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화 (59/1,404)

# 59

#59화 여기가 도시섭? (15)

“강화는 말이지 제물이 필요해.”

내가 플레임 소드를 10개 들고 강화를 한다고 하니까 재중이 형이 옆에서 훈수를 뜨기 시작했다.

“제물요?”

“어, 니가 강화할 걸 수십 자루 더 준비해놓고 지르는 거야.”

수십 자루? 말이 안 되는데?

“플레임 소드를 그렇게 어떻게 구해요. 지금도 힘들게 모았는데.”

“플레임 소드가 아니고, 그냥 일반 아이템.”

“그걸 왜 준비해요?”

“음, 이를테면 4강에서 5강 갈 때 미리 제물로 몇 개를 강화해 보고 몇 개가 연속으로 터지면 그때 플레임 소드를 강화하는 거지.”

“그거하고 플레임 소드하고 같나요? 어차피 다른 템이잖아요.”

“그래, 그건 맞지. 근데 확률이라는 것을 제물로 미리 재어보는 거야. 몇 개가 5강 가다가 터졌으면 이제 하나가 뜰 때가 된 거지.”

“그거 수학적으로 맞는 건가요?”

내가 듣다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으니 바로 태클에 들어갔다.

재중이 형이 내 말에 피식 웃는다.

“사실 나도 그렇게 신용하는 건 아닌데. 일단 제물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편해져.”

“근데 그러다 제물이 강화되고 플레임 소드만 깨지면요?”

“음…… 망하는 거지 그건.”

망한다는 말을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할 수가.

“뭐, 제물이 강화되면 다음에 강화할 때 또 써먹어도 되니까.”

“형은 네임드 강화할 때 그렇게 했어요?”

“어, 난 저거 띄우려고 수십 자루 준비해놓고 했지.”

결국, 케르베로스 스파크 윙드 스피어를 6강으로 띄우긴 했으니까.

이건, 경험인가…… 믿어도 되려나?

“뭐, 이렇게 해도 결국은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돼.”

“마지막 말이 핵심이네요.”

재중이 형이 한마디 훈수를 두고 강화할 때 부르라고 하고는 길드원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터지는 거 구경하려고 그러나.

“방패전사 님도 그런 식으로 강화해요?”

내 질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방패전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저도 강화할 때 제물을 많이 쓰는 편이죠. 아무래도 확률상 이때 성공하겠다 싶을 때 하면 그나마 좀 잘 되는 편이라고 믿고 있어서요.”

결국 저것도 운이라는 거다.

“강화될 건 강화되고, 터질 건 결국 터진다는 거네요.”

“음, 너무 한 개를 가지고 계속 강화하면 결국 터지죠. 운이 정말 로또 맞을 확률로 나와 주지 않는 이상은요. 5, 6까지 잘 뜨더라도 7에서 터질 수도 있고 7이 되었는데 욕심내서 또 하면 8가다가 터질 수도 있기도 하죠. 한 가지 템으로 연속으로 강화가 성공하려면 구간 전체로 봤을 때 확률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셈이죠.”

수학 확률의 문제인가?

제물은 일종의 버리는 확률에 들어가는 녀석들이라는 소리네.

“뭐, 가끔 미쳐서 연속으로 쭉 강화가 돼서 난리 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정말 아주 가끔. 근데 그게 무기가 아니라 방어구가 되어버리면 아주 미쳐버립니다. 강철 팬티라고 들어보신 적 있어요?”

“그게 뭔가요?”

뭐지? 강철 팬티? 글자 그대로 하면 강철로 만든 팬티라는 건데.

“무기 대신 방어구를 제물로 삼아서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방어구가 대체로 싸기도 하고. 그냥 그것도 하다가 고강 뜨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있겠죠. 근데 무기는 가다가 터지고 하의만 강화 최대 수치가 15인 게임에서 15까지 다이렉트로 뜬 적이 있어요.”

“아! 그래서 강철 팬티군요.”

“네, 그거 보고 애도하는 댓글이 얼마나 달렸는지. 그 강화한 사람 무기가 그렇게 떴으면 아마 차 몇 대는 샀을 겁니다. 방어구는 고강 돼도 그 정도 값어치는 없으니까요. 속이 아주 문드러지죠.”

