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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화 (51/1,404)

# 51

#51화 여기가 도시섭? (7)

확실히 헬하운드들이 이리저리 몰려가서 그런지 황폐했던 대로와 골목들이 더 한산해져 을씨년스러운 느낌까지 든다.

우리 다섯이 대로를 걸어 들어가는데도 어디에서도 헬하운드가 나타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평소와는 확실히 다르다.

“정말 우르르 몰려다니나 봐요. 여긴 아예 없네요.”

챠밍이 주변을 계속 둘러보다가 헬하운드가 전혀 나오지 않으니 조금은 풀어진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한 마리도 없어요.”

이쁜소녀도 반대편을 보다가 하도 안 나오니까 찾는 것을 포기하는 말투고.

“여기만 이렇고 중앙 쪽은 지금 헬게이트에요.”

내가 보고 느낀 감상은 그야말로 헬게이트다.

헬하운드 십여 마리가 몰려서 다니니 그게 헬이 아니면 다른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기도 하고.

“정말 여기만 이렇게 한산한 거예요. 안쪽은 좀…….”

나르샤도 같이 보고 왔으니 감상도 똑같다.

“그럼, 저희가 그걸 어떻게 사냥하는 겁니까? 그렇게 몰려다니면 저희도 별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요.”

방패전사가 결국 궁금한 것을 참다가 물어보는 쪽을 택한 모양.

“사실, 이건 좀 머릿속에서만 구상한 것이라서 실제로 해보면 안 될 수도 있어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다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어쩌면 지금이 저희한테는 천재일우일지도 몰라요. 지금 헬하운드를 테이밍 해본다고 이리저리 뭉쳐놓는 사람들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 1구역 자체가 텅텅 비었잖아요.”

“확실히 비어 있긴 하죠.”

그러면서 방패전사가 주변을 다시 둘러본다. 깔끔하다.

“저희가 안 그래도 사냥터가 없어서 필드로 나가야 할 판이었는데 지금 이건 저희한테 주어진 최고의 사냥터죠. 불멸 형이 항상 저에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그때 듣고 있던 이쁜소녀가 기억났다는 듯이 바로 한마디 한다.

“저 그거 알아요! 사람 없이 혼자 잡는 사냥터가 최고의 사냥터라고.”

기억력 좋네. 근데 내가 전에 이야기해 준 적이 있던가?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정답! 기억력 좋으시네요.”

내 말에 이쁜소녀가 퀴즈를 맞추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딱 그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저희가 잡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당장 다섯 마리만 몰려들어도 잡기 힘들 것 같은데.”

방패전사가 자신 없다는 투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게 아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일 거다.

다만 우리에겐 최고의 패가 있다.

내가 방패전사에게 시선을 돌려서 챠밍을 바라보니 챠밍이 날 보고 있다가 어깨를 움찔하더니 곧장 고개를 돌린다.

“왜 절…… 바라보세요?”

“챠밍 님이 이번 일에 핵심이시거든요.”

“네?”

챠밍이 전혀 모르겠다는 듯 다시 날 바라본다.

“그리고…… 나르샤 님도요.”

내 말에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르샤가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저요?”

“네. 나르샤 님요. 사실 제일 위험한 건 챠밍 님이 아니라 나르샤 님이거든요. 아마, 이번엔 진짜 힘들 겁니다. 죽을 수도 있어요.”

“힘든 건 괜찮아요. 게임에서 죽을 수도 있고. 그런 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나르샤가 무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받는다. 나르샤는 확실히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니까. 이런 점이 힘든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

지금 와 있는 곳은 1구역 입구에서 제법 멀고 중앙보다는 좀 외곽인 대로 주변에 위치한 교회 건물의 평평한 지붕 위다.

목재와 석재가 적절히 섞여서 그나마 다른 무너진 건물들보다는 그 형태가 유지된 건물.

그리고 지붕으로 오를 방법은 단 하나.

좁고 짧은데다가 꽤 경사가 있는 계단 한 곳 정도가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현재 계단으로 올라와서 완만한 지붕 위에 서 있는 것은 나와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 넷뿐.

아래를 내려다보니 나르샤가 혼자 장궁을 손에 쥐고 1구역의 중앙을 향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면서 뛰어가고 있다.

“조심해서 다녀와.”

“잘 다녀와! 언니.”

챠밍과 이쁜소녀가 손을 모아서 멀어져가는 나르샤에게 외치니 나르샤가 잠시 뒤를 돌아보고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나와 방패전사를 제외하고 여자들끼리는 이미 호칭 정리가 다 끝난 모양이다. 서로 편하게 부르기도 하고.

방패전사는 나르샤와 실제로 아는 사이라고 하니 어떻게 보면 나만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인가?

지금까진 이렇게 지내도 불편한 것이 없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언제 한 번 정리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재중이 형 쪽도 그렇고. 사장님을 보면 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

내가 상념에 잠시 빠진 사이 나르샤는 이미 멀어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나와 함께 몇 번 연습해 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같이 있어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내가 나서면 됐는데 지금은 아니다.

