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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0화 (30/1,404)

# 30

#30화 밟지 않으면 밟히는 곳 (4)

단 한 마리뿐이지만 뿜어내는 포스는 오크 족장 뺨칠 정도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달려든다. 마치 미친개처럼 길고 빨갛게 물든 혓바닥을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흔들면서 괴성을 지른다.

꿈에 나오겠는데? 이놈을 보고 나니 오히려 던전 안에 워 울프가 애들 같아 보인다. 눈깔이 뒤집혀서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안 놀라면 더 이상할 것 같다.

“방패전사 님. 앞.”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패전사가 바로 치고 나간다. 블러디 워 울프가 거대한 도끼날을 바닥에 긁어가면서 올려치는 걸 방패전사가 방패로 막는데 이번엔 안정적으로 잘 막아냈다.

항상 새 사냥터에 가면 맞자마자 휘청휘청했는데 확실히 네임드 방패라 그런지 받아내는 것이 훨씬 안정적으로 보인다.

네임드 방패라서 대미지가 확 깎여 들어오는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방패의 각도와 움직임이 월등히 나아졌다.

힘, 민첩, 체력 모두 상승해 있어서인지 먼저 좋은 자세를 굳건하게 잡을 수 있어 탱킹 능력이 확실하게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이쁜소녀도 고성의 분위기에 주눅 들어 있던 것을 떨쳐냈는지 땅을 박차고 블러디 워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 라이트 소드! 】

이쁜소녀의 창대와 창극 전체에 주변으로 하얀빛의 덩어리들이 막 생겨났다가 창날에 흡수되듯이 다시 빨려 들어가더니 환한 빛이 창날 전체에서 내뿜어져 나온다.

그대로 글레이브를 워 울프의 왼쪽 옆구리에 베면서 지나가자 블러디 워 울프가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

대체 대미지가 얼마나 나오는 거지?

저 사나워 보이는 녀석이 미친 듯이 아파한다. 여기 있는 몹들이면 방어도 상당할 텐데 저 글레이브에 맞고 나니 바로 뒤로 빠질 정도로 경계를 한다.

뒤로 빠지는 블러디 워 울프에게 챠밍이 대기하다가 바인드와 아이스 볼을 연달아 다리에 명중시키니까 블러디 워 울프가 거의 이동을 못 할 만큼 바로 묶여 버렸다.

지팡이도 네임드고 마법도 상위 마법이다 보니 전부 제대로 먹히는 모양인데? 실패가 아예 없다.

확실히 현질을 하면 강해진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모양이다. 무기와 스탯이 변했다고 깡패처럼 두드려 패는 중이다.

그럼 이쪽도 해봐야겠네.

먼저 트윈 헤드 플레임 소드로 스치듯 지나치면서 옆구리를 그었는데 장검에 그인 상처 부위가 화염이 넘실넘실거리며 계속 타들어 간다.

장검의 타격에 지속형 화염 대미지를 주는 형태. 거의 5초? 정도 타들어 가다가 화염이 사라졌다. 대미지가 뜨지 않아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효과는 꽤나 좋아 보인다. 불이 계속 붙어서 상처 부위에 남아 있으니까.

다음은…… 아이스 소드.

솔직히 플레임 소드보다는 이쪽이 기대가 가득하다.

블러디 워 울프의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서 목을 확 그었는데 상처 부위에 얼음 파편들이 길게 생성되면서 목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느려진다.

이것도 5초.

연이어서 팔목과 팔꿈치 부위를 아이스 소드로 그어보니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확연하게 느려지는 것이 보인다.

경직과 또 다른 상태 이상기를 장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너무 마음에 든다.

이걸 누군가 몇 천만 원을 불러도 팔 생각이 없을 정도로. 방어구 위를 쳤을 때는 그다지 효과가 별로인 데 반해 급소나 관절에 그어 넣으면 바로 얼음꽃이 피어나 해당 부위의 움직임을 대폭 느리게 해버린다.

플레임 소드와 다르게 추가 대미지는 따로 없는 모양이고.

내가 계속 블러디 워 울프의 주변을 돌면서 관절마다 아이스 소드로 그어버리니까 블러디 워 울프가 완전히 삐걱거리면서 고장 난 인형처럼 움직임이 뻣뻣해지더니 이쁜소녀의 라이트 소드에 일격을 허용하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와…… 진짜 대박.”