“강화의 세계는 참 다양한 일이 있네요.”

정말 무기 말고 방어구가 저런 식으로 강화되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애초에 난 방어구에 그렇게 의존하는 스타일도 아니니 더할지도 모르겠다.

절대 방어구는 강화 도중에 넣지 말아야겠네.

“그것도 아니면 제물 무기가 최대 강화 수치까지 간 경우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미치죠. 저렙 무기 백날 강화해봐야 쓸데도 없거든요. 차라리 14 정도에서 멈췄으면 다음에 강화할 때 제물로라도 쓰지. 15가 되면 완전 관상용이에요. 더 강화도 안 되고.”

진짜 저렇게 되면 제정신 유지하기가 힘들겠는데?

“근데 이 겜은 최대 강화 수치가 있나요?”

“음, 제가 듣기로는 없는 걸로 아는데 정보 사이트에도 그런 건 안 나와 있어서요. 어차피 어느 정도 이상은 강화하기 힘들 겁니다.”

하긴, 당장 8강만 봐도 우와, 하는 판이니.

사장님 8강 노멀 무기나 재중이 형 6강 네임드나 지금에서는 쉽게 얻기가 힘든 물건이다.

이쁜소녀처럼 막 질러서 붙는 경우도 있겠지만 운이 정말 좋아야 그런 경우니 제물은 써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제물은 뭘 준비해야 할까요?”

“보통은 저희가 예전 지역에서 먹은 숲의 검 같은 걸로 하겠는데 저 같으면 돈이 좀 더 들어도 워울프 소드가 나을 것 같네요.”

“그것도 만만찮은데요.”

“그래도 혹시나 제물로 많이 뜨면 되팔기도 좋으니까요.”

플레임 소드 10자루만 해도 5천만인데 거기다 제물값에 강화석 값까지 하면 일이 천은 더 나갈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갈수록 돈이 막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일이 너무 커졌어…….

***

결국 가지고 있던 칠백 정도의 아르와 계좌에서 1300만 원어치 정도의 아르를 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

8500만 원이 남았던 전용 계좌에서 1300을 빼고 나니 7200이 남았다.

이거 1서버에서 게임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까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그렇게 맞춘 2000만 원어치의 아르로 최대한 강화석 수와 제물 수를 맞춰서 사들이고 나니 수중에 한 푼도 없다.

5000만 원의 플레임 소드들과 2000만 원 상당의 제물 및 강화석까지 해서 총액 7000만 원이 들어가는 이 작업에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하기엔 서로 부담이 너무 크다.

성공을 하든지 실패를 하든지 내 손으로 해야 한다.

어찌 됐든 내 손을 믿는 수밖엔 없다.

“정말 맘먹고 하시려고 하니까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네요. 지금 외제 차 값 나오려고 하는데.”

방패전사가 대충 계산을 해보다가 꽤 놀란 눈치다.

옆에서 방패전사의 계산을 보던 챠밍, 이쁜소녀도 깜짝 놀라고.

“이거 잘 안되면 주호 님 망해요?”

“음, 전에 벌어놓은 것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이쁜소녀가 액수가 한참 올라가니 걱정되어 한 말이긴 한데 그 망한다는 말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

PK 할 때도 안 떨리던 가슴이 지금 막 쿵쾅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림잡아 보니 플레임 소드가 7강이 안 뜨면 이 강화는 적자나 마찬가지다. 7강이 뜨면 대박 나는 거고.

들인 돈이 많다 보니 목표가 한정 없이 올라가네.

“자! 갑니다.”

“남 강화하는 거 보는 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지.”

재중이 형이 사장님을 데리고 와서 옆에 앉아서 구경 중이다.

“형, 이거 정말 되는 거 맞겠죠?”

“나도 모르지.”

크으. 저 무신경함. 된다고 좀 해주지.

제물을 믿어도 되는 게 맞는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그래도 이미 준비를 다 마쳤으니 이젠 못 먹어도 고밖에 없다.

“정말 갑니다.”

“화이팅!”

