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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8화 (98/1,404)

# 98

#98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6)

【 포이즌 웨폰! 】

내려오자마자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에 포이즌 웨폰부터 입혔다.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윙드 스피어에 녹색 기운이 맴돈다.

“빨리 잡고 들어가지 못하면 바로 둘러싸인다.”

“그럼 먼저 갑니다.”

혼자 할 땐 정말 뒤가 걱정돼서 앞쪽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제대로 해볼 수 있다.

목표는 고스트.

위치는 성벽 위에서 꾸준히 체크해서 계속 보내주고 있는 중이다.

“북쪽으로 쭉 뚫을게요.”

【 비월참! 】

조금 거리를 두고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맨티스 부대에 그대로 비월참을 날렸다.

비월참이 그대로 제일 앞에 있던 맨티스의 몸통에 맞아 밀어내면서 뒤에 서 있던 맨티스들을 우수수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덩치가 큰 데 반해 하체가 부실하다고 해야 하나?

양팔에 달린 큰 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려고 휘청거리는 것을 바로 달려들어 앞다리 관절 부위만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빠르게 찍고 머리는 쳐내면서 달려나갔다.

동시에 비월참을 쓴다고 떨어졌던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다시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좋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재중이 형이 달려오면서 맨티스들을 창을 강하게 휘둘러 다시 쓰러뜨리고 있다.

전부 다 제압하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되고 빠르게 경직만 일으키고 못 움직이게 만들어서 길을 열고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쓰러뜨리고 지나간 다음은 곧바로 성벽에서 지원이 날아왔다.

나르샤를 포함한 궁수 부대가 풀 차징으로 쓰러져 있는 맨티스를 저격하고 마법사들이 계속 아이스 애로우나 파이어 볼 등을 날려서 하나씩 정리했다.

움직이는 몹이라면 상당히 처리하기 힘들겠지만 나와 재중이 형이 지나가면서 싹 다 눕혀 버리고 있어서 훨씬 정리하기가 수월하다.

“돌아올 길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그래, 생각 외로 잘해주고 있다. 전부.”

그대로 맨티스 부대, 숲오크 부대, 워울프 부대를 거쳐 곧장 웨어타이거 부대까지 달려들었다.

숲 오크와 워 울프는 많이 상대해 보기도 했고 약한 부위도 잘 알고 있어 꽤 쉽게 상대하면서 넘어갔다.

한 번 급소를 칠 때마다 바로바로 경직이 일어나면서 그 자리에 쓰러지는 것을 재중이 형이 마무리하는 식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웨어타이거 부대.

날렵하고 빠른 두 발로 서 있는 호랑이라고 해야 하나.

“빠르게 갑니다!”

저주받은 숲에 가면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개체다.

엘리트급인 저주받은 웨어타이거의 하위 종.

물론, 우리는 거의 상대를 안 해봐서 딱히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빠르고 날렵한 녀석들이 주변으로 퍼지면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그냥 몰려 있을 때 최대 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기로 했다.

【 비월참! 】

다수의 웨어타이거가 모여 있던 곳에 비월참이 날아가 꽂히자 땅이 울리며 웨어타이거가 그대로 터져나가며 쓰러졌다.

엘리트가 아닌 이상은 이 정도면 충분히 강력한 공격이다.

다시 한 번 급소들을 두 개의 검으로 찍으면서 지나가자 체력과 마력이 제자리로 빠르게 차올랐다.

재중이 형이 다시 공격하면서 뒤따라오는데 케르베로스를 타서 그런지 내가 어떻게 움직이든 순식간에 따라붙어 온다.

“이거 너무 좋은데?”

난 케르베로스를 타고 싸우는 것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검의 리치도 타고 있으면 너무 높아져 창을 들 때 돌격 정도에만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재중이 형이 타니까 물 만난 고기처럼 몬스터 사이를 누비고 있다.

진작 줄 걸 그랬나…….

기동성과 공격력.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뒤를 커버해주겠다는 말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지금 돌격하면서 몹의 급소를 찌르는 것에만 오롯이 집중 중이다.

엘리트 정도의 속도가 아니라면 공격을 빗겨내고 자세를 무너뜨려 관절과 급소를 찌르는 것은 무난하게 할 수 있다.

오면서 양옆으로 조여 오는 다른 몬스터들은 한쪽은 챠밍이, 한쪽은 아이꿍이 광역 마법으로 커버를 해주면서 온전히 북쪽으로만 길을 내면서 달렸다.

