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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0화 (40/1,404)

# 40

#40화 밟지 않으면 밟히는 곳 (14)

“미안요. 좀 늦었죠?”

“안 늦으셨어요…….”

“괜찮아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챠밍이 내 팔을 살짝 밀어내며 품에서 빠져나온다.

“네, 전 괜찮아요.”

일단은 괜찮은 것 같네. 다소 놀라긴 한 것 같은데……. HP도 보니까 거의 풀로 차 있는 상태고.

그것까지 신경 써주기에는 앞에 적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시선을 떼기엔 너무 가깝기도 하고.

장창을 던진 사내는 이미 디버프 효과가 다 풀렸는지 날렵하게 자신의 장창을 잡아 정면으로 들어 올리고 나를 경계하듯 자세를 고쳐 잡는다.

“마법을 보고 피할 정도로 빨라요. 조심해요.”

어느새 정신을 차린 챠밍이 뒤에서 상황을 알려준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마법을 준비하는 챠밍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창을 든 사내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 녀석은 제가 처리할 테니까 방패전사 님을 도와주세요.”

챠밍이 살짝 걱정 어린 눈빛으로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방패전사가 켈베로스 길드원들과 대치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장창을 든 사내가 그 모습에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내가 장검을 들어 노려보면서 막는다.

“넌, 거기 신경 쓸 때가 아닐 건데?”

집중을 끌어올리자 다시 주변 상황이 명쾌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장에서 서로 치고받는 사람들의 고함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서로의 진형을 파고들기 위해 분주하게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빗발치는 화살과 마법들의 향연.

모든 것들이 내 시야와 청각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더없이 괜찮은 감각이 끌어올려 진다.

장검들을 쥔 손에서도 짜릿짜릿한 감각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곧 베어낼 녀석의 몸을 미리 만끽하듯이.

“니들이 평소에 뭔 짓을 하고 다니든 내 알 바는 아닌데…….”

한쪽 장검을 살짝 치켜든다. 다른 장검도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도록 팔에 힘을 잔뜩 준다.

“이젠 좀 알고 싶어지네.”

다리에 잔뜩 힘을 넣으면서 내 민첩 최대치의 움직임으로 녀석에게 달려든다. 100m를 9초대로 돌파할 수 있는 이 속도로.

그런 나를 향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간격에서 빠르게 내질러진 창격이 쇄도해 오는 것을 왼손의 아이스 소드를 쏜살같이 뻗어서 거의 스치듯 옆으로 창대를 쳐내자 녀석의 당황하는 모습이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달려들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플레임 소드로 녀석의 목줄을 노리고 강하고도 빠르게 휘두르자 녀석이 상체만 억지로 뒤로 뒤틀어서 가까스로 내 검격을 피해냈다.

그에 창격을 밀어냈던 아이스 소드를 어느새 회수해서 자세가 엉망으로 기울어져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녀석의 목울대에 라이트 소드를 켜고 그대로 박아 넣었다.

“크…….”

“검이 두 자루면 이게 좋더라고.”

장창을 끌어들여서 다시 공격하려는 녀석의 팔을 플레임 소드로 쳐내 바깥으로 밀어낸 다음 다시 한 번 아이스 소드로 목을 쳐주니 녀석의 움직임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녀석이 나를 보는 표정은 놀라움과 경악 그 자체다.

“억울하면 또 와라. 얼마든지 부셔줄 테니까.”

그대로 다시 심장 부위에 라이트 소드를 박아 넣으면서 녀석을 빛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었다.

빛이 사라지는 것을 마냥 보고 있으니 긴장이 풀릴 것 같아서 다시 주변의 전장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 팀이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에 다시 장검들을 강하게 쥔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니까.

***

내가 챠밍에게 다가서니 챠밍이 한참 싸우던 와중에도 나를 반겨준다. 계속 주변을 살피면서 마법을 날리던 도중이라 금방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할 정도의 여유는 아닌 모양이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마법의 종류를 바꿔가면서 풀 차징이 될 때마다 유효타에 가깝게 마법을 적중시켰다.

