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38화 밟지 않으면 밟히는 곳 (12)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8.
> 로딩 중…….
* * *
이름 : 주호
레벨 : 18 ▲1
【근력 3+1】 【민첩 6+2 ▲1】 【체력 3】
【지력 0+2】 【마력 1+1】
라이트 소드 인챈트
3 트라이네의 신발 / 방어력 2+3 / 이동 속도+1
4 트윈 헤드 워 울프 플레임 소드 / 공격력 5+4 ∼ 7+4
민첩 +1, 화염 추가 대미지
4 트윈 헤드 워 울프 아이스 소드 / 공격력 5+4 ∼ 7+4
민첩 +1, 빙결 효과
워 울프 반지 근력 +1
워 울프 반지 지력 +1
워 울프 팔찌 지력 +1
워 울프 목걸이 마력 +1 ◀ NEW
* * *
확실히 게임 시간이 늘어나니까 경험치가 차는 느낌이 다르다.
좀 열심히 했다고 바로 레벨이 1 더 올랐다.
일단은 컨트롤로 극복은 하고 있다만 모자란 스탯이 매번 아쉬웠으니까 이제 좀 제대로 된 출발선에 올라탄 기분이다.
움직임이 0.1배 빨라지는 것은 어느 정도 컨트롤 실력 이상에서는 치명적이니까. 지금이야 다들 고만고만하니까 표시가 안 나는 거지. 게임에 더 익숙해지고 자기만의 컨트롤이 나올 때가 되면 스탯은 절대적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스탯은 라이트 소드를 제대로 쓰려고 하니 마력이 많이 부족해서 결국 목걸이를 마력 악세로 교체했다.
<챠밍> 어서 오세요.
<이쁜소녀> 안녕하세요.
<방패전사> 어서 오세요. 우리 뒤치기했던 놈들 소식 들으셨나요?
―아뇨, 이제 들어와서 잘 모르겠네요.
<방패전사> 문제가 많은 놈들이라네요. 좀 조사해 보니까 그놈들 욕하는 게시물도 많고, 한두 번이 아니네요. 상습적입니다.
―그 정도로 문제인 놈들이었습니까?
<방패전사> 네, 하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서 적이 많나 봅니다. 그 사람들 전부 블랙리스트라고 하고.
―그런데 아이디가 빨갛지 않던데요? 다른 곳에서도 그랬으면 아이디 색이 빨간색이어야 하지 않나요? 전부 하얗던데. 그거 때문에 처음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기도 하고요.
<방패전사> 마을 근처에서 죽어서 아이디 색을 풀고 온다고 하던데요? 떨어진 아이템은 자기들끼리 주워주고요.
―참, 별 방법이 다 있네요.
하여간 한국 사람들 게임에 머리 굴리는 것은 진짜 알아줘야 한다.
<방패전사> 그렇게 아이디를 싹 세탁해서 다시 작업하러 다니는 겁니다. 아이디가 하얀색이니까 아무도 의심을 안 하거든요. 처음에 자연스럽게 물러나면.
―악질이네요.
<방패전사> 길드가 업데이트되기 전에도 그 짓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거의 처음부터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작정하고 그러고 다니는 겁니다.
―그렇게 하고 다녔는데도 소문이 안 났습니까?
<방패전사>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지역에만 사람이 20만 명이고 지금은 생성제한도 풀려서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온갖 사람들이 다 있다 보니까 소문도 잘 안 났겠죠. 그러니 그러고 다니는 겁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까요.
20만 명에 추가로 사람이 더 있다면 진짜 가까이 지내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일 수밖엔 없겠네. 나도 당장 길드 사람들조차 제대로 다 모르는 상황인데.
학교에서 고작 몇백 명이 같이 지내는데도 얼굴을 익히는 데 한참 걸리는 걸 생각해 보면…….
어지간하면 그냥 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귓말을 좀 하다가 마을에서 모두 모였다. 같이 사냥을 가려면 보급이 필요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다시 의논도 해봐야 하고.
“뭐, 일단 길마에게 알려는 놨습니다. 저희 말고도 그런 식으로 싸울 염려가 있으니까요. 미리 알고 대비하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고 당하는 거랑은 대처가 다르겠죠.”
“그놈들과는 어떻게 됐다고 합니까?”
“뭐, 길마가 전에 저희랑 싸운 놈들이랑 이야기는 나눴다는데 자기들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네요. 참, 어이없는 인간들이라니까. 영상 촬영도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대놓고 저러는 겁니다.”
영상촬영이 이게 문제다. 상대방이 허락해 주지 않으면 얼굴과 아이디가 모자이크 처리돼서 저장되니까. 물론, 신고를 해서 운영자가 볼 때야 그 모자이크가 다 풀리지만.
“뭐, 볼 것 있나요? 이제 보이면 그냥 치면 되죠.”
