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2화 (62/1,404)

# 62

#62화 케르베로스 레이드 (3)

“준비는 다 했냐?”

“그냥 뭐, 기다리면서 메인 퀘스트 깨 놓고 렙업만 했죠. 그렇게 하라면서요.”

“솔직히 한두 번 참가시켜주고 싶었는데…… 그럼 분명히 나중에 말 나올 것 같아서, 깔끔한 게 좋지.”

“뭐, 챗창으로 구경 다 해서 별로 상관없어요. 영상 찍어 준 것도 다 봤고.”

직접 부딪쳐보면 더 좋았겠지만 재중이 형이 찍어다준 영상도 큰 도움이 됐다.

오히려 순간순간 돌려보면서 필요한 타이밍을 더 맞출 수 있으니 공략만 생각하면 이쪽도 괜찮다.

우리 팀도 모두 챙겨봤으니 크게 어렵진 않을 거 같고.

“정말 최소한으로 맞춰왔어. 너 실수하면 나 진짜 개 쪽 파는 거 알지? 얼마나 입 아프게 말해놓고 왔는데.”

“설마 제가 일부러 그러겠어요.”

“잘하자.”

잘해야지요.

나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이번에 정말 많은 것과 바꿔가면서 잡은 찬스다.

형은 어쩌면 길드가 쪼개질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하고 날 도와주고 있는 거고, 난 이번을 위해서 계좌까지 털어가면서 준비를 했으니 잘 안되면 둘 다 피곤해진다.

둘 다 위험성 있는 일에 배팅을 잔뜩 한 셈이니까.

그러니 잘해야 한다. 매우. 잘.

“너희 애들은 어때?”

“음, 다들 좀 과하게 준비를 해온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난 뭐 이 한 방에 사활을 걸었으니 그렇다 치고 우리 팀도 저렇게까지 할지는 몰랐으니까.

내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우리 팀이 저주받은 워울프 궁수와 마법사, 전사를 상대로 열전을 벌이고 있다.

보고 있으니 챠밍의 지팡이 끝에서 붉은 광채의 덩어리가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 파이어볼! 】

성인 머리 크기만 한 화염구가 생기더니 눈이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상대방 궁수의 몸에 날아가 맞더니 그대로 활활 타올랐다.

“대미지는 저게 아이스볼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그 상태로 다시 빠르게 영창을 해서 또 다른 마법들을 준비했다.

【 파이어 애로우! 】

파이어 애로우가 챠밍의 지팡이 끝에서 빠르게 생성되더니 곧장 궁수에게로 날아가 그대로 박혔다.

파이어볼이 맞은 곳에 다시 불화살이 꽂히니까 기름을 얹은 것처럼 맞은 부위가 더욱 불타오른다.

“저것도 중첩되지?”

“아시네요?”

저건 나 정도의 크리티컬 급으로 딜이 올라가진 않지만, 분명히 저것도 중첩이 되는 걸 확인했다.

어차피 마법 쿨타임 때문에 여러 번 중첩하기도 힘들고.

파이어월이 사기적인 이유가 저 중첩 때문이니까.

물론, 그건 한 자리서 계속 맞아줘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우리 애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플레임 소드야 그렇게 할 수 있는 놈이 없어서 몰랐지만 저건 쏘다 보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어. 중첩이 확인해 보니 마법사들 딜 더 내라고 만들어둔 거더라. 너처럼 쓰라고 만들어둔 게 아니라.”

하긴 날고 긴다는 인간들이 다 모여 있는데 아직도 이걸 발견 못 한다는 게 말도 안 되지.

파이어월이 파이어 애로우보다 아직은 구하기 힘들다고 해도 물량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물론 현금으로 땡겨야 해서 챠밍도 돈을 좀 썼다.

“거기다 네임드라…… 너희 애들 다 잘 사냐?”

챠밍의 양손에 아르쉴라에서 많이 쓰던 그 네임드가 들려 있다.

트윈 헤드 워울프 스태프.

“사장님이 구해다 주셨다네요. 진짜 템 구하시는 능력은 최고네요.”

“괜히 길드장이 아니지. 웃돈 좀 많이 줬겠네? 저것도 구하기 힘든데.”

“뭐, 저희한테 최고의 패가 있었으니까요. 적당히 얹혀줬어요.”

수정 덕분에 꽤 쉽게 구한 편이긴 하다.