위험한 아군의 적에게 바인드를 걸든지 밀집해 있는 적에게는 파이어 월, 접근하는 적에게는 매직 애로우로 밀어내면서 다채롭게 주변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나르샤는 제때에 필요한 곳으로 화살을 적중시키면서 전황을 계속 우리가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좀 싸울 만 하면 날아오는 화살에 짜증을 부리면서 덤벼드는 녀석들은 방패전사가 나서서 길을 막고는 접근조차 못 하게 한다.

기세가 잔뜩 오른 이쁜소녀도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게 창격을 뻗어내면서 아군 마법사들에게 접근하는 녀석들을 모두 갈라 버린다.

“벌써 잡으신 거예요? 그 사람 꽤 강해 보였는데.”

챠밍이 자신이 자리를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잡고 합류한 나를 기묘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뭐, 그냥 그렇네요.”

말대로 정말 아무 감흥이 없다. 내 검을 한 번 피한 것은 높게 쳐줄 수 있긴 한데 딱 그 정도다. 2격도 제대로 못 막는 놈을 상대로 따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이해했다는 표시다.

“그럼 일단, 이쁜이 좀 도와주시면 될 것 같아요. 방패전사 님이야 워낙 잘 막으시니까.”

이쁜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린다. 매번 듣긴 하는데 적응이 안 되네.

방패전사를 보니 혼자서 두세 명을 항상 주변에 끼면서 라지 실드로 막고 밀고 때리고 방패로 보여줄 수 있는 묘기란 묘기는 다 보여주고 있다.

챠밍 말대로 방패전사는 알아서 하게 두는 것이 제일 좋아 보인다. 위험할 때면 나르샤가 적재적소에 화살을 박아 넣거나 진로를 방해해서 도무지 틈을 안 주고 있으니까.

“다녀올게요. 조심하세요. 위험하면 바로 저 부르는 것 잊지 마시고.”

“네, 잘 다녀오세요.”

챠밍이 묘하게 들뜬 미소로 나를 배웅한다.

내가 이쁜소녀의 곁으로 가자 제법 오래 싸워서 눈에 흉흉한 기세를 줄줄 흘리고 있는 이쁜소녀가 글레이브를 나에게 겨누려다가 깜짝 놀라서 원래의 소녀의 동그란 눈으로 돌아왔다.

“아! 죄송해요. 적인 줄 알고.”

그 정도로 정신없이 싸운 건가? 집중하면 정말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네.

주변을 보니까 이쁜소녀가 잡은 것인지 빛으로 변해서 떨어진 아이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아무리 뒤에서 챠밍과 나르샤가 보조를 해준다지만 혼자서 버티면서 이렇게 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생했어요. 잠시 쉬세요. 제가 좀 맡고 있을게요.”

내 말에 이쁜소녀가 그동안 힘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로 빠진다. 자기가 열리면 뒤에 바로 챠밍이나 나르샤가 있으니까 더 절실하게 싸운 건지도 모르겠고.

“화살!”

이쁜소녀가 빠지면서 내 쪽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봤는지 바로 외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서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의 촉을 장검의 날을 기울여서 막아내 버리니 멀리서 내게 화살을 쏜 켈베로스 길드원 여자가 거대한 장궁을 들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잠시만 처리하고 올게요.”

여자라서 못 찌른다? 글쎄다. 남녀가 평등해야지.

장검을 치켜세우고 곧장 쇄도하니 여자가 깜짝 놀라서 급히 도망을 쳐 버린다.

궁수는 거의 민첩에 스탯이 가 있어서 마음먹고 도망가 버리면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다. 거기다 보정까지 받아서 같은 민첩이면 미세하게 여자가 빠른 편이다.

