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화 (74/1,404)

# 74

#74화 베네아 방어전 (2)

“1만 마리라…….”

대충 어림잡아서 헤아린 수가 그 정도.

통상적으로는 100명도 안 되는 길드원 수로는 절대 잡을 수 없다.

한 사람당 100마리를 잡아야 하는데 말이 100마리지 레벨이 우리보다 높은 몬스터들을 그렇게 많이 잡는 건 말도 안 되니까.

거기다 지금 길드원이라고는 딱 6명.

나,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 나르샤, 재중이 형만 남았다.

6명이 1만 마리를 잡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형, 한 가지 부탁해도 돼요?”

“이 상황에 뭐 좀 떠오르냐?”

“이거요.”

내 오른손에 들린 카스카라를 슬쩍 들어 올렸다.

“이놈이 저희를 살려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칼 한 자루가 어떻게…….”

대화를 하는 사이 또다시 매직 애로우가 하나 날아왔는데 그걸 그대로 카스카라로 쳐내면서 HP 감소량을 확인했다.

“흠…… 될 거 같아요.”

“뭐가?”

【 힐! 】

주문을 영창하자 내 몸에 흰빛의 마법이 흘러 HP를 바로 채워 준다.

지팡이가 없어서 지능의 보조만 적당히 받는 기본 힐량 밖에 안 나오지만 이걸 꾸준히 쓸 수 있으면?

물약과 더불어 충분한 회복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거기다 꾸준히 마력을 수급받을 수 있으면 라이트 웨폰을 유지할 수 있어서 쳐낼 때 HP 소모량이 급감한다.

카스카라 하나만으로 전투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소리지.

“크크, 이거 참 보검 수준이 아니라 신검을 쥐여줬네.”

재중이 형이 내가 자체 힐을 걸어서 그대로 회복해 버리자 아주 신나게 웃었다.

“그래서 화끈하게 날뛰고 싶은데 쟤들이 걱정이라 이거지?”

역시 형은 말을 안 해도 다 알아들으니 좋다.

“좀 부탁할게요. 방패전사 님이 어지간한 건 다 막아주실 수 있는데 마법 쪽은 좀 힘들어서요.”

마법 방어만 좋아지면 방패전사에게 다 맡길 수도 있는데 이건 아쉽다.

그래서 나보다 효율이 좋진 않지만 라이트 웨폰을 걸어 마법을 쳐낼 수 있는 재중이 형에게 맡기고 간다.

“이거 받아요.”

“이건?”

케르베로스의 소유권을 아예 재중이 형에게 넘겨줬다.

마력이 부족해서 라이트 웨폰을 무기에 입히지 않고 쳐내면 HP가 엄청나게 떨어지니까 재중이 형에겐 이게 필요하다.

지금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가지고 있는 것들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한다.

재중이 형이 바로 케르베로스를 소환해서 올라타자 전형적인 창기병의 포스를 뿜어낸다.

“새 차 좋은데?”

자동적으로 버프가 걸리면서 한참 내려가 있던 재중이 형의 체력과 마력이 눈에 보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러면서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리치가 긴 스파크 윙드 스피어로 바로 쳐내 버렸다.

좀 효율이 좋지 않아 보이긴 하는데 케르베로스가 살아 있는 물약 통이다 보니 표도 안 날 정도로 순식간에 메워진다.

재중이 형이 이렇게 버텨주면 일단 안심이다.

“나르샤 님 궁수들만 따로 저격 가능하겠어요?”

내 말에 나르샤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더 높아서 충분해요. 다만…….”

“아! 방패전사 님이 옆에 붙으실 거예요. 방패전사 님 나르샤 님 좀 잘 부탁드려요. 화살만 막아주시면 마법은 불멸 형이 처리해줄 겁니다.”

“이 싸움 꽤 길어지겠네요.”

방패전사가 문제없다는 듯 웃어 보인다.

확실히 믿을 맨이지.

“이쁜소녀 님은 몹이 성벽에 올라오면 챠밍 님이나 나르샤 님에게 붙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버티면 불멸 형이 도와줄 거예요.”

“네, 잘해볼게요.”

이쁜소녀도 맡겨달라는 듯 전의를 불태운다.

“챠밍 님.”

