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48화 여기가 도시섭? (4)
“분명히…… 탈 수는 있을 겁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타시려고요? 일반 몹과는 공속부터해서 이속, 힘, 민첩, 체력 모두 다릅니다. 올라타는 것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그 위에서 로데오를 해요?”
방패전사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옆에 있던 이쁜소녀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고.
어느새 다가온 챠밍은 가능성이 있는지 고민하는 눈치고, 나르샤는 간만에 흥미가 동한 눈으로 역시 날 보는 중이다.
챠밍이 고민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전 주호 님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스탯이 낮아서 힘들겠지만 가능은 하다고 봐요. 다만, 올라타 있는 동안 다른 헬하운드가 몰려드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확실히 그게 문제죠.”
방패전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일반 몹인 굶주린 늑대를 테이밍하는데도 저렇게 오래 걸리는데 하물며 엘리트면 훨씬 더 걸리지 않을까요? 그럼 그 시간 동안 몰려드는 헬하운드를 한 자리에서 다 처리해야 하는 건데. 이건 솔직히 불가능할 겁니다. 타서 테이밍하는 문제를 빼고서라도요.”
듣고 보니 단순히 헬하운드 하나만 어떻게 타서 될 문제가 아니다. 테이밍 하는 동안 두세 마리 정도만 몰려들어도 당장 타고 있는 헬 하운드까지 여러 개의 머리에서 브레스를 교차로 쏴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힘들겠네요.”
꽤 기대하는 눈빛이었던 이쁜소녀가 약간 쳐진 목소리를 냈다.
“한 번 물어보세요. 불멸 님한테. 이미 해보셨을 것 같은데.”
듣고 있던 나르샤가 그냥 재중이 형한테 물어보라고 권했다. 하긴, 여기 있는 사람들끼리는 당장 답이 안 나오는 문제라. 고민해봐야 제자리걸음이다.
“잠시만요.”
재중이 형이 지금 쟁 중이려나. 일단 귓말 말고 편지로 보내놨다. 언제든 보고 연락할 수 있도록. 괜히 귓말을 해서 쟁을 하고 있어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재중이 형에게 불편을 주고 싶진 않다.
당장 급한 문제도 아니고.
“일단 돌아다니면서 렙업 하면서 좀 쓸만한 늑대가 나오면 저희가 쓸 수정이랑 탈 것으로 한 마리씩 구하는 거로 하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의 늑대들을 잡기 시작했다.
***
미리 보내놓은 우편을 본 모양인지 곧장 답변이 왔다. 지금은 안 싸우고 있는가 보네.
<불멸> 트윈 헤드 헬하운드? 그건 무리지.
난 재중이 형이면 충분히 테이밍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답변이 의외네.
―테이밍이 안 되는 건가요?
<불멸>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탈 수 있는 몹이면 대부분 HP를 깎아놓고 타면 테이밍 되거든. 트윈 헤드 헬하운드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놈 올라타면 다른 놈을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태우고 여기저기 일주해 버려. 미친놈처럼.
―확실히 그건 좀 힘들겠네요.
그 경로 속에 얼마나 많은 헬하운드들이 있을까. 그놈들이 따라붙으면서 브레스만 쏘아대도 끔찍하겠는데? 거기에 투사까지 달라붙으면 답도 안 보이고.
<불멸> 어떻게 도망 못 가게 막을 수만 있으면 가능은 하겠는데 그 정도로 속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난 좀 해보고 답이 안 나와서 금방 손 뗐지.
―형도 안 된다는 거네요.
<불멸> 나중에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무리. 테이밍하라고 놔둔 녀석들이 아니던데? 그거 할 시간에 사냥을 더 하는 편이 낫지. 너 렙은 좀 올렸냐?
―네, 이건 뭐 신세계네요. 지금 10렙요.
<불멸> 이건 일주일도 안 걸리겠는데? 생각보다 빠른데?
―저도 잡으면서 몇 마리 잡으면 바로 레벨 업 이펙트가 뜨니까 이게 같은 게임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던데요? 진짜 전에 아등바등 업 했던 걸 생각하니 억울할 정도죠. 돈빨이 진짜 최고네요.
