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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9화 (99/1,404)

# 99

#99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7)

체력 바닥, 마력 바닥.

무기 인챈트 쿨타임 중.

주위에는 온통 몬스터 뿐.

상황은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것보다 최악이다.

거기다 비월참으로 뚫릴 것이라 생각했던 코스는 완전히 막혔다.

몬스터들로.

“형, 이번엔 정말 뒤를 부탁해야겠어요.”

솔직히 돌아볼 여유도 없을 것 같다.

신경을 한쪽으로만 다 써도 모자랄 정도니까.

“아아, 죽어도 내가 먼저 죽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돌파는 내가.

전체 밸런스는 재중이 형이.

정면을 제외한 모든 것을 맡긴다.

오랜만에 아무런 무기 인챈도 걸리지 않는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바라봤다.

항상 검에서 반짝이던 인챈이 없으니 꼭 대낮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발가벗고 있는 것만 같은 미묘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당장 믿을 것은 이 두 개의 검뿐이다.

이 두 자루의 검에 모든 것을 맡긴다.

“갑니다.”

오직 크리티컬만.

평범하게 딜을 넣어서는 절대 죽이면서 나갈 수가 없으니까.

감각을 원하는 만큼 받아들이면 점점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면서 느리게 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나 혼자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이질감.

이 세계에 한 번 들어가면 정신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괴이한 고통을 수반하지만 지금은 그 감각들이 필요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움직임까지도 구현할 수 있는 이 시스템 속이라면.

가능하다.

보통 인간의 2.5배의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만족스럽진 않아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두 검을 쥔 손에 기묘한 자극들이 오가며 전신의 감각이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으로 숨을 쉬는 것 같은 감각이 들어오자 세상이 역전되면서 전혀 다른 감각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나와 내가 아닌 세상으로.

바로 무릎을 최대한 굽혔다 튕기면서 몸에 급격한 가속을 걸었다.

몸이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한 번에 넘어가자 왠지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목표는 정면을 막고 있는 홉고블린들.

블러디아를 어깨 관절의 한계치까지 당겼다가 가속을 완벽히 살려 그대로 홉고블린의 미간에 박아 넣었다.

차마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직 모르는 홉고블린이 다가오던 자세 그대로 경직되어 멈춰 버린다.

그대로 블러디아를 옆으로 강하게 긁어내리면서 카스카라를 빠르게 휘둘러 목을 친 다음, 몸의 탄력을 그대로 살린 채 회전하면서 블러디아로 다시 머리를 쳐냈다.

단 세 방으로 홉고블린이 빛으로 변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자 이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챈 홉고블린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달려드는 두 마리의 홉고블린이 작은 도끼들을 휘두르자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빠르게 휘둘러 그 도끼들을 하늘로 쳐올린 다음 동시에 두 마리의 목을 가르고 그사이로 빠르게 지나갔다.

거기에 다시 몸을 반 회전해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로 다시 한 번 뒤통수를 강하게 갈라냈다.

내가 경직을 만들자 재중이 형이 곧바로 뛰어들어 엄청난 속도가 더해진 창을 휘둘러 홉고블린의 머리를 박살을 내듯 쳐내자 두 마리의 홉고블린이 그 자리에서 증발했다.

“뒤는 내가 할 테니 쭉 가라.”

바로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달려나갔다.

다시 덤벼드는 다섯 마리의 홉고블린을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머리와 목만 빠르게 찍어 넘기며 지나가자 재중이 형이 뒤에서 달려오면서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 힐! 】

남은 마력을 모두 힐로 돌리면서 재중이 형과 홉고블린 40여 마리를 차례대로 쓰러뜨리고 넘어가자 그 뒤편으로 푸른색 비늘을 몸에 두른 리자드맨들이 자리 잡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체 없이 빠르게 다리를 박차며 리자드맨 사이를 뛰어들었다.

제일 앞에 있던 리자드맨이 손톱을 빠르게 휘두르는 것을 블러디아로 기울여 막아내고 카스카라로 팔꿈치를 강하게 찍어 올렸다.

단 한 방에 팔이 축 처지면서 흔들거리자 리자드맨이 남은 한쪽 팔로 다시 공격하는 것을 똑같이 팔꿈치를 쳐내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두 팔이 말을 안 듣자 이번엔 이빨로 공격하려는 리자드맨의 입속으로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동시에 박아 넣고 강하게 옆으로 긁어버리니 리자드맨이 경직되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리자드맨이 쓰러지자마자 주변에 있던 다른 리자드맨들이 사방에서 긴 손톱을 휘둘러왔다.