거기다 양옆으로 비월참과 마법들이 계속 날아와 최대한 우리가 달리기 편한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중이다.

그래도 좀 몰린다 싶으면 나나 재중이 형이 비월참을 갈겨서 다시 길을 열면서 기어코 고스트들이 숨어 있는 트렌트 부대까지 도달했다.

“트렌트만 넘으면 돼요.”

저주받은 숲에서는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움직여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한 몹이다.

그리고 어쩌면 트렌트는 내게 최악의 상성일 수도 있다.

급소가 어딘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커다란 나무에서 어디가 급소인지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을 줄 수가 없는 그런 문제다.

“깡딜로 눌러야 해.”

거기다 무생명체에게 장검의 딜은 상당히 안 좋다.

장검 스탯상 절대 제대로 딜이 안 나오게 설정되어 있다.

재중이 형의 윙드 스피어는 무기 특성상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장검보다 훨씬 나은 편이고.

타격치가 큰 이쁜소녀의 광아가 트렌트 상대로는 가장 강력한 딜이 나온다.

“뒤로 빠져. 여긴 내가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광아를 꺼내든 재중이 형이 케르베로스를 최대 속도로 올려서 내 앞으로 뛰쳐나갔다.

케르베로스의 돌격하는 힘까지 모두 광아에 싣고서 크게 휘두르자 트렌트의 옆구리가 터져나가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재중이 형도 광아가 있다는 것을 깜빡했네.

느린 트렌트 사이를 빠르게 돌면서 광아로 장작 패듯 찍고 달려나가니 트렌트들이 모두 경직당해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그 뒤로 쭉 몰려 있는 고스트들이 보인다.

“잘도 숨어 있었네.”

여기까지 손수 오게 만든 값은 제대로 받아내야겠다.

일반 몹인데도 무려 마력 2짜리 고스트 링을 주는 귀한 몹이다.

검은 구체를 쏘는 스펙터와 동급으로 귀하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던 몹이라 더 반가울 정도.

고스트들이 나를 보자마자 멀리 쏴대던 검은 안개 덩어리를 곧장 내게 돌려서 쏘기 시작했다.

그대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기울여 검의 면으로 수십 개의 검은 안개 덩어리를 옆으로 밀쳐낸 다음 바로 비월참을 교차해서 고스트가 몰려 있던 곳으로 두 발 모두 날려 버렸다.

동시에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날아다니던 고스트는 하나둘씩 바닥에 검은 천 쪼가리 형태로 풀썩 엎어지기 시작했다.

【 라이트 웨폰! 】

고스트가 언데드 계열이라 직접 타격을 위해 곧바로 라이트 웨폰으로 바꾸고 달려들어 흐느적거리며 살아 있는 고스트들을 모두 두 검으로 갈라 버렸다.

혼란을 일으키는 검은 안개 마법만 빼면 너무 느릿해서 잡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검은 천들을 모조리 바닥에 패대기치자 마력+2 고스트 링이 두 개 떨어져서 곧장 품에 챙겨 넣었다.

“목표 달성!”

“이제 돌아가는 길을 걱정해야겠네.”

무기를 스왑한 재중이 형이 케르베로스를 곧장 뒤로 돌려서 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잠깐 사이 사방에 몹이 둘러싸여 조금만 여기서 머뭇거리면 정말 오도 가도 못 하게 된다.

“지원은요?”

“쿨타임 좀 더 기다리란다!”

챠밍과 아이꿍이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이대로는 돌아갈 길이 막힌다.

“형, 차례대로 한 방씩 갈기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 고스트를 잡는다고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전처럼 챠밍의 파이어 월 근처에서 치고 빠지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기 상황이다.

거기다 무기 인챈을 전부 소비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짓이 없다.

특히 이렇게 몹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더욱더.

체력까지 덩달아 빠지니까 잘못하다가는 스쳐서 죽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자. 어차피 늦으면 못 빠져나가.”

“네, 달리죠.”

“올라타!”

남자 둘이 같은 탈 것에 올라타는 것만큼 볼품없는 것이 없지만 당장은 살고 봐야 해서 눈 꼭 감고 올라탔다.

“허리 꽉 잡아라. 달린다.”

【 비월참! 】

그대로 케르베로스를 전속력으로 올리면서 정면을 향해 비월참을 갈겼다.

동시에 잠시나마 공간이 열린 곳을 케르베로스로 뛰어넘어 빠르게 달리며 계속 비월참을 갈겼다.

형과 합쳐 도합 5발을 날렸는데 아직도 성벽이 멀다.

“마지막 한 발 갑니다!”

