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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6화 (46/1,404)
  • # 46

    #46화 여기가 도시섭? (2)

    재중이 형과 방패전사가 인사를 나누고 좀 지나지 않아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비슷한 시간대에 접속을 했다.

    일단 아이디는 모두 그대로 해서 들어왔다.

    다만 전부 피부 톤이라던지 몸매, 얼굴 화장, 헤어 등이 미묘하게 바뀌어져 있고.

    챠밍은 전의 헤어에서 좀 더 여성스러우면서 쿨한 이미지가 보이는 긴 머리의 레이어드 펌을,

    이쁜소녀는 옅은 분홍색의 상큼 발랄한 느낌을 주는 미디엄 길이의 롤링 펌을 해왔다.

    나르샤는 원래 금발 롱 헤어보다 컬이 많이 들어간 느낌을 살린 헤어를 선택해서 왔고.

    이상하게 이런 건 잘 보인단 말이지.

    RTP가 이런 것조차 관여하는 건지, 그냥 내 눈썰미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혹시 나만 모르는 건가 싶어서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에게 불멸이라는 프로게이머를 아는지 물어봤다.

    “그게 누구예요?”

    나이스, 챠밍!

    “저기…… 모르면 안 되는 거예요?”

    나이스, 이쁜소녀!

    “전 알긴 하는데.”

    쳇. 나르샤는 꽝이다.

    차례대로 접속한 챠밍과 이쁜소녀의 대답을 듣고는 재중이 형이 의기소침해지려는 때 나르샤가 겨우 수렁에서 재중이 형을 건져냈다.

    완전히 침몰시킬 수 있었는데 아쉽네.

    확실히 좀 전의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방패전사가 따로 데리고 가서 챠밍과 이쁜소녀에게 설명을 해주니 약간 하이톤의 감탄사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유명하신 분인가 보네요.”

    “저희 실수한 거 아니죠?”

    챠밍과 이쁜소녀가 혹시 유명한 사람을 못 알아봐서 실수한 것이 아닌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괜찮아요. 저희 형 그런 걸로 삐지고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그쵸?”

    “뭐, 모를 수도 있지. 내가 은퇴한 지 좀 됐거든.”

    그거 3개월밖에 안 지났을 텐데요?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나르샤가 아는 걸 봐서는 가상현실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어떻게든 아는 모양이니까.

    챠밍과 이쁜소녀는 이번이 처음이라 모르는 거고.

    굳이 이런 설명까지는 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난 재중이 형이 제대로 인사를 하기 위해서인지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에게 다가갔다.

    불안한데…… 제발 이상한 짓만 하지 말아줘요.

    재중이 형이 챠밍에게 먼저 가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제 동생이 신세 많이 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오히려 저희가 신세를 지고 있는 걸요.”

    재중이 형의 정중한 인사에 챠밍이 먼저 차분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다음은 이쁜소녀,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이라 좀 낯선지 재중이 형이 인사를 하는데 이쁜소녀가 많이 쑥스러워한다.

    “흠, 어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주호하고는 한 집 식구라고 보면 돼요. 반가워요.”

    “네…… 저도 반가워요.”

    “나르샤 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르샤만 금방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함으로 돌아와서 인사를 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나? 돌발 사태가 없는 것을 안심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중이 형이 인사를 다 한 후에 내게 오더니 어깨로 은근슬쩍 나를 툭툭 친다.

    “그래서 누구냐?”

    “네?”

    “셋이 스타일이 완전 다른데? 누가 맘에 들어서 이렇게 데리고 온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형한테는 솔직해도 된다. 셋 다 기준 이상이네. 형은 일단 허락하도록 하마.”

    “뭘 마음대로 허락을 해요. 그리고 외모만 보고 오케이에요? 성격도 안 보고?”

    “니가 데리고 다닐 정도면 뭐, 적당히 괜찮겠지. 너 은근히 그런 거 좀 가리는 편이니까.”

    나도 잘 모르는 성격을 형이 더 잘 아네.

    “마음에 드는 애 있으면 말해. 형이 팍팍 밀어줄게. 형 못 믿냐?”

    “네, 전혀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내 단호한 대답에 재중이 형이 바로 헤드락을 걸었다.

    “형. 저 1레벨이에요!”

    혹시라도 죽을까 싶어서 봤는데 안전지대다. HP도 전혀 안 깎이고.

    “아! 맞다.”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재빨리 헤드락을 풀어줬다.

    연기가 잘 통했네.

    “실수. 잘못하다 죽일 뻔했네.”

    “사실 안전지대에요.”

    “너 연기 많이 늘었다?”

    재중이 형은 여기 올 일이 없으니 착각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전에는 칼질해서 여길 넘겼으니까,

    돌아보니 나와 재중이 형이 장난치는 것을 주변에서 묘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평소엔 이렇게 장난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네.

    인사가 끝나자마자 재중이 형이 모두를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네임드는 적절한 값에는 삼 일 만에 구하기 힘들어서 일단 미리 말씀드렸듯이 대체재로 구해놨어요.”