방패전사가 입을 쩌억 벌리고 감탄을 내뱉는다. 정말 블러디 워 울프가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대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이건 보검을 쥐여준 것이 아니라 신검을 쥐어줘 버렸네요.”

확실히 수시로 빠르게 움직이는 몹을 따라다니면서 관절을 죄다 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 손에 들려야지만 진짜 신검 노릇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저보단 라이트 소드랑 아이스 볼이 진짜네요.”

내 아이스 소드보다 지속 시간은 짧지만 꽤 넓은 부위로 효과를 내는 아이스 볼도 진짜 좋아 보인다. 특히 원거리라서 접근해 오거나 멀리 도망가는 상대로도 엄청난 효율을 보일 것 같다.

거기다가 라이트 소드는 대미지가 펑펑 터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고. 아니라면 블러디 워 울프가 저렇게 경계할 리가 없으니까.

“이쁜소녀 님하고 챠밍 님도 딜이 정말 장난 아니네요. 주변에서 폭탄 터지는 것 같던데요?”

“헤헤.”

이쁜소녀도 빛이 나는 글레이브를 꽤나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고 챠밍도 새 마법이 마음에 드는지 두 손으로 지팡이를 꼬옥 쥐고 있다.

“저희 확실히 좀 세진 것 같아요.”

챠밍도 안도의 감탄을 내뱉는다. 새 사냥터에 왔는데 전혀 꿀리는 것이 없다. 오히려 녹여 버릴 정도의 화력이라니.

이래서 사장님이 현질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모양이다. 지금 시점에서 두르고 있는 템들 싹 팔면 차 몇 대 살 값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아이스 소드는 차 몇 대를 가져다줘도 팔 생각이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

방패전사를 따라 외성 중에서 좀 외진 곳까지 들어가니 한참 사냥을 하고 있던 팀들이 보인다. 방패전사가 근처로 다가가니 그중에 한 여자가 마지막으로 화살을 한 번 쏘고는 바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 왔어.”

“좀 늦었어."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 여기가 쉬운 사냥터는 아니잖아. 준비할 게 많더라고.”

방패전사와 이야기하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진한 블론드 웨이브 헤어의 건강한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 선탠 가득한 듯한 갈색 피부를 가진 라틴계 외국 여인이 다가와서는 방패전사와 대화를 나눈다.

뭐지? 아무리 봐도 저 여자는 진짜 외국인인데? 한국 사람이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저 얼굴 윤곽은 확실히 외국 계열이다.

기본적인 느낌이 한국인과 완전 다르다.

등에 회색빛의 커다란 장궁을 매고 있는데 키가 있어서인지 장궁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저 장궁을 이쁜소녀가 쓰면 장궁이 훨씬 커 보일지도.

“이쪽은 나르샤. 인사해.”

“안녕하세요. 나르샤 라고 해요.”

나르샤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짙은 눈매에 눈빛이 꽤나 강해 보인다.

“챠밍이에요.”

“이쁜소녀에요.”

꽤나 강렬한 인상에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야생동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챠밍과 이쁜소녀에게 슬쩍 인사를 하더니 내게 곧장 다가오더니 인사를 한다.

"나르샤 라고 해요."

"주호 입니다."

꽤나 정중한 태도에 이쪽도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방패전사의 지인이라기에 남자인 줄 알았더니 이런 의외의 여자일 줄은 몰랐는데?

간단하게 우리와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방패전사와 몇 마디 나누더니 곧장 자신의 팀으로 사라졌다.

묵직한 어떤 느낌이 있다. 눈빛이 살아 있다고 해야 하나.

첫인상이 꽤 강렬하네.

나르샤가 돌아가고 난 뒤에 이번엔 또 다른 금발 사내가 다가온다.

“이쪽이 제가 말씀드린 분들입니다.”

방패전사가 훤칠하게 키가 크고 푸른색이 섞인 금발 헤어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천검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로스트 스카이의 유저들이 다 그렇듯 이 사람도 굉장히 외모를 고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새다. 현실이라면 모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시원하게 생겼다.