“잘 될 거예요!”

내 말에 이쁜소녀와 챠밍이 응원을 해준다. 그래, 역시 이쁜소녀와 챠밍뿐이구나.

플레임 소드 10자루와 워울프 소드 40자루를 옆에 두고 강화를 시작했다.

4강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워 울프 소드를 두 개 날리고 성공. 안전강화는 말만 그럴 뿐 실제로 가끔 날아가니까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연습 게임이다 보니 아직까진 괜찮다.

“후…… 진짜 갑니다.”

4강 워울프 소드에 무기 강화석을 올렸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크…… 시작부터.

다시 다른 워 울프 소드를 강화했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진짜 간이 콩알만 해지는 기분이다.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딱 세 번 실패하고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 것 맞냐는 표정을 지으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망설이지 않고 플레임 소드에 무기 강화석을 올렸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 트윈 헤드 워울프 플레임 소드

공격력 10 (5+5) ∼ 12 (7+5) 』

“됐다!”

“오! 추카! 근데 아직 5강이야.”

신나는 내 기분에 재중이 형이 찬물을 쏴악 끼얹는다.

“제 손으로 5강 하는 거 처음이란 말이에요. 좀 만끽하게 두면 안 돼요?”

“크크, 좋을 때네.”

“아, 나도 손이 근질근질하는구만.”

사장님이 손을 슥슥 비비면서 강화하고 싶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해 보인다.

“사장님은 참아야죠. 그거 날리면 길드서 쫓아낼 겁니다.”

“알고 있어. 보고 있으니 피가 끓어오르는구만.”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강화에 미치면 답도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쭉 가봐. 아직 갈 길 멀었어.”

일단, 목표는 플레임 소드를 전부 5강으로 만드는 것.

두 개의 4강 워울프 소드를 날리고 세 번째 워울프 소드를 강화했다.

이게 날아가야 재중이 형이 말한 황금 타임이 온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 워울프 소드 / 공격력 9 (4+5) ∼ 11 (6+5) 』

망할.

제물이 붙어버렸다.

내가 좌절한 표정으로 워울프 소드를 들고 있자 재중이 형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계속해봐. 원래 그런 거야. 그건 이제 6강 갈 때 제물로 쓰고.”

제물이 5만 됐는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15강이 되어버린 제물을 보는 주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시 세 개의 4강 워울프 소드가 터지고 곧바로 4강 플레임 소드를 강화했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하!

500만 원짜리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빛으로 증발해서 사라져 버린 플레임 소드가 있던 자리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

“어떻게 해.”

“날아갔어.”

챠밍과 이쁜소녀가 차마 들리게 이야기를 못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귀에 박힌 듯 쏙 들어온다.

표정 풀어야지.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이 정도 일에 좌절할 순 없다.

애써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더니 재중이 형이 바로 저격을 해버린다.

“표정관리 한다고 애쓴다. 실패했으니 얼른 다시 해야지.”

그렇게 힘겹게 몇 번 더 강화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후 5강 플레임 소드 5자루, 제물이 15자루가 남았다.

4강 플레임 소드가 빛으로 사라져갈 때마다 간이 철렁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500만 원짜리가 눈앞에서 빛으로 몇 번이나 사라졌으니.

현실이었으면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500만 원짜리 플레임 소드가 날아갈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제물이 붙어버릴 때는 짜증이 확 솟구치는 것이 강화가 사람 성격을 버려놓는다는 말이 가슴에 뼈저리게 와닿는다.

“오! 그래도 많이 남았네. 지금 그만두면 너 엄청 이득 본 거다.”

정말 그만둘까?

현재 천만 원 이상의 이득을 보고 있다고 하니까 괜히 마음이 돌아서려고 한다.

“계속…… 가야죠.”

이 정도에서 끝낼 거였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나만 지금 열기가 오른 것 같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재중이 형만 빼고 사장님,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 방패전사 모두가 집중해서 침을 꼴깍 넘기며 내 강화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남 강화하는 거 구경하는 게 그렇게 재밌다고 했나?

그래, 오늘 끝까지 재미를 준다.

그렇게 다시 무기 강화석을 손에 쥐었다.