“네, 말씀하세요.”

챠밍도 각오를 세운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파이어월을 원거리가 없는 쪽으로 부탁드려요. 가급적이면 성벽 앞으로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네, 최선을 다해 볼게요.”

이제 역할은 다 쥐여줬다.

“지금 가냐?”

“네, 우리 팀 잘 좀 부탁드려요.”

【 라이트 웨폰! 】

카스카라와 플레임 소드에 하얀빛의 기운이 맴돈다.

《 트윈 헤드 헬하운드 소환 》

바로 헬하운드에 올라타고 성벽 위를 달리면서 가속을 붙이다가 성벽의 끝을 박차 미리 봐두었던 한 곳을 향해 점프를 했다.

성벽 주변의 몬스터들을 발아래 두고 4m 높이를 붕 날아올라 몬스터들을 모두 뛰어넘으며 착지 지점에 있던 한 몬스터를 헬하운드가 거칠게 밟아버리면서 내려앉았다.

정면을 보니 제대로 날아온 것 같다.

온통 몬스터들 밭 사이에서도 마법사들이 잔뜩 모여 있던 곳으로 일부러 뛰어내렸으니까.

그대로 헬하운드를 앞으로 전진시켜 다섯 마리가 넘는 해골 마법사들 사이를 쌍검을 옆으로 활짝 펼쳐서 전부 스치듯 그으면서 지나갔다.

좀 전까지 성벽을 향해 마법을 쏘던 해골 마법사들이 곧장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 날 봐라.

아니나 다를까 바로 나를 향해 검은 마법구들을 쏘아댄다.

“어글은 확실히 잡혔네.”

온 사방이 몬스터들이라서 그냥 아무 걱정 없이 좌우로 내게 쏘아진 마법들을 쳐냈다.

주변에 있다가 내게 반사된 검은 마법을 맞은 웨어타이거와 케이브베어, 트롤 등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커다란 덩치의 웨어타이거가 먼저 내게 달려들어 묵직한 팔을 휘두르는 걸 슬쩍 피하면서 자세가 낮아져 노출된 머리를 플레임 소드로 사정없이 그었다.

다시 발광하는 웨어타이거의 날카로운 손톱 공격을 카스카라로 쳐내고 플레임 소드로 목을 가르고 지나가니 대미지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몸이 움찔거린다.

오랜만에 하는데 잘 되려나.

옆에서 나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오는 검은 마법구들의 옆 부분을 카스카라로 밀어내듯 라이트 웨폰으로 전부 반사해 웨어타이거의 정면으로 날려 명중시키니 웨어타이거의 가슴에서 풍선 터지는 소리가 펑펑 들려왔다.

잠시 버티는가 싶더니 웨어타이거가 피가 다 달았는지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부터 해골 마법사들은 내 살아 있는 물약 통이자 마법 딜러들이다.

이거 때문에 일부러 어글을 먹고 내게 계속 마법을 쏘게 했다.

몹이 밀집된 지역으로 들어와서인지 아주 안 맞을 수는 없어서 움직일 때마다 몹들에게 여기저기 스쳐 HP가 쭉 떨어졌다.

빨리 근처를 장악해야 공간이 생기겠는데.

순식간에 차오른 마력으로 힐을 걸어 HP를 채운 뒤 다시 옆에 있는 갈색의 케이브베어에게 다가가 검을 휘두르니 케이브베어가 앞발을 크게 휘두른다.

이건 옆으로.

소드들을 교차시켜 앞발의 경로만 밀어내자 그게 바로 옆에 있던 트롤의 싸대기를 날려버렸다.

트롤이 공격받자 같은 몬스터라도 종족이 다르면 공격을 하는지 둘이 뒹굴고 싸우기 시작한다.

좋은 걸 알았네.

둘이 뒹굴면서 몹들이 이리저리 밀려나자 공간이 많이 확보됐다.

다시 쏘아지는 검은 마법구들을 전부 케이브베어와 트롤에게 반사하니 두 마리 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해골 마법사가 진짜 센 놈이네.”

마법을 직접 맞아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딜량이 장난이 아니다.

다섯 마리가 날 뒤따르면서 주변의 몹들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하자 꽤 넓은 빈 장소가 주변에 생겨났다.