난 마법사를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챠밍의 말로는 지력+1 만으로도 딜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하니까 바꿀 수 있다면 네임드를 쓰는 편이 낫다.

방패전사도 방어구를 전부 다 강화하거나 새로 샀고, 임시방편이지만 내 아이스 소드도 빌려 가서 쓰고 있다.

아무래도 인벤에 그냥 놀리기는 아까우니까.

나르샤는 그냥 +8짜리 활을 사 왔다.

네임드 활은 케르베로스를 잡아야 나오니까 물량이 하나도 없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그래도 다 괜찮은데 진짜 문제는 이쁜소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게임은 운빨이 진짜 크네요.”

『 +9 워 울프 투 핸드 소드 / 13 (4+9) ∼ 17 (8+9)

크리티컬 확률+1 (수정) 』

이 정도면 내 7강 플레임 소드보다 약간 아래인 정도다.

숨겨진 강화 옵션이 터지는 건 오히려 9강 쪽이 더 나으니 어떻게 보면 동급이고.

내가 광란의 강화를 한 날 눈빛이 이상하다 했더니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이쁜소녀의 손에 떡하니 +9짜리 양손검이 들려 나타나는 걸 보고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이다.

“저거 몇 개나 지르고 뜬 거냐?”

“그냥 저거 하나로 질렀다고 하던데요.”

“……쟤 진짜 강심장이네.”

7강짜리를 그냥 막 질러댄 거니 강심장이 맞다.

재중이 형도 같은 심정인지 저주받은 워울프 전사를 향해 양손검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고 있는 이쁜소녀를 보고 그저 어이없이 웃는 중이다.

아마 챠밍이 옆에서 안 말렸으면 전 서버 최초로 10강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고이 접어두었다.

“크리티컬이 착착 붙겠네. 푸른 수정까지 박아놨으니.”

재중이 형이 9강을 본 소감은 그게 끝이다.

“생각보다 많이 안 놀라시네요.”

“9강을 처음 본 건 아니니까. 길드에 있기도 하고.”

“음…….”

이건 내가 놀라야 할 타이밍인가.

1서버는 확실히 1서버네.

돈 쓰는 게 다르다.

“좋네. 준비는 다 된 것 같고. 일단 이 팀에는 내가 들어올 거야. 한 팀 더 준비했는데 그건 사장님이 맡을 거다.”

“형이 같이 안 해도 괜찮아요?”

“뭐 그 정도로 약해빠진 사람들은 아니니까.”

표현이 애매하네.

“플레임 소드에 대해선 다 말한 상태에요?”

“어, 그거 말 안 해주면 설명이 안 되니까. 두 팀으로만 케르베로스 잡으러 간다니까 아주 학을 떼던데. 간만에 미친 놈 취급당했다. 네 덕에.”

간만에라는 걸 보니 전에도 그랬다는 말이네. 괜히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분배는 신경 안 써도 돼. 우리 팀 사람들 딱히 이번 네임드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서.”

네임드에 관심이 없어?

“그럴 수 있어요?”

“어, 그럴 수 있지. 우리 팀 사람들 들고 있는 템 보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다들 템 자체가 좋은 건가? 네임드에 관심이 없을 정도면 이미 네임드를 가지고 있거나 노멀로 꽤 고강이거나 둘 중 하나.

아까 9강 이야기를 들어보면 후자 쪽에 가까우려나.

“뭐, 우리 계획대로 잘 풀렸을 경우에 네임드는 한 개만 넘겨주고 너 다 먹어라.”

이건 생각보다 통이 큰데?

갑자기 재중이 형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

“그렇게 먹어도 탈 안 나요?”

“보자, 원래 우리가 레이드 들어간 인원에서 쓸데없는 인원 다 빼고 딱 너희가 들어오는데 클리어가 된다? 그럼, 우리 팀들도 어느 정도 기여도인지 뻔히 알 거다. 그 정도도 모르면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지.”

“그걸로 납득이 되나 보네요.”

“애초에 아이템보다는 다음 지역에 더 관심이 철철 넘치는 애들이라서. 넌 아직 선점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나 보네. 조금 앞서가는 걸로 수배는 뽑아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신경 꺼도 돼.”

남들보다 앞선 정보라는 건가.

하긴 나도 재중이 형이 수시로 앞선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으면 아르쉴라에서 그 정도로 크기가 힘들었을 거다.