재중이 형을 매일 보다 보니 그냥 그렇다 정도의 느낌이네. 확실히 재중이 형이 나긴 난 인물이긴 하지. 그 인물로 매일 PC방에서 햇빛조차 못 받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본인이 좋다는데 어쩔 수 없다.

금발 머리 사내가 사람 좋은 인상을 풍기면서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눈다. 분명 인상은 좋은 편이긴 한데…… 뭐라고 설명은 못 하겠네.

“반갑습니다. 방패전사 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천검이라고 합니다.”

“네, 저희도 방패전사 님께 이야기 듣고 찾아왔습니다. 주호라고 합니다.”

“챠밍이에요.”

“이쁜소녀에요.”

머리 위로 아이디가 뜨기 때문에 따로 아이디를 밝힐 필요는 없지만 저쪽이 먼저 밝히면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예의상 말해줬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이미 방패전사와는 이야기가 다 끝난 듯 딱히 장비를 살핀다든지 실력을 본다든지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저 스치듯 잠시 장비를 보는 모습이 알아보기는 한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따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욕심이 없거나 잘 참거나 그냥 관심 없거나.

무기를 보아하니 검방인데 방패전사처럼 큰 방패가 아닌 스몰 쉴드를 쓰고 있다. 그냥 공격이나 방어나 무난한 장비다. 무난한데 잘만 쓰면 가장 범용성이 높은 장비이기도 하고. 쓰는 사람 나름이다.

“그럼, 일단 저희 쪽과 함께 사냥해 보시겠습니까? 아님 별도로 근처에서 잡고 필요할 때 협력하는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천검의 말에 내가 방패전사를 쳐다보니 알아서 결정하라는 모습이다. 매번 결정권이 나한테만 오는데?

“일단 저희는 근처에서 자리 잡고 하겠습니다. 이쪽이 손발을 오래 맞춰서요. 필요하면 돕는 것으로 하죠.”

“편하신 대로 하시죠. 어차피 저희도 친하신 분들끼리 따로 모아서 몇 팀으로 구성하고 있으니까요.”

괜히 한 모임이라고 우리 사람들을 빼서 이리저리 넣으려고 했으면 그냥 가버렸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식으로 막힌 사람은 아니라서 불편함이 좀 가신다.

살펴보니 대략 5팀 정도가 모여서 사냥 중이다. 물론 자리를 하나씩 맡아서 따로 사냥하고 있고 여차하면 서로 도움을 줄 만한 거리에 있는 자리를 잡고 있다.

확실히 여기서 사냥한다는 것 자체가 단순히 인맥으로만 모은 것은 아니겠네. 이 근처에서 사냥하려면 장비가 상위권 이상은 되어야 비벼볼 수 있으니까.

천검은 인사를 하고는 곧장 사냥터로 돌아갔고 나르샤는 좀 아쉬워하다가 자기네 팀에서 부르니까 마지못해서 돌아갔다. 돌아보는 눈빛이 얼마나 애틋하던지.

“일단 사냥해 보죠. 옆에 블러디 워 울프 두 마리가 있는 자리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너무 멀지도 않고. 서로 잘 보이는 자리네요. 순찰병들도 제멋대로 돌아다녀서 여기서 사냥하려면 이렇게 팀을 안 짜면 힘들다고 하네요.”

우리를 굳이 지금 부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 역시 사람의 행동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저희까지 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네, 이 근처 자리를 지키면서 순찰병들도 도와서 잡고 아무래도 접속시간도 있어서 자리를 꾸준히 지키려면 사람이 많아야 하니까요. 저쪽 반대편에 전에 공격팀도 있고 다른 레이드 팀도 많이 있어요.”

“생각보다 많네요?”

“네, 상위 팀 사이에선 여기쯤은 사냥해줘야 이름을 내밀죠.”

“딱히 충돌 같은 것은요?”

“흠. 이 정도 규모의 상위 팀끼리는 사냥터가 겹치거나 서로 원한 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은 웬만하면 서로 안 부딪치죠. 서로 싸우는 동안 다른 쪽이 이득 보는 상황이라서요. 필드에서 이제 막 크는 사람들하고는 입장이 다르죠.”

“확실히 규모가 커지니까 대처가 달라지는가 보군요.”