이제 좀 살겠네.

HP가 널뛰기를 해서 불안했는데 카스카라와 힐 덕분에 시작이 좋다.

<불멸> 크크, 이런 미친놈. 그걸 그렇게 잡네.

―어때요? 죽이죠? 제 쫄따구들입니다.

<불멸> 하산해라. 더 가르칠 게 없도다.

곧장 해골 마법사 부대를 이끌고 주변을 쓸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움직일 공간이 생겨나니까 점점 맞는 횟수도 줄어 들어간다.

“한 번에 1킬 씩.”

드워프들도 주변에 덤벼들었다가 녹아버리고, 사마귀 형태의 맨티스도 길고 날카로운 낫을 휘두르다가 역시 녹아 사라졌다.

아주 좋아.

마법사 부대의 딜이 상상 이상이다.

주변을 돌면서 트렌트와 드라이어드까지 뒤꽁무니에 달았다.

근접 공격도 하지만 아까 대지 마법과 얼음송곳 마법을 각각 쓰는 걸 봤었으니까.

굳이 거대한 트렌트와 드라이어드까지 어글을 잡은 건 내가 빙빙 돌면서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하기엔 이놈들 보다 좋은 것이 안 보인다.

얘들은 내 비상용 목책 같은 존재다.

그대로 몬스터들을 달고 다니면서 피가 적은 홉고블린, 숲오크, 워울프, 헬하운드 순으로 빠르게 녹이면서 지나갔다.

한참 잡다 보니까 벌써 100마리를 잡고 레벨 업 까지 했다.

좋은데?

잠시 떨어졌던 체력과 마력이 풀로 찬다.

그와 동시에 보이스톡에서 팀원들이 고맙다고 외쳐댄다.

<챠밍> 마력 부족했는데 고마워요. 업해서 꽉 찼어요.

<이쁜소녀> 저도요. 체력 가득!

<방패전사> 덕분에 물약 아끼겠습니다!

<나르샤> 저도 고마워요. 주변에 궁수들은 제가 다 처리 중이에요.

<불멸> 살살 해라. 업이 너무 빠르다.

―빠르면 좋죠. 잘 돼가요?

<불멸> 어, 여기도 노 났네. 니가 중간에서 마법사들 다 데리고 가니까 점점 편해진다. 챠밍이 대놓고 마법 까는 중. 잘하면 나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쩐지.

내 킬 수도 킬 수인데 길드 킬 수도 만만치 않게 올라가는 중이다.

성벽 근처를 돌면서 잡고 다닌 것이 주효했다.

성벽 NPC들도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끝없이 강력한 석궁 화살을 날리니까 성벽에 붙는 몹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지금 내가 뒤에 끌고 다니는 마법 몹만 7마리인데 일점사하면 거대한 몹 빼고는 거의 빈사 상태가 된다.

중간에 죽으면 다른 걸 붙이고 하는 식으로 딱 적당한 수를 계속 유지 중이다.

저기 리자드맨 소굴이네. 가자.

다시 마법사 부대를 이끌고 리자드맨 쪽을 싹 녹여 버리니까 킬수가 확 늘었다.

거기다 다시 레벨 업.

몸 주변에 하얀빛이 퍼졌다가 사라진다.

이거 장난 아닌데?

필드에서 잡았으면 리젠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잡던지 계속 다른 몹을 찾아다녔어야 할 건데 지금은 그냥 전부 몹이다.

사방 천지가 몹이고 경험치다.

리자드맨을 싹 녹인 다음에 이번엔 상자 몹인 미믹과 맨이터 까지 싹 쓸어버렸다.

이속이 느려서 따라오지도 못하고 상자 시체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건 뭔가 주는 건가?

마법을 이리저리 피해 가면서 상자를 발로 툭 치자 쓰러지면서 열쇠 같은 것을 남기고 상자가 사라졌다.

일단 주워놓고 다시 전방의 숲오크 궁수 부대를 조지기 위해 움직였다.

나르샤가 열심히 잡고 있긴 한데 혼자 다 잡기에는 숫자가 많으니까.

“가자! 쫄따구들아!”

내가 자리를 옮기자 마법사 부대가 우르르 날 따라서 움직인다.