화살을 쳐낸 것에 놀란 건지 어떤지 몰라도 이번에는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고 아예 다른 전장으로 가버린 모양이다.

괜히 힐을 슬롯에 넣어놨나. 매직 애로우를 넣어놨으면 빈틈이라도 만들었을 텐데.

“하아…… 진짜 바인드를 배우든가 해야지.”

이번에 마을로 가면 무조건 바인드를 구해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바인드가 지력이 몇 개였더라? 4개인 걸로 기억이 난다. 바인드는 못 배우겠네.

잠시 이쁜소녀의 대타로 주변에 켈베로스 길드원들을 녹이고 있는데 이쪽이 계속 무너지니까 아예 마법사까지 나타났다.

어디선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매직 애로우.

보는 즉시 매직 애로우를 아이스 소드로 빗겨 쳐 올려버리니 매직 애로우가 꺾여서 하늘 위로 쭉 뻗어서 날아가다가 곧 사라져 버린다.

“어……?”

매직 애로우가 맞을 거라고 확신이라도 있었던지 로브를 입은 켈베로스 길드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매직애로우가 꺾여 올라간 하늘을 바라본다.

근처에서 싸우던 사람들도 잠시 싸움을 멈추고 매직 애로우가 꺾여서 올라간 하늘을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돌려 다들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주목받는데…….”

마력 소비 때문에 바로 라이트 소드를 끄고 이번엔 마법사에게 달려든다. 일단 보든 말든 마법사는 도망 못 가지. 궁수와는 다르다.

마법사를 잡으려고 달려드는데 주변에 켈베로스 길드원들이 마법사를 보호하려고 앞을 막아선다.

“아까 좋은 것을 배워서 말이지.”

여러 명이 블록을 쌓고 있음에도 녀석들에게 달려들어 앞을 막은 장창 격수가 정면으로 찔러오는 창격을 그대로 점프해 창대를 발로 밟고 그 반동으로 새처럼 날듯이 녀석들의 뒤로 넘어갔다.

“말도 안 돼.”

장창 격수가 창을 뻗어낸 자세 그대로 자신을 창을 밟고 넘어가는 나를 멍하니 바라본다.

이것도 되네.

마냥 될 것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실제로 해보면 다 된다. 오히려 내 상상력이 행동력에 못 미치는 느낌이 들 때가 더 많다.

남자 마법사도 어이가 없는지 도망갈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보다가 내 검격에 수차례 베이더니 그대로 빛으로 환해서 사라져 버렸다.

“휴…… 사방이 적이네.”

사람 블록을 한 무더기 건너뛰고 넘어왔더니 진짜 사방이 적이다.

재밌네. 지금 내 입을 보면 입꼬리가 슥 올라가 있지 않으려나?

내가 아이스 소드를 슬쩍 들어 올려 도발하듯 까딱까딱거리며 정말 해보고 싶었던 대사를 꺼냈다.

“드루와! 드루와!”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켈베로스 길드원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개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계속 덤벼드는데도 마음은 계속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온몸의 감각이 동시에 일어나서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발끝에서 손끝까지 집중력이 끌어올려지면서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내가 느껴진다.

민첩이 8. 거의 1.7배 정도의 움직임이 나온다. 이 정도면…… 아쉬운 대로 괜찮을 것 같다.

제일 앞에 달려오는 검과 스몰 쉴드를 든 남자가 방패를 앞에 내세우고 덤벼든다. 내가 몬스터도 아니고 방패를 친다고 생각하고 저러는 건가?

같이 뛰어들면서 옆으로 살짝 스탭을 옮기니 바로 작은 방패가 막지 못하는 수많은 허점이 보인다. 아이스 소드로 장검을 든 팔을 빠르게 올려쳐서 가운데가 열리자 곧장 얼굴에 플레임 소드를 찔러 넣었다.

“눈이!”

눈을 정확히 찔렀더니 5초지만 불타오르면서 확실히 시야를 가려줬다.