수십 개가 넘는 그 모든 궤적이 더욱 집중을 끌어올리자 감각 속으로 모두 흐르듯 차곡차곡 쌓여간다.

제일 가까이 다가오는 손톱의 끝을 카스카라의 검날로 쳐올려 옆의 손톱과 부딪치게 한 다음 몸을 반 회전 시키면서 블러디아를 휘둘러 다른 손톱들도 빠르게 걷어내듯 위로 쳐냈다.

손톱들이 전부 튕겨 나간 빈틈으로 몸을 회전하면서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휘둘러 목을 싹 베어내고 자세를 낮춰 하단으로 무릎을 전부 베어냈더니 리자드맨들이 그 자리에서 전부 균형을 잃고 한꺼번에 쓰러져 엎어졌다.

뒤를 노리고 들어오는 리자드맨들은 재중이 형이 창을 크게 휘둘러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사이 쓰러진 리자드맨들을 검으로 내려찍어 모두 죽음으로 보내줬다.

“바로 가야 해요.”

잠시라도 지체하면 다시 둘러싸이니 후방에 남은 리자드맨은 무시하고 다시 달렸다.

재중이 형도 적당히 뒤를 커버하다가 케르베로스의 빠른 발을 이용해 바로 내 뒤로 달라붙었다.

조금 더 전진하니 이번엔 하늘에서 전혀 다른 몹들을 발견했다.

붉은색의 킬러비와 노란색의 호넷 삼십여 마리가 하늘을 뒤덮고는 사방에서 몰려와 주변을 도는데 당장 높은 곳을 날아다니니 잡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나르샤나 챠밍이 와야 처리가 될 만한 그런 몹들이다.

재중이 형이 윙드 스피어를 휘두르다가 얼굴을 찡그린다.

“지상도 벅찬데 공중에서도 날아들어오면 더 힘들어지는데······.”

지금 잡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따라붙으면서 귀찮게 할 녀석들이라 여기서 처리하고 가야 한다.

그때, 우리를 발견한 호넷과 킬러비가 바로 하강하면서 일제히 커다란 침을 빼 들곤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낙하하는 궤도에서 슬쩍 무게중심을 뒤로 옮겨 몸을 빼내면서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호넷의 날개를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빠르게 휘둘러 확 베어버리니 추진력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부딪쳐 엎어졌다.

추가로 다가오는 호넷과 킬러비의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곧장 날개를 전부 꺾어버리자 어느새 삼십여 마리의 호넷과 킬러비가 바닥에 모두 처박혔다.

이동하면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몸통을 내려찍자 방어력과 HP 자체는 굉장히 낮은 듯 바로 죽어서 사라져 버린다.

내가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인다.

빨리 움직이자는 이야기다.

공중 몹을 상대하는 동안 우리가 떨어뜨렸던 몹들이 다시 뒤를 쫓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몹들을 뒤에 달고 성벽을 향해 조금 더 달리자 눈앞에 역시나 삼십여 마리의 맨티스가 진을 치고 있었다.

재중이 형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번엔 길게 끌지 않는다.

다 잡을 필요도 없는 것 같고.

그저 몹들을 뚫고 지나갈 수 있으면 된다.

여기서 지체하면 정말 앞뒤로 다시 한 번 둘러싸이게 되니까.

멘티스들에게 달려들자 상단, 중단, 하단할 것 없이 모든 방향으로 휘둘러지는 칼날 중 제일 처음 날아오는 칼날의 아랫부분에 블러디아를 붙이듯 밀어 넣으며 진행 방향을 틀어 튕겨 냈다.

그 칼날이 바로 옆에서 날아오던 칼날과 부딪치면서 두 개의 칼날이 튕겨 나가고 다시 그 칼날들이 또 다른 칼날과 부딪치면서 연쇄적으로 부딪쳐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그 틈에 정면에 있던 맨티스의 품으로 파고들어 슬라이딩하듯 바닥을 쓸면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맨티스의 다리 관절들을 강하게 끊어냈다.

그러자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는 맨티스를 피해 바로 옆으로 굴렀다가 땅을 강하게 박차고 일어나면서 다시 앞으로 달렸다.

그 뒤로 재중이 형이 케르베로스를 타고 뒤를 찌르는 맨티스의 공격 대부분을 창으로 쳐낸 뒤 엎어진 맨티스를 밟으면서 뛰어올라 뒤늦게 나를 따라 바싹 달려왔다.

“이제 다 왔다 조금만 힘내라.”

“허, 트롤······.”

이번엔 오우거보다 작지만, 충분히 중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덩치를 가진 트롤 세 마리가 나란히 서서 우리 앞길을 막고 있었다.