“네, 길마도 길드 공지에 그놈들 보이면 길드에 알려서 도움받으라고 올려놨고 대처는 잘 할 겁니다. 알고 보니 저희 말고도 최근 뒤치기에 당한 애들이 있었던데요. 이번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 거죠. 저희야 반대로 털어버렸지만.”
미리 좀 알려줬으면 우리가 더 편했을 텐데.
“근데, 길드 공지가 그새 새어 나갔나 보던데요. 다른 곳에서 몇몇이 정보 공유 좀 하자고 연락이 왔나 봅니다.”
“저희가 알려준 지 얼마나 됐다고 그게 다른 곳에 가서 나돕니까?”
길드 관리가 허술하네. 딱히 기대한 것도 없지만 이건 좀 기대 이하인데?
“저희가 그런 일이 있다는 걸 길마에게 알려주고 길마가 길드 공지에 조심하라고 글 올려놨는데 그거 보고 누가 다른 곳에 알려준 모양이죠. 하여간 급하게 길드원을 받다 보니까 전혀 관리가 안 되는가 봅니다.”
“흠, 너무 쉽게 길드 안의 이야기가 퍼지네요. 사람이라도 심어놨는지 의심해 봐야 하나.”
“뭐, 그 정도까진 아닐 겁니다. 사람을 심을 정도로 대단한 길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도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가려낼 방법도 없고요. 단순히 친분으로 연락했을 수도 있고.”
“문제가 안 될까요?”
“음…… 모르겠습니다. 길마하고 나중에 이야기해 봐야죠.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넘어가겠지만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처리는 할 겁니다. 지금은 새 길드원 받고 테스트한다고 정신이 없는 모양이니까요.”
요 며칠 길드원 숫자가 급격하게 는다고 느꼈는데 이런 식으로 늘리는 것에 의미가 있으려나. 좀 가려서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사항이 아니니 어쩔 수 없나.
“잊혀진 고성 준비는 잘 되어간다고 하나요?”
방패전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글쎄요. 그것 때문에 사람을 급하게 받다 보니 저렇게 구멍도 생기는 것 같네요. 80명을 풀로 채우고 시도를 해야 안정적이니까요. 전에 돌파한 길드들이야 프로텍트 쉴드 중첩이 있으니 소수로 돌파한 것이지만 없으면 내성 길목의 몹도 싹 잡아야 하니까 소수로는 불가능합니다. 외성 1구역보다 더 한 곳이니까요.”
“일단, 그건 길마에게 맡겨야겠네요. 제가 어떻게 해줄 방법도 없고…….”
내가 끌어올 사람이라고 해봐야 방패전사도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인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뭐, 나서서 길드에 들어오라고 홍보할 시간도 없기도 하고.
그냥 길마가 좋은 사람들을 잘 받아주기를 바라야 하는데…….
새로 사람을 받는 것을 생각하니 전에 그 여자가 문득 생각나 버렸다.
“전에 그 여자에 대해서는 길마가 뭐라고 안 합니까?”
이건 아무 말이 없기에 그냥 잊고 있었는데 길드 사람들을 모집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궁금한 것보다는 확인 차 물어보는 것이다.
“뭐, 길마가 그냥 알았다고 하던데요. 마법사들은 팀이 없으면 사냥하기 힘드니까 길드 차원에서 좀 도와주려고 했다던데 길마가 말을 그렇게 해버리니 참……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저희가 뭐가 됩니까. 저도 기분이 별로라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끝냈습니다.”
“그런 거면 자기가 직접 나서서 데리고 사냥을 하던가 하지 엉뚱한 팀에 집어 넣어놓고 나 몰라라 그런 소리를 합니까?”
“제 말이요. 나르샤 때문에 들어오긴 했는데 하…… 조만간 나르샤와도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길드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길드원을 자기 뜻대로 굴리려고 합니까. 그렇다고 사과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았다고 하고 끝이니.”
길마는 자기가 실수한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길마가 저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해 버리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로 몰릴 수도 있겠는데…….
“그 여자는 지금 뭐 한답니까?”
“말 들어보니 다른 팀에 들어가서 또 그러고 있다고 하네요. 거의 쩔 해주는 느낌이라고 다들 그러던데요. 마법 타이밍도 어긋나고 잘 맞지도 않는다고 하고. 차징도 마음대로 해서 마력 관리도 안 되고, 힐도 늦고. 장비는 진짜 엄청 좋다고 하는데 완전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랍니다.”
“1구역에 데리고 들어갔으면 재앙이었겠네요.”
“저희 전멸했을걸요? 아무리 마법사 전력이 중요하다지만 그런 사람까지 받아서 키워줘야 합니까? 보니까 장비만 보고 받은 것 같은데…… 길마가 좋아하는 외모라도 되나? 왜 그렇게 밀어주는지 모르겠네요. 길마 땜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길마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순간 방패전사가 생각 난 것이 있던지 화를 낸다.