이것으로 못 뚫으면 정말 망한다.

【 비월참! 】

언데드 해골과 좀비가 잔뜩 모여 가로막고 있던 곳에 비월참을 날리자 다시 중간이 뻥 뚫렸다.

재중이 형은 말할 틈도 아깝다는 듯 케르베로스를 최대한 몹에 안 스치도록 성벽을 향해 몰았다.

성벽에서 궁수와 마법사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사방을 메운 몹이 너무나 많아 힘들어 보인다.

“역시 한 발로는 안 되나.”

약간은 허탈한 재중이 형의 목소리에 정면을 보니 아직도 해골과 좀비가 상당수 남아 있다.

무기 인챈을 모두 소비해서 지금 싸우면 답도 없다.

그때 우리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파이어 월! 】

【 아이스 월! 】

타오르고 얼리는 마법들이 바닥에 깔리면서 성벽까지 가는 길을 조금씩 열어주기 시작했다.

“나이스!”

그와 함께 엄청난 수의 지원 마법과 화살이 따라서 날아왔다.

이건 꽤 많은데?

“저기 봐라.”

성벽 위로 우리 길드 외에도 다른 길드까지 합쳐서 우리가 돌아오는 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사이로 빠르게 케르베로스를 몰아 겨우 성벽까지 도착하자 성벽 위에서 수많은 사람의 환호가 들려온다.

“여! 형씨들 대단한데?”

“진짜 어디라고 거길 뚫고 들어가.”

“기어코 고스트들을 다 잡더만!”

“니들이 짱해라. 인정한다.”

“덕분에 우리 애들 혼란 풀렸어요.”

“감사합니다!”

“미친놈들, 진짜 살아 돌아왔어.”

“꺄아! 오빠, 여기 한 번만 봐줘요.”

“나중에 스샷 한 번만 부탁해요.”

우리가 억지로 몬스터 밭을 뚫고 들어가서 고스트들을 잡아내자 혼란이 모두 풀린 모양이다.

저렇게 도와주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주 헛짓을 한 것은 아니네.”

재중이 형이 피식 웃는다.

“그러게요.”

이렇게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니 굉장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전쟁에 싸워 이기고 돌아온 장수의 기분이라 해야 하나.

다시 성벽을 타고 올라갈까 고민을 하는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길드의 사람들이 성벽에서 그냥 바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높은 곳이 무서운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기도 하고.

성벽 위에서 끝까지 싸울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하나둘 내려와 나와 재중이 형 주변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위에만 있으니 몸이 뻐근하네.”

“좀이 쑤셔서…….”

“이게 더 재밌어 보였어요.”

“벽 위에서 깔짝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냐.”

“구경하기도 지쳤는데 잘 됐다.”

“우리 길드는 이쪽입니다.”

“역시 전쟁은 이렇게 해야지.”

“이제 좀 싸워보겠네.”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기점으로 아래로 내려와 진형을 잡고는 다들 한마디씩 한다.

게임은 즐기는 것이라 몬스터 대군에 눌려서 성벽에만 있던 것이 계속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다들 피가 끓어버렸나 본데?”

돈? 승패? 보상?

그런 것들을 떠나서 이 사람들에게는 오늘의 스트레스를 풀 그런 광대한 전쟁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모험과 전쟁을 즐기는 희열 말이다.

결과만을 원했다면 언제까지고 성벽 위에서 화살만 날려도 될지도 모른다.

그걸 다 포기하고 재미 하나만을 위해서 다들 내려오고 있다.

마치 전염병처럼.

전 성벽에 이 이끌림이 퍼져나가 점점 많은 사람이 성벽에서 내려와 몹과 정면으로 붙기 시작했다.

덩달아 우리 팀과 길드원들도 미리 내려온 인원들이 정리해 잠시 공백이 된 성벽 아래로 모두 내려왔다.

“이제 함께해도 되겠죠?”

“우리도 같이요.”

챠밍과 이쁜소녀도 내려와서 옆에 섰다.

당연히 옆에 서야 한다는 듯.

“피가 끓네요. 간만에 제대로 전쟁입니다.”

방패전사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재밌겠네요.”

말이 없던 나르샤도 이 축제 분위기에 취한 것 같다.

“목표하고 좀 다르긴 하지만 좋구나.”

사장님도 흥겨운 듯 어깨를 들썩거리신다.

이제 누가 이길지는 붙어봐야겠지.

이번이 남은 하르 조각들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래,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보자.

“가시죠. 유적지로 가는 마지막을 장식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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