 검은 화살들을 쳐내 해골들을 맞추자 주변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다 쭉 밀리다가 검은 화살이 모두 내게 집중되다 보니 전선에 큰 변화가 생겼다.

    해골들의 레벨이 높음에도 마법 공격이 빠지니 다시 숫자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재중이 형 말대로 해골 마법사는 어지간하면 건들지 않고 그냥 두고 있고.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 옆에 오더니 아예 남은 해골 마법사도 전부 처리해달라는 듯 위치까지 알려주고 간다.

    거기다.

    【 힐! 】

    내 몸에서 빛이 나서 쳐다보니 주변 마법사들이 내게 힐로 샤워를 시켜주고 있는 중이다.

    다들 돌아가면서 여유가 되는대로 한 번씩 쏴주는 것 같은데 아마 내가 무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고마워서 그러는 걸 수도 있고.

    아직 우리나라 인심이 죽은 건 아니구나.

    덕분에 쓸데없이 물약을 아낄 수 있어서 고맙긴 하다.

    체력은 현재 풀로 차오르는데 마력은 조금씩 깎이는 중이니까.

    그렇게 성벽에 올라온 해골 마법사 중 다수를 내가 달고 있자 주변이 점점 정리되는 모습이다.

    해골들이 반 이상 쓰러지기 전에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는데······.

    저것들이 다 쓰러지고 나면 해골 마법사를 칠지도 모르니까.

    안정이 된다 싶을 시점부터 조금씩 자리를 옮기다 성벽까지 와서 섰다.

    이번엔 해골들을 공격하지 않고 검은 화살들을 전부 성벽 아래로 쳐내면서 성벽 밑에 있는 몹들을 하나씩 녹이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내려갈 자리가 필요해 한 행동인데 사람들이 그걸 보더니 자기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는지 곧장 주변에 외쳤다.

    “성벽 사수 하자! 궁수들, 법사들 성벽 아래 공격해. 더 못 올라오게 막아.”

    그런 외침들이 신호가 되어 사람들의 공격이 성벽 아래로 다시 집중되자 성벽 아래가 잠시나마 비워지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네.

    딱히 성벽을 사수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닌데 제대로 오해를 한 모양이다.

    돌아보니 성벽 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해골 마법사들이 빠졌다고 전선이 회복되다니.

    이게 진짜 골치였긴 했구나.

    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것 같다.

    방패전사가 매번 마방이 필요하다며 노래를 부르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여긴 볼일이 끝났으니까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그대로 성벽 아래의 빈 공간을 향해서 뛰어내렸다.

    내가 왔던 성벽 위로는 해골 마법사를 데리고 갈 수가 없으니 방법은 이것뿐이다.

    “어? 주호 떨어졌다.”

    “어떻게 해! 떨어졌나 봐.”

    “지금 성벽 내려가면 죽어요.”

    “빨리 밧줄 떨어뜨려.”

    내가 떨어져 내리자마자 성벽 위는 바로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거기다 밧줄까지?

    걱정은 고맙긴 한데.

    “어어? 다들 비켜! 해골 마법사들 따라간다.”

    성벽에서 내려오자마자 내게 붙어 있던 어글 때문에 해골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렸다.

    잘 따라오네.

    혹시나 안 따라오면 어쩌나 했다.

    그래도 걱정해 주는데 그냥 가긴 그래서 성벽 위를 올려다보고 한 마디 해줬다.

    “그럼, 이건 좀 빌려 갑니다.”

    엄연히 말하면 빌려 가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떨어져 내리자마자 내게 날리는 검은 화살들을 곧장 반사해 주변에 가까이 있는 몹부터 하나씩 녹이기 시작했다.

    이미 마법을 쳐내는 거라면 이골이 난 상태라 조금씩 스탭만 옮기는 것으로 궤적을 분산시키며 차례대로 날아오는 화살을 이용해 몹을 녹여 공간을 확보했다.

    체력이 부족하면 주변에 죽어가는 몹에 블러디아를 박아 보충하면서.

    “대박.”

    “완전 일인군단 아냐? 혼자 몹 밀고 가는 거 봐라.”

    “저건······ 인간이 아니네.”

    “우리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성벽 위를 완전히 사수했는지 거의 모든 사람이 성벽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한 표정들을 짓고서.

    일인군단이라.

    나쁘지 않네.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해결했냐?

    <주호> 네, 지금 최강의 무기를 들고 복귀합니다.

    전설?

    포인트 1위?

    가볍게 찍어 눌러준다.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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