“어차피 너 아니었으면 몇 배는 시간이 더 걸릴 작업이었는데 지금 넘어가면 한참을 앞서갈 수 있으니까.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 이 시작지점 말고도 이제 다른 네 곳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이건 큰 이점이지. 그리고 길드 애들끼리 깼어 봐라. 템 배분 다 하고 나면 실제로 손에 남는 것도 별로 없어. 그거에 비하면 한참 남는 장사지. 넘어갈 수만 있으면.”

“그럼 먹죠.”

알아서 양보한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건 내 밥그릇을 내가 차는 셈이지.

***

내성을 들어가기 전에 재중이 형이 데리고 온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장님을 포함해서 총 7명.

그중 한 명은 이미 아는 사람이다. 전에 큰 활을 들고 있던 주홍색 롱 헤어의 수아.

활을 처음 보는 거라 그땐 몰랐는데 저 감청색의 거대한 활이 케르베로스가 드랍하는 네임드인 모양이다.

성능이 궁금하네.

사장님과 수아를 잠시 보고 고개를 돌리니 다른 다섯 명의 남녀가 멀리 서 있다가 재중이 형을 보고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다.

“순서대로 슬이아빠, 체리, 천둥, 해신, 아이꿍.”

슬이아빠는 라지 쉴드를 보니 탱인 모양이고, 체리는 양손에 나처럼 검을 하나씩 들고 있다. 천둥은 처음 보는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있고, 해신은 양손검을, 아이꿍은 지팡이를 가진 것이 마법사로 보인다.

“아이디가 다들 독특하네요.”

“그런 걸로 치면 너희 쪽도 만만찮을걸.”

하긴 내가 그런 말 할 처지가 안 되지. 아이디 짓기 귀찮아서 내 이름을 줄여서 쓰는 중이니.

“검을 두 자루 쓰는 여성 분도 있네요.”

“어, 너처럼 쓰기는 하는데 너랑 쓰는 방식이 좀 많이 달라. 넌 거의 치고 들어가서 양손 모두 공격 위주로 싸우는 스타일이라면 쟤는 치고 빠지는 식이지.”

역시 사람마다 다 방식이 다르구나.

우리 팀과 재중이 형네 팀이 간단하게 인사만 마친 후 서로 작전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작전 설명을 거의 슬이아빠가 하는 중이다. 한참 동안 설명이 끝난 후에 재중이 형이 질린다는 식으로 머리를 집는다.

“어휴, 대충 좀 하지. 무슨 초 단위로 작전을 짜와. 누가 그거 다 기억한다고.”

“굉장하네요.”

“굉장하긴, 머리만 아프네. 자기가 짜둔 계획대로 안 풀리면 얼굴 벌게지는 사람이야. 얼마나 피곤한데.”

“그래도 저렇게 하는 거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방패전사 님하고 바꿀까?”

“아뇨, 누굴 데려갈려고요.”

재중이 형도 웃고 나도 웃었다.

“그럼, 진짜 가보자. 다들 모이세요.”

내성까지 가는 길에 가볍게 몸풀이로 몇 마리를 녹이면서 지나가다 보니 어느새 내성 입구까지 왔다.

“자! 가보자.”

재중이 형이 내성 입구로 걸어 들어가자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내성 안으로 들어오는 건 처음이네요.”

방패전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내성 안은 외성과 다르게 건물들이 거의 없는 대신 밖에서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었을 것만 같은 중세 건물들이 넓은 정원들 사이로 반쯤 부서져서 여기저기 잔해를 뿌리고 있을 뿐이다.

“여긴 몹이 없어요. 아직은 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재중이 형이 앞서 걸어가면서 방패전사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내성의 중앙 정원을 지나 내성 중간쯤 도착하니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남작성의 건물에서 귀곡성과 같은 바람소리가 흘러나온다.

“매번 와도 여긴 분위기가 죽이네.”

재중이 형의 말에 딱히 누구도 대답은 하지 않는다. 챠밍과 이쁜소녀는 벌써 바싹 긴장한 모양이고 나르샤도 조금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1층 건물 안은 그래도 주변에 약간의 빛이라도 있어서 모두 크게 불편함이 없이 2층과 지하로 가는 층계까지 걸어 들어갔다.