이제 2라운드 시작이다.

***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눈앞에서 5강 워울프 소드가 그대로 증발했다.

이것도 오십만 원이 넘는데…….

이제 제물이 날아가는 것도 무섭다.

후!

계속 가자.

다시 무기 강화석을 워울프 소드에 올렸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크윽.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쓰다간 미치겠는데?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려서 5강 워울프 소드의 강화를 시도했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왔다!

5강에서 6강으로 가는 길. 확률이 더 줄어들었을 것 같긴 한데 왠지 지금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자!

애지중지, 한 곳에 모아둔 5강 플레임 소드 중 하나에 무기 강화석을 올리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최소 1500만 원짜리…… 다.

눈을 질끈 감고 강화석을 플레임 소드에 힘겹게 올렸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허…….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주변에서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들 지금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 이걸 어떻게…….”

그때 재중이 형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지금! 더 질러봐.”

지금?

분명히 네 개를 연속으로 날렸으니…….

맞긴 한데 그래도 되나?

이런 식으로 하라는 건 배운 적이 없는 데.

내 의식과는 다르게 손은 다른 5강 플레임 소드를 잡고 강화석을 무의식적으로 잡아 가져다 댔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6 트윈 헤드 워울프 플레임 소드

공격력 11 (5+6) ∼ 13 (7+6) 』

어?!

됐다?

주변에서 함성이 터진다.

“오! 떴어! 대박.”

“떴어요!”

“진짜 됐어요!”

방패전사, 이쁜소녀, 챠밍의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온다.

그 소리에 이제야 다시 정신이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은 기이한 기분이 든다.

내가 엄청 긴장했었구나.

겨우 숨이 쉬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거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네요.”

돈 몇백만 원짜리까진 그래도 지를 만 했는데 이게 천만 단위가 넘어가니 내가 내 정신에 강화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오냐? 이거 강화 많이 시켜서 될 놈이 아니네.”

재중이 형이 혀를 차면서도 내가 괜찮은가 한번 슥 둘러본다.

“아, 이젠 괜찮아요. 이렇게 강화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이제 좀 감이 잡히네요.”

내가 슬쩍 웃어 보이자 재중이 형도 다시 내게 다른 문제를 던져줬다.

“6강 떴는데 어떻게 할래? 6강만 돼도 지금 내 케르베로스 스파크 윙드 스피어랑 동급이야. 너도 이제 시간만 주어지면 랭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거고.”

랭커라.

아직 내 순위가 십만 단위라서 생각도 안 해봤는데 막상 재중이 형이 언급하니까 괜히 욕심이 생기려고 한다.

이왕 시작했으니 최고의 자리를 노려보라던 재중이 형 말도 생각나고.

“우린 지금 헬하운드 수정도 있으니 이제 따라잡는 일만 남은 거다. 괜히 이틀을 소비해서 그렇게 아득바득 모은 게 아냐.”

확실히 이득을 많이 보긴 했다.

테이밍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6강 플레임 소드는 구경조차 못 했을 거니까.

재중이 형도 지금 얻은 자금으로 더 치고 나갈 원동력이 생긴 셈이고.

우리 팀도 전부 새 무기나 방어구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죠? 확실하게 하려면요.”

“뭐, 알아서 해. 나도 솔직히 좀 더 보고 싶네. 네임드를 그렇게 모아놓고 강화하는 건 처음 보니까 재밌네.”

이거 재미로 하는 거 아닙니다. 난 죽을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음먹은 지금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도 네 개 깨지면 해요?”

“그 네 개 안에 플레임 소드가 포함되면 너 개털 되니까, 이번엔 그냥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고. 흠…… 제물을 좀 더 만들어야 하려나.”

“일단 남은 걸로 그대로 해 보죠.”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마친 후 다시 강화하기 위해 집중을 시작했다.

왠지 정신을 더 집중하면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서.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집중은 개뿔.

그냥 터질 건 터지는 거 같다.

다시 5강 워울프 소드를 올려놓고 강화를 시도했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이젠 뭐, 이 정도 터져서는 감도 안 오는구나.

