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0화 (60/1,404)

# 60

#60화 케르베로스 레이드 (1)

“미쳤네.”

“미쳤어요.”

“정말 미쳤네요.”

“어우, 미친 척 지르시네.”

재중이 형, 이쁜소녀, 챠밍, 방패전사가 차례대로 날 미친놈으로 만들기에 동참했다.

그래, 좀 미치면 어때.

네임드 7강이 떠버렸는데.

노멀 무기로 치면 9강보다 훨씬 윗줄이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살면서 이렇게 긴장하면서 뭔가를 간절하게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이런 건가?

플레임 소드 7강을 들고 한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재중이 형이 결국 한마디 했다.

“닳겠다. 하루 종일 보고 있을래.”

재중이 형의 말에 플레임 소드에 눈을 떼고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지금은 무슨 소리를 들어도 좋네.

“목표 이상으로 챙겼네요. 플레임 소드 7강.”

거기에 플레임 소드 6강 하나가 더 있는 상태다. 제물로 산 워울프 6강들은 다시 되팔아도 되고.

강화를 더 해도 되긴 하는데…….

일단 여기서 멈추는 것이 제일 낫긴 하다.

“아쉽지 않아? 거기서 8강…….”

사장님이 옆으로 슬쩍 와서 바람을 넣는데 이번엔 내가 바로 거절을 했다.

“솔직히 8강은 무리 같아요.”

나도 사장님 말씀처럼 어지간하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긴 한데 여기서 좀 더 하면 개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오싹오싹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운이 좋은 사람에게 강화를 맡길 수도 있겠지만…….

사장님이 예전에 강화했을 때와 같이 잘되면 서로 웃겠지만 잘 안될 경우에는 답도 없다.

서로 불편해서 어떻게 얼굴을 보고 사나 싶기도 하고.

평가액이 1억이라는데 이걸 강화해 보라고 던져주는 건 서로 너무 부담이지.

저 아이템 하나에 플레임 소드와 워울프 소드, 강화석 등을 다 갈아 넣었는데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깔끔하게 여기서 끝내죠.”

내 말에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다. 사장님만 좀 아쉬워할 뿐.

사장님, 그거 안 된다니까요.

사실 진짜 이번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빨리 강화가 되어주는 것과 터지고 또 터진 다음에 나중에 붙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이미 목표 이상으로 건졌다.

돈이 목적이었으면 더 할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돈을 보고 강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순수하게 내가 계획한 것을 하기 위한 물건이다. 이건.

“그래, 이제 물어볼 때도 된 것 같네. 대체 플레임 소드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냐? 솔직히 너 정도면 5강만 해도 차고 넘쳐. 니 컨트롤이면 그것만 가지고 딜 해도 어지간한 애들 다 따라잡을 건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되네.”

재중이 형의 얼굴에 궁금함이 한가득이다.

사실 서프라이즈로 직접 보여주려고 하다가 말하는 타이밍까지 넘어가 버렸다.

헬하운드 테이밍 때는 계속 아이스 소드만 쓴 데다가 한 마리 한 마리 아껴서 테이밍 해야 해서 아예 플레임 소드를 넣어버렸으니까.

“직접 보여드릴게요. 이건 두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그냥 속 시원히 말해주고 싶은데 이왕 서프라이즈하기로 한 것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재중이 형이 깜짝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해야 하나.

확실한 확인을 위해서는 피가 최대한 많은 몹을 잡아봐야 한다.

나를 따라 포탈을 타고 모두 1구역으로 이동했다.

저주받은 워울프 투사의 체력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확인이 될 것 같아서 대로를 들어가는 둥 마는 둥 전에 많이 잡아봤던 투사의 순찰로에서 기다리자 멀리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온다.

“일단, 제가 먼저.”

습관적으로 방패전사가 라지 쉴드를 들고 돌격하려던 걸 내가 어깨를 잡아서 말렸다.

“저 혼자 해볼게요.”

내 말에 방패전사가 라지 쉴드를 그대로 내린다.

내가 오크 족장을 혼자서 상대하던 것을 봐서 그런지 우리 팀은 누구도 날 말리거나 하진 않는다. 나르샤는 방패전사에게 들은 모양이라 마찬가지고.

재중이 형은 그저 팔짱을 끼고 완전 구경하는 모습이 됐다. 이건 참가하지 않는다는 뜻.

“너 혼자서 저걸 잡겠다고?”

사장님이 플레임 소드를 두 개 모두 꺼내든 날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사장님 상식 안에서는 이래서는 안 되는 모양이네.

