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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0화 (100/1,404)

# 100

#100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8)

공격의 시작은 내가 했지만 성벽에서 내려온 방패전사가 바로 붙어 공격을 시작하니 결국, 오우거가 방패전사를 보고 달려들었다.

역시는 역시다.

“방패전사님, 최대한 조심스럽게 붙으세요.”

“네, 갑니다.”

【 라이트 쉴드! 】

오우거가 곧장 한쪽 팔로 바닥을 쓸 듯 휘두르자 방패전사가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른 쪽 팔로 연속해 쓸었지만 넉넉하게 뒤로 빠져 잘 피해냈다.

역시, 방패전사는 경험이나 감이 굉장히 좋다.

특히 전혀 다른 몹을 잡을 때는 더욱더.

그사이에 재중이 형이 창으로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공격을 당한 오우거가 재중이 형 쪽으로 돌자, 그 틈을 확인한 이쁜소녀가 무방비 상태의 등을 광아로 크게 긋고 빠졌다.

오우거 자체 회복력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꽤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이쁜소녀가 중간중간, 한 번씩 자체 회복만 막아줘도 정말 큰 도움이니까.

“나이스!”

주변에서 일련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에 박수를 친다.

다시 이쁜소녀를 바라보고 달려들자 방패전사와 재중이 형이 대미지를 주고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뒤로 돌아 나왔다.

합이 잘 맞네.

세 명이 돌면서 진형을 잘 유지하는 중이다.

거기다 나도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체력과 마력을 비축했다가 한 방을 날렸다.

【 라이트 웨폰! 】

【 비월참! 】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에 맺힌 환한 반달이 연속으로 날아가더니 오우거의 오금에 각각 날아가 한 번씩 터져 나갔다.

그대로 오우거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오금을 무릎으로 누르면 주저앉는 것을 생각해서 날려봤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

결코, 쓰러질 것 같지 않던 오우거가 쓰러지자 챠밍이 바로 마법을 날렸다.

【 포이즌 웨폰! 】

【 포이즌 클라우드! 】

적어도 저 안개 속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독 대미지가 들어가니까 파이어 월보다는 못하지만, 지속 딜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파이어 월은 현재 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고.

거기다 재중이 형, 이쁜소녀, 방패전사가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시간차로 비월참을 터뜨려 일어나려던 오우거를 다시 눌러 앉혔다.

일어나려고 하면 폭발로 눌러 앉히는 것이 반복되자 오우거가 크게 고함을 치면서 비월참이 끝나자마자 바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가까이 있던 방패전사에게 노려보고 달려들었다.

오우거가 이번엔 양팔로 동시에 바닥을 쓸어내리더니 연속된 동작으로 두 손을 맞잡고 바닥에 크게 내려찍었다.

충격파에 바닥이 크게 흔들렸는데 다행히 방패전사가 바로 눈치채고 잘 떨어져서 큰 피해를 입지 않고 빠져나왔다.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한쪽 팔 또는 양팔로 연속으로 쓸고 내려찍기나 손바닥으로 내려치기, 두 손으로 내려찍기 등 다양한 패턴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못한 패턴 탓에 한 번은 너무 접근한 방패전사가 방패로 연속 양팔 공격을 막았지만, 순식간에 HP가 1/3 정도 날아갔다.

그것도 라이트 쉴드를 쓰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 힐! 】

방패전사의 HP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쭉 지켜보던 챠밍과 아이꿍이 곧바로 힐을 넣어줬다.

“정말 힘이 좋네요. 완전히 붙지 마세요.”

방패전사의 말에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라이트 쉴드가 없었으면 직격일 때 다른 사람들은 원킬이 날지도 모르겠는데?”

재중이 형이 오우거의 엄청난 공격력에 질린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리치가 긴 도끼와 창이라 그런지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는 좀 나아 보이는데 바싹 접근을 해야 하는 방패전사가 고생이 심해 보였다.

방패로 겨우겨우 막고 힐 받아 살리고 다시 붙어서 때리고 막고.