꼭 물가에 애를 보내놓고 걱정되는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잘 해줘야 할 텐데.

이번 일의 시작점인 나르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저 잘 돌아오기를 비는 수밖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챠밍과 이쁜소녀도 걱정이 되는지 나르샤가 사라진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

“와요!”

이쁜소녀가 갑자기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면서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대로 끝을 가리킨다.

그곳에 한 무리의 헬하운드들이 나르샤의 뒤꽁무니를 쫓으면서 우르르 따라오는 중이다.

나르샤가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서 브레스가 날아오면 구르다시피 스탭을 밟으며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난 뒤 다시 자리를 박차면서 달려오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나르샤의 HP가 흑색에서 적색 표시로 바뀌어서 보이기 시작하는데 확인해 보니 지금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처음이라 요령이 없어서인지 오는 도중 꽤 고생한 모양새다.

“조금 더!”

“힘내!”

“제가 내려가 봐야겠…….”

챠밍과 이쁜소녀가 외치고 방패전사가 답답했는지 지붕 아래로 내려가려는 것을 내가 손을 들어 막았다.

“나르샤 님은 끝까지 잘 할 겁니다. 지금 내려가시면 이쁜소녀 님 혼자 움직여야 해요.”

내가 확신하는 표정을 지으니 방패전사도 그저 굳게 검과 방패를 집어 들었다.

그사이 나르샤가 교회까지 헬하운드를 달고 와서 겨우 건물 옆쪽에 있는 경사가 높은 계단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왔다.

내 눈빛과 달려 올라온 나르샤의 날이 선 눈빛과 중간에 얽혔다. 바싹 달아올라 있는 저 눈빛을 보니 나도 덩달아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고생하셨어요.”

“네.”

나르샤가 날 선 눈빛과는 다르게 조금 지친 목소리로 답을 하고는 다시 올라온 계단을 쳐다본다.

그녀가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 우리 차례다.

“방패전사 님, 이쁜소녀 님, 입구!”

내 말에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지붕으로 올라올 수 있는 단 하나의 계단 입구를 라지 쉴드와 양손검을 들고 막아섰다.

계단 입구가 좁아서 방패전사가 앞을 막고 이쁜소녀가 보조해 주면 어지간해서는 통과할 수 없다.

한 마리가 입구에서 막히면 계단 아래쪽에 한 마리 정도가 더 걸칠 수 있을 정도인데 앞의 헬하운드가 비켜주지 않는 이상은 더 이상 올라올 수 없을 정도.

“챠밍 님!”

“네!”

챠밍의 지팡이에 투명하면서 붉은빛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한참 전부터 원을 그리면서 돌아가는 중이다.

내가 신호를 하자 곧장 풀 차징된 마법이 시전 된다.

【 파이어월! 】

나르샤가 올라온 계단 부근에 몰려 있던 헬하운드들을 모두 감싸듯 불기둥들이 터져 올라와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헝!”

헬하운드들이 불기둥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시선의 방향이 전부 챠밍에게 돌아간다.

계단 입구의 헬하운드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직접 공격을 할 수 없으니 남은 건 브레스 뿐.

타오르는 불기둥에 어그로가 끌려 가까이 있는 녀석들부터 하나씩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아닌 챠밍을 향해 화염과 얼음 브레스를 싸대기 시작했다.

【 라이트 소드! 】

내가 라이트 소드를 켜고 먼저 날아오는 화염 브레스를 아이스 소드를 기울여서 아슬아슬하게 빗겨 내니 치지직거리는 타오르는 소리가 나다가 브레스가 옆으로 밀려 날아갔다.

일단 한 개.

뒤이어 곧장 날아오는 얼음 브레스는 플레임 소드로 다시 같은 방법으로 밀어내니 이번엔 콰지직거리는 얼음 갈리는 소리와 함께 전보다 좀 더 위쪽으로 튕겨내었다.

두 개를 연속해서 쳐내니 HP가 1/10 정도가 날아간 상태.

스펙이 딸려서 전처럼은 안 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게 브레스를 쳐냈다.

막고 나니 4개의 브레스들이 조금씩 다른 방향에서 순서대로 계속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건 뭐, 쉬는 시간을 안 주는데?

그대로 아이스 소드를 들어 화염 브레스를 하늘로 쳐내고 연이어 오는 얼음 브레스를 옆으로 쳐냈다. 바로 이어서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두 개의 브레스 중 얼음 브레스를 먼저 아슬아슬하게 당겨서 밀쳐낸 뒤에 180도 회전을 하면서 내 뒤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브레스를 검 끝으로 겨우 건드려 궤적만 틀어냈다.

“꺅!”

내가 겨우 지나가는 경로만 비틀어놓은 화염 브레스가 챠밍의 머리 옆을 스치듯이 지나가자 챠밍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미안요! 급해서.”

챠밍이 내 말에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검 끝으로 쳐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대참사가 날 뻔했다. 챠밍이 없으면 이 사냥은 성립조차 안 되니까.

그사이에 또다시 날아오는 브레스가 네 개.