“자, 이제 지하로 내려갈 겁니다. 가시죠.”

재중이 형이 성큼성큼 앞장서자 뒤를 따라 재중이 형네 팀이 따라 들어갔다.

아이꿍이 바로 라이트를 켜서 재중이 형의 시야를 넓혀줬다.

“저희도 가죠.”

정말 계단 아래쪽은 무저갱처럼 어둡다. 재중이 형네가 멀어지는 족족 어둠이 계단을 잡아먹는다.

“여기 진짜 싫어요…….”

이쁜소녀가 주변 분위기와 맞물려 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저도 모르게 한마디를 해버린다.

“잠시만 금방 밝혀줄게.”

챠밍이 라이트를 켜자 그제야 주변이 환해지면서 이쁜소녀의 표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앞장서자 뒤로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가 계단을 따라 내려온다. 방패전사는 혹시나 해서 제일 뒤에 따라오는 중이고.

한참 계단을 내려가니 재중이 형네가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영상에서 보는 것보다는 좀 넓어 보이네요.”

“우리가 날뛸 장소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의외로 지하 공간임에도 굉장히 높게 지어져 있다. 아마 보스 때문에 그렇게 지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점프를 해서는 절대 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이다.

제단 같은 규모에 살짝 감탄하면서 재중이 형네를 따라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이곳 자체가 목적을 가지고 지어진 모양입니다.”

방패전사가 두리번거리면서 무심결에 말하니 재중이 형이 바로 답을 줬다.

“거짓된 신앙이라…… 케르베로스 같은 걸 이렇게 모시고 사니 쫄딱 망하지.”

메인 퀘스트의 내용 중에 마지막 글귀다. 재중이 형이 말한 내용도 그것과 같고.

거짓된 신앙.

로스트 스카이의 뼈대가 되는 악마 신앙이 여기서부터 나온다.

방랑하는 숲에서 시작해서 유저들이 피난민 마을의 오크 족장들을 죽여 봉인을 약하게 만들고 잊혀진 고성이라는 이곳 유적지에서 케르베로스를 없애야 비로소 제대로 된 정화가 끝나는 것이다.

남작가에서 악마의 유혹에 빠진 일가가 사람들을 제물로 바쳐서 암흑 기운을 뿌리고 우리는 그걸 다시 없애는 그런 신화적인 이야기의 한 부분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셈이다.

한참을 지하석실 같은 곳을 지나서 들어가니 머리가 세 개 있는 거대한 늑대를 새겨놓은 석문이 나타났다.

“자, 이제 문을 엽니다.”

***

문을 열고 들어간 공간은 거대한 정면에 피로 물들어진 거대한 제단이 있고 그 아래로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지하 제단 특유의 퀴퀴함과 기분 나쁜 해골 장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피 웅덩이 위에서 세 개의 머리에 그 크기는 사자의 두 배가 넘어 보이는 케르베로스의 머리들이 눈을 반개하면서 거친 숨을 쉬고는 우리를 바라보는데 피부가 오싹거릴 정도의 어떤 감각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장난 아니네요.”

“어, 긴장 타라.”

“우리 팀 애들은 쫄 처리하고 트랩들 처리해야 하니까 신경 끄고 너희랑 나는 할 것만 잘하면 돼.”

“네, 가죠.”

“방패전사 님은 가급적 정면요, 최대한 직격 피하시고, 넌 오른쪽 난 왼쪽 간다. 이쁜소녀 님은 가능한 후방으로 가시고, 챠밍 님 위험할 때 바로 힐 들어와야 합니다. 나르샤 님은 움직임을 막게 풀 차징 계속 준비해 주시고. 그리고 두 분 다 여차하면 바로 뛸 수 있게 주의하세요.”

재중이 형이 각자 기본적인 포메이션을 정해준다.

“케르베로스가 회전해서 돌면 각자 변칙적으로 알아서 대응해요. 반드시 위치 사수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갑니다.”

재중이 형을 시작으로 나와 방패전사가 먼저 나섰다.

이쁜소녀는 아예 빙 둘러서 후방으로 가는 중이고.

우리가 접근하자 케르베로스의 3쌍의 눈에서 빛이 나더니 곧장 찢어지는 듯한 하울링을 한다.

“크르르!”

그와 동시에 케르베로스 주변 바닥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것 같은 기묘한 문양의 마법진이 발생하더니 트윈 헤드 헬하운드 세 마리가 동시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사장님!”