【 라이트 소드! 】

그대로 양손의 소드들을 목에 박아 넣어 옆으로 가르면서 녀석을 빛으로 보내주었다.

하나.

내가 상대하는 사이 곧장 달려드는 창을 든 사내, 그리고 옆에 검을 든 두 명의 사내가 같이 달려든다.

찔러오는 긴 창의 창대 부분을 검으로 쳐내면서 창을 든 사내의 품으로 파고들어 완전히 붙다시피 접근하면서 곧장 목을 소드들로 갈랐다. 바로 일어나는 경직.

이렇게 붙어버리면 같은 편 때문에 시야에 안 보인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야를 가리다가 왼쪽으로 빠르게 스탭을 옮기면서 경직된 창을 든 사내를 오른쪽에 있던 검방 사내에게 밀쳐내 둘이 뒤엉키면서 허둥대는 동안 시야가 가려져 미처 대비하지 못한 왼쪽에 있는 검을 든 사내의 목을 아이스 소드로 갈랐다.

경직과 동시에 빙결 효과가 일어나서 못 움직이는 녀석의 목에 연거푸 소드들을 갈라 넣으니 곧 쓰러져 빛으로 변한다.

둘.

조금 녀석들과 거리가 떨어지자 어디선가 화살 두 발이 쏜살같이 날아오는데 아이스 소드와 플레임 소드를 휘둘러 화살의 촉들을 모두 쳐내면서 다시 녀석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너무 떨어지면 바로 원거리 지원이 들어오니까 더 파고들 수밖에 없다.

“화살을 쳐내?”

주변에서 웅성거리든 말든 다시 창 든 사내에게 뛰어들어서 휘두르는 창의 궤적에 소드를 가져다 대서 위로 밀어내듯이 올려보내 활짝 열린 녀석의 정면으로 들어가 라이트 소드를 켜서 목을 갈라 빛으로 만들어줬다.

셋.

오른쪽에 있던 사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듯 방패를 앞세우고 붙는데 방패를 플레임 소드를 휘둘러 방패의 모서리 끝부분을 강하게 내려쳤다.

정확한 모서리 지점을 치자 힘의 손실이 하나도 없이 제대로 실려서 방패를 쥐고 있던 팔이 아래로 축 처져 내려간다.

이건 그냥 될 것 같아서 한 건데 잘 되네.

자신의 의지를 배반하고 축 내려간 방패를 든 팔을 멍하니 보던 녀석의 목에 다시 아이스 소드를 박아 넣어주고 그대로 목을 그으니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넷.

다시 어디선가 날아오는 매직 애로우.

검면을 슬쩍 기울여서 매직 애로우의 궤적을 꺾어 옆에서 접근 중이던 단검 두 자루를 든 사내에게 반사해 보냈다.

깜짝 놀란 녀석이 얼굴로 날아드는 매직 애로우를 피하려고 몸을 옆으로 비틀다가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서 녀석의 목에 아이스 소드를 박아 넣었다.

“컥!”

경직된 녀석의 얼굴에 다시 플레임 소드를 박아 넣고 발로 쳐내 검을 빼내면서 두 소드들을 교차로 목을 그으니 곧장 빛으로 변했다.

다섯.

“이 새끼들아, 잘 보고 쏴.”

보다 못한 한 녀석이 지휘하려고 한다.

“입만 나불대지 말고 들어오시지?”

내 도발에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남자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라지 쉴드는 상대하기 귀찮은데. 괜히 도발했나.

다수의 싸움에서 저런 녀석이 앞을 막고 있으면 킬 수를 올리기 힘들어진다.

“나왔다. 어디 더 날뛰어 보지그래?”

녀석이 라지 쉴드를 앞에 세워놓고 어느 정도 이상은 들어오려고 하질 않는다. 귀찮아졌네.

한번 해볼까…….

자세를 낮추고 소드를 늘어뜨려 앞꿈치에 힘을 가득 주고 앞으로 박차듯이 달려나갔다.