아예 이번엔 조금 더 앞으로 나서면서 조금이라도 이른 타이밍에 쳐내기 시작했다. 두 개를 먼저 교차로 쳐내고 곧이어서 양손을 묘기 부리듯 동시에 바깥으로 휘둘러 양옆으로 한 개씩 멀리 쳐냈다.

HP가 걱정되어 HP바를 보는 순간 챠밍에게서 바로 힐이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절반에 가까운 HP가 올라갔다.

“고마워요!”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헬하운드 한 마리가 못 올라오게 기어코 막아서서 끝까지 버텨내고 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거리를 벌려버리면 계단에 걸쳐 있는 한 마리가 올라와 버리고 그 뒤로는 헬하운드들이 물밀 듯이 올라와 버리니 저 둘이 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

나르샤도 어느새 장궁을 들어서 방패전사와 이쁜소녀를 도와주는 중이다.

사실 많고 많은 주변 건물 중에 여길 고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챠밍이 계속 노출되어 어그로를 유지할 것.

나르샤와 연습을 해봤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피해는 없는 데 몬스터의 어그로가 다 풀려버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것은 폐기.

다른 하나는 방패전사와 이쁜소녀 둘이서 앞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곳이 있을 것.

그리고 브레스를 내가 빗겨냈을 때 우리 편이 안 휘말릴 정도로 공간이 있을 것.

첨엔 골목길에 몰아놓고 하려고 했는데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브레스의 직격 코스에 놓이다 보니 이것도 폐기했다.

이것을 따지다 보니 남는 건물이 주변에 딱 하나, 지금 서 있는 위가 탁 트인 교회 지붕 위다.

브레스를 어디로 튕겨내도 되니 부담이 훨씬 덜하다.

다행히 지금까진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가는 중이다.

거의 일곱 마리의 헬하운드가 계단 근처에서 오도 가도 못 하면서 챠밍을 향해 브레스를 쏘면 내가 그걸 쳐내는 것을 반복하다가 효과가 다 되어 불이 꺼진 자리에 다시 한 번 챠밍이 쏘아낸 불기둥이 작렬했다.

“컹!”

확실히 파이어월 한 방으로는 부족했는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는데 두 번째 파이어월이 떨어지고 좀 시간이 지나자 방패전사와 이쁜소녀가 상대하고 있던 녀석을 시작으로 몇 마리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더니 곧 모든 헬하운드가 쓰러져서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의 몸 전체에 레벨 업을 알리는 밝고 화려한 빛의 회오리가 솟구쳐 올랐다.

“와! 레벨 업이에요.”

이쁜소녀의 줄어든 HP가 한 번에 끝까지 차오르면서 레벨 업을 알렸다.

다음 업까지는 경험치가 상당히 남아 있었는데 7마리를 한 번에 잡아내면서 경험치 폭탄을 맞아 바로 레벨 업이 되어버렸다.

15렙.

그만큼 이번에 얻은 경험치가 크다.

보통은 한 마리를 잡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식으로 몇 번만 하면 16렙도 금방 오를 것 같다.

“한 번에…….”

“대단하네요.”

“오! 역시 사냥은 몰이지.”

챠밍도 놀라워하고, 나르샤와 방패전사 역시 마찬가지다.

떨어진 전리품을 수거하던 방패전사를 무심코 지켜보던 나르샤가 갑자기 한마디 말을 중얼거렸다.

“실수했어요.”

“네?”

“처음이라 제대로 못 몰았어요. 감이 많이 죽었나 봐요.”

그러면서 눈빛이 전의로 불타오른다.

“이번엔 제대로 몰아올게요.”

7마리가 제대로 몰아온 것이 아니라는 건가?

“저기…… 너무 몰아오시면 제가 힘듭니다.”

브레스를 쳐내는 건 내 몫이니까. 쳐낼수록 숙달되는 느낌이긴 한데 아직 연습이 좀 더 필요하다.

“몇 마리까지 될 거 같아요?”

“음, 열 마리까지는 괜찮을 것 같네요. 그 이상은 연습을 좀 더 해야 하고.”

“네, 다녀올게요.”

지금 잠깐 신이 난 것 같은 표정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경험치 폭탄의 맛을 알아버렸는지 나르샤가 아무도 재촉하지도 않는데도 곧장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심해, 언니.”

챠밍이 인사 대신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외치자 그에 호응하듯 나르샤가 멀어지면서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 보인다.

잘하겠지?

이 근처에서는 이 건물만큼 좋은 자리도 없으니 나르샤가 좀 멀리까지 나가는 수고를 해줘야 한다.

문득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사람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는 것이 전부 우리의 전용 사냥터처럼 느껴진다.

정말 누군지 몰라도 1구역 사냥터를 싹 비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마치 늦게 시작한 우리를 위해 준비된 사냥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

당장 이렇게 텅 빈 사냥터를 독점하는 것은 당분간은 절대 없을 일이다. 오늘을 놓치면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대의 찬스다.

“오늘…… 제대로 꿀을 빨아봅시다.”

힘이 잔뜩 들어간 내 말에 모두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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