    확실히 네임드가 시장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물건은 아니니까. 웃돈을 얹혀주면 구하기야 하겠지만.

    재중이 형이 각자에게 맞는 무기와 방어구들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 +7 워 울프 투 핸드 소드 / 공격력 11 (4+7) ∼ 15 (8+7) 』

    이쁜소녀는 무기를 갈아타는 김에 양손검으로 바꿨다.

    이쁜소녀가 양손검을 재중이 형에게서 받아들더니 엄청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전부터 좀 휙휙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

    건네받은 것 모두 노멀 7강 무기들.

    굉장한데?

    “전에 쓰던 네임드 보다는 더 좋아야 빨리 따라오지. 추가 효과가 안 붙은 4강 네임드보다는 이쪽이 더 나아. 그리고 이쪽이 네임드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거든.”

    재중이 형이 그렇게 말하면 맞을 거다. 수치 하나하나 다 비교해가면서 플레이하는 사람인데.

    챠밍도 새 스태프를 받아들고 수치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아이스볼과 파이어월 마법서까지 다 구해 놨다.

    “어떻게 구했어요? 이건 구하기 힘들었을 건데.”

    “난 못 구할 것 같아서 말했더니 사장님이 구해다 주시던데?”

    사장님도 능력자시네.

    챠밍이 마법서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인다. 파이어월은 쓰는데 제약이 많으니 그렇다 쳐도 아이스볼은 챠밍의 주력기라 없으면 서운할 뻔했거든.

    챠밍은 아마 모아둔 돈을 이번에 거의 다 쓰지 않았으려나…… 마법사 하나 제대로 키우려면 돈이 너무 많이 깨진다. 분배 때 좀 더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은데.

    나르샤도 6강을 쓰다가 7강으로 올라간 셈이고, 돈은 문제가 안 된다고 그 자리서 바로 지불해 버렸다. 나르샤도 무기에 돈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다 원래 가지고 있던 네임드를 팔아서 돈이 충분한 상태니까 부담 없이 사는 거지만 나르샤는 또 다르니까.

    방패전사는 무기는 좀 낮추고 방패를 6강으로 구해서 더 탄탄해졌고.

    “가능하면 8강을 구해주고 싶었는데, 이건 가격도 가격이고 매물도 없어서.”

    8강? 그건 허리가 휘어질 것 같은데? 구해준다고 해도…… 사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다.

    각자 받은 물품을 확인하고는 그게 맞는 물품대금을 VRS 계좌이체로 바로 재중이 형에게 보내주었다.

    이제 내 차롄가?

    ***

    * * *

    이름 : 주호

    레벨 : 1

    【근력 1+3】 【민첩 1+3】 【체력 1】

    【지력 0】 【마력 1】

    3 워 울프 투구 / 방어력 4+3 ◀ NEW

    3 워 울프 갑옷 상의 / 방어력 6+3 ◀ NEW

    3 워 울프 갑옷 하의 / 방어력 5+3 ◀ NEW

    3 워 울프 팔 보호대 / 방어력 4+3 ◀ NEW

    3 워 울프 다리 보호대 / 방어력 4+3 ◀ NEW

    3 트라이네의 신발 / 방어력 2+3 / 이동속도+1 ◀ NEW

    4 트윈 헤드 워 울프 아이스 소드 / 9 (5+4) ∼ 11 (7+4)

    민첩 +1, 빙결 효과 ◀ NEW

    4 트윈 헤드 워 울프 플레임 소드 / 9 (5+4) ∼ 11 (7+4)

    민첩 +1, 화염 추가 대미지 ◀ NEW

    워 울프 반지 근력 +1 ◀ NEW

    워 울프 반지 근력 +1 ◀ NEW

    워 울프 팔찌 근력 +1 ◀ NEW

    워 울프 목걸이 민첩 +1 ◀ NEW

    * * *

    재중이 형이 건네준 템으로 전부 다시 세팅을 했다.

    이 템들은 전에 몇 렙에 구했더라?

    대략 15? 16?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렙 1짜리가 이걸 다 찰 수 있다니.

    악세가 스탯을 올려주는 것이 크긴 크다. 아니었으면 근력 때문에 못 차는 부위가 좀 있었을 테니까.

    “삼일 간 무리를 좀 했더니 눈이 침침하네, 어깨도 결리고. 허리도 아프네.”

    척하면 척이다. 이런 건.

    “해물탕집 어때요?”

    해물이면 껌뻑 넘어가시는 분이라 이 정도는 해드려야지. 특히 아이스 소드와 플레임 소드는 무슨 수로 구한 거지? 해물탕을 몇 번 대접해도 아깝지 않다. 이 정도면.

    재중이 형이 내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자세가 되어 있네. 오늘 끝나고 콜?”

    “아무렴요.”

    “술이 아쉽네. 전에 하루 빠졌더니 또 빠지긴 힘들고.”