“거기다 그 여자가 다른 파티와 사냥을 하면서 저희 팀이 자기를 보자마자 내쳤다면서 같은 길드원끼리 그래도 되는 거냐고 지껄이고 다닌다고 하네요. 앞뒤 사정 다 자르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 어이가 없어서 원.”
“하…… 이건 뭐…… 그 여자 지금 어딨습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와서 흙탕물을 만들려고 하네. 당장에 목이라도 쳐야 하나?
이젠 길마가 제대로 사람을 받는 건지 의문이 가기 시작한다.
“가서 저희가 난리 치면 그거 가지고 또 온갖 소문 다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조금 기다려보시죠. 안 그래도 제가 길마에게 따로 이야기해 놨습니다. 그 여자가 함부로 입을 못 놀리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길마가 주의를 준다고 하니까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어쩐다…….
방패전사가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까 길마가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하는지 그것까지만 딱 지켜볼 생각이다.
길드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첫 길드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챠밍과 이쁜소녀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려고 하네.
나야 원래 별 기대도 없고 그러려니 한다.
군대 다녀오면 사람이 모이는 단체 생활이 얼마나 피곤한지 잘 아니까. 좋은 기억도 있지만 나쁜 기억도 많으니까.
게임 속이야 다들 즐기려고 모이는 거니까 대체로 좋은 기억이 많겠지만 아직까진 좋은 기억이 없네.
오히려 우리끼리 보스를 뚜드려 잡고 다니던 기억들이 훨씬 더 재밌었다고 생각된다.
잊혀진 고성 레이드 하나만 보고 여기 남아 있어야 하나? 일단 나르샤가 들어오면 방패전사와 챠밍, 이쁜소녀와 같이 다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것 같다.
“나르샤 님은요?”
“글쎄요. 오늘은 접속 자체를 안 했어요. 뭐, 바쁜 일이 있나 보죠. 들어올 거면 나중에라도 연락 올 겁니다.”
흠, 오늘은 좀 살살 해야겠는데.
“챠밍 님은요?”
그 말에 이쁜소녀가 고개를 들더니 말해준다.
“잠시 볼일 때문에 나갔다 온다고 했어요? 금방 올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방패전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필요한 템을 전부 구해서 텔을 타고 바로 외성 입구로 날아갔다.
슬쩍 멀리 있는 곳들을 살펴보니 입구 근처 2구역 부근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사냥 중이다.
“이제 외성 2구역은 자리가 아예 없겠네요.”
“네, 아무래도…… 이제 잘못하다가는 서로 영역 싸움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들 조심하는 편이긴 한데.”
자리 싸움이 날지도 모른다는 건가. 어차피 우리야 외성 1구역에 들어가서 사냥하니까 자리가 모자를 일은 없다.
1구역이 꽉 차면 그때부터는 정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
“오늘은 안 오네요?”
켈베로스와 어제의 일전을 생각하는지 갑자기 챠밍이 주변을 살피면서 말한다.
“우리한테 그렇게 당했는데?”
이쁜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반문한다.
“올 것 같은데. 걔들이 우리 장비를 보던 눈길을 생각하면.”
우리가 들고 있는 무기도 나르샤와 방패전사의 것을 빼면 죄다 네임드 무기들이다. 거기다 방패전사의 라지 쉴드도 눈에 띄는 편이고.
이쁜소녀도 그때를 떠올려 보고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오면 챠밍 님, 불바다 한 번 부탁드립니다.”
방패전사가 우스갯소리를 하니 챠밍이 살짝 미소 짓는다.
“네. 이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확실히 파이어 월로 세 명이나 녹여 버렸으니까. 우리 팀의 걸어 다니는 공성 병기인 셈이다.
중간에 나타난 저주받은 워 울프 투사까지도 잡아내면서 이제 외성 1구역 외곽에서 사냥은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여유가 되면 더 들어가 볼까요?”
방패전사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나중에 자리가 없어져서 어쩔 수 없어지면 더 들어가도록 하죠. 여기와 달리 더 들어가면 변수가 많으니까요. 나르샤 님도 없기도 하고.”
그 말에 동의하는지 방패전사도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만 더 들어가도 궁수, 마법사, 투사, 전사 등등 골고루 섞여서 돌아다니니까. 꼭 들어가고 싶어서 물어본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워 울프 장비들은 다른 방법으로도 구해지니까 지금 굳이 무리해서 더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한참 동안 트윈 헤드 헬하운드와 가끔씩 나타나는 엘리트 저주받은 워 울프 투사를 사냥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 접속을 종료했다. 방패전사도 그렇게 원하던 라이트 소드 인챈트 마법서를 얻었고 우리도 전부 워 울프 방어구를 한두 부위씩 얻는 성과를 냈다.
이 사냥터들이 당분간만이라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진짜 돈을 갈퀴로 쓸어 모으는 중이니까.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8.
> 로딩 중…….
<챠밍> 주호 님, 빨리 오세요. 다른 길드랑 싸움 났어요.
들어오자마자 전해 오는 챠밍의 다급한 연락에 가슴 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