재중이 형이 사장님을 보면서 곧장 소리친다.

“말 안 해도 알아. 두 명씩 붙고 빨리 처리한 쪽 도와!”

사장님과 체리가 한 마리를, 슬이아빠와 아이꿍, 천둥과 해신이 각각 한 마리씩 맡기 시작했다.

일단 저쪽은 알아서 할 것 같고 이젠 여기가 문제다.

방패전사가 앞에 나서서 아이스 소드로 몇 번 견제하니 케르베로스가 좋다꾸나 하면서 달려들어서 이빨로 마구 방패전사의 라지 쉴드를 물어뜯는다.

“슬슬 시작하자.”

재중이 형이 저 창을 드는 것도 오랜만에 보네.

스파크 윙드 스피어로 케르베로스의 목 중 하나를 크게 베어내니 전기가 흐르는 이펙트가 생기면서 순간적으로 케르베로스가 움찔거리는 것이 보인다.

효과 좋은데?

진짜 범용성 면에서는 저 무기만 한 것이 없어 보인다.

나도 달려들어서 7강 플레임 소드로 아주 약간 움직임이 느려진 케르베로스의 옆구리를 그었다.

목을 노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 급하게 딜을 쌓으면 어글 관리가 개판이 된다고 하니까.

일부러 조금 딜이 적게 들어가는 곳으로 골라서 공격을 시작했다.

근데 딱히 어글 같은 것이 적용이 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케르베로스가 급하게 몸을 돌리더니 아무것도 하지도 않은 이쁜소녀에게 갑자기 달려들었다.

“어?!”

이쁜소녀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달려드니 깜짝 놀라서 양손검을 있는 힘껏 들어서 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를 후려쳤다.

컹!!

“나이스!”

“제대로네.”

후려치기 무섭게 케르베로스의 머리가 휙 돌아갔다가 겨우 원래 위치를 찾는다.

정말 제대로 된 카운터로 완벽한 순간에 스윙하듯 딜을 넣으니 저런 반응까지 나오네.

한 대 거하게 맞아 정신을 놓았던 케르베로스가 이번엔 세 개의 입에서 각각 화염, 냉기, 뇌전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피해, 그거 못 막아.”

이쁜소녀가 재중이 형의 말을 듣자마자 왼쪽으로 슬라이딩하듯 굴렀다.

구른 자리 위로 일자로 쭉 뻗어진 화염, 냉기, 뇌전 브레스가 바닥을 긁어 올린다.

“오케이 쿨 뺐다. 잘했어요.”

재중이 형의 칭찬에 이쁜소녀가 구르다 일어나서 꽤 좋아하는 모습이다.

원래 슬이아빠가 말해준 대로라면 세 개의 머리가 각기 따로 브레스를 쏜다고 하는데 벌써 어긋나기 시작했다.

“뭐, 이게 더 좋은 거겠죠?”

“어, 이게 100만 배 좋다. 쿨 재기 편하고. 대신 잘못 맞으면 3배로 털린다.”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다시 재중이 형과 내가 자리를 잡고 딜을 넣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완전 반대로 돌아간 상황.

방패전사는 급히 이동해서 다시 앞을 맡기 시작했고 이쁜소녀는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딜을 넣다가 후방으로 점점 빠졌다.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자 챠밍과 나르샤에게서도 마법과 화살 지원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순조롭네.”

재중이 형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케르베로스가 머리를 획 돌리더니 챠밍과 나르샤가 있는 곳으로 잔광이 보일 정도의 속도로 돌진해 버렸다.

“피해!”

나르샤와 챠밍이 이미 영상을 많이 돌려봤는지 케르베로스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미리 준비한 대로 정말 급하게 뛰어서 아슬아슬하게 케르베로스에게 물리지 않고 빠져나왔다.

“휘유. 간 떨리게 하네.”

“알고 피해도 저렇게 아슬아슬하네요.”

정말 발 한 발짝만 늦게 땠어도 몸채로 씹히는 걸 보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땐 진짜 말도 못 하게 씹혔다.”

“네, 영상 보니까 답도 없더라고요.”

다시 우리가 달려들어서 주변을 포위하자 브레스가 또 한 번 쏘아져 나온다.

