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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8화 (58/1,404)

# 58

#58화 여기가 도시섭? (14)

이틀에 걸친 트윈 헤드 헬하운드 테이밍 작업으로 내가 총 15개 분량을 분배받았다.

그중 한 마리는 탈 것으로 빼놨고 아이스 소드와 플레임 소드에 각각 하나씩 박아 넣었고.

그리고 푸른 수정 1개와 헬하운드 원형 1개씩을 사장님에게 넘겨주고 플레임 소드를 받기로 했다.

이제 남은 분량은 총 10개 분량.

푸른 수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고, 붉은 수정과 헬하운드 원형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

“경매는 어떤 식으로 하는 건가요?”

살면서 한 번도 경매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중이 형에게 질문부터 했다.

괜히 시작하고 난 뒤에 어리바리하게 굴면 모양이 별로일 것 같으니까.

“너 영화 좋아하지?”

“네,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못 보죠.”

“그런 영화에서 나오는 경매하고 비슷해. 그냥 물품 보여주고 손들어서 가격 부르고, 그 가격 맞으면 파는 거고. 아님 특수한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고.”

“특수한 조건은 어떤 경우에요?”

“흠…… 너 플레임 소드 구해달라고 했었지? 그런 경우지. 일단 니가 그 조건을 걸었으니까 그걸 구해온 사람들부터 우선권을 주고 지불할 능력이 되면 먼저 가져가는 거야.”

“지불할 능력이 안 되면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이따가 보면서 놀라지나 마라.”

재중이 형이 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그 정도 돈은 흔쾌히 투척할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건가?

그런 길드원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라.

나와 우리 팀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기에 사장님과 재중이 형에게 몇 가지 조언을 더 들었다.

전에 신화 길드처럼 아무 연고가 없는 상태라면 모를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함께 있는 길드니까 길드원 중 대다수가 모이는 이런 자리에서 괜찮은 인상을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처음엔 말이 좀 있긴 했는데 지금은 쏙 들어갔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지금도 그런 놈들 있으면 내가 잘라 버리지 뭐.”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재중이 형은 좀 막 나가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했다간 더 곤란해질걸요.”

내가 고개를 저으니 알았다는 듯 재중이 형이 끄덕인다. 마치 그런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런 표정으로.

“그럼, 길드 해체시키고 새로 만들면 되겠네.”

“네?”

길드를 해체시킨다는 말에 다들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이미 한번 길드를 해체시켜본 경력이 있는 우리 팀은 그 말에 좀 더 민감할 수도 있다.

오자마자 두 번째 길드도 해체된다면 가는 길드마다 해체하는 꼴이 되니까.

그건 참 이상한 경력이 될지도 모르겠네.

그 모습에 재중이 형이 그냥 어깨를 으쓱한다.

“난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가면서 길드 유지할 생각은 없거든. 애초에 성격에 안 맞기도 하고. 수틀리면 그냥 다 깨고 우리끼리 하면 돼. 어차피 내가 있어야 최강이니까.”

하…… 저 패기 보소.

자신감 하나는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걸 부러워해야 하는 건가?

정말 막힘없이 사시네.

사장님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어이구, 저놈 또 시작이네. 저거 병이야. 병.”

네, 확실히 병이죠.

차마 대답은 못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입에 담았다가는 바로 헤드락이 날아올 테니까.

“이놈의 길드는 딱히 다른 거 없어. 얕보이지 마. 다 그렇고 그런 놈들만 모아놔서 괜히 건드려보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굳이 내 생각한다면서 참고 그러지 마라. 그냥 바로 눌러 버려. 그럼 조용해져.”

재중이 형이 말을 하면서 엄지를 들어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해 보인다.

자기네 길드인데 표현은 마치 무법지대의 갱단을 말하는 것 같이 말하네.

대체 어떤 사람들을 모아놓은 건지.

별난 놈들 다 모아놔서 개판이니 알아서 정리해라 정도 되려나?

뭐, 그런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긴 하네.

***

우리가 트윈 헤드 헬하운드를 테이밍했다는 것을 온 서버에 널리 알리고 싶다면 마을 광장 한복판에서 헬하운드를 공개해서 서버를 뒤엎어버렸겠지만 당분간은 극비로 묻어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 외곽의 공터에서 모이기로 해서 지금 모든 길드원이 모여 있는 상태다.