내 PC방 월급 절반이 1초 만에 터져 나가는데도 이런 감정이라니.

내가 미친 건지 이 게임이 미친 건지 모르겠다.

강화석을 또 올려 강화 시도.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세 개가 터졌는데 여기서 시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중이 형을 흘깃 봤는데 이건 내 선택에 맡기는지 전혀 미동이 없다.

아까는 터졌었지.

또 터질까?

1초 사이에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이 오간다.

하나만 더 질러보자.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6 워울프 소드 / 공격력 10 (4+6) ∼ 12 (6+6) 』

아…… 이런.

제물이 또 붙어버렸다.

지금 플레임 소드를 질렀어야 하는 건데.

아쉬운 마음에 남들 몰래 한숨을 살짝 쉬었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서도 역시나 탄식이 흘러나온다.

“터질 것 같았는데…….”

“뭐, 또 제물 생겼네. 제물이야 터지든 붙든 신경 쓰지 마. 원래 그러라고 쓰는 거니까.”

재중이 형도 제물이 붙은 것을 보고 혀를 차다가 그냥 허탈하게 웃어 보인다.

“맞아요.”

“다음에 또 붙을 거예요.”

이쁜소녀와 챠밍이 오아시스네.

“그럼, 다시 갑니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이번엔 연속으로 네 개가 터졌다.

지금이 딱 타이밍인데.

괜히 불안하네.

슬쩍 주변을 봤다가 바로 강화석을 손에 쥐었다.

강화석을 그대로 5강 플레임 소드에 올리니 빛이 확 터진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아, 이럴 것 같더라니.

1500만 원이 이렇게 또 날아가는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두 번째 날리는 느낌은 처음보단 쇼크가 덜 하다.

물론, 속이 쓰린 건 똑같고.

플레임 소드까지 연속 5개가 터졌는데…… 이건 가봐야 하는 건가?

아까처럼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간다.

재중이 형이 신호를 주는 건 어느 순간부터 딱 끊겼다. 내 선택에 다 맡긴다는 뜻이다.

그래 가자.

강화석을 잡아 이제는 딱 두 자루 남은 5강 플레임 소드 중 하나에 가져다 댔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6 트윈 헤드 워울프 플레임 소드

공격력 11 (5+6) ∼ 13 (7+6) 』

그래!

이 맛에 강화하는가 보다.

찰지게 느낌이 왔는데 성공했다.

“꺄! 또 떴어요.”

“정말 축하해요.”

“벌써 두 개나. 운빨 터졌네요.”

이쁜소녀가 하이톤의 비명이 지르고 나르샤는 약간 흥분한 것처럼 소리 높여 축하해줬다.

방패전사는 부럽다는 눈빛이고.

“전 이거 못 보겠어요.”

챠밍은 보고 있다가 진이 빠진 것 같다.

두 손을 꼭 쥐고 있는 것이 같이 긴장했었던 모양이다.

보는 사람도 피가 말리게 하는 강화가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물론 내 피는 이미 싹 마른 상태다.

“강화 참 다이나믹하게 하네. 요즈음 본 것 중에 제일 재밌네.”

“전 피가 마릅니다. 진짜. 1500만 원이 증발하고 거기다 또 1500만 원이 눈앞에서 1초 만에 증발할 뻔했다고요.”

“그게 강화의 묘미지.”

사장님은 본인이 못해도 내가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 모양이다.

“그럼 이제 7강 가야지?”

아니, 정정. 여기서 만족하실 분이 아니지. 사장님이 7강을 가보라고 은근히 바람을 넣으신다.

“여기서 끝내는 게 베스트긴 한데. 6강 두 자루에 5강 한 자루 남았으면 엄청 남는 거지.”

반대로 재중이 형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줬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또 선택의 기로인가?

원래 목표가 7강이었긴 한데 6강 두 자루도 나쁘진 않다. 특히 나처럼 검을 두 개 쥐는 입장에서는 더욱더 괜찮다.

7강이라…….

그때 천사와 악마가 머리 위로 날아와 마구 속삭이기 시작한다.

한쪽은 더 지르라고 하고 한쪽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고…….

