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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7화 (97/1,404)

# 97

#97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5)

대체 널 찾아 얼마나 헤맸는지.

물론, 우리 길드원들이 찾아다녔긴 하지만.

어디 깊숙한 곳에 박혀 있어서 그림자도 발견 못 했는데 이렇게 지금은 눈앞에 있다.

“저걸 대체 어떻게 요리한다…….”

오우거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워낙 맷집이 좋아서 어차피 라이트 웨폰 급의 공격 이하는 칼도 안 들어가니까 도중에 죽어버릴 그런 걱정은 없다.

어차피 떨어지는 아이템을 주우려면 조만간 내려가서 해결을 봐야 한다.

아니면 저 녀석이 성벽을 올라오거나.

물론, 그 상황이 되면 정말 재앙이 일어날 거다.

학살 수준의 재앙이.

저번에 맞부딪쳐 본 경험으로 보면 아마 일격에 나가떨어질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정면에서 맞붙어도 자신 있다고 말할 수준이 절대 아니니까.

그런 생각과 동시에 저번 방어전처럼 몬스터 궁수 부대들이 수백 발이 넘는 화살 비를 일제히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새까맣게 채우는 화살 비에 다들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누군가 고함쳤다.

“다들 피해!”

화살 비로 순식간에 성벽 위가 아수라장이 된 것과 다르게 우리 길드원들은 차분하게 대처를 했다.

“방패 꺼내.”

사장님의 외침에 우리 길드원 중 무게가 남는 일부가 바로 라지 쉴드를 꺼내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리 팀은 라지 쉴드를 들고 있는 방패전사의 뒤에 나르샤가, 이쁜소녀의 뒤에는 챠밍이 재빠르게 뛰어가 숨었다.

그렇게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들고 있던 라지 쉴드 위로 떨어지는 화살이 퉁퉁 소리를 내면서 튕겨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준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쁜소녀의 힘이 방패전사보다 부족해도 단순히 들고 있는 것 자체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니까 저런 식으로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난 곧장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휘둘러서 화살을 쳐내고 재중이 형도 윙드 스피어를 돌려 화살을 밀어냈다.

“생각보다 여유가 있네요.”

“뭐, 우리한테 집중되던 화살이 여기저기 떨어지니까.”

확실히 여유가 생겨 주변이 어떻게 됐나 둘러보니 다들 우리 길드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자기들은 화살 비를 몸으로 때우면서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는데 우리는 라지 쉴드를 꺼내서 머리 위를 막는 것을 보고는 할 말을 잃어버린 딱 그런 표정이다.

“진짜 다르구나.”

“저 정도는 해야 최고를 해 먹는 건가.”

“인정한다. 정말.”

이 정도로 놀라기는 아직 이르지.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하늘을 뒤덮는 수백 발의 마법이 몬스터 진형에서 쏘아져 날아왔다.

“미친, 무슨 마법 몹이 이렇게 많아.”

“일단 피해!”

우리가 쏜 마법만큼이나 다양한 마법이 형형색색 빛나면서 사람들 위로 가득 떨어져 내려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장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정말 가장 취약한 것이 마법 방어다.

수백 발의 마법이 연속으로 계속 쏘아져 올라와 터져 나가자 그 와중에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사람까지도 나온다.

【 라이트 쉴드! 】

반면에 우리 팀은 방패전사가 라지 쉴드를 들어서 위험한 마법은 전부 몸으로 때워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를 지켜주고 있다.

거기다 플레이트가 마법 방어가 붙어 있어서 전과 다르게 거의 완벽하게 마법을 튕겨 내거나 막아내고 있다.

“역시 게임은 장비 빨입니다.”

방패전사가 전과 다르게 완벽하게 마법을 방어하면서 크게 웃어 보이는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거기다 거대 개구리를 소환해서 타고 있으니 마력과 체력이 계속 차올라 어지간하면 부족할 일이 없다.

정말 몸빵 특화 캐릭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저런 탈 것도 있어?”

“개구리? 징그럽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도 방패전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방을 주시했다.

개구리를 타고 있는 마법 방어 플레이트 전사라…….

그림이 영 안 나오지만, 성능은 최고다.

“그럼 여긴 맡기겠습니다.”

저렇게 굳건하게 버텨주면 전처럼 나나 재중이 형이 마법을 쳐내는데 묶여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과거에 재중이 형이 마법을 쳐낸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다가 물약을 거의 다 소비한 것을 생각하면 방패전사 한 명의 존재만으로 어마어마한 물약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렇게 여유가 있는데 주변은 역시나 엉망진창이다.

물약 이펙트가 성벽을 타고 가득 퍼지고 있는 것이 마법 방어가 쉬워 보이진 않는다.