길드마크는 전투를 준비하듯 하얀 갑주를 입고 양손에는 날카로운 검과 새하얀 V자 방패를 들고 있는 여성 천사가 6장의 순백의 날개를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길드에서 포토샵을 기가 막히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받았다고 하는데 확실히 장인의 손길이 들어가서인지 길드 마크의 퀼리티가 남다르다.

길드 마크가 멋있고 거기다 우르르 몰려 있으니 괜히 더 있어 보이는 그런 군중 심리가 생기는 것 같다.

근데 묘하게 몇 패거리로 나눠서 흩어져 대치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은 나만 느끼는 걸까?

“왜 저렇게 떨어져 있을까요? 공터가 넓은 것도 아닌데. 굳이 저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나요?”

챠밍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보통 친목 길드면 서로 모인 자리에서 인사도 하고 친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는데 분위기가 영 아닙니다.”

방패전사도 챠밍의 말을 듣고서 이상함을 이제야 느꼈는지 주변을 살핀다.

“여기 길드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이쁜소녀의 길드 품평 속에 모든 상황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길드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데?

전에 봤던 신화 길드가 정말 친목 길드처럼 보일 정도로 이상한 기류가 맴돌고 있다.

흡사 무협에서 보면 마교에 성질 나쁜 인간들만 싹 모아둔 그런 느낌이려나? 혹은 사파 패거리들끼리 모여서 서로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언성이 높아지는 곳도 보인다.

“자자! 집중!”

기묘한 분위기가 돌던 공터 한가운데로 걸어간 재중이 형의 한마디 말에 주변이 바로 정리가 되면서 모두가 재중이 형을 보기 시작했다.

이건…….

어떤 의미론 굉장한데?

꽤나 어수선했던 사람들을 한 번에 쥐 죽은 듯이 만들 수 있다니.

재중이 형이 사장님에게 자리를 슬쩍 비켜주자 사장님이 앞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중이 형이 실세고 사장님은 관리하시는 역할인가?

실세가 강하면 관리자도 힘이 실리긴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 든다.

“흠흠, 다들 전체 메일로 봐서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짧게 줄이겠습니다. 여기 다섯 사람이 이번에 저희 길드에 들어오게 된 사람들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도 나이가 적은 것은 아닌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저런 식으로 말을 올려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아무래도 트윈 헤드 헬하운드를 테이밍해온 장본인들이다 보니까 꽤 관심을 가지는 모양이다.

재중이 형이 신호를 해서 쳐다봤더니 손을 기역자로 꺾어서 인사를 하라는 시늉을 한다.

나와 우리 팀이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니 다들 가볍게 박수를 쳐주었다.

아마 이번 테이밍 경매 건이 아니었다면 꽤 말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하니 무작정 반겨주는 박수는 아닐 것 같다.

인사만 하고 공터 중앙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이 없는 한 곳에 가서 섰다.

지금은 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테이밍 해온 헬하운드와 수정이 관심사니 인사만 끝내고 바로 빠졌다.

주변에 사람이 없자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을 사장님이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불멸 형, 여기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요?”

“그건 설명하자면 긴데. 다 들을래? 짧게 들을래?”

“긴 건 나중에 밥 먹을 때나 알려주시고, 짧게.”

“짧게 하면 일단…… 여러 길드에서 실력 있는 놈들만 스카웃 해왔는데 그런 놈들하고 다른 놈들하고 잔뜩 섞여 있다 보니까 이 모양이지.”

“스카웃? 그게 가능해요?”

무슨 조직적인 회사도 아니고 다른 길드에 있는 실력자를 헤드헌팅 해오다니…….

내가 알던 상식을 송두리째 뽑아내는 것 같은 스케일이다.

“안 될 건 뭐냐. 그냥 맘에 드는 애들 좀 뽑아다 쓴다는데. 칼 좀 맞춰보니까 탐나는 애들이 몇 명 있더라.”

옆에서 듣고 있던 방패전사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입을 열었다.

“다른 게임도 상위 길드는 여러 길드에서 스카웃 많이 합니다. 현질이나 장비, 실력 좋은 사람들로요. 어쩌다가 적대 길드가 깨지면 거기서도 빼 오는 경우도 있어요. 적이었다가 하루아침에 한솥밥 먹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고 할까요. 이 바닥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하긴, 나도 어떻게 보면 그런 식으로 헤드헌팅 당한 셈인가?

멀쩡히 다른 서버에서 놀다가 옮겨왔으니.