“네, 뭐 일단은 잊혀진 고성을 누가 먹는가도 중요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사냥은 꾸준히 해야 하거든요. 전력에서 밀리면 안 되니까 평소엔 싸움 나기 좀 힘들죠. 겨우 한두 팀이라 저쪽만 이기면 우리가 무조건 먹는다고 치면 싸우겠지만 경쟁 팀이 너무 많아서 문제죠. 괜히 남 좋은 일 해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우리를 부른 것도 있겠네요.”

“네, 저희도 장비랑 렙이 만만찮으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든든한 아군이겠죠. 혹시라도 싸움이 나면 쪽수 많은 쪽이 대체로 이기죠. 한데 이 게임은 잘 모르겠네요. 컨 빨을 너무 많이 받는 편이라.”

재중이 형이 말했듯이 이 게임은 진짜 개인의 컨이 딜량을 크게 좌우한다. 회피도 마찬가지고.

“일단 저희도 사냥을 해볼까요? 챠밍 님, 이쁜소녀 님. 시작하죠.”

방패전사의 말에 조금 떨어져서 이야기를 나누던 챠밍과 이쁜소녀가 다가온다.

“이야기는 다 끝나셨나요?”

“네, 일단은 여기서 사냥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상황을 정리해 준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서 이 팀의 옆에서 사냥하고 있는지.

챠밍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쁜소녀는 그냥 얌전히 듣고만 있고.

“네, 제가 접속을 마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곳에서 사냥하셔도 될 것 같네요.”

저쪽도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도 필요하게 써먹을 수 있으니 지금은 서로 이득인 셈이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블러디 워 울프가 두 마리라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내가 한 마리를 붙들고 있는 동안 빠르게 한쪽을 녹이고 다시 하나를 잡았다.

“이제 여유 있게 하죠.”

세 마리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일단 처음 자리 잡는 곳이라 두 마리가 젠 되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분위기도 좀 파악해야겠고. 잡다 보니 강화석도 주고, 늑대의 혼도 꽤 잘 준다. 던전보다 오히려 더 잘 주는 것 같은데?

몇 마리 더 잡았을 때 특이하게 강화석이 떨어질 때와 유사한 띠링거리는 드랍 소리와 함께 엄청난 것이 드랍 됐다.

“와…… 악세네요?”

이쁜소녀가 놀라서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워 울프 반지.

한 개 제작 시에 200개의 늑대의 혼이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 늑대의 혼의 개당 가격이 현금으로 거의 오천 원 정도니까 대략 100만 원 정도. 특히 근력과 민첩은 인기가 높아서 거의 150만 원 수준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이 정도 물건이 나오니까 지금 여기서 저렇게 팀 단위로 모여서 블러디 워 울프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반응으로 봐서는 잘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만.

“이게 드랍도 되는 거였나요?”

챠밍도 깜짝 놀라서 멍하니 본다. 방패전사는 누가 주워가기 전에 잽싸게 주워들어서 인벤에 넣었다.

“다들 보고 계시기만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서 두리번두리번거리는데 여기서 먹자를 찾기는 힘들다. 먹자가 올 만한 곳이 아니니까. 그냥 습관같이 저러는 것이다.

근처에서 사냥하던 팀들이 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볼멘소리를 한다.

“와…… 저 사람들 운도 좋네. 오자마자.”

“우리는 종일 잡아도 안 나오던데. 진짜 운이다∼ 운.”

“하. 나와야 할 때 안 나오고 진짜.”

“거기, 축하해요.”

투덜거리는 사람 반에 몇 사람은 축하해 준다. 그만큼 나오기 힘든 템이라는 뜻이겠지.

“민첩 반지네요.”

방패전사가 바로 확인해 보더니 말해준다.

“쓰실 분?”

지금 반지 슬롯이 비어 있는 사람이 챠밍 밖에 없다.

“챠밍 님 반지 슬롯 비어 있으시죠?”

내 물음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없는 사람이 쓰는 편이 낫다. 분배야 사냥을 마치고 모자란 부분은 아르나 다른 아이템으로 지불해도 되고.

챠밍에게 반지를 넘겨주고 다시 사냥을 시작하려고 할 때 천검이 혼자 자기네 사냥 자리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잠시 주변을 살핀 뒤 곧바로 용건을 꺼낸다.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그 반지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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