<불멸> 크크, 확실히 돈이 좋지. 너도 슬슬 이쪽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는구나.
―확실히 다른 건 모르겠는데 무기는 좋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냥 속도가 너무 차이 나네요. 필요하면 돈을 좀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요.
<불멸> 그래서 무기 하나에 몇천만 원씩 하는 거지. 조만간 그쪽 문제는 내가 해결해줄 테니까 크기만 잘 커라. 특별히 문제 있는 건 없고?
―음, 늑대굴 던전에 혹시 자리 없어요? 지금 들어와 있는데 자리가 하나도 안 보이네요. 꽉 차서 사냥할 곳이 없어요.
<불멸> 벌써 들어갔어?
―네, 전에 서버에서도 11렙일 때 들어갔었어요. 저 말고는 13이었으니 좀 이르려나.
<불멸> 너 대체 저번 서버에서 뭘 하고 돌아다녔던 거냐? 그 렙에 들어가서 놀았어? 거의 오크 족장 잡자마자 직행한 수준인데?
―네, 잘 아시네요? 오크 족장 잡고 필드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바로 늑대굴 던전으로 들어갔었어요.
<불멸> 하…… 이거 참. 너 하는 거 보니 일주일도 길겠다. 이건 뭐 호랑이 새끼가 아니라 드래곤 새끼쯤 되겠네. 자리는 내가 연락해놓을게. 비는 대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일찍 말하지. 그럼 더 빨리 알아봤을 건데.
―저도 이 정도로 업이 빠를지 몰랐어요.
실제로 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르다. 늑대굴 던전과 2구역, 1구역에서 단련돼서 그런지 필드 몹들이 정말 너무 쉬우니까.
필드에서는 두 자리를 맡아서 해도 몹이 모자라니까 그냥 바로 던전으로 들어가기로 해서 왔는데 자리가 없다. 자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해서 방법이 안 보인다.
그래서 재중이 형에게 부탁하는 거고.
“자리가 있대요?”
귓말이 끝나자 방패전사가 와서 바로 물어본다.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네요.”
“이 정도로 자리가 없을지는 몰랐네요. 저희 서버는 그래도 시간이 되면 자리가 남고 그러던데.”
“괜히 1서버가 아닌가 보죠.”
당장 사냥할 자리가 없는데 어쩐다.
“다시 필드로 나가죠. 별수 없네요.”
내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을 하니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가 없는데 어쩔 건가. 우리가 몬스터를 만들어낼 수도 없고.
이래서 길드가 필요한 모양이다. 자리를 24시간 맡아 놓고 넘겨주는 식으로 꾸준히 사냥할 수 있으니까.
전에는 1구역에서 골라잡아가면서 사냥해서 몰랐는데 지금 낮은 렙에서 올라가려고 하니까 아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아쉬운 마음에 던전을 나가려는 때 재중이 형에게서 다시 귓말이 왔다.
<불멸> 자리가 있긴 한데, 너 8마리 자리 소화할 수 있어?
8마리? 전에도 최대 5마리까지밖에 안 해봤는데. 뭐, 지금은 장비도 그때보단 월등하게 나으니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도 아니고. 안 되면 되게 해야지.
―네, 지금 가면 돼요?
<불멸> 야, 이거 우리 애들이 맡아둔 자리라서 어설프게 중간에 못 해서 빠지고 하면 안 돼. 지금 있는 애들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빼준다니까.
―형, 고마워요.
<불멸> 이따 치즈 토핑 추가다. 진짜 별걸 다 해주네. 무럭무럭 커서 나와.
재중이 형과 귓말을 마치고 곧장 우리 팀을 데리고 알려준 자리로 옮겨갔다.
8마리 자리는 아르쉴라 서버에서도 쳐다만 보고 지나갔기에 실제로 와보는 건 처음인 셈.