“방패전사 님은 잘 아시네요.”

재중이 형의 말에 방패전사가 그냥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방패전사도 게임 경력이 꽤 되니까 재중이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일의 진행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재중이 형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말이 통해서 그런지 방패전사가 편해 보이는 모습이다.

“우리도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오고 그러진 않아. 원래 길드에 미련 있는 애들은 그냥 포기하고 옮긴다는 애들만 빼 온 거니까.”

게임하면서 길드야 옮길 수도 있는 거니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서로 사이가 꽤 안 좋아 보이는데요?”

“요즘 파벌이 좀 갈리긴 한 것 같더라. 쥐꼬리만 한 길드에서 저게 뭐 하는 짓인지. 내가 전에 문제가 좀 있다고 했지?”

“더 안 들어봐도 알 것 같네요.”

“일단 지금은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서. 형님이 알아서 하신다고 하니까 그냥 두고 보는 중.”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있구나.

“정 안되면 엎어버리면 되고.”

참 엎는 거 좋아하시네. 하긴, 남 말할 처지는 아닌가. 전 서버에서 하나 엎고 왔으니.

***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은 정모 날이 아니지만 특별한 물건을 입수해서 모이라고 한 겁니다.”

난 또 사장님이 학교 아침 조례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쭉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허례허식 같은 시간 낭비는 아예 하지 않을 모양이다.

사장님이 트윈 헤드 헬하운드를 소환해서 옆에 세우자 길드원들 전체가 술렁인다.

그리고 붉은 수정과 푸른 수정의 옵션을 각기 언급하자 길드원들 사이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사장님이 경매 방식을 다 설명했는지 다들 자리를 잡고 경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300!”

“320!”

…….

…….

…….

“400!”

…….

…….

가격이 끝을 모르고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이대로 두면 네임드 무깃값을 따라잡을 정도.

이게 정말 이 정도 값어치가 있는 건가?

오히려 패치 후에 테이밍이 힘들어지면서 가격에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저렇게 비싼 거예요?”

이쁜소녀가 계속 올라가는 가격에 얼떨떨하게 손에 들린 수정을 바라보았다.

좀만 더 올라가면 특수효과가 붙지 않은 네임드 값에 근접하게 된다. 상승세를 봐선 거기까진 안 올라갈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가격이 좀 센 느낌이다.

예상가보다 훨씬.

“저도 적응이 안 되네요.”

나라고 이렇게 가격이 오를지 알았겠는가. 아주 이번 패치가 가격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있네요.”

방패전사도 그냥 앉아서 가격 오르는 것만 보고 있다.

챠밍도 흥미롭다는 듯 경매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고.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챠밍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 짓는다.

“그냥 경매하는 걸 처음 봐서요. 신기해서요.”

물론 저도 처음 봅니다.

살면서 경매 같은 걸 직접 보게 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르샤는 경매 자체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는지 수정을 손에서 던졌다 받았다 하고 있다.

그거 그렇게 장난칠 물건이 아닐 텐데.

많이 비싼 겁니다. 그거.

몇 번의 경매 끝에 원하는 수정과 헬하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못 가진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돈질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경매가격을 높였지만 결국은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

가격이야 어찌 됐든 몇백만 원을 그냥 막 던지는 사람들이라…….

확실히 1서버는 노는 스케일이 다르네.

재중이 형이 보고 놀라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도 저런 것을 보면 적응이 안 된다.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예전엔 저 돈을 벌기 위해 몇 달을 일해야 했는데.

지금이야 그 이상으로 쓸 여력이 있으니 부럽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VRS를 못하던 시절의 내가 지금 이걸 본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의외로 붉은 수정과 푸른 수정의 가격 차이가 심하지 않게 나왔다.

두 종류의 수정을 원하는 사람들 분포가 비슷한 모양인지 아님 그냥 물량이 없어서 일단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둘 다 비슷한 가격에 주인을 찾아갔다.

그 때문인지 헬하운드 원형도 수정과 거의 같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원형을 그대로 탈 수도 있고, 수정으로 바꿔도 되니까.

내 수정은 플레임 소드가 걸려 있다 보니 별도로 진행을 했다. 어차피 플레임 소드를 안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팔 생각도 없었으니까.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 붉은 헤어를 짧게 쳐올린 거구의 사내가 거대한 양손검을 옆에 내려찍어 땅에 박더니 플레임 소드를 인벤에서 두 자루나 꺼냈다.