원래는 천사가 좋긴 한데 지금 머릿속에서 악마가 천사를 두들겨 패는 중이다.

미친 짓인 줄 아는데 왜 이렇게 땡기냐.

“형, 7강 하면 좋겠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당연히 좋지. 평가액만 1억이 넘을 거다.”

“네?”

1억이라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고개가 모두 싹 재중이 형에게 돌아간다.

“이거 다들 모르셨어요? 저놈 쥐고 있는 6강짜리 저거 거의 4천만 원짜리에요.”

“정말요?”

“대박!”

평소 템 가격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던 챠밍과 이쁜소녀도 이번엔 상당히 놀란 눈치다.

나도 그 소리에 무기들을 살짝 놓아버릴 뻔했다.

갑자기 6강 플레임 소드들이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무거운데 7강이라…….

“수치 하나가 올라갈 뿐인데 그렇게 비싸지는 이유가 있어요?”

“으음, 니가 모른다니 실망인데.”

“제가 고강을 써봤어야 알죠.”

“아…… 맞네. 너 주구장창 4강만 썼지. 숨겨진 옵션 같은 건데 크리티컬 확률이나 증폭이 강화할 때마다 어느 정도 붙을 거다. 나도 처음엔 잘 몰랐는데 강화할수록 확실히 대미지 폭이 넓어져. 단순히 적혀 있는 수치가 끝이 아니거든. 특히 네임드는 그 폭도 넓은 데다가 특수 효과 증폭이랑 시간도 늘어나니까 훨씬 비싸지.”

비싼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건가. 이건 돈에 여유가 있다면 무조건 네임드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역시 이런 쪽으로는 재중이 형이 압도적으로 잘 아네.

“그럼 뭐, 해보죠, 7강.”

“그 소리 할 줄 알았네. 근데 준비를 좀 해야지. 너 제물도 별로 없으니까.”

확실히 대부분을 소진했다.

근데 여기서 돈을 더 써야 하는 건가? 갑자기 부담 백배네.

결국 1200만 원을 더 아르로 바꿔서 6강 워울프 소드를 8개 더 구매했다.

계좌엔 이제 깔끔하게 6000만 원 남은 상태.

하다 보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가면 갈수록 저금통을 깨서 까먹는 기분이다.

인벤 속에 6강 플레임 소드 2개, 6강 워울프 소드 9개. 5강 플레임 소드 1개, 5강 워울프 소드 5개가 있는데…….

5강짜리를 그냥 두기 뭐해서 그냥 질렀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

…….

…….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6강짜리 워울프 소드가 하나 더 뜨길 바라면서 질렀는데 연속 5개가 깨져 버렸다.

이것도 황금 타임인데.

그대로 망설임 없이 5강 플레임 소드에 강화석을 올렸다.

번쩍!!

《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

하…….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뜨네.

5개나 터뜨리고 시도했는데 1500만 원이 다시 눈앞에서 증발했다.

지금 터뜨린 것까지 하면 6개 연속 터지긴 했는데…….

혹시 싶어서 재중이 형을 쳐다보니까 형도 고민하는 눈치다. 이미 앞에 1500만짜리를 홀라당 날려버려서 6강을 지금 지르기엔 부담스럽다.

해? 말아?

플레임 소드에 엄청 집중해서인지 주변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난다.

너무 긴장해서 뇌가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밖에 있는 내 육체의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6강 플레임 소드를 손에 쥐었다. 이제 강화석만 올리면 되는데…….

강화석을 든 손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이제는 결정할 시간이다.

왠지 느낌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될 것 같은 그럼 기분이 들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휴…… 가자!

어차피 한 자루 더 있으니까.

한 자루가 더 있다는 것이 이렇게 위안이 될 줄이야.

내 손이 움직이자 주변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차마 쳐다볼 수가 없어 눈을 꽉 감으면서 손으로 더듬듯이 플레임 소드에 강화석을 가져갔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7 트윈 헤드 워울프 플레임 소드

공격력 12 (5+7) ∼ 14 (7+7) 』

화려한 빛이 플레임 소드에서 뻗어 나오면서 강화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효과음이 귀에 강렬하게 맴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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