던전 1층에서 가장 넓은 방으로 들어가니까 풀 파티의 사람들이 가운데 모여서 한 마리씩 젠 되는 워 울프들을 녹이고 있다.
파티를 살펴보니까 다들 장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전부 다 워 울프 셋. 그중 한 여성은 예전에 챠밍이 쓰던 트윈 헤드 워 울프 스태프까지 들고 있다.
네임드 무기가 흔한 건 아니지 않나?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일단 도착했는데 어떻게 해요?
<불멸> 내가 말해놨으니까 그냥 한 명 붙들고 이야기하면 돼.
―접수.
재중이 형 말대로 우리가 다가가자 이미 들은 것이 있는지 파티 중이던 사람 중에 양손검을 들고 있던 한 덩치가 크고 붉은 머리를 짧게 올려친 숏커트의 사내가 파티에서 슬쩍 빠져서 내게 걸어오더니 내 앞에 서서 나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흠…… 저희가 사정이 있어서 여기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잠시 맡아주시죠. 원래는 길드 사람들이 오는데 지금 쟁 중이기도 하고.”
방패전사가 그때 옆에 나섰다. 이런 건 방패전사 전문이라.
“저희가 언제까지 맡아드리면 됩니까? 그건 아직 못 들었네요.”
“대략 6시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5명이라…… 알아서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따가 다시 뵙죠.”
정중한 것 같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까칠함이 물씬 풍기는 그런 느낌이다.
저쪽 파티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한 번 슥 쳐다보고는 곧장 텔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뭐, 우리도 딱히 인사할 필요도 없고.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어쨌든 사냥할 자리가 생겼다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이다. 시간제이긴 하지만.
다시 우르르 생성되면 귀찮으니 바로 자리로 파고들어서 리젠되는 워 울프를 하나씩 상대하기 시작했다.
“얘들도 정말 오랜만에 상대해 보네요. 처음엔 진짜 빨라 보였는데.”
방패전사가 방패로 회색 갈기의 워 울프의 손톱을 가볍게 흘려내면서 정말 여유 있게 말을 꺼냈다.
“얘들 너무 느려요.”
이쁜소녀도 옆으로 파고들면서 양손검으로 옆구리를 강하게 올려 베면서 대답을 해준다. 강하고 빠르게 휘두르면서도 자세가 안정된 것이 그동안 1구역에서 사냥한 것으로 정말 제대로 단련이 된 모습이다.
워 울프가 다시 팔을 빠르게 들어서 내려치려는데 그 자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이스볼이 날아와 팔 전체를 동결시켜 버렸다.
“확실히 느리긴 하네요.”
챠밍 역시 1구역이 익숙하다 보니 느리게 보이는 워 울프의 동작까지 모두 캐치해서 정확한 공간으로 마법을 날린다.
나르샤는 아예 눈만 골라가서 화살을 맞추려고 하고.
내가 뒤로 돌아가서 플레임 소드를 연이어서 목을 그어버리자 워 울프가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아이스 소드는 쓸 틈도 없네.
그렇게 잡기 무섭게 다른 자리에서 다시 리젠 되는 워 울프. 이건 쉴 틈이 없겠는데? 이렇게 젠이 빠르나? 8마리라서 그런지 젠 돌아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저희 오늘 다 쉬었네요.”
방패전사의 기쁨 반 슬픔 반이 섞인 한숨에 다들 웃으면서 각자 무기를 들고 워 울프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
몇 시간 째 계속 사냥을 하고 있던 도중 무거운 것들은 그냥 바닥에 던져 버리면서 물약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 오는 것으로 하고 꾸준히 사냥을 하고 있을 때 우리가 자리 잡고 있던 방의 입구에 전혀 처음 보는 풀 파티의 사람들이 걸어 들어왔다.
우리들을 슬쩍 훑어보더니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 선두에 있던 단검 두 자루를 들고 있던 날렵해 보이는 사내가 말을 꺼냈다.
“여기 원래 우리가 사냥하고 있던 곳인데 잠시 물약 사러 갔다 온 사이에 이렇게 사냥하고 있으면 저희가 곤란한데요.”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