참 능력도 좋네, 두 자루씩이나.

근데 이 사람을 어디서 봤더라?

“전에 늑대굴에서 그 사람들이네요.”

챠밍이 내게만 들리게 살짝 옆에서 알려줬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간 여러 가지 일이 많다 보니까 잠시 기억에서 잊혀진 모양이다.

“아, 반갑습니다. 또 뵙네요.”

가볍게 악수를 하고 뒤를 보니 그때 사람들이 대부분 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에 트윈 헤드 워울프 스태프를 들고 있던 블론드 롱헤어의 마법사 여인도 뒤에 서 있고.

네임드를 1서버에 오자마서 봐서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다.

“두 자루면.”

“네, 저하고 제 친구 겁니다.”

저 여인과 이 거구의 사내가 친구인 모양.

적당히 가격 협상을 하려다가 그냥 플레임 소드와 1:1 교환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어차피 가격도 비슷하기도 하고 저쪽은 구해온 수고까지 있으니 서로 이쪽이 편하기도 해서 양쪽 모두 큰 불편 없이 거래를 마쳤다.

“다음에 좋은 것이 생기면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사람도 돈 쓰는데 거침이 없네. 이제 좀 적응이 되어야 할 텐데.

다음에 거래하게 된 사람은 올백으로 회색머리를 깔끔하게 넘겨 올리고 얼굴 윤곽도 뚜렷한 청년인데 또래라기 보기엔 너무 진중한 눈빛이 그간 보아온 사람들하고는 뭔가 다르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기 플레임 소드 5자루입니다.”

5자루? 이걸 한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건가? 여러 명이 모아서 대표로 나온 건지 알 수는 없다.

“굉장하시네요. 5자루라니.”

“제가 보기엔 그쪽분이 더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테이밍을 실제로 할지 몰랐거든요.”

딱히 플레임 소드를 이렇게 모아서 뭘 할 건지에 대해선 묻지 않는다.

초면에 서로 실례되는 질문이기도 하고.

물론, 나도 플레임 소드를 어떻게 저렇게 모은 건지 묻지 않는다.

아까와 똑같은 조건을 이야기했더니 주변에 따라온 사람들에게 의논조차 하지 않고 그냥 바로 플레임 소드를 넘겨주고 헬하운드를 받아갔다.

그런 모습에서 자기 주변을 딱 장악하는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거기서 생긴 묘한 위화감이랄까.

사람을 많이 봐온 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남 밑에서 뭔가를 할 사람은 아닌데…….

이건 나중에 따로 재중이 형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이 사람이 길드장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더 믿어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사람이니까.

마지막으로 거래한 사람은 재중이 형이 직접 데리고 왔다.

거대한 활을 들고 있는 연한 주홍빛의 웨이브 펌을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여인.

청초한 눈매와 수수하면서 고운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긴, 우리 팀 궁수인 수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내가 누구? 하는 눈빛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이 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일단 의미심장한 표정을 재중이 형에게 보내놓고 수아를 바라보았다. 맞는 것 같다.

“여기 부탁하신 플레임 소드에요.”

“감사합니다. 필요했거든요.”

내 말에 수아가 살짝 미소 짓는다.

재중이 형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건데 라는 말은 넣어두었다.

일단 앞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1로 거래를 했다.

거래를 한 뒤 정중하게 다시 인사를 한 뒤에 돌아갔다.

“재중이 형, 저 여자 그 여자죠?”

“음,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뭐, 그러죠.”

안 물어봐도 대충 감은 잡히니까.

기어코 데리고 오셨구만.

수아에게 받은 것을 끝으로 아이템을 전부 정리했다.

붉은 수정 두 개는 플레임 소드를 위해 여분으로 남겨놓고 결국 헬하운드를 잡아서 팔 수 있던 것들은 모두 플레임 소드로 바꾼 셈이 되어버렸다.

사장님이 구해주신 것과 원래 들고 있는 것, 새로 구한 것까지 합치면 총 10자루다.

네임드 무기가 10자루라.

테이밍이 정말 효자네.

이번에 제대로 꿀을 빤 셈이다.

“너, 이걸 다 어쩔 생각이냐? 이건 좀 과하게 많이 모은 것 같은데.”

“어쩌긴요. 이제부터 펑펑 터뜨려야죠.”

재중이 형의 물음에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 말해줬다.

그래, 이번에 정말 원 없이 제대로 한번 터뜨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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