성벽을 향해 높이 활을 쏴 올리는 걸 달려들어서 목을 수차례 그어버리니 숲오크 궁수 한 마리가 그대로 녹는다.

숲오크는 지금 우리가 싸우기에는 정말 약하니까 붙기만 하면 바로 녹일 수 있다.

딱히 마법사 부대의 지원을 안 받고 바로바로 옆을 지나가면서 전부 목을 따줬다.

<나르샤> 고마워요.

―뭘요. 위에는 좀 할 만해요?

<나르샤> 네, 원거리 몹들이 많이 줄어서 좋네요.

―그럼 계속 수고.

다음으로 느려터진 좀비가 뭉쳐있던 곳을 밀고 지나가니 다시 레벨 업을 한다.

솔직히 이젠 어떤 몹이 어떤 공격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다가가서 마법을 반사시켜 잡기만 하면 되니까.

나 혼자서 올린 킬 수가 500, 위에 챠밍 쪽에서 잡은 몹이 거의 400마리 정도 된다.

파이어월을 능가하는 마법 부대라니.

어느덧 늘어난 10마리의 마법사 부대를 보니 뿌듯하다.

몹에 둘러싸이지 않게 파이어월의 영역을 걸치듯 왔다 갔다 하면서 성벽 주변을 돌아 계속 몹을 쓸고 챠밍과 나르샤가 지원을 하니 우리 팀들이 있는 바로 아래 성벽이 깔끔하게 지워졌다.

성벽을 타고 올라갔던 녀석들은 NPC 등의 도움을 받아 방패전사, 이쁜소녀, 재중이 형에게 모두 썰려 죽어버렸다.

파이어월에도 버티는 체력이 무지막지한 오우거 한 마리만 남기고.

저것만 잡으면 이 근처는 클리어다.

마법사 부대의 각종 마법을 사선으로 서서 죄다 쳐내 오우거에게 보내니 오우거의 등짝이 완전 넝마가 되어버린다.

이래도 안 죽어?

대체 HP가 얼마나 되는 거지?

으어어!

성이 난 오우거가 벽에서 떨어지더니 애써 모아둔 마법사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친. 안 돼.”

어떻게 모은 쫄따구들인데.

곧장 오우거의 뒤를 따라 달리면서 양쪽 종아리를 쉴 새 없이 카스카라와 플레임 소드로 그었다.

크억!

오우거가 성질이 나서 곧장 돌아 내게 큰 주먹을 휘둘렀다. 그대로 뒤로 빠지면서 쌍검으로 팔뚝과 주먹을 그어대니 오우거가 다시 빠르게 뛰어들어 반대 팔로 바닥을 확 휩쓴다.

아슬아슬하게 피했더니 이어서 다른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치는데 그 충격에 바닥이 푹 패여 버렸다.

이번엔 양팔을 동시에 바닥을 쓸어내리더니 두 손을 맞잡고 바닥에 크게 내려찍었다.

얼마나 강한지 충격파에 땅이 들썩거린다.

힘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다시 마법사 부대를 이용해서 마법들을 계속 오우거에게 작렬시키자 이번엔 몸놀림이 눈에 띄게 느려지더니 힘이 빠진 듯 무릎을 꿇는다.

도합 마법만 80발이 넘게 맞았는데도 안 죽네.

거기다 파이어월 위에서도 계속 버티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오우거의 뒤로 돌아 들어가 낮아진 몸체의 목을 사정없이 연속으로 그어대니 아이템 하나를 툭 떨어뜨리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레벨 업의 빛이 퍼진다.

경험치가 미쳐 날뛰는구나.

<불멸> 기어코 잡았네. 좋은 거 떴냐?

―확인해봐야 해요.

<불멸> 역시 오우거면 파워글러브 인가?! 그런 건가?!

혼자 주거니 받거니 질문과 답을 하던 재중이 형의 말을 들으면서 곧장 걸어가서 드랍 템을 확인했다.

―대박.

<불멸> 설마 진짜 파워글러브?

―떴어요!

이런 데서 대박이 뜨네.

다른 아이템은 다 의미 없다.

이거 하나면 끝이지.

『 +0 파워글러브 / 방어력 6 / 근력+5 』

바닥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묵직한 장갑을 보면서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