어느 정도 붙어주지 않으면 오우거의 어글이 다른 곳으로 튀기에 방패전사가 맞을 것을 각오하면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힘에서도 밀리니까 방패로 막을 때마다 뒤로 붕붕 떠서 밀려 나고.

고생도 저런 고생이 없다.

“이건 완전히 스파르타네.”

재중이 형이 옆에서 뛰어다니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다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하다 보니까 실수도 몇 번 나와서 재중이 형도 물약을 꽤 썼고, 이쁜소녀는 HP가 2가 됐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셋의 HP가 완전히 널뛰기하는 중이다.

나 역시도 크게 다르진 않다.

조금 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갑자기 뒤로 휘두른 팔을 두 검을 교차해서 겨우 막았는데 HP의 절반을 헌납했었다.

빗겨 쳐도 그 정도다 보니 직격을 맞으면 그냥 바로 죽음이다.

우리가 다소 직격을 피해서 움직이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완벽하게 딜을 못 넣고 있는 것에 반해 현재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은 나르샤다.

성벽 위에서 넓은 표적물인 오우거의 등짝에 데스 위버와 포이즌 웨폰으로 계속 중독 딜을 꽂아 넣고 있으니까.

단일 대상으로는 현재 챠밍보다 나르샤의 딜이 더 좋은 편이니까.

그때, 오우거의 색이 좀 붉게 변하더니 패턴이 확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 징조도 없이 갑자기 발을 크게 들어서 쿵쿵 내려찍으면서 전진하는데 방패전사가 아슬아슬하게 굴러서 겨우 피했다.

“헉, 저 죽을 뻔.”

이번엔 이쁜소녀를 향해 어깨 차징을 하면서 달려드는데 이쁜소녀가 옆으로 힘겹게 피해냈다.

보통 차징을 하면 쭉 달려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도중에 갑자기 멈추더니 곧장 팔을 더 뻗어서 이쁜소녀를 잡으려 하는 패턴을 본 사람은 모두 경악했다.

“피해!”

그나마 내가 가까이 있었기에 바로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두 개의 검을 이용하여 강하게 오우거의 팔을 내려쳤다.

마치 쇠를 치는 것 같은 반동이 손에 느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오우거의 팔을 내려치는 것에 성공해 이쁜소녀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식은땀 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 방, 한 방에 목숨을 건 싸움에 보는 사람이 더 쫄깃해지는 그런 그림이 계속 나온다.

이 정도로 패턴이 엉망인 몬스터인지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막상 부딪쳐 보니까 상상 이상이다.

해골 마법사와 파이어 월이 있을 때 진짜 편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솔직히 전처럼 파이어 월 위에서 춤을 춰주면 빨리 잡겠는데 이쁜소녀의 말에 따르면 불을 피우면 도망간다니까 그건 이제 힘들 것 같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한참을 이어지는 릴레이 공격과 각종 마법, 화살 지원이 가세하자 정말 안 쓰러질 것 같았던 거대한 오우거가 무릎을 꿇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고생했어요!”

“수고하셨어요.”

“진짜 잡았어······.”

이쁜소녀는 오우거와 싸운 것이 꽤 신났는지 밝게 인사를 한다. 챠밍은 평소와 비슷하게, 그리고 아이꿍은 보고도 못 믿는 모습이다.

“겨우 한 마리를 이 정도로 고생해서 잡다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혹시 나왔으려나?”

잡을 때마다 나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드랍이 생각보다 잘 안 될 때가 많다.

그런 우리의 예상을 뒤엎듯 떡하니 아이템 하나가 드랍되어 있었다.

“오!”

“나왔어요.”

“정말 나오네요?”

방패전사, 이쁜소녀, 챠밍이 연달아 놀라움을 표시했다.

『 +0 파워 글러브 / 방어력 6 / 근력+5 』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이건 뭐 안 봐도 주인이 정해져 있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주워서 돌아봤더니 그냥 다 방패전사를 가리킨다.

“이젠 오우거에게 안 밀릴 겁니다. 몇 개 더 먹죠.”

방패전사가 파워 글러브를 착용하고 늘어난 힘에 엄청난 만족을 표시했다.

써봐서 아는데 확실히 밸붕 아이템이 맞긴 하다.