순간 양옆을 바라보니 왼쪽은 케이브 베어들이 개떼같이 모여 있고, 오른쪽에는 입에서 독을 내뿜는 가스트들이 역시 개떼같이 모여 있다.

“형, 선택지 세 개. 빨리 골라요.”

“트롤 가자. 제일 적고 정면이잖아.”

“네, 정면 갑니다.”

피부에 마치 돌 같아 보이는 덩어리들이 구석구석 박혀 있는 트롤이, 느리지만 두 팔을 모아 엄청난 중량감으로 바닥을 내려치니 땅이 쿵쿵 울리는 것처럼 진동이 온다.

내려치는 팔을 피해 잠시 뒤로 회피했다가 이번엔 횡으로 휘둘러지는 묵직한 팔을 아슬아슬하게 스칠 듯 지나치면서 곧바로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장 몸에 달린 돌처럼 튀어나온 것 중 하나를 잡고 있는 힘껏 클라이밍 하듯 타고 올라가 트롤의 어깨와 머리를 밟고 하늘 높이 점프했다.

인간의 힘 2배에 민첩이 2.5배가 되니 평소에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그런 점프력이 나와 내 몸을 하늘로 붕 띄웠다.

몸이 하늘로 붕 뜨자 주변 상황이 눈에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제 성벽까지 거의 다 왔다.

정말 이놈들만 재끼면 된다.

그 상태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아래로 세워 체중과 낙하하는 힘을 이용하여 트롤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검들이 파고드는 순간 트롤이 경직됐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그 순간, 재중이 형은 케르베로스를 타고 달려와 마상용 창을 잡듯 윙드 스피어를 꽉 잡은 상태로 달려오던 힘을 그대로 살려 트롤의 머리를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강력한 차징 공격 한 방에 트롤의 그 육중한 몸이 허물어지면서 그대로 엎어져 쓰러졌다.

곧장 내게 손을 내미는 재중이 형의 팔을 잡고 빠르게 달리는 케르베로스의 등에 바로 올라탔다.

트롤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성벽이 제대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고생했다.”

재중이 형의 그 말을 듣고서야 집중이 풀어지면서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쏟아졌던 감각의 홍수 속에서 빠져나오니 편안하게 호수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은 그런 평온한 기분이 든다.

“또 난리가 나겠네요.”

아마 성벽에서 우리가 돌파했던 장면을 찍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모자이크 처리도 안 되니까.

단둘이서 몬스터 대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면서 되돌아 나오는 영상이라······.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오우거네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딱, 거기에 있냐.”

<주호> 우리 돌아왔어요.

<챠밍> 정말 고생하셨어요. 구하러 가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주호> 제가 사장님께 미리 부탁드렸는데 다행이네요. 챠밍님 없으면 우리 진짜 죽었다 깨어나도 1등 못합니다.

혹시라도 못 참아서 방패전사를 끌고 같이 나왔으면 정말 망할 뻔했다.

우리가 살아도 이쪽이 정상이 아니면 그것도 힘들어진다.

<이쁜소녀> 걱정 많이 했어요.

<주호> 덕분에 잘 돌아왔네요. 오우거는 대체 언제 붙었어요?

<이쁜소녀> 좀 전에요. 안 그래도 언니가 파이어 월로 공격했는데······ 이번에는 불을 피해서 옆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왔어요.

그때, 이후로 뭔가 패치를 한 건가?

지능이 꽤 높아진 것 같다.

그때, 무기 인챈의 쿨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형, 오우거 잡죠.”

“아아, 이번엔 나도 좀 끼자. 얼마나 센지 한 번 봐야겠다.”

챠밍이 파이어 월로 주변을 싹 쓸어놔서 그런지 성벽 주위는 깔끔한 상태다.

심지어 이번엔 방패전사, 이쁜소녀까지 모두 내려왔다.

“한 손 거들겠습니다.”

“저도 싸워보고 싶어요.”

여차하면 사다리로 올려 보내면 되니까 이 정도는 허용 범위 안이다.

그리고 빨리 잡아야 새로 몰려드는 몹들을 상대하기 편하고.

“그럼, 그만 날뛰도록 해볼까요.”

【 포이즌 웨폰! 】

【 비월참! 】

블러디아를 휘두르자 녹색 반월의 빛이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오우거의 등짝을 후려치면서 강력하게 터져나갔다.

그 반동에 오우거조차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로 화가 났는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는 뒤로 돌아본다.

자신을 공격한 것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보는 얼굴에 달려들어 그대로 카스카라에 맺힌 비월참을 갈겨 버리자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면상이 다시 반대로 돌아가면서 그 육중한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래, 형 왔다. 이제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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