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6화 (76/1,404)

# 76

#76화 화제의 중심에서 (1)

“휴우.”

커스텀 VRS의 커버가 올라가자 눈앞의 시야가 탁 트인다.

사람 몸이라는 게 계속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으면 생리현상 같은 것도 있고 중간중간 식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이번엔 좀 길게 들어가 있어서인지 뻐근한 기분이다.

케르베로스부터 해서 방어전까지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보니 피로가 확 몰려온다.

오늘은 하루 제한 시간을 오버할 것 같아서 미리 나와 버렸다.

너무 피곤해 대충 쇼파에 누워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새 날이 바뀌고 한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거 사람 사는 꼴이 아니군.”

집이 엉망이라 한참 푸닥거리를 하면서 깔끔하게 치우고 샤워를 한 뒤 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를 보니 랭킹이 오늘 날짜로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 * *

1위 31 불멸 / 최강 ▲ 21

2위 30 주호 / 최강 ▲ 9571

3위 29 챠밍 / 최강 ▲ 10025

4위 29 나르샤 / 최강 ▲ 10157

5위 29 이쁜소녀 / 최강 ▲ 10395

6위 29 방패전사 / 최강 ▲ 10448

7위 27 전설 / 전설 ▽ 6

8위 27 악마 / 사신 ▽ 6

9위 27 폭군 / 막피 ▽ 6

10위 27 유령 / 소수정예 ▽ 6

* * *

1위는 31렙을 찍은 재중이 형이.

난 무려 9571계단이나 올라가서 2위를 랭크 중이다.

내 밑으로 챠밍, 나르샤, 이쁜소녀, 방패전사가 줄을 잇고 있고 우리가 1∼6위까지 올라가서 기존의 랭커들이 모두 아래로 내려앉았다.

저 사람들 이걸 보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랭킹이 확 내려간 것도 모자라 1위가 렙이 4나 높으면 무슨 생각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필리언 서버 1위 레벨 봐라. 돌았네.

―미친, 31? 말이 돼?

―하루 사이에 5나 올라갔네요. 무슨 버그 쓴 거 아닐까요?

―랭킹 1위부터 6위까지 다 뒤집힘. 그것도 전부 최강 길드네. 장난 아닌데?

―그러고 보니 제일 먼저 본대륙 간 길드네. 거기만 레벨 업 빠른 거 아냐? 빨리 넘어가야겠는데.

―노노, 우리 길드 사람도 몇 명 넘어갔는데 절대 그렇게 못 올림.

―크크크, 쟤들 말고 넘어간 길드 하나도 없는 걸로 아는데 구라 즐.

―운영자가 이거 봐야 하는 거 아님?

―누구는 벌써 본대륙 가서 꿀 빨고 있고 누구는 섬에 묶여 있고 짜증 나네.

―케르베로스나 잡고 그런 소리 하자.

―진짜 부럽다. 저 길드 어떻게 들어가요?

결국, 랭킹이 알려지고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게시판 글마다 우리 길드 이야기가 가득하다.

케르베로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저렇게 레벨을 빨리 올리는지 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게시물이 10개 정도 있으면 반은 우리 길드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도 내 아이디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있다.

150만 명 중 전체 랭킹 2위.

그것도 한 번에 약 9500계단을 뛰어넘어서 2등을 했으니.

게임에 몰두한다고 요즘 잘 안 챙겨봤었는데 게시판 전체가 들썩거리니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화제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30.

> 로딩 중…….

들어오자마자 어제 먹은 아이템들을 전부 강화하고 필요한 부분을 세팅했다.

* * *

이름 : 주호

레벨 : 30 ▲6

【근력 4+7】 【민첩 10+4 ▲3】 【체력 4+1】

【지력 0+3】 【마력 1+4】

3 블랙 비스트 헬멧 / 방어력 7+3 ◀ NEW

3 블랙 비스트 메일 / 방어력 10+3 ◀ NEW

3 블랙 비스트 팬츠 / 방어력 9+3 ◀ NEW

3 블랙 비스트 부츠 / 방어력 6+3 ◀ NEW

3 블랙 비스트 암 슬리브 / 방어력 6+3 ◀ NEW

3 블랙 비스트 그리브즈 / 방어력 6+3 ◀ NEW

3 파워글러브 / 방어력 6+3 / 근력+5 ◀ NEW

4 카스카라 / 출혈 13 (9+4) 타격 9 (5+4)

민첩+1, 마력 흡수+1, 크리티컬 대미지+1

7 플레임 소드 / 출혈 15 (8+7) 타격 11 (4+7)

민첩+1, 화염+1, 크리티컬 대미지+1

케르베로스 네클라스 / 올 스탯+1

레서 크라켄 링 / 근력+1, 민첩+1, 마력+1

스펙터 링 지력+2 ◀ NEW

드라이어드 브리슬렛 마력+2 ◀ NEW

* * *

레벨 업 해서 얻은 스탯은 전부 민첩을 몰아줬다.