“뭐, 보시면 알아요. 다녀올게요.”

내 말에 사장님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것을 뒤로하고 바로 저주받은 워울프 투사에게 달려갔다.

우어어!

피 칠갑을 한 검은 갑옷을 입은 투사가 내가 접근하자 곧장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양손의 배틀 액스를 휘두르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 라이트 소드! 】

투사가 쓰는 라이트 소드와 동급으로 싸우려면 이쪽도 라이트 소드를 써야 한다.

내 플레임 소드들에 하얀 기운이 맴돌면서 붉은 검신과 어우러져 빛나기 시작했다.

투사가 나를 노리고 강하고 빠르게 내려치는 배틀 액스를 7강으로 강화된 플레임 소드로 배틀 액스의 날만 미세하게 긁듯이 빗겨내니 배틀 액스의 궤적이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휘면서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맨땅에 가서 처박혔다.

시선을 슬쩍 돌려 HP 잔량을 확인하니 타격이 됐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깎여 있다.

이건 안 깎인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

전투 중 자연 회복력으로 순식간에 HP가 풀로 돌아간다.

확실히 비싼 값은 하네.

땅에 처박힌 배틀 액스 때문에 자세가 낮아진 투사의 목덜미를 두 번 연속으로 베어내자 투사가 바로 고함이 섞인 비명을 지른다.

반응을 보니 대미지도 괜찮은 모양이고.

지금까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강화 좀 더 됐다고 완전 명품으로 바뀐 느낌이다.

다시 휘둘러지는 반대편 배틀 액스도 6강 플레임 소드로 교차하듯 쳐냈다.

확인해 보니 7강으로 빗겨 칠 때보다 내 HP가 눈에 보일 정도로 더 내려갔다.

6강과 7강 차이가 생각보다 더 있는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이 말한 단순히 표면으로 보이는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옵션이나 수치들이 강화마다 걸리는 것 같다.

열이 잔뜩 오른 것 같은 투사가 다시 횡으로 배틀 액스를 강하게 휘두르는데 중간에 배틀 액스의 아랫부분 날만 슬쩍 쳐서 밀어 올리니 자기가 휘두르던 힘을 감당 못 하고 완전 우스운 모양으로 팔이 들려져 배틀 액스가 하늘을 향해 날았다.

그대로 다시 목덜미를 플레임 소드로 정확히 같은 곳을 그으니 이번엔 투사가 멈칫하는 것이 곧 경직이 올 것 같은 느낌이 온다.

다시 내려치는 배틀 액스를 빗겨내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니까 저주받은 워울프 투사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해보고 의미 없이 허공으로 배틀 액스만 휘두르고 있다.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서 계속 같은 곳을 플레임 소드로 그어대니 결국 경직이 걸렸는지 배틀 액스들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경직이 걸려서 가만히 있는 투사는 이제 그냥 밥일 뿐이다. 그대로 7강과 6강 플레임 소드를 있는 힘껏 휘둘러서 목을 계속 그어대자 투사가 2분도 안 돼서 쓰러지면서 아이템만 남기고 죽음의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

“허…… 저게 대체 뭐냐?”

지켜보시던 사장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치 꿈결인 것처럼 멍한 음성으로 겨우 말을 꺼내신다.

그만큼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장면이니까.

딱히 누구에게 대답을 얻고 싶어서 말을 꺼냈다고 보기엔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

너무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말처럼 느껴질 정도의 물음이다.

상식이 무너질 때, 딱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건 상상 이상인데?”

재중이 형도 어느새 팔짱을 풀고는 내가 사냥하는 모습을 꽤 심도 있게 바라봤던 모양새다.

이전에는 팀이 다 붙어서 거의 5분 넘게 싸워야 잡았던 몹을 혼자서 2분 안에 녹여 버렸다.

그것도 피해가 거의 없이.

기존 4강 무기로 빗겨낼 때와 7강 6강으로 빗겨낼 때 줄어드는 HP량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거기다가 크리티컬 증폭도 양 플레임 소드에 전부 박혀 있고 재중이 형이 말한 기본적으로 강화빨에서 오는 크리티컬 증폭도 한몫한 것 같다.

그럼에도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폭발적인 대미지량.

“굉장하네요…….”

방패전사가 신음을 흘린다. 우리 팀이야 내가 이러는 것을 자주 봤으니 덜하긴 한데 이렇게 빨리 녹일 줄은 나조차도 몰랐으니.

챠밍과 나르샤도 좀 놀란 표정이다.

그리고 내 플레임 소드를 바라보는 이쁜소녀의 눈빛에 예사롭지 않다.