현재로는.

“오우거 한 마리 잡는 것이 잡몹 500마리 잡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포인트가 엄청나네요.”

방패전사의 저 한 마디에 우리 길드의 운명이 결정됐다.

어차피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면 이왕이면 좋은 아이템을 주는 몹이 낫다.

“자, 그럼 성벽 투어에 나서 볼까요?”

오우거는.

한 마리도 내줄 수 없다.

***

지금 잡아 놓은 진형을 무시하고 길드원들을 상황에 맞게 옮겨 오우거를 잡으려 했지만, 재중이 형이 그것은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바로 말렸다.

“여기를 버리면 우리가 그 고생을 해서 고스트를 잡은 이유가 없잖아.”

확실히 고스트를 우리가 잡아내 유독 이 주변 성벽에만 미친놈들이 싹 사라진 상태다.

덕분에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여! 형씨들 대단한데?”

“진짜 어디라고 거길 뚫고 들어가.”

“미친놈들, 진짜 살아 돌아왔어.”

“기어코 고스트들을 다 잡더만!”

“니들이 짱해라. 인정한다.”

“덕분에 우리 애들 혼란 풀렸어요.”

“감사합니다!”

“꺄아! 오빠, 여기 한 번만 봐줘요.”

“나중에 스샷 한 번만 부탁해요.”

우리가 억지로 몬스터 군단을 뚫고 들어가서 고스트들을 잡아내자 혼란이 모두 풀린 모양이다.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아주 헛짓을 한 것은 아니네.”

재중이 형이 피식 웃는다.

“그러게요.”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니 굉장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전쟁에 싸워 이기고 돌아온 장수의 기분이라 해야 하나.

거기다 죽지도 않고 계속 성벽을 때려대면서 성벽을 뒤흔드는 오우거까지 잡아내서 그런지 현재 우리 길드가 이 근처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오우거야 목적이 뚜렷하니까 잡은 것이지만.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른다.

어찌 됐든 이렇게 확실한 환경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확실히 마이너스다.

“그리고 여기 확실한 분이 계시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재중이 형이 그 말과 함께 바로 나르샤를 가리킨다.

“저요?”

나르샤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네, 개인 딜로는 최고잖아요. 오우거를 다른 곳에서 뺏어올 수 있겠죠?”

“아······ 네,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네요.”

확실히 나르샤의 무기 성향과 누적 딜을 생각하면 오우거가 반드시 돌아볼 만하다.

현재 멀리 있는 성벽에서 오우거를 끌고 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성벽은 현재 난리잖아요, 언니 혼자 괜찮을까요?

챠밍의 걱정처럼 우리가 있는 성벽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현재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니까.

다 고스트라는 몹 때문이다.

마법에 당하면 본인 캐릭터의 컨트롤이 마음대로 안 되는데, 그럴 땐 로그아웃이 정답이다.

하지만 로그아웃하고 들어와 풀린다고 해도, 접속은 마을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게 방어전을 쉽게 포기하고 싶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건 내가 같이 갈 생각이다.”

확실히 재중이 형이 따라가면 어떤 사태가 일어나도 대처가 가능하다.

내가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기도 하고.

“그리고 넌 따로 할게 있어. 사실 이건 고민을 좀 해봤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다.”

지금 상황에서 따로 할 것이라······.

“뭘 하면 돼요?”

평소 편하게 말하던 재중이 형이 내게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파장이 제법 있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꽤 곤란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오우거를 계속 잡아도 솔직히 포인트가 많이 부족해. 여기 자리에서 잡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그걸 해야겠다.”

“정말 해요?”

“방법이 없네.”

유적지로 향하는 마지막 히든카드.

해골 마법사 부대.

첫 방어전에서 홀로 수백 마리를 학살할 수 있었던 원동력.

우리 팀의 레벨업을 책임지기도 했고.

오우거를 샤르르 녹여 버리기도 했다.

그 최강의 마법사 부대를 부활시키라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몰린다.

또 주옥같은 영상을 남기겠구나······.

아마 이번에는 그냥 그런 관심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겠다는 불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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