운 좋게 파워글러브를 얻어서 근력의 모자람을 싹 메웠기에 걱정하지 않고 민첩에 투자할 수 있었다.

방어구는 질기고 강해 보이는 흑색 가죽이 탄력 있게 몸을 받치고 유선형의 광택 나는 블랙 메탈이 비대칭으로 반신을 덮고 있는 경갑 형식인데 마감을 날카롭게 올려 날렵함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검은색이 왠지 안정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무난하고 튀지 않는 그런 색이 편한 느낌이 든다.

각종 몬스터들에게 얻은 악세들로 부족한 스탯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세팅이 완료되었다.

힘 11에 민첩 14라…….

민첩에 올인한 궁수라고 해도 따라잡을 정도고 힘은 더 하다.

아마 근접격수 중에 나보다 빠른 사람은 없을 거라고 거의 확신하는 중이다.

그것도 큰 격차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재중이 형이 제일 먼저 광장에 도착했다.

“잘 쉬었냐?”

“네, 뭐 적당히 잘 쉬었죠. 형은요? 이제 집에 들어가죠?”

“어, 누구한테 안 맞아 죽으려면 들어가야지.”

누나가 한소리 했네. 그렇게라도 집에 들어가면 좋은 거지 뭐.

“진짜 누나가 보살이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그저 웃는다.

“너 없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뭐 그렇게 됐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흩어져 있던 팀원들이 모두 도착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자 사장님이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신다.

“현재 확인한 것만 해도 9개 정도 구역이 있다고 하네. 넓이는 섬보다 최소 20배는 더 넓을 거라던데? 이건 애들이 안 죽고 갈 수 있는 한계까지 헬하운드를 타고 간 거라 아직 확인도 다 못했어.”

“섬이 좁긴 좁은 거였네요.”

“유적지는 사냥터 안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건 원거리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못 들어가고 대략 몇 군데 짐작 가는 곳은 있다고 하니까 나중에 다시 확인할 생각이다.”

각 지역마다 인간형, 야수형, 언데드, 플라이형, 곤충계열, 나무계열, 변형계열, 메탈형 등등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걸 우리 몇 명이 전부 확인하려면 정말 하루 이틀로는 턱도 없었을 거다.

길드원들을 무리하면서 데리고 온 이유에서 이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의 정보망이 되어줄 사람들이 필요했으니까.

사실 바닷길 좀 막는 거야 정말 소수의 사람이 크라켄, 해적선, 폭풍우를 만나지 않고 넘어오는 걸 한두 번 견제하는 정도라서 여의치 않으면 그건 철수해도 큰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냥 우린 이 고생을 하고 넘어왔는데 너흰 편하게 돈 내고 오냐 같은 마음에 욱해서 시작한 거니까.

그리고 지금은 철수해야 할 정도의 최대의 변수를 만났다.

“사실 순찰 돌던 애들 어제부터 뺐다.”

재중이 형이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있던 일을 덤덤하게 말해준다.

“그래요?”

“별로 안 놀라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까 레서 크라켄을 잡고 난 뒤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어, 정답. 하여간 머리하고는.”

사실 우리가 짠 계획에 심각한 구멍이 있었다.

이것도 지나고 나서야 안 거지만.

“바닷길이 1/3이 확 열렸어. 우리가 크라켄을 잡아버려서. 리젠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더라고.”

저게 문제다.

그간 크라켄이 막아주던 길이 열려서 유저들이 이미 꽤 많이 본대륙으로 넘어와 버렸다.

“혹여라도 해적선에 올라타는 거라도 보여주면 바보가 아닌 이상은 알겠지. 그래서 그냥 아예 빼버렸다.”

“잘하셨네요.”

이것도 들키지 않아야 이득을 보는 게임이지 지금처럼 온 서버의 눈이 우리에게 집중된 상태에선 집중포화를 맞기 딱 좋다.

막을 수 없다면 그 패는 과감하게 버린다.

죽어버린 돌을 잡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죽은 돌은 죽어 있게 둔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새로운 판을 짠다.

살아 있는 돌을 위한 포석으로.