이거 튕겨내 지려나?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멈칫한 사이 재중이 형이 슬라이딩하듯 날아들어서 날 끌어안고 반대편으로 굴렀다.

“너 이럴 줄 알았지. 내가 이미 다 해봤다. 왜 피하라고 하겠냐.”

역시 재중이 형이네.

내 생각을 읽은 것뿐만 아니라 내가 망설이는 것을 미리 포착해서 브레스의 궤적이 안 닿는 곳으로 날 잡고 같이 굴렀다.

“내가 니 머리 꼭대기에 있다. 이건 안 돼.”

“네, 안될 모양이네요.”

“단발형은 어떻게 튕겨내겠는데 저건 지속형이라.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이 싸움은 길어. 물약 아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우리가 엎어진 사이 다시 케르베로스가 챠밍을 노리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챠밍이 두 번째는 좀 더 여유 있게 스탭만으로 피하더니 그대로 파이어볼로 반격까지 했다.

“하, 잘하네. 연습 많이 했나 본데?”

“매일 했죠. 매일.”

전에 재중이 형이 연습시켜준 피하면서도 마법을 계속 시전 하는 것을 챠밍이 지금 써먹고 있는 중이다.

“좋은 학생이구만.”

챠밍을 보니 파이어볼에 이어 파이어 애로우로 공격했던 위치에 다시 공격하고 있다.

“혹시?”

“어, 딱 니가 공격하던 곳이네. 센스가 철철 넘치는구만. 저 애. 얼른 가봐. 이어받아야지.”

재중이 형의 말에 얼른 달려가서 방금 챠밍이 공격했던 위치에 플레임 소드를 그었더니 화염 대미지 이펙트가 그대로 살아 있다.

이게 연계가 될진 생각도 못 했는데…….

“잘하셨어요. 진짜 센스 좋으시네요.”

“그냥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어요. 그럼 전 떨어질게요.”

챠밍이 내 칭찬에 환한 미소를 짓더니 곧장 케르베로스에게서 떨어졌다.

챠밍이 살려준 불씨를 살려 계속 딜을 넣으면서 주변을 보니 헬하운드도 거의 다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근데 조금 더 딜을 하니까 또 케르베로스가 멀리 있던 나르샤를 향해 뛰쳐나갔다.

하…… 대체 왜 저리 날뛰는 거야.

“이거 다 좋은데 케르베로스가 생각보다 너무 날뛰는데요? 이래선 딜을 넣을 수가…….”

“왜 이러지?”

영상에선 이 정도로 자주 튀어나가지 않았는데 유독 심하게 움직인다.

“딜 패턴이 달라서 그런가…… 수가 적어져서 그런가 변수가 너무 많네. 슬이아빠! 이거 왜 이래요?”

헬하운드를 협업해서 잡고 있던 슬이아빠가 고개를 휙 돌리는데 얼굴이 벌겋다.

계획대로 안 되면 저렇다더니…….

이미 계획하고는 한참이나 벌어진 상태다.

“아마 딜량이 많아서 평소보다 페이즈가 빨라지는 것 같네요.”

“오케이, 접수. 주호야 그냥 냅다 후려갈겨. 빨리 넘어가자.”

“저보고 죽으란 소리네요. 어그로를 다 먹으라니.”

“어차피 어그로 먹히지도 않겠네. 딜 많이 넣어도 애들한테 돌진하면서 어그로가 초기화되는 것 같은데? 돌진하고 난 뒤에 너한테 다시 안 붙잖아.”

생각해 보니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에게 급돌진을 하고 난 뒤에 그냥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들었네.

“그렇다면 제대로 가볼게요.”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목 부분을 플레임 소드들로 냅다 그어대기 시작했다.

“크어엉!”

“반응 좋고. 더 질러!”

재중이 형도 옆에서 따라붙어 최대한 딜을 넣는대도 재중이 형을 볼 생각도 안 한다.

그러다 한 번씩 아무 징조도 없이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를 향해 돌진을 했고 중간중간 헬하운드를 불러내면 사장님 팀이 달려들어서 바로 해결했다.

그렇게 계속 공격을 퍼붓기를 몇 분이 지나자 갑자기 케르베로스가 제 자리에서 멈췄다.

“2페이즈다. 진짜 시작이네. 긴장해.”

재중이 형의 경고와 함께 길드 사람들을 순식간에 1/3이나 녹여 버린 그 2페이즈가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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