기이한 열망이 느껴지는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쟤 어디 숨어서 혼자 강화하는 거 아닌지 감시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서프라이즈가 이거냐?”

“어때요?”

내가 서프라이즈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하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보인다.

“날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한 거면 솔직히 좀 놀라고 있는 중.”

재중이 형을 놀라게 해주려면 이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 한다는 거네.

재중이 형이 상당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 플레임 소드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 그거 대체 뭐냐? 플레임 소드에 중첩 기능이 있었어?”

역시 재중이 형은 설명조차 안 했음에도 단번에 알아본다.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대미지량이 계산되어 있을 건데 그걸 완전 상회하는 대미지가 터져 버리니까 곧장 답을 찾아낸다.

“바로 알아보시네요. 솔직히 저도 이 정도로 터질 줄은 몰랐어요. 강화하기 전에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힘들었거든요.”

전에 혼자 있을 때 연습 삼아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땐 물약을 계속 먹어야 가능했고 시간도 지금보다 훨씬 오래 걸렸는데 이제야 확신이 선다.

이건 된다고.

“이젠 별걸 다 찾아내는구나.”

재중이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본다.

“저도 그냥 하다 보니까 알게 된 거라서요.”

“내가 이 게임 사장이었으면 넌 바로 아웃이야. 뭘 종류별로 이리저리 다 찾아내냐.”

“아시니 다행이네요.”

재중이 형과 내가 마주 보면서 웃었다.

웃고는 있는데 지금 재중이 형 머릿속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그 중첩 때문에 그렇게 플레임 소드를 모으고 강화를 한 거냐?”

“네. 원래라면 훨씬 적은 수로 강화했을 건데 뜻하지 않게 테이밍이 터져줘서요.”

정말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다.

사냥터를 통째로 먹고 몰이를 하질 않나, 테이밍으로 크게 한몫 잡아서 레벨, 금전 두 가지를 순식간에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금 내 손에 들린 플레임 소드들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겨우 투사 따위 잡자고 그 돈 들여가면서 그렇게 강화하진 않았을 거고…… 저기냐?”

재중이 형이 검지를 들어 멀리 보이는 내성문을 가리킨다.

잊혀진 고성 최종 지역 내성.

늑대 지역 마지막 네임드 보스 케르베로스가 있는 곳.

역시 재중이 형은 한마디만 해도 모두 알아듣는다. 이래서 형이 좋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일어나는 사건을 통째로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네, 애초에 처음부터 목표는 정해져 있었어요.”

“이놈 봐라. 오자마자 사고 치려고 그러네.”

“그냥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써먹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다행히 제때 기회가 왔고. 형 항상 입에 달고 살잖아요. 아무도 없는 사냥터. 그거 이번에 한번 해보려고요.”

기회가 왔으니 이번에 확실히 남들보다 앞서서 가볼 생각이다. 항상 뒤만 따라다니다가 한 번쯤은 이렇게 마음대로 치고 나갈 수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거기다 케르베로스 네임드 템도 솔직히 탐나고.

아이템 목록이야 이미 다 들어서 알고 있으니 궁금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내 손에 다 넣고 싶은 마음이다.

이걸 위해서 그렇게 마음 졸여가면서 잘 해보지도 않은 강화를 억지로 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플레임 소드들은 강화해서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내가 쓰기 위해 강화를 한 것이다.

돈이 엄청 깨질 것을 각오하고.

만약에 고강 플레임 소드를 누군가 팔았다면 그냥 돈 주고 샀을지도 모르겠네.

재중이 형 말로는 강화되어 있는 템을 사는 편이 훨씬 돈이 적게 든다고 하니까.

나와 재중이 형의 눈빛이 중간에 얽힌다.

전 준비가 끝났는데 형은 어떠냐고 물어보듯이 계속 쳐다보니 재중이 형이 한참을 쳐다보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아, 진짜. 매번 고민할 거리를 가져다주니까 심심하지가 않아서 좋네, 좋아.”

재중이 형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천진난만한 미소라니.

저건 좀 확실히 사기네.

“보자……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길드겠네.”

하, 진짜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나?

독심술이라도 익힌 건가?

“형, 어디 가서 사기 치고 그런 거 하지 마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아뇨, 그냥 해본 소리에요.”

“실없기는.”

저렇게 사람 생각을 앞지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만한 재능이다.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꽤나 진중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 형 믿냐?”

“네?”

뜬금없이 자길 믿는지 물어보다니.

“판을 깔아줄게. 먹고 못 먹고는 해봐야 알겠지만. 이건 전부 너한테 달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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