“앞으론 크라켄과 해적선을 잡는 데 집중해야죠. 하르 조각을 모으려면요. 그리고 방패전사 님,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말씀하시죠.”

“전에 방어구 중첩 사건 때 했던 것처럼 게시판 활용이 가능할까요? 음, 이를테면 우리 길드가 유저들을 위해서 크라켄과 해적선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의 문구면 좋을 것 같은데.”

“어렵진 않죠.”

“이왕이면 크라켄이나 해적선을 우리가 쓰러뜨리는 장면만 잘라서 내보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 말을 쭉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눈을 흘긴다.

“요∼ 영악한 놈. 아예 이미지를 만들어보겠다는 거냐?”

“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저희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을 때 좋은 이미지 하나쯤 만들어놔도 손해는 없을 것 같아서요.”

판이 맘에 안 들면 판을 뒤집으면 되는 거다.

다음을 위한 포석으로.

“그리고 혹여나 나중에 우리 길드 사람들이 길드를 나가서 입을 열 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건 오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반대로 해적선과 크라켄을 잡기 위해 노력한 쪽이다고요.”

실제로 영상으로 남겨서 수백만 명이 보게 할 거니까.

“뭐, 덤으로 빈 바다를 통해서 섬에 가서 사람들도 좀 싣고 오면 더 좋겠네요. 돈도 좀 받고요. 하루에 한 번 정도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이 한 수로 1석 2조가 아닌 5조 정도를 노릴 생각이다.

“하르 조각, 크라켄과 해적선의 드랍 템, 대외 이미지, 수송료까지. 거기다 배를 태워준 사람들과의 친분까지 만들면 더 좋겠죠.”

이건 앞으로 우군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거다.

내 말을 모두 들은 사장님과 재중이 형 팀원들이 살짝 질린 표정을 짓는다.

왜? 괜찮지 않나?

“넌 나중에 정치 같은 거 절대 하지 마라.”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에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다.

***

길드원들에게 배를 돌려받고 임대료는 돌려줬다.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지.

방어전이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크라켄과 해적선을 잡기 위해 배를 띄웠다.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크라켄이 다시 나타났다고 하니까.

“너 근데 이렇게 소수로 크라켄 잡을 수 있겠어?”

재중이 형이 주변을 둘러보는데 딱 우리밖에 없다.

나, 재중이 형, 방패전사,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다른 팀원들은 사장님과 함께 레벨 업을 위해 모두 사냥터로 떠났다.

우리야 폭렙을 해서 괜찮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까.

겸사겸사 정보도 물어오면 좋고.

“음, 가능할 거라고 봐요.”

구상했던 것을 모두 알려주니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될 거 같아요.”

챠밍도 된다고 하는 걸 봐서 제대로 길을 잡은 모양이다.

“저 그럼 잠시 돌아다녀 볼게요.”

《 레서 크라켄 소환! 》

바다에 소환된 레서 크라켄에 올라타고 난 뒤에 소형 카락을 앞서서 바다로 나서기 시작했다.

레서 크라켄을 타고 돌아다니면 얼마든지 내 몸 하나를 빼낼 수 있다.

속도가 진짜 빠르니까.

거기다 잠수도 된다.

타면 버프가 생기는데 체력, 마력 회복뿐만 아니라 잠수를 해도 HP가 깎이질 않는다.

폭풍우를 만나면 그냥 뒤로 빠지면 되고, 해적선도 마찬가지.

그러다 크라켄을 만나면 신호를 해서 배를 불러들이면 된다.

재수가 좋았는지 돌아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레서 크라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크라켄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코그선까지.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네.”

딱 우리가 마음을 바꿔먹은 순간에 저렇게 위기에 처하나…….

예전 같으면 그냥 손이나 흔들어주고 치우겠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지.

우리가 크라켄에게서 살려줬다고 글이라도 올려주면 금상첨화다.

―형, 여기 난민요.

<불멸> 응? 크라켄 찾았냐?

―네, 공격당하고 있는데 구해주려고요.

<불멸> 일단 좌표 불러.

좌표를 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형 카락이 도착했다.

우리 최강 길드의 깃발을 달고서.

내가 코그선 근처로 가서 위를 올려다봤다.

난장판이네.

큰 다리를 떼어내기 위해 필사적인데 저건 안 될 거다.

“저기, 살고 싶으신 분?”

내가 크게 외치자 갑판 근처에 있던 몇몇이 날 봤다.

“어? 바다에. 저게 뭐지?”

“뭔가 타고 있는데?”

“누구야?”