    “저도 뭐, 한참 달려야 하니까 다음에 하죠.”

    “뭐, 빠진 건 없지?”

    그 말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는데 차고 넘치게 받았다. 여분으로 아르와 강화석도 적당히 받았고.

    “지금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이런 건 바로바로 주고받아야 서로 불편하지 않거든.

    나가서 줘도 되긴 하는데 손가락만 움직이면 쉽게 되는 일에 굳이 힘 뺄 필요까지야.

    전용 계좌를 열어보니 거의 1억 1천이 좀 넘게 들어와 있다. 이번에 네임드를 팔면서 얻은 것과 주변 템들을 전부 정리하고 얻은 현금과 그간 벌었던 것을 합치니 그런 돈이 나온다.

    진짜 많이 벌었네.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얼마 전까지 알바를 해서 번 돈이 돈으로 안 보일 정도로.

    재중이 형이 1서버에 맞게 가격을 알려줘서 그대로 계좌로 쏴줬다. 한 번에 몇천만 원이 오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다니…….

    씀씀이가 커져도 너무 커졌다.

    네임드 무기 두 개에 방어구, 악세 등 이것저것 다 합쳐서 계산해 보니 거의 2500만 원 가까이 들어갔다.

    물가가 미쳤구만.

    “아이스 소드랑 플레임 소드는 솔직히 못 구할 것 같았는데 구했네요?”

    “아이스 소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걸 준거고. 플레임 소드는 사장님 것 뺏어왔지.”

    난감하네. 이렇게까지 해서 구해줄 필요까진 없었는데.

    “형은 뭐 쓰고요? 사장님도 그렇고.”

    “뭐, 사장님은 플레임 소드 안 쓰신다더라. 안 그래도 팔까 말까 고민하던 거야. 얼마 전에 8강 워 울프 소드를 구해서 지금 그거 쓰고 계시거든.”

    8강?!

    역시 사장님. 돈을 물 쓰듯이 쓰시는구나.

    『 +8 워 울프 소드 / 공격력 12 (4+8) ∼ 14 (6+8) 』

    “강화가 높으면 노멀 템도 쓸만하거든. 플레임 소드는 네임드 중에서는 좀 효과가 밋밋한 것도 있고. 가격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그냥 파는 편이 더 나으니까 가지고 계셨는데 마침 니가 필요하다니까.”

    “그럼 형은요?”

    “지금 쥐가 고양이 걱정해 주냐? 당연히 내 건 따로 있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손에 무기를 하나 소환했다.

    『 +6 케르베로스 스파크 윙드 스피어

    공격력 11 (5+6) ∼ 15 (9+6) / 근력 +1, 감전 효과 』

    옅은 청록색의 일렁이는 이펙트가 메인 창날과 양옆으로 뻗어져 있는 날개 날까지 서려 있다. 길이는 1.8m 정도. 성인 남성 키만 하다.

    “이건?”

    “어, 니 덕에 쉽게 잡은 켈베로스한테 얻은 거. 멋지지 않냐? 이게 있으니까 아이스 소드를 잘 안 쓰게 되더라. 효과가 비슷한 면이 있거든.”

    회수를 안 했다더니 그게 재중이 형 손에 있었네.

    “빙결 효과하고 비슷해요?”

    “음, 빙결은 좁은 범위에 순간적으로 아예 못 움직이게 하는 거라면, 감전 효과는 꽤 넓은 범위로 약한 경직을 주거든. 효과 자체는 빙결 효과가 좋긴 한데 지속 시간이나 범위를 생각하면 범용성에서는 이쪽이 우위라서. 아이스 소드는 제대로 쓰려면 오래 사냥할 때 정말 지치니까.”

    역시 재중이 형도 아이스 소드의 정확한 사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저런 말은 못 하지.

    하루에 거의 풀로 사냥을 하는데 내가 아니고서야 아이스 소드는 정말 쓰기 힘든 물건이다. 일촉즉발의 PK용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하나.

    그냥 일반적으로 사냥하려면 스파크 윙드 스피어가 훨씬 나아 보인다.

    근데 이것도 6강이다.

    네임드는 몇 자루 없는 데 진짜 얼마나 강심장이면 이걸 몇 번이나 지르시나. 대체 템도 없고. 노멀 템이야 안 되면 다시 만들어서 지르면 된다지만.

    “네임드를 6강이라…….”

    대단하네, 여러 가지 의미로.

    “뭐, 날아가면 아이스 소드 써도 되니까 좀 질렀지. 이 정도 무기는 있어야 앞에서 놀지.”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한다.

    사장님은 8강 노멀 무기…… 재중이 형은 6강 네임드 무기…….

    그간 4강만 들고 다녔던 내가 우습게 여겨질 정도로 격차가 나네.

    근데 프로게이머인 재중이 형이 이런 무기를 들고 해도 서버에서 9위라고?

    대체 뭐지? 이 서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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