지금 민첩 수치면 될지 안 될지 확신은 없지만…….

내가 달려들자 녀석이 온몸을 가리는 라지 쉴드를 내밀어 뒤에 숨는다. 저렇게 숨어버리면 어지간해서는 공격하기가 힘들다. 스몰 쉴드와 다르게 라지 쉴드는 검으로 모서리를 친다고 옆으로 튕겨 나갈 정도가 아니니까.

바로 앞까지 달려가자마자 벽 타기를 하듯이 라지 쉴드의 윗부분의 모서리를 한 손으로 잡고 점프해서 곧장 라지 쉴드 위로 날듯이 뛰어넘었다.

“어?!”

방패를 타고 넘어와서 자신이 머리 위에 붕 떠 있는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의 눈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다.

그대로 낙하하면서 녀석의 정수리에 소드들을 동시에 박아 넣었다. 볼 것도 없이 경직.

바닥에 착지하면서 다시 검을 빼서 뒤통수를 소드로 베어버리자 죽음의 빛으로 변해 라지 쉴드를 바닥에 드랍하고 사라진다.

여섯.

꽤 저 중에선 윗대가리였는지 당하자마자 전부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친…….”

“이 새끼 뭐야?”

“다들 입 놀릴 틈이 있나 보네.”

다시 두 손의 소드를 꽉 쥔 채로 제일 근처의 검을 든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양손의 장검이 마치 내 팔의 연장선인 듯 휘두르는데 전혀 무리가 없이 덤벼드는 한 녀석의 검을 끌어들이듯이 당겨서 옆에 있는 녀석의 검 쪽으로 밀어내 버렸다.

“뭐?!”

자신의 뜻과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검이 뻗어지니 당황한 눈빛이 여기까지 전해져온다. 두 명의 검이 서로 얽혀서 난장판이 되자 곧장 소드들을 뻗어서 머리를 갈라 버렸다.

일곱, 여덟.

한쪽은 얼리고 한쪽은 태우고.

다시 거리가 벌어지니 어디선가 날아오는 매직 애로우 세 발.

【 라이트 소드! 】

빠르게 손의 스탭이 감긴 소드의 날로 아슬아슬하게 매직 애로우들을 죄다 튕겨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의 정면으로 날려 보내니 곧 그걸 피한다고 아수라장이 된다.

그 틈에 곧장 세 명의 남녀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소드를 들어 둘을 빛으로 보내주었다.

하나는 죽은 둘을 제물 삼아 도망가 버렸고.

아홉, 열.

피가 튀는 전장이었으면 아마 내 온몸이 피 칠갑을 하고 있지 않으려나?

다시 눈에 보이는 대로 목을 가르고 머리에 검을 박아 넣으면서 하나하나 빛으로 만들며 얼마나 양손의 소드 만을 의지한 채 휘둘렀을까.

대충 스물쯤 세었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 때 다시 두리번거리면서 적을 찾는데…….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

그리고 바닥엔 온통 드랍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고개를 돌리니 마지막 남은 녀석의 머리까지 소드의 날로 쑤셔 넣은 것을 끝으로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 차마 접근하지도 못하고 멀리서 무기만 들어 올린 채 굳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은 충만한 기분. 생각이 미치는 곳에 이미 검이 가서 춤을 추는 느낌이다.

“이거 왜 이래? 끝이야? 안 덤벼? 내가 갈까?”

라이트 소드가 걸린 붉고 푸른 소드들을 앞으로 들어 올리며 내가 한 발짝 앞으로 걸음을 옮기니 녀석들은 두 발짝 뒤로 벗어난다.

이거…… 재밌네.

다시 한 발짝 내미니까 이번엔 아예 뒤로 한참을 빠져 버린다.

“끝은 봐야지?”

내가 적들에게 달려나가는 것을 신호로 주변에 있던 신화 길드원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켈베로스 길드원들을 일제히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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