거기다 맞는 것 자체가 위험한 마법도 있다.

“왜 회복이 안 돼?”

“검은 화살하고 구는 무조건 피해라. 맞으면 죽는다.”

해골 마법사와 스펙터들이 쏘는 맞으면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한 검은 화살과 마법구.

특히 마법구는 힐까지 안 먹힌다.

위력 자체도 엄청나지만 회복 불가라는 옵션이 정말 위협적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광아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 같이 난전일 때 맞으면 거의 사망 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다.

“야! 옆에 잠든 녀석 깨워!”

“진짜 별별 마법을 다 쓰네.”

하피가 거는 슬립에 걸려서 잠든 것까지는 양호하다.

이건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안 주니까.

마지막으로 오히려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한 마법이 내 기억 속에 딱 하나 있다.

“왜 같은 편을 공격해!”

“미쳤나?!”

“으아!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누가 좀 도와줘!”

컨퓨즈.

혼란 마법.

걸리면 주변 사람을 무작위로 공격하는 최악의 마법.

고스트가 거는 최악의 마법들이 성벽 위에 빠르게 퍼져 나가자 컨퓨즈에 걸린 사람들이 날이 서 있는 무기들을 주변으로 휘두르면서 가뜩이나 엉망인 성벽 위가 다시 한 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심지어 멀리 있던 마법사 중 하나가 걸렸는데 이 마법사가 걸린 것이 완전 악수가 되어버렸다.

자기 의지와 다르게 붉은 원을 그리면서 눈앞에 시전되는 마법에 마법사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마법.

【 파이어 월! 】

엄청나게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성벽 위에 파이어 월을 깔면 어떻게 될까?

“저 새끼 뭐야!”

“전부 피해!”

“저리 비켜!”

“물약이 못 따라가!”

파이어 월이 시전 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파이어 월 범위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주변 사람들을 밀치고 아주 난리가 났다.

그나마 완전 외곽에 있던 녀석들은 어떻게든 조금씩 밀어내고 빠져나왔는데 그 외에는 너무 몰려 있어서 모두 도저히 피하지 못하고 녹아내려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도합 100명 정도가 한꺼번에.

길드 한 개 정도의 규모가 그냥 통째로 증발해 성벽의 한 자리가 싹 비워지자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마법사를 쳐다본다.

“내가 한 게 아니야!”

“니가 안 하면 누가 했어?!”

“이놈 그냥 죽여 버려.”

자기 길드원들이 파이어 월에 녹아 사라지자 분노한 사람들이 파이어 월을 쏜 마법사를 죽이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리자 반대로 혼란 마법에 빠진 마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같은 길드원들이 검과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서 완전히 대치상태가 되었다.

파이어 월을 내어줄 정도의 마법사라면 길드에선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라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나설 수밖에 없다.

“같은 길드라고 지금 편드는 거냐?”

“더 들어오지 마라. 분명히 경고했다.”

“니들이 경고하면 뭐 어쩌게? 또 파이어 월 날려서 주변 사람 다 죽일 거냐?”

“그냥 그놈만 내놔라.”

“우리 길드 마크 안 보이냐? 앞으로 겜 접고 싶지 않으면 이대로 물러나라.”

둘러보니 저런 상태에 놓인 길드가 한 둘이 아니다.

칼질을 하고 그걸 막고 서로 죽이고 욕하고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떨어진 아이템을 줍기 위해 달려든 사람들끼리 달려들어 성벽 위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이상한 광경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이 더 무섭네요.”

“나도 파이어 월까지 깔아버릴 줄은 몰랐네.”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한다.

만약 챠밍이 걸려서 포이즌 클라우드와 파이어 월을 동시에 깔아버리면…….

“상상 안 하는 편이 낫겠네요.”

챠밍도 같은 상상을 했는지 몸서리를 친다.

이건 단순히 우리 길드만 작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길드들도 한꺼번에 난리가 난다.

그리고 단체 PK가 일어나겠지.

물론, 난 챠밍을 살리기 위해 칼을 들 것이고 대학살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제가 걸리면 내일 포털에 대문짝만하게 날지도 모르겠어요.”

“챠밍님은 절대 걸리시면 안 돼요.”

내 말에 챠밍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걸리면 저 그냥 죽여주세요.”

“안 돼요. 그건.”

“그럼, 안 걸리게 잘 부탁드려요.”

“그건 확실하게 해드릴 수 있죠. 적어도 제가 옆에 있을 땐 걸릴 일 없을 겁니다.”

컨퓨즈에 걸린 마법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았으니까 차라리 내가 맞는 한이 있어도 챠밍은 안 된다.