갑판 위가 웅성웅성거린다.

“한 번만 말할게요, 살고 싶으신 분 뛰어내려서 저기 보이는 소형 카락으로 가세요. 태워줄 거예요.”

내 말에 상당수가 고개를 돌려 우리 배를 보기 시작했다.

“이거 믿어도 되냐?”

“그럼, 어쩔 거야?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다 죽는데.”

“아, 난 모르겠다. 일단 튄다.”

몇 명이 배에서 뛰어내려 우리 배로 수영해서 가자 눈치만 보던 사람들도 전부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주 바보들은 아니네.”

크라켄이 코그선을 작살내는 동안 피난 간 사람들이 모두 소형 카락에 올라탔다.

<불멸> 다 태웠다.

―그럼 이제부터 잡죠.

전에 생각한 것이 있다.

큰 다리의 존재 때문에 정상적으로 배를 붙여서는 절대 포격 거리까지 갈 수가 없다.

아마 나중에 포격 거리가 길어지면 편하게 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에 포탄을 타고 날아가는 미친 짓을 했던 거고.

근데 이번엔 그게 없어도 아주 빠르게 본체까지 다가갈 수 있다.

레서 크라켄을 몰고 큰 다리와 작은 다리들을 유유히 피해서 본체로 가서 활을 꺼냈다.

【 라이트 웨폰! 】

레서 크라켄을 타면 마력 부담 없이 얼마든지 화살을 쏠 수가 있지.

라이트 웨폰을 입힌 화살을 쉴 새 없이 크라켄의 눈으로 박아 넣자 날 잡기 위해 큰 다리고 작은 다리고 할 것 없이 모두 내게 몰려들었다.

바로 레서 크라켄을 아슬아슬하게 이동시키면서 주변을 돌자 날 공격하던 다리들이 엉망으로 얽히기 시작한다.

―지금요.

<불멸> 들어간다.

내가 신호를 주자 곧장 소형 카락이 급선회해서 크라켄에게 접근했다.

충분히 포격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거리까지.

“이제부턴 포격전이지.”

전에 선박 내구가 1/5만 남았음에도 본체를 두들겨서 잡았는데 이번엔 풀 내구니까 이걸 못 잡으면 더 이상하다.

“쏴!”

재중이 형의 외침과 동시에 5개의 포갑판에 있는 미니온포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포격을 맞자 다시 큰 다리들이 우리 배의 갑판으로 가서 척 걸쳐졌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붙어 포를 쏜다.

포격이 계속 이어져 한참 동안 레서 크라켄의 본체를 공격하자 크라켄이 괴성을 지르고는 검은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역시, 이건 된다.

이걸로 일단 하르 조각 500개는 확보했네.

해적선을 아직 발견을 못 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나온 김에 같이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크라켄이 죽은 자리를 보니 둥실둥실 돌아가는 아이템들이 보인다.

역시. 소수로 잡을수록 드랍이 잘된다는 재중이 형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어.

* * *

0 카스카라 / 출혈 9 타격 5

민첩 +1, 마력 흡수 +1

* * *

최초로 잡을 때만큼 많은 아이템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제일 중요한 템이 떴다.

<불멸> 어때? 나와?

―떴어요.

<불멸> 대박이네.

얼른 전부 토글을 하고 우리 배로 돌아가 올라타니 수많은 사람이 전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흠, 저렇게 보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 드네.

잠시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한 명씩 와서 내게 인사를 한다.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꼼짝없이 죽을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진짜 크라켄을 잡다니 대단하네요.”

“최강 길드입니까? 이번 일 잊지 않겠습니다.”

“편하실 때 언제든 연락 주시죠. 한 번은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계속하면서 악수를 하고 돌아간다.

“저 봤어요! 이번에 랭킹 2위 되신 분 맞죠?”

“어? 정말이네.”

그 말에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돼 식은땀을 흘렸다.

친구 추가를 원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건 다 방패전사에게 떠넘겼다.

친구 창이 복잡해지는 건 불편하기도 하고.

이런 건 아무래도 방패전사가 잘할 것 같단 말이지.

재중이 형은 랭킹 1위로서 엄청난 질문 세례를 받는 중이다.

전 서버 통틀어 탑 랭커를 눈앞에서 보는데 당연한 반응이려나.

그렇게 백여 명의 사람의 인사를 일일이 받아주고 나니 오히려 이게 더 힘든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유명세 제대로 타네.

모르긴 해도 저 중에 동영상 촬영을 한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럼 뭐 게임 끝난 거지.

앞으로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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