인공지능으로 내 움직임을 구현할 수가 없을 테니 내가 걸리면 그냥 칼 든 미친놈이 될 뿐이지만 챠밍이 걸리면 그야말로 화약고다.

현 서버 최강의 화약고.

그 화약고가 제구실을 하려면 근처의 고스트부터 싹 녹여놔야 한다.

“나르샤님, 고스트들 전부 저격 가능할까요?”

현재 우리 길드에서 가장 사거리가 뛰어난 사람을 한 명 뽑자면 그건 나르샤다.

아니, 전 서버를 통틀어 궁수 중 가장 렙이 높고, 장비도 좋아 사거리, 연사 수준이 제일이다.

현재 단일 딜로도 나르샤가 최고이기도 하고.

데스 위버와 포이즌 웨폰이 만나서 1:1로는 나르샤를 따라갈 딜러가 없다.

“아까 몇 번 쏴 봤는데 고스트가 큰 몹들 사이로 숨어버려서 생각보다 맞추기가 어려워요.”

정말 약한 말을 안 하는 나르샤가 어렵다면 정말 어렵다는 소리다.

어쩐다.

“결국, 해야겠네요.”

내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르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르샤가 맞추는 실력이 출중해도 앞에 몹들이 방해가 되면 화살이 휘어져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서 이런 경우는 답이 없다.

그리고 지금 시간을 더 끌면 정말 길드들끼리 조각조각 흩어질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군 없이 적만 생기는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하니까.

지금도 서로 죽고 죽이는 웃지 못할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중이다.

고스트라는 몹 하나 때문에.

“우리끼리 있을 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사람이 많아지니 더 피곤하네요.”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한다.

“적어도 이 주변만이라도 정리해야지.”

“정말, 달고 가야 할 짐이 무겁네요.”

간을 보다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내려가려고 했는데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려갈 거냐?”

“내려가야죠.”

“같이 가자. 등 정도는 지켜줄 순 있다.”

“그럼, 이거 받으세요.”

케르베로스를 그대로 재중이 형에게 넘겨주었다.

모자란 마력과 체력을 채워줄 녀석이다.

아마 탈 것의 조작이 서투른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 재중이 형이 훨씬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창기병이라…… 괜찮지.”

곧장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사장님, 이제 곧 난장판이 될 거예요. 우리 팀 좀 부탁할게요.”

“하고 싶은 대로 날뛰다 와라.”

우리가 저 몬스터 대군에 뛰어든다고 해도 마냥 웃으신다.

그만큼 믿는다는 소리겠지.

“다녀올게요.”

“제가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저도 열심히 할게요.”

방패전사, 이쁜소녀가 라지 쉴드와 광아를 각각 강하게 쥐면서 각오를 다졌다.

“성벽 아래 공간을 좀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부탁드립니다.”

재중이 형이 말하자 챠밍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마법을 영창했다.

가장 강력한 마법들로.

【 포이즌 웨폰! 】

【 포이즌 클라우드! 】

녹색 안개가 성벽 아래로 확 퍼져 나가더니 밀집해 있던 백여 마리의 몬스터가 일제히 중독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다시 풀 차징한 마법을 날렸다.

【 파이어 월! 】

중독으로 피가 빠지고 화염 기둥에 닿아 다시 피가 빠지니 소형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다시 우리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쁜소녀, 방패전사가 연속으로 기술을 펼쳤다.

【 포이즌 웨폰! 】

【 비월참! 】

두 개의 큰 반월이 각각 내려가 꽂히더니 큰 폭풍이 일면서 순간 성벽 아래에 빈 공간이 꽤 넓게 생겨났다.

“가자!”

재중이 형이 먼저 케르베로스를 타고 성벽에서 뛰어내렸고 이어서 나도 같이 성벽을 잡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어어? 저 사람들 미친 것 아냐?”

“지금 내려가서 어떻게 하려고?”

“저 마크, 최강 길드 아냐?”

“정말이네? 대체 누구야?”

“불멸하고 주호! 개인 랭킹 1위, 2위.”

“역시 랭커는 다르네.”

“사방이 몹인데…… 대단하다.”

“진짜 부럽네. 저기를 뛰어들 수 있는 패기가.”

성벽 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챠밍이 마법으로 쓸어준 주변을 제외하곤 사방이 몬스터들 밖에 안 보인다.

“그래, 이래야 재밌지.”

재중이 형이 정말 재밌다는 듯 밝게 웃는다.

나도 아마 입가에 웃음이 맺혀 있을 것 같고.

“그럼, 갑니다.”

수백 마리의 몹 사이에 숨어 있는 고스트를 잡기 위한 특공대 둘이 한 발, 한 발 몬스터 군단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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